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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istory_13802
    작성자 : AAA5
    추천 : 4
    조회수 : 2017
    IP : 211.224.***.208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4/01/27 21:26:50
    http://todayhumor.com/?history_13802 모바일
    불륜의 왕실사
    불륜.jpg
     
     
    단순히 텍스트 상으로만 존재하는 역사가 아니라 직접 발로 뛰면서 보고 듣고 느낀 역사의 현장들을 기록하는 학자 이은식. '불륜'의 기록을 테마로 한 『불륜의 한국사』에 이어 이 책은 왕실의 불륜을 기록한 역사서이다. 이 책에서는 특히 고려와 조선의 왕실에서 일어난 불륜의 기록을 들추어내어 왕실 배후에서 일어나는 뒷이야기까지 흥미롭게 풀어 간다.
    흔히 우리나라를 '불륜 왕국'이라고 지칭할 정도로 현대의 윤리 의식은 비참한 수준에 있다. 저자는 이러한 모습은 역사의 반복이 나타나는 양상이라고 지적한다. 불륜의 역사는 과거와 현재를 꿰뚫는 일그러진 우리의 자화상이라는 것이다. 역사라는 이름의 거울로 보이는 자화상은 우리 사회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계기가 될 것이다. 엄숙한 왕실의 장막 속에 감춰져 있던 욕망의 군상들이 적나라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겉으로는 엄숙하고 장엄해 보이는 궁중 안에서 벌어지는 일탈의 모습들은 어떠할까.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는 『불륜의 왕실사』 1부에서는 고려의 왕실사, 2부에서는 조선의 왕실사 속에서 찾아낸 불륜의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김치양과의 불륜을 지키기 위해 아들을 외면하고 나라를 뒤흔든 천추 태후, 아버지인 충렬왕과 아들인 충선왕을 번갈아 모시며 국가를 혼란에 빠지게 한 경국지색 숙창 원비, 문란한 여자 관계와 나태한 국정 관리 모습으로 자신의 아들은 물론이요 신하들마저 불충不忠으로 이끈 충숙왕을 통해 자유분방한 윤리의식 속에서 위태롭게 유지되어 간 고려 왕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또한 내시와의 간통이라는 희대의 불륜을 저지른 세자빈 유씨와 형제의 여자를 품에 안음으로써 젊은 목숨을 내놓아야 했던 화의군, 그리고 희대의 폭군으로 유명한 연산군의 방탕한 행적을 통해 엄격한 조선 사회의 왕실 안에서도 현대의 그것과 다를 바 없는 불륜의 모습이 펼져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역사 속 인물의 모습들이 저자가 직접 발로 뛰면서 보고 듣고 느낀 기행문들과 함께 어우러져, 텍스트상에서만 존재하는 역사가 아니라 실제로 역사적 현장에 다녀온 듯한 현장감과 감동을 함께 전달해 주고 있다. 시중에 넘쳐나는 화려한 서양사의 기술에 밀려 점차 잊혀지고 왜곡되어 가는 우리 역사의 다양한 면모를 이 책을 통하여 다시 한 번 돌이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고려와 조선을 넘나드는 왕실 불륜의 기록
    우리는 자유분방한 성 윤리 의식을 지녔던 고려와 엄격한 유교적 윤리가 사회를 지배했던 조선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고려와 조선의 2부로 구성된 ‘불륜의 왕실사’라는 제목을 봤을 때는 독자들은 고려 왕실사의 이야기가 좀 더 자극적으로 부각되었을 것이라고 예상할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역사가 인간의 이야기라는 점을 생각하면 시대가 고려든 조선이든, 또 그 현장이 일반 저잣거리든 왕실이든간에 인간 본연의 모습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또한 저자가 직접 발로 뛰며 찾아낸 역사 기행을 통해 과거의 역사가 문헌상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우리와 함께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전달해 주며, 이러한 역사라는 거울을 통해 우리의 현 모습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를 삼고자 하는 것이 저자의 진정한 집필 의도가 아닌가 한다.
     
     
    [필사]
     
    -"아아. 이 내몸은 팔자가 기구하여 횅한 연못 속에 홀로 핀 연꽃처럼 시들어 가고 있다오."
      "넓은 연못에 홀로 핀 연꽃이라니 왕후 마마의 아름다움에 따거 들어 맞는 표현이구려. 왕후 마마, 기달리면 휘영청 밝은 달이 떠올라 몽롱한  빛을 연꽃 위에 비춰주리라."
     
    - 밤낮없이 굽이쳐 흐르는 강물은 당장 무엇이든 삼켜버릴 것 같은 기세였다. 한강과 서강 언덕바지 잡목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벼랑 아래로 시퍼렇게 굽이쳐 흐르는 강물 속 깊이는 아무도 가늠하는 이가 없었다. 어느 때는 사람의 키보다 두어 발 더 깊다고 하고, 또 어느 사공은 물굽이 속에 휘말려들어 갔다가 이상한 괴물을 보고 겨우 살아나왔다는 등 전해지는 이갸기가 구구했다.
     
    - 우주의 섭리가 무엇인가. 물 흐르듯 세상을 순리대로 살아가라고 보이지 않게, 들리지 않게 우리 인간들에게 가르쳐 주고 있지 않은가. 몸에 맞지 않은 큰옷을 입은 강비는 결국 자신이 입고 있던 옷자락에 걸려 넘어진 꼴이 되고 말았다.
     
    - 살아가는 태도 또한 제각가이어서 시대의 아픔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용감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마음으로는 정의를 지지하면서도 실제 삶에서는 실천이 뒤따르지 않았던 사람들, 철저하게 시대의 요구를 외면한 채 권력에 충성한 사람들도 있었다.
     
    - 물은 그릇에 차면 넘치고 고운 꽃은 시간이 지나면 그 생명을 다한다 하였다. 화의군의 비행은 마침내 마당에서 꿀을 빨던 나비가 높은 담장을 팔랑팔랑 넘어가듯 세상 사람들의 귀로 퍼지기 시작했다.
     
    - 제 아무리 거대하고 견고한 배도 밑바닥에 난 조그만 구멍이 원인이 되어 침몰해 버린다고 하지 않던가.
     
    - 불처럼 이는 취기를 잠시 다스리고자 침전에 누웠을 뿐인데 예상도 못했던 잠이 마구 쏟아지기 시작했다. 꿈이었을까. 침상에 누워 곤하게  자다가 이제 막 눈을 뜨려는데 꽃 향기가 은은하게 퍼졌다. 그와 함께 무언가 묵직한 것이 다가와 박씨의 몸을 뻐근하게 내리 눌렀다. 죽었던 남편이 10년만에 살아 돌아온 것일까. 박씨는 묵직한 물체를 마주 부둥켜안으며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
     
    - 드디어 원통한 시간도 암담한 순간도 다 지나고 삼각산 마루에 뿌연 아침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궁중에서는 인륜을 저버린 추악한 일이 간밤에 벌어졌는데 동쪽 누리에서 환히 쏟아지는 햇살은 밝기만 하였다.
     
    - 마침내 월산 대군 사정 앞에 도착하여 언뜻 살피니 가을 햇살이 사저를 따스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박 씨는 부신 눈을 어쩌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그 순간 남편 월산 대군이 눈꺼풀 한쪽에 숨어 있었던 것처럼 또렷한 형상을 이루며 떠올랐다. 흠칫 놀란 박 씨는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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