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없으므로 음슴체 쓰게씀
현실도피 삼아 시작한 온라인 게임.
길드생활까지 하면서 꽤 심도있게 했었음.
그리고 1년간 하다가 접기로 결심하고 쓰는 후기.
1.
내 캐는 존나 짱짱쎄지고 예뻐지고 때깔 좋아지고 심지어 돈도 많은데
현실의 나는 게임한다고 제대로 씻지도 않고 옷도 안 갈아입어서
얼굴 뒤집어져서 여드름나고 눈꼽은 덜렁거리고 눈도 벌겋게 충혈되어있고
앉아만 있으니 뱃살은 늘어나고 안그래도 살많던 다리는 진짜 코끼리다리 되고
머리는 무슨 구한말 농민봉기 나갈마냥 질끈 묶고 감지도 않아서 번쩍번쩍거림. 기름덕분에 ㅋㅋ
이력서랑 자소서 쓰는데 스펙이 넘 구려서 쓰지도 못하고
심지어 돈도 없어서 부모님께 여지껏 용돈 타 씀..엄마아빠 죄송해요...
2.
그리고 또 하나 느낀거는 별 거 아닌 사소한 단어와 말꼬투리 잡는데 선수가 됨.
사람이 살다보면 뭐 말 실수도 할 수 있고, 오타를 칠 수 있는데
예전에는 그냥 껄껄 하고 웃어넘겼을 것을 되게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걸 발견함.
오프에서 사람을 접하지 않다보니 정말 사소한 일도 크게 다가와서 엄청 감정적으로 사람이 변함.
우리집 고양이들이 그런 나 때문에 고생을 좀 함..배추야, 무우야 미안해
3.
돈 번다고 열심히 노가다해서 하루종일 컴퓨터 켜놨는데 벌어들인 겜머니를 꽤 벌었다고 좋아했는데
계산해보니 현실돈으로 이 천원 밖에 안 됐음. 뭐 이건 내가 수완이 부족해서 그랬을 수 있음.
그렇지만 전기세며, 내가 들인 시간대비 참 많이 허무했던건 사실임.
4.
제일 하지 말았어야할 것을 해버림. 겜에서 썸탄거 ㅋ..
결혼시스템이 있는 겜인데, 어떤 남자가 결혼하자해서 그냥 ㅇㅋ함.
단어의 힘이 참 무섭기 때문에, 결혼하고나서 누구의 부인, 남편 타이틀 생기니 급속도로 친해짐
카톡도 하고, 썸도 타고 사이버러브 랜선러브 ㅋ..
물론 뭐 겜에서 만나서 실제로 결혼까지 하는 사람들도 꽤 있음.
익명의 힘을 빌어서 말하자면, 나도 쪼끔 기대했던 건 사실임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어느순간 나도 모르는 새에 얘한테 집착하게 되고, 카톡 5분 대기조가 된 건 당욘.
2번과 겹쳐서 일상생활에서 감정기복도 엄청엄청엄청 심해짐. 울엄마아빠는 내가 백수라서 우울증온걸로 착각함..엄마아빠죄송해요...
근데 웃긴건 남자애가 여친이 있었음. 나는 여기서 1차 멘붕이 옴. 여친있는데 왜 겜에서 나한테 결혼하자함?
근데 길드 사람들 반응이 더 멘붕이었음
커플놀이는 이성끼리 해야 재밌다고 ㅋ 다들 현실여친남친 있는데도 그러는 거라 함. 게임에 있는 컨텐츠를 즐겨야지 썩히냐고.
나는 내 남친이 겜속에서 다른 여자랑 쟈기야 이러고 있으면 눈 뒤집혔을꺼임
나랑 결혼한 남자애 반응도 할 말을 잃게 만듬. 내 여친은 쿨해서 이런거 신경안쓴다고. 걔는 게임 안하니까 신경쓰지말라고.
시발 겜에서 쟈기야 자기야 뽀뽀해죠 이딴짓을 안 하는 줄 알고 신경을 안 쓰겠지 미친놈아;;
세상에 어느 여자가 어? 자기 남친이 겜에서 다른 여자랑 결혼하고 쟈기야쟈기야 하고 뽀뽀해달라하는걸 쿨하게 넘김?
참고로 나는 얘랑 겜결혼생활 디게 오래 유지했는데도 몰랐었음..내가 등신이었긴했음...시발...
현실버전으로 비유하자면 딱 그거. 오피스 와이프, 오피스 허즈번드.
근데 나만 예민폐, 보수적인 인간 됨...지금 뭐 길드원들이랑도, 그 남자랑도 어색어색해짐.
결론 : 물론 저런거 안 하고, 안 겪고 일상생활과 조절 잘 하는 사람들이 더 많으리라 생각함.
내가 게임에서 특이한 경험을 했던 것일 수도 있음.. 그렇지만 다시는 온라인게임 안 할 예정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