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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383333
    작성자 : 익명Zmlra
    추천 : 10
    조회수 : 962
    IP : Zmlra (변조아이피)
    댓글 : 111개
    등록시간 : 2015/03/15 19:10:27
    http://todayhumor.com/?gomin_1383333 모바일
    엄마를 차단했습니다.

    저는 기독교인이었습니다. 태어날 때 부터 그랬고, 살면서 늘 그래왔죠.

    나는 신이 존재한다고 믿고, 그가 세상의 창조주임을 믿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가 내 신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그는 더이상 내게 답하지 않아요. 신기한 일이죠. 어떤 것을 물어도, 어떤 것을 구해도 답이 오지 않습니다.

    내가 죽고자 할 때 그토록 구태여 나를 살린, 신인데도.


    그는 내 부모를 사랑합니다.

    어머니를 사랑하죠.

    그녀는 전도사입니다.


    그녀는 내 생물학적 유전자의 선조이며, 날 낳았고, 나와 외양적으로 닮았습니다.

    그녀는 내 어린 시절의 학대자이자, 방치자이자, 외면자이며

    내 자존심을 내 의사를 내 기호를 내 뜻을 억누르고 살라간,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모르는 여자입니다.


    나는 어릴 적 아버지에게 신체적 육체적 언어적 학대를 당했습니다.

    내 어미는 그걸 방치했죠.

    그녀가 '막아주지 못한' 게 아니라 그녀 또한 그 가해자였다는 사실을 나는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여섯살짜리 내가 허벅지에 피멍이 들도록 맞을 때, 내 찢어지는 비명소리를 들으면서도 침실에서 나오지 않았고

    부친이 식탁의자 다리를 부러뜨려 초등학생인 나를 치겠다고 하는 것을 멀리서 들으며 안전할 때에만 가끔 진정하라는 말을 할 뿐이었습니다.

    맞아 울고 있는 나를 보며 아빠가 좀 과격하긴 했지만 틀린 말 한 건 없다고 늘 말했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한 적도 없습니다.

    내가 훗날 그것에 대해 원망하자 나도 당한건데 뭘 그러냐라고-그녀는 나처럼 맞은 적이 없습니다-

    당신이 좋아서 한 결혼에 남자가 난폭했던 것과, 선택권 없이 당신과 아버지같은 남자 밑에서 태어나서 내 모든 시야와 울타리가 가시철조망이며 성인의 몸인 당신과 달리 연약한 어린 여자아이였던 내가 당해야 했던 차이 무시했습니다.


    나는 유치원, 어린이집에서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왕따와 집단괴롭힘을 당했습니다.

    그녀는 그것을 알았지만 그것을 당하는 내 모자람을 비웃었고

    전혀 개입하거나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으며

    상세한 사정을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았고 안타까워하거나 마음아파하지도 않았습니다.


    아직도, 초등학교 3학년때 내 가방에 쓰여진 욕을 보고 '너 왕따당하지?'하고 비웃음과 경멸어린 눈으로 날 비웃었던 당신이 생각납니다.

    그 뒤로, 나는 학교에서 무슨 일을 겪어도 당신에게 의지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아, 물론 그 전에도 없었고, 6학년때 담임과 일진아이들이 다리 밑으로 기어보라고 할 때에도 없었고,
    중학교때도, 시험기간에 같은반 애가 내 이름이 뻔하게 적힌 교과서를 가져가 숨겼다가 시험 끝나자 낙서가 가득한 채로 사물함 위에 던져두었을 때도 상담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그래야한다'라는 걸 배우지 못해서 초등학교 6년 내내 제대로 씻지도 못한 몸으로 다녀도

    그녀는 화장과 원피스로 치장하고 다니며 그것을 지적해주지 않아 내가 어디가 잘못되었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녀는 아이를 가질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아이를 존중하는 법을 모르죠.

    자기 기대에서 어긋나는 것을 경멸하고

    마땅히 부모로서 하기를 기대당하는 일반론에서 동떨어진 사람입니다.


    그녀가 내 부모이며 나를 내 뜻과 상관없이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이 '유치하고 무가치한' 것으로 매도당하는 것을 겪어야 했으며

    내가 독서를 좋아하는 것, 만화를 좋아하는 것, 티비 프로 하나를 보는 것도 '그런 거'로 평가절하되어야 했고

    내 취미, 내 장래희망, 내 성적 모두 당신의 기대와 다르다는 이유로 비웃음당했습니다.


    나는 소설을 썼지만 당신과 아버지 시야에서 항상 그것을 숨겨야 했고, 

    들킬 때마다 시간낭비한다, 찢어버린다 협박을 들어야 했습니다.


    당신은 고 3 야간자율학습으로 버스가 다 끊긴 어느 겨울날,

    피곤하다며 1시간 거리에 있는 내게 문자 한 통을 남겼고, 그 뒤 폰이 없는 내가 답장하지 못해도 확인하지 않았고,

    전교생이 모두 부모 차를 타고 떠난 뒤 지켜보다 못한 마지막 학생의 부모가 태워다주었을 때

    '어떻게 왔냐'는 질문에 내가 '기어왔다'라고 반항적으로 답하자 깔깔깔 웃으며 '기어라도 왔으면 됐네'라고 말했습니다.


    내가 어떤 성적을 받아와도 많은 부모가 그렇듯이 '네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해서 이런 성적이 나온다'며 단 한번도 칭찬해준 적이 없고

    반대로 글을 깨치는 것이 조금 늦었던 내 동생에게는 '넌 머리가 나쁘니 신앙심이라도 좋아야 한다'는 둥의 언어폭력을 일상적으로 퍼부었습니다.


    중학생인 내가 죽고싶다고 말하자, 당신은 '왜'라고 묻는 대신 '부모 앞에서 좋은 소리 한다'며 욕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정말, 정말로 수도 없이 손목에 칼을 대어보고 창문을 열어보고 차도를 지나갈 때마다 지금 뛰어들면 죽을 수 있을까 생각했던 것을 당신이 알까요?


    나는 학창시절을 하루도 빠짐없이 자살을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초등학생때는 죽을 수 있다는 것을 몰라서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중학생 때는 죽고싶다고 생각하는 게 매일 낮 내 머릿속에 맴도는 것이었고, 매일 밤 내가 침대에 누워서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나만 죽으면 되니까.

    나는 아버지도 밉고, 당신도 밉고, 선생도 밉고, 같은 반 애들도 미운데 이 사람들이 다 죽느니 나만 죽으면 다들 괜찮아지니까, 차라리 내가 죽기를 원했습니다.

    고등학생때는 마침내 방어기재가 생겨서, 아버지가 나를 또 때리면 칼로 찌르고 움직임을 봉쇄한 뒤 창밖으로 뛰어내리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집안 분위기가 안 좋을 때마다 항상 방 밖에 나갈 때 칼을 챙기고 베란다나 창문으로 나갈 동선을 무심코 계산했습니다. 아버지를 죽일 생각은 없었습니다. 내가 죽으면 가족들이 살 수 있지만, 아버지가 죽으면 다 함께 힘들어질테니까요.-이때 나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도 없었구요.-

    아버지를 죽일 마음이 없는데도 찔러야겠다고 생각한 건, 자살하려다가 실패하면 내가 죽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질 걸 직감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죽는 것은 무섭지 않지만, 아픈 것은 무서웠습니다.


    나는 꿈에서 정말 많이 자살했고, 또 간혹 아버지를 칼로 찔렀고, 그 옆에서 당신은 나를 비웃거나 비난했습니다.

    나는 이맘때쯤 학교에 다닐 때 항상 자기방어용 칼을 가지고 다녔습니다.

    마트에서 산 하잘 것없는 과도였지만,

    나는 이때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감정의 태반이었기때문에 당신에 대해서는 내가 당신을 아버지 이상으로 미워한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눈에보이는 학대는 당신보다 아버지가 더 극심했고, 나는 육체적 학대에 마음이 치우쳐있었습니다.

    하지만 항상, 더 오래 남는 것은 심리적인 학대지요.

    아버지가 내게 행한 것이 간헐적인 육체적/언어적 학대라면

    당신이 내게 행한 것은 지리하고 깊고 일상적인 심리적/언어적 학대였습니다.


    아버지가 계속해서 노력하고 후회하고 나와의 관계를 개선하려고 하니

    나는 증오만 하면 되었던 그에게 일어나는 상반된 감정에 고통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그는 진심이었고 또한 더이상 내게 손찌검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내 상처를 건드리지않고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내게 늘 미안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를 용서하고자 하는 노력을 할 수 있게되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그가 심기가 나빠질 때 긴장해야 하는 반사적인 반응이나,

    그가 내 고삼 생일날 밥그릇을 던져 깨부수고 내 얼굴에 주먹질을 한 이후로 둘이서 앉아 밥을 먹는게 무서운 것이나,

    중학생때 나를 차 뒷자석에 태우고 광란의 질주를 하며 날 패죽이려고 한 뒤 그와 차를 타는게 공포스러웠던 일이나,

    내 계속된 관계개선 거부에 홧김에 한 -내가 지금 이러는게 정말 네가 좋아서 하는 것인줄 아냐. 집안 분위기가 나빠지니 그러는 것이라는- 말이 여전히 내가 그를 용서하는 것을 가로막지만


    당신은, 전혀, 조금도, 속죄하는 마음이 없으며

    내게 당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궁금해하는 마음도 없고

    자식에 대한 애착도 없으며

    나의 고통은 돌볼 생각 없이 당신만이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내가 당신을 용서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합니다.

    용서를 구하지 않는-회개하지 않는- 자를 용서하는 것은 신마저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당신은 내게 애착이 없습니다.

    당신은 오로지 내게 교회를 갔는가에 대한 확인만을 안부하죠.

    내가 당신 시선 닿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관심이 없습니다.

    당신은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이후로 내가 학교에서 뭘 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힘들었는지 재밌었는지 묻는 일이 없었고

    -유치원때에는 간혹 그랬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내가 학교에서 무슨 일을 당하고 오든 방관했고-사실 관심이 없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지요-

    중학교에서도, 고등학교에서도,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내가 어떻게 사는지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내가 먼저 말하지 않으면 당신은 나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고, 그것마저도 내가 말한 것에 대해서만 나를 압니다.

    그리고 나를 알만큼 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당신은 나에 대해 남보다도 모르며, 내가 무슨 책을 왜 좋아하는지, 무슨 음악을 듣는지, 내 친구가 몇이 있는지, 개중 가장 내가 사랑하는 친구는 누가 있는지, 내가 사랑을 해본적이 있는지, 내가 무슨 꿈을 꾸는지, 내가 요즘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내 트라우마는, 내가 즐겨먹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여가시간에 뭘 하는지 모릅니다.

    아나요?

    난 당신이 답할 수 없다는 걸 압니다.


    나는 어린 시절 내가 자살하고 나서 당신이 후회하고 가슴을 치며 평생을 나때문에 아파하는 기대를 많이 가졌습니다.

    그리고 성인이 다 되어서야, 나는 내가 그렇게 죽어도 당신이 내게 어떤 짓을 했는지, 그게 얼마나 큰 문제였는지 인식하지 못할 것이며

    사회적인 통념과 분위기 속에 잠시잠깐 슬퍼하긴 하겠지만 평생 당신이 나를 떠올리며 후회하거나 반성하는 일은 없을 것이고

    '신앙심'으로 잘 일어설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내 신을 사랑했고-그가 죽도록 탄원하며 매달린 내 기도에 1년여동안 응답하지 않은 1년 여 전까지-

    그가 살아 숨쉬는 세계의 창조주이며 당신의 법과 선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당신의 자녀되는 기독교인이 얼마나 많이들 바로서지 못했는가-물론 바로 선 존경할만한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만-를

    많이 보고 자랐습니다.

    그 잘못된 기독교인 중 하나가 내 어미이며, 그녀는 내가 당신에게 받은 상처를 이기지 못해 허덕이며 고통스러워하고

    죽을 것 같이 심장을 쥐어뜯고, 부모와 마침내 떨어져 살게 되어 행복한 와중에도 뜬금없이 마음의 상처로 괴로워하며

    보낸 문자들-나를 이해해달라거나, 당신이 내게 무슨 짓을 했다거나, 내게 왜 그랬냐 하는 아무 소득없고 혈육에게 이해받고 싶어한 어린 마음-을 '또 제 감정에 휩쓸려 마구 보낸 문자'로 취급하고 진심으로 읽지 않았으며

    내 행위를 '포용하고 이해해야할 대상'으로 간주했습니다.


    내가 당신을 용서하고자 몸부림치며 썼던 고3때의 편지는 읽지도 않았으며,

    따지는 내게 '너는 부모에게 그렇게 상처를 줘야 속이 시원하냐'며 화를 냈습니다.

    그럼 나의 상처는? 당신이 내게 평생에 걸쳐 일구어놓은 내 상처는? 당신이 내게 한 것 중 극히 일부를 나열해놓은 내 편지가 당신에게 상처가 된다면 나는?


    나는 그녀를 사랑하려고 무던히도 노력했습니다.

    혈육이라는 것이 대체 뭔지, 계속 그녀에게 나를 인지시키고 싶어했습니다.

    그녀의 관심이나 인정이 내게 돌아오길 원했습니다.

    나를 이해하길 인정하길 원했습니다.

    그게 멍청한 짓인 걸 알면서도 그랬습니다.

    그냥 버리고 기대하지 않으면 될 텐데, 타인에 대한 기대와 애정이 많지 않은 나조차도

    그놈의 빌어먹을 '혈육'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나는 그녀를 증오하고, 증오했고, 경멸하지만

    그럼에도 그녀에게 이해받길 원했습니다.

    그녀가 내게 미안해하길, 용서를 구하길 원했습니다.

    그녀가 진심으로 탄식하고 자기 잘못을 인식하고 속죄하려고 하면 나도 용서하려고 애를 쓸 텐데,

    당신은 늘 '내가 너에게 뭘 잘못했는데?' '내가 너한테 못해준 게 대체 뭔데?'라 화를 내며 내 심장을 찢어놓았고

    당신이 죄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내가 당신을 용서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당신은 내 원망과 토로를 항상 '유치하다'라고 평가했으며,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내 외침에 '유아적인 발상'이라고 비웃으며 아버지와 함께 소파에 앉아 시시덕거렸습니다.

    유아적인 발상..........

    당신이, 내게 행한 모든 일의 주체인 당신이, 그렇게 내 상처를 매도할 때마다 나는 정말 피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당신이 사람이라면, 인간이라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죠.

    물론 당신은 지금까지도, 내게 그런 단어를 즐겨씁니다.

    그 말은 마법의 단어죠. 사람 숨을 턱 막고 입을 다물게 하는.

    나는 그런 단어를 쓰는 당신이 증오스럽습니다.


    나는 당신을 용서하고 싶어서, 당신이 내게 그러는 건 당신이 내게 이제껏 무엇을 잘못했는지 몰라서 그러는 것이라 믿고

    그것을 이해시키고 싶어서 한번 편지를 보낼 때마다 몇 일 밤을 울며 밤을 지새고 수십통의 편지를 썼다지우고

    문자 한 번 보낼 때에도 벌벌 떨며 당신이 당신 죄를 인정하기를, 그래서 내가 당신을 용서할 수 있기를 원했습니다.


    물론 당신은 제대로 읽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당신이 죄를 지었다고 인정하는 일은 더더욱 없었습니다.

    나는 그 무시와 뻔뻔함에, 오히려 나의 '패악'을 '이해하려'하는 당신의 '관대함'에 더욱 고통에 몸부림쳤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길 원했고, 관계를 회복하길 원했습니다.

    그게 그토록 당신이 싫어하는 편지를, 문자를 자꾸 써댄 이유였습니다.


    깨어있는 것만으로 나를 공포에 떨게했던 내 아버지가 진심으로 속죄하고 내게 항상 미안해하도록 성장했던 것처럼,

    당신도 예전보다는 성장했습니다.-그 점에 있어서는 나는 신에게 감사합니다. 어쨌든 신께서 비교적 좋은 영향을 주신 것 맞으니까요-

    당신은 비록 진심은 아니고 여전히 자기 중심적이며 자기가 잘못했다고는 제대로 생각하지 않았으나,

    내가 대학교 3학년쯤 되던 때부터 겉거풀이나마 내게 미안해하는 시늉을 할 줄 알게 되고

    나를 딸이라고 칭할 줄도 알게 되고 내가 화를 내도 미안하다고 말이나마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이 정말로 후회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압니다.

    당신이 그 여부에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지만,

    아빠의 애끓는 후회를 겪어본 내게는

    당신이 내가 당신의 과거를 나무랄 때에만 내가 꺼낸 말에 한정해서 미안하다고 하는 것과

    당신이 진정 내게 무얼 해왔는지, 그게 내게 얼마나 큰 상처였는지 한 번도 알려고 하지 않는 것과

    내가 당신을 용서하는 것에 하등의 관심이 없는 것이 그것을 증명합니다.

    당신의 눈 밖에서 있는 내 일상에 한 번도 어떻게 지냈는가 궁금해하지 않는 것과

    나를 당신과 떼어놓고 생각하며 당신이 마음껏 행복해하는 것, 그 와중에 나에 대한 마음씀이 전혀 없는 것도.


    당신은 마치 다윗같습니다.

    다윗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성경인물입니다.

    하나님을 찬양하며 살았던 '주의 마음에 합한 인물'이며,

    동시에 본처를 방치하고 딸이 강간당한 것을 내버려둔 쓰레기이기도 합니다.

    당신이 구해야하고 신경써야 하는 가족은 버려둔 채, 하나님과 행복해하는 당신이 그와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는 또한 당신이, '회개의 오류'에 빠진 기독교인이라는 것도 압니다.

    마치 영화 밀양의 여주인공의 딸을 강간하고 구치소에 들어간 뒤 혼자 신에게 용서받고 평안을 가지는 범죄자처럼,

    당신도 내게는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거나 내게 무얼 했는지 궁금해하지도, 가슴아파하지도 않은 채

    하나님과 기도하고 하나님에게 회개하고 하나님에게 용서받아,

    정작 피해자인 나의 상처는 돌보지 않은 채 행복해하는 당신이.


    나는 얼마전에 당신을 차단했습니다.

    전화에서 차단하고, 문자에서 차단하고, 카톡에서 차단했습니다.

    집 비밀번호도 바꾸었죠.

    아마 당신은 그 사실을 모를 겁니다.

    당신은 내게 1-2주에 한 번, 문자로 교회갔니? 라고 묻는 것만으로 연락하기 때문이죠.

    혹은 컴퓨터를 사용하며 모르는 것이 있거나.

    약 2주 전에 집에 낯선 사람이 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지만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당신은 그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 물은 적이 없습니다.

    아마 당신이 내가 당신을 차단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건 내일쯤이 될 테고,

    그러고도 아마 당신은 내가 또 '유아적인' 돌발행동으로 받아들일 겁니다.

    일시적으로 내가 '화를 못이겨' 당신의 문자에 답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겠죠.

    내가 아주 당신과의 연락망을 차단했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오-랜,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이해하지 못하겠죠.

    얼마 전까지 당신 교회까지 가서 예배까지 드리고

    '쾌활한 얼굴'로 '멀쩡하게' 잘 다니던 내가 '또' 왜 이러는지.


    내가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몸부림과, 고민과, 연기를 했는지.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기 위해서 내 목구멍에서 얼마나 많은 가시를 거쳐야 하는지.


    내가 당신을 그 묘한 비웃음, 희미한 경멸, 비웃음, 비웃음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그녀는 아동 전도사입니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지금은 대학 청년부를 교회에서 맡고 있죠.

    그녀는 제법 선량한 사람입니다.

    깊게 알기 전에는, 그 안에 얼마나 타인에 무지한가와 머리를 거치지 않고 나오는 생각없는 말과 간혹 소름이 끼치는 무공감능력, 짧은 생각, 가족-특히 자식들에게 얼마나 잔인한지를 모른다면 말이죠.

    나는 그녀가 좋은 교역자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만 없이, 진심으로.

    그녀 자신의 아이들에게만 뺀다면요.




    긴 토로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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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3/15 19:16:08  112.170.***.143  허니잼브레드  5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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