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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animal_138323
    작성자 : 한글여섯자다
    추천 : 14
    조회수 : 957
    IP : 59.18.***.48
    댓글 : 19개
    등록시간 : 2015/08/19 14:16:26
    http://todayhumor.com/?animal_138323 모바일
    마지막 길 잘 보내주고 왔습니다.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best&no=1109961&s_no=1109961&kind=humorbest_sort&page=1&o_table=animal


    새벽 4시즈음에 잠깐 눈좀 붙이고 일어나 7시부터 4시간가량 함께 있어줬습니다. 어제 발작할 때 보다는 훨씬 편하게 있어서 그나마 맘이 놓였습니다.

    함께 시간을 보내는동안 수없이 너 덕분에 행복했었다고 말해주며 옆을 지켜줬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녀석을 외롭게해주지 않으려고 최대한 몸을 같이 밀착한채로 혼자서 중얼중얼 4시간가량을 보냈습니다.

    야속하게도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뒤로한 채 아파하는 녀석을 개 유모차에 실었습니다. 몸의 위아래가 뒤집히기만해도 아프다고 소리를 내는 녀석을 실은 채 안락사를 시키기 위한 병원에 가는 와중에 녀석이 유달리 비명을 지릅니다. 도착해서 열어보니 검은색 변을 봤습니다. 이게 배내똥인가 싶으면서 착잡해지고, 한편으론 너무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맘이 굳어집니다.

    어머니와 함께 들어간 병원에서 우린 녀석의 마지막을 함께 했습니다. 아파하는 녀석에게 편하게 인사하라고 진통제를 놔주었고 거칠었던 숨이 조금이나마 진정되었을 때 살짝 안아보았습니다. 커다란 눈망울은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이 보였기에 이내 다시 진료책상 위에 녀석을 둔 채 가만히 만져주고 입을 맞춰주며 사랑한다고 수없이 말했습니다.

    이윽고 수면제가 들어가고 녀석의 거친 숨은 어제오늘 처음으로 조용해졌습니다. 최근 1~2주간 제대로 잠도 못자고 힘들어했었는데 마지막이라도 저렇게 편히 눈 감고서 조용히 숨만 쉬며 자는 녀석을 보니 마음이 아려옵니다. 저렇게 편하게 잘 수 있는 아이가 여태까지 얼마나 힘들었으면 매일밤 잠도 못자면서 돌아다니며 뒤척였을까 싶은 맘에 눈물이 납니다. 

    마지막이라는 말에 또 다시 사랑한다고, 그리고 정말 행복했었고 고마웠고 미안했다고 말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인만큼 선명하게 기억하고 싶었지만 계속해서 같은 말을 하니 명확히 기억나질 않네요. 

    마지막은 지켜볼 수 없다고 하기에 잠깐 나갔다 들어오니 위아래로 들썩이던 몸이 굳어있습니다. 늘 만지던 가슴께에 손을 얹으니 아무런 느낌도 나질 않습니다. 그제서야 녀석의 죽음이 실감납니다. 마치 자는 모습처럼 고이 눈감고 있는 녀석은 이름을 부르면 금방이라도 일어날 것 처럼 하고 있었고 아직 체온이 채 가시지 않은 몸은 심장만 다시 뛰면 살아줄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집에 오늘 길에 슬퍼하시는 어머니께 얼마나 어머니가 훌륭하고 행복하게 녀석을 키우셨는지 말씀드리며 위로하며 왔습니다. 집에 와서 녀석의 주검을 놓고 또 한참 울었습니다. 움직이지 않는 녀석을 한없이 쓰다듬고 만지면서 듣지 못하더라도 고마웠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며 조금씩 작별을 준비했습니다.

    화장을 할까 했지만 지방에 있는 아버지의 작은 땅에 묻어주기로 했습니다. 방금 전 어머닌 녀석을 데리고 그쪽으로 출발하셨고 저는 집에 남아 이 글을 씁니다. 녀석이 늘 좋아하던 장난감과 시저는 무덤 위에 놓아주기 위해 가져가고, 처음 저희와 함께할 때 부터 녀석이 물고 자던 인형은 외롭지 않게 함께 묻어주기로 했습니다. 

    이제 저는 녀석의 흔적들을 모두 담아서 버려야합니다. 물건은 지금 당장 버리지만 포동이는 제 첫 애완견이자 사랑하는 막내동생으로써 기억하려 합니다. 짧은 푸념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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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8/19 14:24:08  112.175.***.16  앵켕  591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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