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꺄악!”
새로 구입한 벽걸이 텔레비전을 감상 하던 나는 원인 모를 고함 소리에 저도 모르게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졸음이 막 쏟아지던 참이라 정신이 몽롱 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 새된 고함소리가 내 심장 한 가운데를 얼음송곳처럼 파고들었다.
“뭐, 뭐야!”
“아빠!”
고함의 출처는 딸 아이 윤지의 방인 듯 했다. 윤지는 방금 전에 양치질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러 제 방에 들어가지 않았던가. 나는 서둘러 딸 윤지의 방으로 달려갔다.
“무슨 일이니?”
방문을 염과 동시에 다급한 질문을 던졌다. 윤지는 제 몸 보다 커다란 곰 인형을 끌어안고 있었다. 태어 날 때부터 유난히 검은자위가 큰 윤지의 동그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무서운 꿈이라도 꾼 것인가.
“아빠 저어기.......”
이제 여섯 살 난 앙증맞은 윤지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괜히 마른침이 꿀꺽하고 넘어갔다. 윤지의 고함소리에 이토록 겁을 집어 먹다니.
하지만 긴장된 시선이 닿은 곳엔 부팅되어 지잉- 거리는 소리를 내는 컴퓨터만 있을 뿐이었다. 안도의 한숨이 새나오기도 했지만 한 편으론 이 시간에 켜져 있는 컴퓨터가 이상하다고 생각되었다.
“요 녀석 아빠 몰래 또 컴퓨터 했지?”
“응......”
“인터넷에서 무서운 사진이라도 봤니?”
“아니야. 쩌기 컴퓨터 뒤에서 지네 같은게......”
“지네?”
나는 다시금 컴퓨터로 시선을 옮겼다. 이 고층 아파트에, 승용차들이 즐비한 이 거대한 도시에 대나무 숲에서나 나올 지네가 나왔다니 믿기 힘든 일이었다. 지네는 습한 나무 밑에서 사는 게 통상 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런 시멘트벽에 지네가 기어 다닌다니.
나는 필시 윤지가 잘 못 본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컴퓨터쪽으로 다가갔다. 아직 어린 아이가 지네를 본 적이 몇 번이나 되겠는가. 바퀴벌레 따위를 잘 못 본 것일 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며 벽에 바짝 붙은 모니터 머리를 내 앞으로 당겼다. 그러자 모니터 뒤에서 무언가 쏜 살 같이 천장을 향해 튀어나가는 게 보였다. 나는 뒤로 주춤 물러서서 그 존재를 확인했다. 그리고 내 시선에 놈이 들어온 순간 나도 모르게 그 이름을 중얼거렸다.
“그리마......”
겨우 삼 센티미터나 될 까 싶은 녀석은 손이 절대로 닿지 않을 높이에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녀석을 잊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녀석도 이제는 날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또다시 녀석이 나타나 범접할 수 없는 위치에서 날 내리깔아 보고 있다. 녀석의 조롱이 들려오는 듯 한 착각이 일었다.
‘날 벗어났다고 생각했겠지. 아직이야. 난 아직 더 먹어야겠다. 네놈이 내 새끼들을 무참히 짓밟았던 생각을 하면 겨우 이정도로 멈출 순 없지. 더먹어야 겠다...... 네놈의 공포를.’
녀석이 턱밑에 숨겨진 잔혹한 주둥이로 기다란 더듬이를 핥고 있었다. 녀석은 사냥을 하기 직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습성이 있다.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나는 녀석을 해 할 수도 그렇다고 쫓아 낼 수 도 없었다.
윤지의 방문을 바깥에서 걸어 잠그고, 공구함에 있던 실리콘 건을 쏴 방문 틈 사이를 모조리 봉 하고 나서야 안심이 되었다. 윤지는 안방에서 재웠다. 나는 불이 모조리 꺼진 거실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텔레비전은 이미 정규방송이 끝난 지 오래인지 지직 거렸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다 끝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지금껏 일어났던 그 모든 재앙이 놈의 짓이라고 생각하는 건 비약의 수준을 넘어서 정신병이라고, 다른 사람이 들으면 그렇게 생각할지 몰랐다. 하지만 최근 별 일 없다가 아내와 이혼을 한 것도 따지고 보면.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나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모든 게 망상이다. 그렇다 망상. 그 조그마한 벌레가 무슨 힘이 있다고 내게 그런 재앙을 내린단 말인가. 신의 손이라도 된단 말인가.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머리와는 달리 온 몸은 아직도 긴장으로 경직 되어 있었다. 오랜 기억. 벌써 십수년도 더 된 기억이 날 공포로 밀어 넣었다. 그때 공포에 사로잡혔던 내 육신이 그 일들을 낱낱이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몰려오는 졸음 속에서 그 시절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1. 돈 벌레
“승민아 곧 여름 방학이지?”
화장대에서 볼에 분을 찍어대던 엄마가 물었다.
“응.”
“너 큰 집에 다녀온지 얼마나 됐니?”
“글쎄, 중학교 1학년 때니까 작년인가?”
침대 위에서 만화책을 보던 나는 엄마가 질문을 던질 때마다 흘깃 화장하는 엄마를 훔쳐보았다. 막 새빨간 루즈를 입에 바르던 엄마는 화장을 다 끝냈는지 화장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엄마가 화장을 하는 일은 딱 두 가지였다.
“동창회야?”
“아니.”
“반상회야?”
“아니.”
“그러엄?”
“엄마 젊어 보이지 않니?”
엄마는 내 질문에 답하는 대신 어울리지도 않는 원피스를 입고, 마치 거울을 보듯 날 보며 빙글 돌았다.
“으,응.”
“엄마 일 나가.”
“뭐어?”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아빠가 돈을 못 벌어 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엄마가 집안일을 못 마땅해 하는 것도 아니었다.
“왜?”
나는 퉁명스레 물었다. 입이 한 치는 튀어 나왔다.
“어머 왜 그렇게 뿔이 났니?”
“아니야.”
“승민아 엄마도 꿈이 있어. 네 아빠만 회사에서 능력 뽐내고, 사회에서 인정받고 살란 법 있니? 엄만 말이지, 무려 이대 나온 여자다.”
“난 이댄지 서울댄지 그런 거 잘 몰라.”
“아무튼! 그래 여름 방학까지 며칠 남았다구?”
“그건 자꾸 왜?”
“할머니가 네가 보고 싶다는 구나.”
“그래? 그럼 내려갔다 오면 되겠네?”
엄마는 대답 없이 싱긋 웃었다. 저런 표정은 아빠에게 용돈을 타 쓸 때나 짓는 표정이다. 지금은 말을 꺼내기엔 켕기는 게 있다는 이야기다.
“설마.......”
“요즘 식모도 믿을 만한 사람이 없고, 그렇다고 파출부를 쓰자니 괜한 낭비 같잖니.”
“싫어!”
“어머 얘 봐라. 할머니가 널 얼마나 이뻐 하시니! 숙부도 있고, 네 사촌들도 있는데 방구석서 그런 너덜거리는 만화책 보고 있느니 거기서 비석치기라도 좀 하며 놀면 얼마나 좋니?”
“싫다니까.”
“엄마는 어릴 때 비석치기라면 사족을 못 썼어요. 자치기는 또 어떻구?”
엄마는 혼잣말을 하며 머리를 올려 묶고 있었다. 젠장, 이건 전부 엄마를 위한 일이다. 사실 큰 집에 내려가는 건 즐거운 일이긴했다. 여기처럼 무진장 덥지도 않고, 수박서리 같은 스릴 넘치는 일을 마음껏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의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엄마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어린 내게 쥐어진 결정권은 평생 일만 하다 죽는 한 낱 일개미 보다도 적었다. 며칠 뒤 결국 나는 두 손에 한 아름씩 짐을 짊어지고, 큰 집 대문 앞에 서있었다. 왠지 억울한 기분이었다.
방청용으로 국방색 페인트를 칠해서 그런지 대문은 전에 없이 새것 같았다. 대문은 당연하다는 듯 열려 있었다. 도시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여기선 하루 종일 대문을 열어놔도, 아무것도 도둑맞지 않았다. 뒷간에 널린 구더기 한 마리도 사라지지 않는다.
“승민이 왔나!”
대청마루에서 점심을 자시던 할아버지가 달려 나오셨다. 여전히 정정하신 모양이었다. 할아버지는 얼마나 반가와 하시는지 뒤집어 신은 고무신이 그것을 대변해주는 듯했다.
“잘 계셨죠?”
“그래 욘석아 얼른 들와라. 아가! 밥 한 공기 더 얹어라이. 도토리 마냥 쌓아서 올리라.”
“예.”
숙모가 고쟁이를 여미시며 부엌으로 종종걸음 하셨다. 뚝 에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고, 나 때문인지, 원래 그런지 밥상머리는 왁자지껄 했다. 우리 친가네 식구들이 워낙에 유쾌한 사람들이 많다 손 치더라도, 큰 집 분위기는 더없이 좋았다. 뭔가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랄까. 이곳에 있음 마치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았다.
“그래 공부는 잘 되고?”
숙부가 물었다. 잘 정돈된 머리카락 사이로 어느새 희끗거리는 새치가 몇 가닥 삐져나와 있었다. 작년만 해도 보이지 않았는데.
“네. 숙부.”
“승민아 밥 먹고 행님이랑 밭에 나가자. 재밌는거 보이줄게.”
“응?”
사촌 형인 철이 형이 말했다.
“니 온다는 말 듣고, 행님이 준비한 쏘프라이즈 한 선물이제!”
“니 사촌 행님아 놈이 요즘 영어 공부 한다꼬 집에서 꼬부랑 말을 쓴다. 숙모는 야. 저게 맞는 말인가 아닌가 분간이 안 간다. 승민아 저놈아가 지금 맞는 말 쓰는거 맞나?”
“헤헤 네.”
“엄마는 아들이 그러코롬 못미덥습니까?!”
“하하하하.”
밥풀을 튀겨 가며 항변 하는 형의 모습이 어찌나 우스꽝스러운지 온 식구들이 다 배꼽을 잡았다.
밥상이 치워지자, 형은 이른대로 날 밭으로 이끌었다. 부엌을 통과해 나가자 고추밭이 펼쳐져 있었다. 중간 중간에 세워진 대나무 받침대를 보고 있자니, 작년에 올랐던 뒷산에 널린 대나무 숲이 떠올랐다. 거긴 성냥개비만한 것부터 큰 건 볼펜만한 지네가 득시글했다.
“이게 뭔지 아나?”
형이 등 뒤로 숨겨두었던 물건을 꺼내 내게 보여줬다. 작은 유리병이었고, 그 안에 젖은 상토가 약간 들어차 있었다. 유리병 마개는 얇은 비닐 막으로 작은 구멍이 송송 나 있었다. 딱 이쑤시개 하나 너비만 했다.
“뭔데?”
“사육통이다.”
“사육통?”
“그래 사육통. 이 행님이 지난해부터 이놈아 저놈아 곤충을 키워왔단 말이제. 안다 아이가 이 행님이 스,스 뭐냐 그래! 스릴 넘치는거 좋아하는거. 언놈이 제일 멋지게 사냥을 할까 싶어가 요놈저놈 키워 봤제. 그란데 등잔 밑이 어둡다카더니, 모판 밑에 널린 돈 벌레 놈이 내를 감동 시키더라 이 말 아이가. 오늘 행님이 게 중에 제일가는 놈으로 한번 보여줄꾸마.”
“......”
곤충 채집은 국민 학교 때나 했던 일인데, 형은 나보다 세 살이나 많으면서 아직도 이런 놀이에 빠져있다니. 난 진심으로 형이 고등학생인지 의심스러웠다.
유리병에는 모래만 채워져 있을 뿐,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지만, 형이 다시금 보여준 유리병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생선가시마냥 얇고 다리가 수십개 달린 괴생물체가 들어있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생물이었다.
“이게 뭐야?”
“돈 벌레 라니까.”
“돈 벌레?”
“그래 이놈이 내가 보여줄 멋진놈 이제. 잘 봐라 이놈이 어떻게 사냥하는지.”
암갈색을 띄고 있는 그 벌레는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빴다. 지네를 몇 번 접한 적이 있었는데, 나는 다리 많은 벌레에는 영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건 과학시간에 선생님이 보여준 사진에 등장했던 노래기건 쥐며느리건 다 마찬가지였다.
밭을 이리저리 걸어 다니자, 청량음료의 기포처럼 벌레들이 통통 튀어 올랐다. 메뚜기 들이 어찌나 극성맞게 뛰는지 팔뚝, 다리 도 모자라 얼굴까지 튀어 올라 눈두덩을 얻어맞기 까지 했다. 어찌나 살이 통통한 놈들인지 자갈에 맞은 것처럼 욱신거렸다.
“형 뭐 찾는 거야.”
“사냥 감.”
“아이 참, 그냥 가자.”
“잡았다 요놈!”
철이 형은 벌레를 잡기 위해 구부렸던 등을 펴더니 나를 바라보며 돌아섰다. 멀찍이 떨어져 있어도, 형의 왼손에 들려 있는 게 벌레라는건 알 수 있었다. 형은 내게 다가왔다.
“바퀴벌레아냐!”
“그래 바퀴벌레지.”
형이 그 흉물스런 바퀴벌레를 아무렇지 않게 손으로 잡고 있는 걸 보자 혹시 저 돈 벌레라는 놈도 저렇듯 아무렇지 않게 손으로 잡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카락보다도 얇은 저 가느다란 수십개의 다리가 내 손아귀 안에서 기어 다니는 상상을 하자 소름이 다 돋을 지경이었다.
“왜?”
“아니야.”
나는 애써 겁을 집어 먹지 않은 척 했다. 또래의 남자아이들에겐 쓸데없이 허세를 부리는 경향이 많았다. 나도 그런 것 때문에 형 앞에서 주눅 들지 않은 척 했는지 모른다.
“얼른 와봐라.”
형을 따라 서둘러 대청마루로 달려갔다. 형은 무척이나 신이 난 듯 했다. 우리는 마루에 도착하자마자 마루에 유리병을 올리고 마당에 쪼그려 앉았다. 양팔을 마루에 얹고 턱을 괸 채 나는 유리병을 들여다보았다. 돈 벌레는 미동도 없었다. 이 유리병 속에서 꽤 오래 있었는지 적응이 된 모양이었다. 형이 유리병 마개를 살며시 들어올렸다. 감겨있던 고무줄을 팽팽하게 당겨 비닐을 들어 올리고, 새끼손톱만한 바퀴벌레를 던져 넣었다. 그러자 미동도 않던 돈 벌레가 유리병을 뱅글 뱅글 돌기 시작했다. 일순간 멈추는가 싶더니 우물쭈물 촉각을 허공에 내던지는 바퀴벌레를 향해 점프를 하는 게 아닌가!
나는 숨을 죽이고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얼마 전에 개봉한 괴수영화 에일리언의 기생생물처럼 수많은 다리를 먹잇감에 밀착시키는 모습이었다. 녀석은 워낙에 가벼운 몸을 가져서 그런지, 바퀴벌레가 몸부림을 치자 마치 뱀처럼 똬리를 틀고 이리저리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그러자 바퀴벌레의 몸부림이 조금씩 둔해지기 시작했다.
“죽인다 죽여! 역시 돈 벌레야!”
나는 흘긋 철이 형을 바라보았다. 형은 돈 벌레의 사냥솜씨에 지나치게 감탄한 표정이었다. 나는 소름 돋는 그 광경에 혀를 내두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꽤나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어떻노 돈 주고도 못 볼 구경거리 아이가? 작년에 써커스단이 마을회관에 왔었는데, 그거 보다 훨씬 재밌다.”
“너무 징그러워.”
“쯧쯧. 인마 이 세상은 원래 먹이사슬로 돌아간다고, 약한 놈은 맥히는거야. 쎈 놈이 지배하는 세상이지!”
철이 형은 쎈.. 어쩌고저쩌고 이야기 할 때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약한 놈을 유리병에 던져 넣고, 그런 말을 하다니, 사마귀 같은 포식자를 넣어도 저 돈 벌레가 이길 수 있을까.
“근데 저게 다 큰 거야?”
“내도 몰라. 계속 허물을 벗더라고, 키운지 삼 개월 쫌 됐나? 원랜 쥐똥만했다. 근데 몇 번 허물을 벗으니 저렇게 크더라고. 더 큰 것도 많이 봤는데, 다 큰놈은 사육하는 맛이 없제.”
철이 형은 연신 키득거리며 유리병을 들고 일어섰다. 유리병속에 바퀴벌레의 모가지가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게 얼핏 보였다. 식탐도 여간 내기가 아닌 모양이었다. 순식간에 자기 몸뚱아리 만한걸 먹어치우다니.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철이 형은 전에 없이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장난기가 워낙에 많은 형이었지만, 어린 내가 봐도 언제 철이 드나 싶을 지경이었다. 철이라는 이름에게 송구스러울 따름이었다.
“뭔데?”
“진이 놀래키자.”
“진이 누나?”
진이 누나는 나보다 두 살 이 많았다. 왈가닥인 형과는 달리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에 시골사람들처럼 그을린 까무잡잡한 피부도 아니었다.
“뭐하게?”
“사실 요놈 키우는 것도 싫증이 나던 터였는지라. 방생 해줄까 싶은데. 뼈와 살을 도려내는 정성으로 키우던 놈인데 죽일 수는 없제. 이제 사막신을 키워볼라고.”
“사막신?”
“사마귀지. 아무래도 곤충의 신은 사막신이 아니겠나?”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허탈하게 웃었다. 형은 음흉한 미소를 머금은 채 돌아섰다. 형의 꿍꿍이는 알 길이 없었지만, 머지않아 드러났다.
마루에 저녁상이 차려지고, 시끄럽던 매미소리도 잦아들 때 쯤 이었다. 진이 누나와 숙모는 밥공기에 밥을 푸고 있었고, 숙부와 할아버지는 바둑을 두는데 열중해 있었다. 철이 형은 어딜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할머니 는 다락방에서 삼베를 짜는데 여념이 없었다. 작년에 할머니께 여쭸을 땐 삼베를 짜서 여섯 남매를 키우셨다고 하셨다. 물론 할아버지는 굳은살이 다 박힌 양손을 내게 펼쳐보이시며 이렇게 반박 하시곤 했다.
“그람 내가 모판 들어 번 돈으론 우리 승민이 과자나 사줘야겠네. 그렇제 임자?”
그러면서 할아버진 그 까슬까슬한 손으로 내 두 볼을 어루만지시곤 했다. 따끔거렸지만 사랑이 느껴지는 손길이었다.
“진아 아부지랑 할아버지 냉수 떠놔 드려라.”
“네.”
부엌에서 수저를 꺼내던 진이누나는 두 손을 앞치마에 쓱쓱 문지르더니 마루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평소처럼 각 얼음을 꺼내려 냉장실 문을 열었다.
쨍그랑!
“꺄악!”
“뭬냐? 앙?!”
“진아 무슨 일이고?”
“뭔 일이고? 밥상머리 앞에서.”
유리병이 마루에 부딪혀 깨지는 소리보다 누나의 새된 고함소리가 더 소름 돋았다. 누나는 무척이나 놀란 듯 바닥에 주저앉아 고개도 들지 못하고 있었다. 다락방에서 뛰쳐나오신 할머니, 바둑판을 엎고 달려 나오신 할아버지, 숙부. 주걱을 들고 그대로 나오신 숙모 그리고 쌀가마 창고 뒤에서 숨죽이고 있던 철이 형까지 모두 냉장고 앞으로 몰려들었다. 형의 계획이 적중한 것이다.
“철이 놈 짓이제.”
할머니가 빙긋 웃으면서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손사래를 치시며 다시 다락방으로 들어가셨다. 숙모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져선 냉장고 옆에 세워둔 몽당비를 들었다.
“철이 이놈의 자슥!”
저녁상 앞에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형은 숙모에게 붙잡혀 엉덩이가 곤죽이 되도록 맞고, 울상이 되었고, 진이누난 많이 놀란 모양인지 쉽사리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시시식......
숙부가 깨어진 유리병을 치우는데, 돈벌레가 민첩하게 도망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목만 남은 바퀴벌레도.
“진아 방에 들어가서 쉬어라.”
진이 누난 숙부의 말에 소매로 눈시울을 훔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봐도 누나는 그 누구보다도 순수하고 마음이 여린 사람이었다. 적어도 그때까진.
저녁을 먹고 나니 해가 뉘엿뉘엿 산등성이를 타고 넘어가는 게 보였다. 하늘엔 노랗게 노을이 지고 있었다. 저 노을이 마저 타고 나면 이 시골은 겨우 저녁 여덟시께 어둠에 잠기곤 했다. 나는 그 어둠이 좋았다. 땅은 어둠에 잠길 지라도 하늘은 더없이 밝게 변하니까 말이다. 가로등 하나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은 이곳에선 은하수가 육안으로도 식별이 가능했다. 천체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아버지가 사준 고급 쌍안경으로 가끔 별들을 관찰하고 했던 터라 이 시골의 밤이 오면 마치 유토피아에 온 기분이었다. 마루에 누워보니 네모난 기와지붕 너머로 별들이 하나씩 그 불을 밝히고 있었다. 여전히 뚝 에선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옥수수가 익어가는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수박 먹어라 승민아.”
숙모가 부엌문을 열고 나오셨다. 커다란 쟁반을 한손에, 달덩이 만한 수박을 다른 한손에 들고 마루로 올라오셨다. 수모는 냉장고 위에서 신문지에 싸진 부엌칼을 꺼내선 능숙한 솜씨로 수박을 썰었다. 수박이 쩍 하며 반으로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식구들이 마루로 나왔다.
“마루에서 자려면 모기장을 쳐야겄다. 길에 등불도 없응께 잡 벌레가 다 마루로 날아드는 모냥이다.”
할아버지가 중얼거리셨다.
“그래야지요. 아예 방충망 달린 문짝을 달아야 쓰겄어요.”
숙부가 받아쳤다.
그날 밤 숙부가 마루에 모기장을 쳐주셨고, 난 도시에서 느끼지 못했던 선선한 밤을 느끼며 잠을 이뤘다. 이렇게 즐거워 할 거였음 어쩌면 엄마의 말을 고분고분 듣는 게 더 좋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뚫린 마당 위로 별똥별이 하나 둘 긴 꼬리를 그리며 떨어졌다. 그렇게 여름방학 첫 날이 저물었다.
이른 아침 마당에 드리운 햇살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싶었는데, 발치 마당에 숙부가 밀짚모자를 쓰고 서 계셨다.
“승민아 일어났나?”
“네......”
나는 두 눈을 비비적거리고, 세수를 하러 마당으로 나갔다. 세수를 다하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있자 철이 형이 숙부처럼 밀짚모자를 쓰고, 마당으로 나왔다. 형의 손엔 밀짚모자가 하나 더 들려 있었다.
“승민아.”
숙부가 부르셨다.
“예?”
“일손 좀 쪼끔 도와줄수 있겠나?”
숙부는 미안한 듯 멋쩍게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철이 형은 내게 밀짚모자를 건넸고, 이어 할아버지가 부엌에서 냉수를 들이키시며 나오셨다.
“네. 어떤 일인데요?”
“별거 아이다. 일손이 하나라도 더 있을 때 치워버리려고 했던 건데, 모판 좀 창고에 들여놓자 내일 모레 태풍이 올지도 모른다니까."
"네.“
마당을 지나 대문 밖을 나서자 벽 옆에 수북하게 쌓인 모판이 있었다. 지붕이 깊게 뻗어 햇빛이 드나들지 않아서 그런지 주변은 썩은 나무와 낙엽들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지난 장마 때 내렸던 빗물이 그대로 고여서 여기저기 웅덩이 진 곳도 더러 있었고, 모판 끄트머리 에는 거미줄이 무성하게 쳐져 있었으며, 그곳엔 반드시 알사탕만한 호랑거미들이 기세등등하게 붙어 있었다.
“.......”
모판이 무거울 것 같아서도, 일이 고될 것 같아서도 아니었지만 왠지 께름칙한 기분이 들었다. 빨리 해치워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나는 앞장서서 모판 대 여섯장을 두 손으로 들어올렸다.
“야 승민아 잠깐 장갑.......”
형이 말을 하려는 찰나에 나는 모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동시에 두 손을 기어 다니는 소름끼치는 감촉에 모판을 땅에 던지다 시피 떨어트리고 말았다. 손에 중지만한 돈 벌레가 기어오르고 있었다.
시시식......
“으아아악!”
떨어트린 모판에선 후두둑 떨어진 수십. 아니, 수백 마리의 돈 벌레가 기어 나왔다. 크기가 천차만별이었다. 녀석들이 사방으로 퍼지는 가운데 나를 향해 다가오는 놈들을 보자 아득한 공포가 몰려들었다. 나는 손에 붙은 놈을 떨어트리고, 녀석들을 마구 밟기 시작했다. 모판이 들린 곳에서도 엄청난 숫자의 돈 벌레가 기어 나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드는 기분이었다.
“뭐하는 짓이고!”
“허...헉......헉......”
할머니의 호통에 정신을 차린 나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빈대떡이 되어 있는 돈 벌레들이 눈에 들어왔다. 놈들의 제 몸 뚱아릴 벗어난 수십개의 다리들이 아직도 살아서 꿈틀거리는 모습에 혐오감이 몰려들었다.
“뭐하는 짓이냐고 안 묻나?!”
뒷짐을 지고 서 계신 할머니가 또다시 역정을 내셨다. 일전에 본 적이 없는 무서운 표정이었다.
“버, 벌레가.”
“저게 다 집안에 기름기 인데 우째 그리 짓이기냔 말이다!”
“......”
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하릴없이 철이 형과 숙부를 바라보았다. 할아버지는 묵묵하게 모판을 나르고 계셨다. 그 와중에도 모판 사이에서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돈 벌레가 기어 다녔다. 이제 보니 형과 숙부는 이 더운 여름에 긴 팔 위에 장갑을 꼈고, 긴 바지 위로 장화를 신고 있었다.
“그러기에 내가 장갑을 끼라고......”
그제야 형이 돈 벌레가 모판 밑에 널렸다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할머니는 구부려 앉아 돈 벌레들의 잔해를 보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걸 어쩌면 좋노...... 큰일이제.”
“할머니 그냥 벌레......”
“그냥 벌레가 아이다 이놈아! 이게 삼대 째 우리 집안 대성하게 만들어준 영물인디 벌레라니! 느그 아버지 승찬이가 삼송인가 삼상인가 하는 큰 빌띵에 들어간것도 다 이 영물 탓인디...... 어쩌면 좋노...... 이렇게 짓이겨버렸응게......”
나는 묵묵히 안타까워하는 할머니를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 철이 형과 숙부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씁쓸한 웃음을 내비치며 일에 몰두 했다. 나는 숙부께 도저히 저런 벌레들은 못 만지겠다고 말씀드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눈을 감고 방에 누워있자 내 몸을 타고 오르던 돈 벌레의 흉물스런 촉감이 다시 전해지는 듯했다. 내가 밟아버린 수백, 수천 마리의 돈벌레는 다 어디서 난 것일까.
아침식사를 하기 전에 일이 모두 끝났는지 철이 형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많이 놀랐나?”
“어 진짜 많이.”
“그러게 왜 앞장을 서고 그래 인마. 장갑 딱 줄라는 데......”
“형. 그거. 돈......”
“돈 벌레?”
“그래 돈 벌레. 그거 왜 그렇게 많어?”
“아까 할머니 극성 못봤나? 집안에서 키운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제. 내가 볼 땐 증조할머니, 고조할머니 때부터 그냥 식구처럼 내비둔 것 같다. 기름기를 좋아해서 집에 기름기가 넘치게 된다나. 괜히 돈 벌레란 이름이 붙은 게 아이제. 집에 돈을 붙잡아 둔다 그래서 돈 벌레라는 데. 이제 이해가 가나?”
“그래도 어떻게 이런 시대에 그런 미신을......”
“귀신이 있다 없다도 안 밝혀진 시댄데 그런 미신쯤 어떻노?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잊어라. 솔직히 내도 적응이 안 되긴 안 된다. 아빠도 그렇고...... 장갑 끼고, 장화를 신어도 귀신같이 한 두 놈은 몸속으로 기어들어온다니까.”
형은 잊으라 쉽게 내뱉었지만, 나도 그때까진 그저 흉측스런 기억일뿐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그 일은 내 일생일대 최대의 실수 인지도 몰랐다.
늦은 저녁 숙모가 부엌으로 날 불렀다.
“승민아 이거 좀 나비 가져다 줘라.”
저녁 식사 때 먹고 남은 자반 고등어였다. 나비는 마당에서 풀어키우는 고양이 이름이었다. 숙부 말로는 벌써 열 한 해나 살았다는데, 사람으로 치면 환갑이 넘은 나이라고 그런다. 그래서 그런지 하루 종일 거의 미동도 하지 않고 지낸다. 그러고 보니 작년엔 집에 쥐가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올해는 이따금씩 수돗가에 쥐들이 들락날락 거리는 모습이 보인 것 같았다.
“늙어빠진 고양이 밥치곤 진수성찬이제. 얼른 팔팔한 놈으로 바꿔야제. 쥐가 극성맞아서 안되겄다.”
숙모는 행주로 싱크대를 훔치며 혼잣말 하셨다. 나는 거의 뼈만 남은 고등어 두 마리를 들고 마당으로 나가 나비에게 다가갔다. 주황색 줄무늬 털을 고르던 나비가 냄새를 맡았는지 벌떡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바닥에 고등어를 내려놓자 녀석이 게걸스레 집어 먹기 시작했다. 녀석은 모자랐던지 혓바닥을 연신 날름 거렸다. 그 날 부터였을까 나비의 행동이 이상해진 것은.
여름방학이 막 2주가 지나던 무렵이었다. 그날은 수돗가에서부터 부엌까지 전에 없이 죽은 쥐가 널브러져있었다. 진이 누나는 또다시 놀라 컵을 깨트리는가 하면 숙부는 혀를 차면서 허허 웃어넘겼다.
“나비가 노망이 났나 했더만 회춘을 했나 그래.”
“그러게 밥 주면 게 눈 감추듯 먹던 녀석이 도통 밥에 손을 안대더니.”
숙부와 숙모가 말했다. 나는 마당에 널브러진 목 만 남은 죽은 쥐를 처리하다가 문득 문이 열린 안방이 눈에 들어왔다. 어두운 방안에서 할머니가 나를 등지고 모로 누워계셨다. 너무 조용해서 잘 들리지 않았지만 뭐라고 중얼거리고 계시는 듯했다.
“천.......받을.....이여.”
“....벌......것.”
그때부턴가 할머니는 부쩍 누워계시는 횟수가 늘었다. 삼베를 짜던 일도 모두 그만 두시고, 숙모가 죽을 끓여 종짓상을 안방에 들여 놓는 일도 횟수가 늘어갔다. 그땐 몰랐지만 할머니에게 병세가 보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래 분명히 그때부터다. 큰 집. 그러니까 친가 식구들 표정에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나비는 그 후로도 밥을 통 입에 대지 않았다. 철이 형 방 옆방은 빈방이었는데, 나비는 거의 그 방에서 나올 줄을 몰랐다. 그 방은 한 여름에도 한기가 맴도는 방이었다. 도배를 한동안 하지 않아서 너덜너덜 해진 벽지. 유리가 깨진 창 밑은 틈으로 들어온 빗물이 마르지 않아 곰팡내가 진동했다. 원래 옛날에 지은 시골집엔 방이 많으니 큰 집 식구들은 이 방을 오랫동안 신경을 쓰지 않은 듯 했다. 마치 폐가를 연상케 했다. 이 북적거리고 생기 넘치는 집과는 마치 다른 세계 인 것 같았다. 나비는 그 방구석에서 몸을 잔뜩 웅크린 채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노쇠했다곤 하지만 작년에 그 활발하게 돌아다니던 모습과는 너무 상반되는 이미지였다. 그이미지는 뭐랄까...... 허공에서 자신의 죽음을 바라보고 있는 듯 한 느낌이었다.
할머니 방과 빈 방을 번갈아 보다, 나는 문득 할머니 방에서 빈방의 음침함을 느꼈다. 대낮에도 빛이 들지 않는 두 방. 빈 방의 그 음침함이 할머니 방을 침식한 듯 한 기분이 들었다.
그날 밤. 저녁 늦게 수박을 너무 많이 먹은 탓인지, 잘 밤에 삼십분 간격으로 소변이 마려웠다. 마당을 지나쳐야 있는 화장실에 가기 싫어서 참아봤지만 오줌보가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아, 씨......”
철이 형은 옆에서 곤히 자고 있었다. 문을 열고 마루에 발을 디디자, 새벽공기가 콧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밤사이 는개가 내린 모양인지 눅눅한 공기였다. 대문 옆 마당 끝에 있는 화장실까지 가는 길이 턱없이 멀어보였다. 먹구름이 껴서 그런지 칙칙한 붉은빛깔의 운광이 마당을 뒤덮고 있었다. 갑자기 공포가 엄습했다. 그때였다.
야아오옹......
굳게 닫힌 빈방 문 너머로 나비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마치 애기 울음소리처럼 들리는 통에 두려움만 보태졌다.
“이런 씨.......”
야아오옹......
약간 더 격앙된 울음소리가 이어 들렸다. 나는 빈방 문을 살짝 열어보았다.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초록빛 고양이 눈이 번득였다. 어쩐 일인지 나는 그 눈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원래가 동물은 눈을 깜빡이지 않는가. 나비는 꿈쩍도 하지 않고 나를 보고 있었다. 아니 허공을 보고 있는 것인가. 확실치 않았다.
“나비야.......”
나비는 반응이 없었다.
한참동안 그러고 있던 나는 밀려오는 변의를 느끼고 빈 방 문을 닫으려 했다. 그 순간 어둠속에서 뭔가 벽을 타고 나비쪽으로 다가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기겁해서 문을 쾅 닫고 말았다. 그 소리를 들었는지 철이 형이 방문을 열고 고개를 빠끔 내밀었다.
“무슨 일이야.......?”
“어? 아, 아무것도 아냐.”
나는 당황해 짐짓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화장실로 태연하게 걸어갔다. 철이 형은 다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다시 방으로 돌아온 나는, 옆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만 같아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 검은 물체는 무엇이었을까. 하루 종일 허공을 향해 죽음을 내다보던 해피의 영혼이었을까. 아님 늙어가는 고양이를 데려온 저승사자 일지도. 그런 생각을 하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나 싶어 허탈해 하기도 했다. 잘못 본 것이다. 그렇게 믿기로 했다.
그러나 다음 날 내 불안한 예감은 공교롭게도 맞아 떨어졌다. 늦게 잠을 이뤄서 그런지 늦은 아침까지 나는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철이 형은 아침 일찍 동네 형들을 만나러 나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나는 해가 거의 중천에 걸친 걸 보고서야 늦잠을 잤구나 싶었다.
“숙모......”
“승민이 이제 일어났냐?”
“네......”
“어여 밥먹어라 그렇게 깨워도 일어나지도 않고 녀석.”
나는 슬리퍼를 신고 부엌으로 가려다 문득 지난밤의 기억이 떠올라 빈 방의 굳게 닫힌 문을 바라봤다.
“설마......”
나는 방문을 열어젖혔다. 맨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대낮이라기엔 소름끼치도록 짙은 어둠이었다. 처마가 길어서 그런지 창이 있음에도 빛이 거의 새들어 오지 않았다. 나는 방을 둘러 보다 시선이 한 곳에서 멈추었다. 그리고 동시에 사고도 멈추었다.
나비가 자리를 지키던 그 구석에. 나비의 고삐 풀린 시선이 허공을 해매고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간밤에 나를 향하는 것 같았던 그 시선은 애초부터 허공을 좇고 있었는지 모른다.
나비의 목이 주인을 잃고, 덩그러니 방바닥에 뉘여 있었다.
오후 늦게 숙부는 나비의 목을 검은 봉투에 담아 모종삽을 들고서 뒷산으로 오르셨다. 내려오실 땐 신발에 젖은 흙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고......"
숙모가 말했다.
"산 짐승 짓이제, 오소리나 너구리 짓이것제. 늙어빠진 고양이 유린하는 것 정도야 고놈들한텐 식은 죽 먹기보다 쉽제. 유리창 깨진거 빼내고, 새걸로 달아야 쓰겠다. 이참에 젊은 놈 한 마리 구해와야겠네. 아예 쥐약을 뿌릴까?"
"쥐약은 쪼메 그렇제....... 한 두어살 먹은 수놈으로 구해와봐요. 윗집 순이 집에 도둑괭이한테 씨받아서 낳은 종자들이 몇 마리 있나본데, 아예 새끼부터 키울라믄 그놈 한 마리 내가 받아놓고요."
"그렇나? 그람 올해만 쥐새끼들 극성 좀 참고 견디면 내년 부턴 편해지것네, 괜히 돈 들일 필요 있나, 옥수수 몇 개 가져다 주고 받아오제."
"그렇게 하이소......."
숙부는 나비가 그렇게 된 게 오소리나 너구리같은 산 짐승 때문이라고 단정 지으셨다. 그럴지도 몰랐다. 아니 그게 더 신빙성 있는 추측이다. 나비 에게 다가가던 그 검은 물체는 정녕 산짐승 이었을까. 산짐승이 민가를 습격한다니...... 산, 들에 널린 먹잇감을 놔두고 민가에 살고 있는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니. 하지만 내가 상상하는 그것 보다는 훨씬 신빙성 있는 이야기였다.
나는 철이 형 방에 우두커니 앉아 상상해보았다. 들개만큼 커다란 돈 벌레가 나비의 목을 물어뜯는 상상을. 문득 깨진 유리병 사이에 굴러다니던 바퀴벌레의 목이 떠올랐다.
2. 동굴
해가 지났다. 그 사이 많은 일이 있었다. 내가 시골에 있는 동안은 나비가 죽는 일보다 더 흉악한 일은 없었지만, 그 것만으로도 나는 꽤 충격을 먹었던 탓에 이번 여름에는 도저히 시골집으로 내려가고 싶지 않았다. 여름방학이 점점 다가오던 차에 비보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주말이라 회사에 나가지 않은 엄마가 전화를 받았다. 거실에서 물을 따라 마시던 나는 이른 시간의 전화에 귀를 기울였다.
"말도 안돼! 어떻게 그런 일이......."
"그래 알았어. 동서 너무 상심말고....... 어쩌다가....... 금방 내려갈게 그래......."
엄마는 한숨을 푹 쉬며 전화를 내려놓았다.
"엄마 무슨 전화야?"
엄마는 젖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컵에 따른 물을 한 모금 마셨다. 힘겨웠다.
"네 할아버지랑 숙부가, 바위 위에서 낚시를 하다 비가 와서 미끄러지셨나보다."
엄마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을 이었다.
"장례치르러 내려가야겠다."
할아버지와 숙부의 죽음은 곧 가문이 무너진 것과 마찬가지였다. 아버지는 출장을 철회하시고, 어렵사리 유급휴가를 내셨고, 엄마와 함께 장례를 치르러 가셨다. 난 아직 방학을 하지 않았던 터라, 커다란 집에 나 홀로였다.
굉장히 우울한 나날이었다. 며칠 후에 술 냄새를 풍기며 아버지와 엄마가 돌아오셨다. 아버지는 아직도 멍한 얼굴이셨고, 항상 웃는 얼굴이던 엄마도 생기가 가셨다.
"이번 여름엔 시골에 가지마라."
"네......."
아버지는 그 말을 끝으로 작은 방으로 들어가 버리셨다. 엄마와 아버지가 각방을 쓴 것도 꽤 오래된 일이었다. 엄마가 일을 시작하고 난 후 부터였을까.
겨울방학이 되어서야 나는 큰 집에 내려갈 수 있었다. 한 편으론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벌레들을 싫어 하는 탓에 한 여름의 시골벌레의 극성은 버거운 감이 없지 않았다. 게다가 여름엔 돈 벌레도 득시글할테니. 매년 페인트가 새로 발라져있던 대문은 지난여름 장마를 이겨내지 못해 빨간 녹이 군데군데 슬어 있었다. 대문턱을 넘어섰지만, 아무반응도 없었다. 작년만 해도 할아버지가 반겨주셨었는데, 대청 맡에 할아버지가 신으시던 신발이 그대로 있었다. 나중에 그 이유를 물으니 숙모는 할머니의 역성 때문이라고 하셨다.
"숙모 저 왔어요."
마당에 서서 부엌을 보며 외쳤다. 돌아온 대답은 부엌이 아닌 안방이었다. 안방 문이 열리고 숙모가 웃으며 나오셨다. 그러나 그 웃음에 전의 생기가 없었다.
"왔나 승민아?"
숙모 다리 사이로 등을 지고 누우신 할머니가 보였다. 내가 왔는데도 전혀 움직임이 없으셨다. 병세가 악화 되신 모양이었다.
"잘 계셨어요?"
내가 묻고도 죄송스런 안녕이었다. 숙모는 애써 웃으시며, 마당으로 걸어 나오셨다.
"기다리라. 아직 밥 때 아니제? 숙모가 옥수수 몇 개만 내오마."
"네."
나는 마루에 짐을 올려놓고, 철이 형 방으로 들어갔다. 형이 없을 거란 생각과 달리 형은 책상에 앉아 뭔가에 몰두해 있었다.
"형 있었네?"
"어? 승민이 왔나?"
"뭐해?"
"보면 모르나? 행님 공부한다."
형은 전에 없이 진지했다. 한 해 만에 본 형은 다른 사람이라 그래도 믿을 만큼 이질적이었다. 그러고 보니 진이 누나가 보이지 않았다.
"진이 누난?"
"........"
"왜?"
"그 가시나 집나갔다."
나는 너무 놀라 말문이 막혔다. 집을 나가다니 누가? 그 얌전하고 참한 진이 누나가?
"윗마을에 사는 건달 새끼랑 정분나서 집나갔다."
"말도 안 돼."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고 한다 아이가."
형은 나와 시선도 마주치지 않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이야기 하고 있었다. 이 집안 식구들은 대체 왜 이렇게 변한 것일까.
"내도 엄마도 찾을 신경도 못썼다. 아버지랑 할아버지 그렇게 되고 얼마 안 돼서였다. 그러니 더 미친년이제. 어떻게 진이 그게 그럴 수 있는지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형은 퉁명스레 말했다.
"행님 공부해야 되니까 조용히 좀 해줄래?"
"어? 으,응."
난 말없이 방을 나왔다. 뚝에 연기가 피어올랐다. 바람이 부는지 대나무 잎이 부닥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음이 싸해졌다.
"있지. 아무래도 이번에는 승민이 오래 못 데리고 있겠어요. 어머니도 많이 안 좋고, 알잖아요.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이러다간 사단나지 싶다니까요. 대소변 못가리냐고요? 벌써 벽에 똥칠한지 서너달은 됐을 거예요. 진이 고년도 그렇게 돼 불고, 철이 만 믿고 있는데, 진짜 너무 힘들어요. 아니요! 아니지요, 돈을 왜 받아요. 됐어요. 금전적으로 후달린다는게 아니고, 정신이 없다는 거예요. 정신이......."
화장실을 가던 도중에 숙모의 통화를 들었다. 아무래도 엄마와 통화를 하는 모양이었다.
"다음 주 중으로 올려 보낼게요."
방문을 열고 나오던 숙모와 눈이 마주쳤다. 잠깐 정적이 흐르다 숙모의 웃음이 어색함을 깼다.
"승민아 옥수수좀 줄까?"
"아니요......."
"그래?"
그때였다.
"엄마 고기 고기, 고기 먹고 싶다 고기."
할머니였다. 물어 알고는 있었지만, 병세를 직접 보니, 다소 충격적이었다. 혼자만의 병이 아니라 가족의 병이라는 치매. 할머니는 미운 일곱 살로 돌아 가버린 것이다.
"야이 우라질 년아 고기 달라고!"
"어머니......."
숙모는 안방으로 다시 들어가 방문을 세차게 닫아버렸다. 닫힌 문을 보고 있자니 숙모의 마음이 딱 저 닫힌 문과 같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늦은 밤까지 잠이 오지 않았다. 불과 일 년 전 까지만 해도, 웃음이 넘치고, 생기 충만한 집이었는데,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이렇듯 암울한 분위기로 변할 수 있는지 믿기지 않았다. 뚝에 연기가 피어올라도, 부엌에서 숙모의 설거지 소리가 들려도, 그 분위기는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철이 형이 예전처럼 장난기가 없어서도 아니고, 할머니가 자리에 누워만 계셔서도 아니었다. 내가 돈 벌레를 짓 밟아버렸던 그 시점. 그 시점부터, 분명히 이 모든 나쁜 일이 생긴 것이라는 비약. 나는 그 망상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나비의 죽음도 숙부와 할아버지의 죽음도 다 그 벌레 때문이라는 망상. 진이누나의 가출도, 할머니의 병세도 다 그 징그러운 벌레 때문이라는 망상. 그 망상들이 나를 괴롭혔다.
'네가 그것들을 밟아죽이지만 않았어도......'
" ........아.......승민아......"
눈을 떠보니 철이 형이 꼭두새벽부터 두꺼운 잠바를 입고 내 앞에 서있었다.
"응?"
"뒷산에 좀 같이 가자."
"에?"
"형 방학 과제 때문에 그란다. 신기한 거 보여 줄게. 얼른 가자!"
"......."
바깥 날씨는 생각보다 추웠다. 집에 있을 때 아버지가 약수터에 가자고 해도 결단코 가지 않았던 내가 아니었나. 그럼에도 이 꼭두새벽에 철이 형을 쉽사리 따라나선건 형의 태도 때문이었다. 형의 모습에서 전의 천진난만함이 잠깐 스친것 같았다. 그토록 바라던 모습이었다.
"형 같이 가."
형은 대답도 없이 익숙한 걸음으로 산을 올랐다. 숨이 턱 까지 차올라도 저만치 멀리서 걷고 있는 형을 놓칠까, 멈춰서 쉴 수도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가다 발밑을 내려다보니 도저히 내가 서있는 이곳이 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여기저기 쓰러져 썩은 나무들이 즐비했다.
"다 왔다. 얼른 올라온나!"
형의 고함소리를 쫓아 올라가니 크지도 작지도 않은 동굴 앞에 형이 서있었다.
"멋지제?"
"헥헥...... 뭐가?"
"저 동굴 좀 봐봐"
"저 동굴이 뭐......."
숨을 고르며 동굴을 보았다. 혈 말대로 신기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동굴 의 입구는 거의 원에 가까운 형태였다. 입구의 위에서부터 죽창만큼 기다란 고드름이 내리뻗어있었다. 신기한 것은 바로 밑에서부터 올라온 거꾸리고드름 이었다. 그 모습 때문에 동굴의 입구는 괴수의 주둥이와 꼭 같은 모습이었다.
"이게, 뭐야?"
"역고드름이다. 아직도 원인이 정확치가 않단다. 신기하제?"
형은 주머니에서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꺼내 동굴 입구를 찍어댔다. 아직도 동이 채 트지 않아 플래시를 터트렸다. 형은 점차 동굴 입구로 다가섰다.
"저 동굴사진 찍어가는 게 과제야?"
"그래. 등산 좀 하라는 체육선생님의 지시지! 영단어 하나를 더봐도 아까운 시간인데, 등산을 하게 만들다니......."
형은 나를 보며 동굴을 향해 고개를 까딱거렸다. 들어가자는 뜻이었다.
"왜 들어가? 끝난거 아냐?"
"온 김에 안에 들어가 보자. 뭐가 있나. 안에서 따뜻한 바람이 불어나오잖아."
그러고 보니 볼을 스치는 따스한 기운이 느껴졌다. 형 말대로 동굴 안에서 따뜻한 바람이 새나오는 모양이었다. 고드름에서 뚝뚝 흐르는 물이 마치 먹이를 노리는 짐승의 군침 같았다. 칠흑 같은 굴 안으로 한 발짝 내딛자 원인 모를 불안감이 전신을 휘감았다. 형은 나보다 한 발짝 씩 더 나아가 사진을 찍어댔다.
"형 그만 들어가 아무것도 안보이잖아."
"......."
"형!"
형은 대답 없이 계속 동굴안쪽으로 들어갔다. 나는 동굴의 입구를 돌아보았다가 또, 형의 모습을 좇았다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벽에 기대 주저앉았다. 늦은 밤 까지 잠을 이루지 못해서 일까. 따뜻한 바람 때문일까. 졸음이 몰려왔다.
눈을 떴을 땐 아직도 바깥엔 동이 채 트지 않았다. 몇 분도 채 자지 않았다고 하기엔 많은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형!"
나는 다급히 소리 질렀다. 그러나 들려오는 건 메아리뿐이었다. 용기내 몇 발짝 더 떼었다.
"철이 형!"
그때 발 끝에 뭔가 차인 느낌이 들었다. 돌의 촉감은 아니었다.
"이게 뭐지......."
그것은 형이 가지고 있던 폴라로이드 카메라였다.
"이게 왜......."
플래시를 터트리면 형의 위치를 알 수 있을까. 나는 어둠속을 향해 렌즈를 들여다보고 힘차게 셔터를 눌렀다. 지잉-하는 소리와 함께 카메라 끝에서 사진이 나오고 있었다. 나는 동굴 밖으로 나가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희미한 사진이 점점 선명해졌다. 그리고 내 동공도 그와 함께 서서히 커져갔다.
"이, 이게 뭐야!"
사진 속에 크기가 천차만별인 돈 벌레가 득시글했다. 나는 등골을 타고 오르는 소름에 온몸이 경직 되었다. 마치 사진 속에서 튀어나올듯 생생한 사진이었다. 난 칠흑같은 동굴 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쉬시식.......
기다란 뭔가가 벽에 쉴새 없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카메라와 사진을 던져버리고, 미친 듯이 산을 내려왔다. 대문 앞에 서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자니, 그제야 형이 사라졌단 사실을 인지 할 수 있었다.
"숙모!"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던 숙모가 내 고함을 듣고 마당으로 나오셨다.
"승민이가? 꼭두새벽부터 나가더니 저녁께 들어오나? 어디갔다 왔노?"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요 형이 없어졌어요!"
"뭐라고?"
그 반문은 내 앞에 계신 숙모가 아니라 내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였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철이 형이었다.
"내가 뭐 어쨌다고?"
"어 형? 어디갔었어?"
"니야말로 어디갔었노?"
"무슨....... 형이랑 같이 뒷산에 올라갔다 왔잖아."
"니 무슨 잠꼬대를 하는거고. 행님이 어딜가 행님은 계속 공부하고 있었는데."
"그래 철이 말이 맞다. 숙모가 새벽에 화장실 갈라는데 네가 멍한 표정으로 나가더만."
"무슨 소리에요! 형 폴라로이드 카메라! 형 과제 있다고 저 뒷산에 역 고드름 찍으러 같이 올라갔잖아!"
"정신 차렴마! 행님한테 그런 물건 없다!"
나는 그제야 뭔가 잘못 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애초에 대답도 없이 길도 아닌 곳을 거침없이 올라가던 형. 거기서부터 이상하다고 쭉 생각해왔다. 사위가 이상하리 만큼 어두웠다. 동이 트는게 아니라 날이 저물고 있었다. 내가 저 높은 산에서 반나절을 잤다는 것이다. 내가 꿈을 꾼 것일까. 그렇다면, 내가 어떻게 저 뒷산으로 올라간 것일까. 형의 모습을 찍으려고 동굴 속을 찍었던 사진 한 장이 떠올랐다.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했던 그 돈 벌레들. 어쩌면 녀석들은 자신들의 건재함을 내게 보여주려 했던 것이 아닐까.
'겨울이라고 안심했겠지. 하지만 그건 오산이야......'
괴수의 입과 유사했던 그 동굴에 발을 디딘 순간, 난 놈들의 잔혹한 주둥이에 물려버린 것일 지도 몰랐다. 이제 더 이상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 속박 되어버린 것일지도.......
3. 변태.
"자 다들 이리 와봐."
선생님이 실험대에 유리병을 올려놓으셨다. 우리는 선생님 근처로 몰려들어 유리병을 관찰했다. 유리병 안에선 재밌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배추 흰 나비의 번데기다. 막 변태가 시작돼서 보여주는 거야. 어떠냐 생명의 신비로움이."
"아 지루하다 지루해. 선생님 하루죙일 걸리겠는데요?"
"하하하하"
누군가의 비아냥거림에 아이들이 일제히 웃기 시작했다. 나는 웃음이 잦아들기 기다렸다 선생님께 질문했다.
"변태가 끝나고 남은 번데기는 어떻게 되죠?"
"그건 말이지...... 더 이상 자신이 아니게 되는 거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는 거니까 말이야."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는 아이러니 하게도 새 생명이 싹을 틔우는 봄날에 걸려왔다. 장례를 치러야 했지만, 철이 형은 미국으로 유학을 가 있는 상태였다. 진이 누나는 여전히 무소식 이었고, 봄 방학 중이던 나와 아버지가 상복을 입어야 했다.
저녁 늦게 내려간 큰 집은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숙모가 상복을 입고 아버지와 나를 맞아 주셨다.
"어두운 길 온다고 수고 많으셨어요. 아주버니."
"수고는 제수씨가 많지요."
"승민이 왔구나 많이 컸네."
"네 숙모......."
집 안엔 마을 사람들이 이곳저곳에 둘러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였지만, 즐거워 보이진 않았다.
"어머니는 어디 모셨어요?"
"읍내 병원 영안실에 모셨어요. 마을 장의사가 출장을 갔다고 해서."
"잘 하셨어요. 요즘 세상에 무슨 장의삽니까 장의사가...... 제수씨는 이제 어쩔 겁니까? 철이도 없고, 진이도 그렇게 됐고, 인제 모실 어머니도 없는데......."
"집 지켜야지요."
"집을 왜 지킵니까. 아직 젊은사람이,"
"그런 말씀 하지마세요. 바깥사람 그렇게 된지 얼마나 됐다고."
"아니 제수씨 내말 들어봐요. 제수씨 아직 마흔도 안 됐잖아요. 철이 고놈도 유학 가서 돈 한푼 두푼 드는 것 도 아니고, 어디 목 좋은데 다시 시집......."
"일 없어예, 제 손으로 농사지어서 공부시키면 될 거고, 땅 팔아서 결혼 시키면 될 일이요. 넉넉하진 않아도, 부족하진 않응게 그냥 이집에서 살라요."
"......."
숙모는 앉은 자리에서 아버지 청을 거절하셨다. 숙모가 막 부엌으로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돌아왔어요!"
대문 밖에서 누군가 허겁지겁 달려와서 고함을 고래고래 질러댔다. 그때 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이놈 저놈하면서, 삿대질을 하는가 하면, 술이 좀 된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아 할매가 돌아왔다니깨!"
"뭐요?"
그제야 모두들 그 사람을 눈 여겨 보기 시작했다. 숙모가 따지듯 물었다.
"뭔소리요 그게?!"
"할매가 돌아왔다고! 영안실에 안치 할라카는데, 용트림 마냥 트림하더니 일어나더라니까!"
"이게 무슨 일이래. 가요 갑시다!"
아버지랑 숙모를 따라 병원을 가니 할머니가 휠체어에 앉아 주무시고 계셨다.
"죄송합니다. 분명히 돌아가셨었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네요."
"됐어요. 됐어. 어쨌든 경사니까. 어머니 하이고, 어머니......"
숙모는 감격에 겨워 깊이 잠드신 할머니를 끌어안고 우셨다. 아버지는 허탈한 듯 너털웃음을 흘리셨다.
"나 원 노인네...... 이젠 까먹다까먹다 돌아가신것도 까먹은 모양이지."
할머니가 죽음에서 살아 돌아오신건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병도 함께 살아 돌아온 것은 불행이었다. 할머니 병은 전보다 더 악화되어 있었다. 하루에 제 정신인 시간이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아버지와 나는 혹시 할머니 병세가 더 악화 될지 몰라 며칠 더 묵기로 했다.
그 시골에 있으면서 그동안에 아버지는 돈만 붙여주면 효도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안일함에 치를 떠셨다.
"내가 그동안 제수씨한테 못할 짓 했어요. 돈만 붙여주면 나 할 일 다 했다고 생각했더만 그게 아니었구만, 이제라도 자주 내려와서 보살펴야겠네요. 마누라란 인간은 지 할 일에 여념이 없어서 내려와 보지도 않지만, 어쩌겠어요. 내 팔자지 나라도 자주 내려올게요."
"괜찮아요. 돈 보내 주는 것도 고맙지요."
하지만 아버지의 약속은 헛물켜기가 되어버렸다. 아버지는 있는 동안에 집 옆에 있는 고추 밭이라도 고랑을 내 놓고 가겠다고 했다. 숙모는 한사코 말렸지만, 아버지는 끝내 포크레인 기사를 불렀다. 숙부가 돌아가시고 몇 해 동안 거의 손도 안댄 밭이었다. 벼농사만 해도 빠듯했던 일 손 이었기에 그랬다. 포크레인이 마을이 떠나갈 듯 소리를 내며 땅을 파 내고 있었다. 아버지와 숙모는 멀찍이 떨어져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아이고 안된다! 안된다! 내 땅이다!"
포크레인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지만, 할머니 목소리가 분명했다. 방에서 엄마와 통화를 하던 와중에 할머니 소리에 놀라 방문을 열어젖혔다. 할머니가 맨 발로 밭으로 달려 나가시는게 눈에 들어왔다.
"할머니!"
"안된다 이놈들아! 내 땅이다 고만파라!"
전화를 던지다 시피 끊고, 할머니를 따라 달려 나갔다. 한 발 늦었는지 이미 할머니는 포크레인 후미에 서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있으셨다.
"할머니 피해요 위험해요!"
"어머니!"
아찔한 고함 소리가 둔탁한 소리에 묻혔다. 미쳐 할머니를 발견하지 못한 포크레인 기사도 서둘러 크레인 엔진을 꺼버렸다. 할머니를 향해 달려가던 내 눈앞에 피 분수가 뿜었다.
"아,아아...... 아......."
크레인 머리밑에 깔려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처참해 더 이상 눈뜨고 볼 수가 없었다. 아버지와 숙모가 달려옴과 동시에 허물어졌다.
기사와 한바탕 몸싸움을 하고, 하루 밤 새 자책만 하던 아버지는 다시 치르게 된 장사에서 술을 마시고 울기만 반복 하셨다. 할머니 시신은 수습하기엔 훼손이 심해 장의사에게 부탁해 장을 채 치르지도 못하고 전에 봐두었던 묘에 안치했다. 흉한 일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다음 날 묘자리를 확인하러 산에 올랐던 숙모가 혼비백산이 되어 내려왔다.
"어, 어머니 묘가...... 어머니 묘가!"
"왜 그래요 제수씨!"
아버지는 혼절하기 직전인 숙모를 뒤로 하시고 할머니 묘로 달려가셨다. 나도 숙모를 안방까지 부축해 드리고, 따라 달려갔다. 멀리 아버지 모습이 보였다.
"어떻게 이런일이!"
"아버지!"
싸늘한 저녁 공기에 아직 굳지 않은 피냄새가 베어있었다. 할머니 묘는 한 눈에 봐도 그 존재가 무색해져있었다. 산 짐승이 파헤쳤다면, 곰만큼 큰 짐승이 아니고선 그렇게 해놓긴 불가능 할 것 같았다. 할머니 시체는 이미 오간데 없었다.
"내 무덤 덮었던 새끼들 다 죽여버려야 되겠다!"
"아버지 참으세요!"
"저 꼴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냐! 네 할머니 묘지가 파헤쳐졌다. 어떻게 무덤을 덮으면 저렇게 되냔 말이다! 그새끼들이 대충 묻어놓았으니 저렇게 되지 않았겠냐!"
"아버지!"
마당에 놓여있던 모종삽을 들고 달려나가신 아버지는 새벽이 되도록 집에 들어오시지 않았다. 나는 철이 형 방에 누워있었다.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 아버지가 걱정된 탓도 있었겠지만, 눈만 감으면 떠오르는 처참한 할머니 묘지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반쯤 열린 나무 관 에는 할머니 것으로 보이는 살점들이 덕지 덕지 붙어 있었다. 애초에 크레인에 눌려 갈비뼈가 훤히 다 드러나 있던 그 모습도 떠올랐다. 왜 그렇게 처참하게 돌아가셔야 했는지, 눈물이 흘렀다. 눈을 감지 않아도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처참한 할머니의 모습이 계속 떠올랐다.
"내 땅이다......."
어딘가에서 할머니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내 땅이야....... 아무도 침범 할 수 없는 내땅이지...... 시 시식......."
환청이 들리는 것일까. 나는 어둠속에서 더 깊은 어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깊은 어둠은 무언가의 그림자 같기도 하고, 나비를 잡아먹으려 어슬렁거리던 산짐승 같기도 했다.
"시시식...... 내 땅이야. 내 땅......... 시시, 시시식......"
소리는 어둠속에서 들리고 있었다. 환청이 아니라 내 귀를 통해 들리는 실제 소리였다. 나는 이불을 움켜쥐고, 어둠을 응시했다. 어둠에 점점 적응되어 가는 시력 때문인지, 어둠속에 어둠은 점점 더 깊어져 갔다. 원래의 색깔이 저토록 검은 것일까. 모든 것을 다 빨아들일 것만 같은 어둠이었다. 이제 사물을 분간 할 정도로 어둠에 적응된 내 시야에 그것은 거대한 돈 벌레의 형상이 되어 있었다.
그럴 리가 없어, 세상에 저런게 있을 리가 없어. 난 지금 환상을 보고 있는거야. 망상이 그려낸 허상이다. 그렇게 자위했다.
나는 용기 내어 일어서 전등스위치를 올렸다. 그리고 그것과 눈이 마주쳤다.
"허,헉......"
할머니였다. 할머니였을 그것이 천장에 붙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한때 할머니의 갈비뼈였던 하얀 뼈가 툭 불거져 나와 마치 돈 벌레의 암갈색 다리처럼 길게 늘어나 있었다. 할머니의 충혈 된 눈이 나를 내려다 보다 다리로 변한 갈비뼈를 천천히 움직여 열린 창문으로 나가고 있었다. 너덜너덜 해진 피부조각이 창문에 부딪혀 바닥에 후드득 하고 떨어졌다. 아직 채 굳지 않은 핏덩이가 그대로 살점에 묻어 있었다. 놈은 할머니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이제 더 이상 할머니가 아니었다. 놈은 할머니의 모습을 버리고 돈벌레로 변태한 것이었다.
"내 땅이야....... 시시... 시시시식......."
할머니였을 그 돈벌레가 창문을 넘어 나가고 나자 나는 정신줄을 놓고야 말았다.
아버지는 실종 되셨다. 엄마는 평소 아버지와의 관계로 미루어봐선 그러지 않을 것 같았지만 꽤 오랜시간 아버지를 찾기 위해 수소문 하셨다. 손수 만든 전단을 거의 전국팔도에 다 돌아다니며 붙이고 다녔다. 그러나 아버지가 그날 들고 나가셨던 모종삽만 주인을 잃은 채 마을 근처 강가에서 발견 되었다. 그것도 아버지가 실종 된지 삼년이 지난 후였다. 철이 형은 공부가 잘 되지 않았는지 다시 시골에 내려와 농사를 지었다. 몇 해 풍년이 드는가 싶더니 극심한 장마가 와 며칠을 퍼부었다. 벼에 병이 들고, 고랑에 물이 차긴 했지만, 그렇게 지나가나 싶었다. 장마가 막 물러갈 무렵 산사태가 일어났다. 그렇게, 숙모와 철이 형은 시골집과 함께 다시는 볼 수 없었다.
그 모든 재앙이 정말 인과율에 의해 일어난 일들이었을까. 과연 그랬을까. 나는 아직도 망상과 현실이 헷갈린다. 무엇이 망상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어느 쪽이든 모든 것이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 집에 연관되어 있던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 돈 벌레. 아니 그리마는 그저 시골에서나 흔한 벌레일 뿐이고, 녀석과 조우할 일이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녀석이 또다시 내 앞에 나타나다니,
띠리리링.......
전화소리에 눈을 떠보니 이미 동이 터 있었다. 무선 전화를 들고 커튼을 걷고 베란다로 나섰다. 상쾌한 공기가 콧속으로 빨려들었다. 21세기 대도시에서 매일 상쾌한 공기를 마시려면 두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아침이어야 했고, 둘째 고층에 살아야 했다.
"여보세요?"
"김민선 씨 보호자 되십니까?"
"예?"
"김민선 씨 보호자 되십니까?"
"아 예, 저희 어머닌데요."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으세요? 여기 서울대학병원인데, 김민선씨가, 아니 어머니께서 어젯밤 교통사고를 당하셨거든요?"
"예?!"
"안타깝지만 사경을 해매시다 방금 전에 돌아가셨......."
나는 전화기를 손에서 놓치고 말았다. 베란다 밑으로 떨어져 바닥에 쳐 박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산산이 부서져버린 전화기처럼 내 심장이 부서져 버릴 것 같았다.
"어째서!"
치밀어 오르는 슬픔과 함께 분노가 들끓었다.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머릿속에 한 단어만 떠올랐다.
돈벌레. 돈벌레. 돈벌레. 돈벌레!
나는 부엌칼로 윤지 방에 덕지덕지 붙은 실리콘을 찢어 발겼다. 이제 나와 놈만 남았다. 어차피 놈은 이걸 바래왔을 것이다. 내가 모든 것을 저지른 셈이니, 녀석도 마지막에 이르러 날 노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더 이상 도망갈 곳은 없다. 문을 열어 젖혔다. 방에선 딸아이의 체취가 어렴풋이 나는 듯했다. 그제야 나는 내가 놓치고 있는 한가지가 떠올랐다.
윤지.
"윤지야!"
딸아이가 자고 있을 안 방문을 열어 젖혔다. 딸 은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곤히 잠들어 있었다. 성냥개비를 올려도 떨어지지 않을 긴 속눈썹도, 고사리 같은 앙증맞은 손도, 핑크 색 잠옷도 전부 그대로였다.
"그럴리 없지......"
한 시름 놓이는 듯했다. 아무리 놈이라도 내 딸아이를 건드릴 일은 없다. 놈들을 짓밟았을 때 세상에 없던 아이니까. 따지고 보면 아내와의 이혼도 녀석의 짓일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내 의견이었으니까.
윤지와 함께 병원에 가 엄마의 시신을 확인했다. 무언가 보면 안 될 것을 본 듯 토끼처럼 커다래진 눈과 다물 줄 모르는 벌린 입을 보고 있자니, 저승의 기운이 느껴지는 듯 했다. 엄마의 죽음이다. 한데, 슬픔보다 안도감이 먼저 다가왔다. 이제 끝났다는 안도감.
"아빠 간지러워."
"응?"
"온몸이 간지러워."
윤지에겐 아토피가 있었다. 팔 뚝 이곳저곳이 붉게 부어올라 있었다.
"긁었니?"
"응......"
밤새도록 긁었다면 온몸에 생채기가 났을 터다. 윤지의 상의를 걷어 올렸다. 배 와 가슴께에 붉게 부어오른 생채기가 많았다. 겨드랑이 쪽을 훑어보던 나는 눈을 의심했다.
"이게 뭐지......."
윤지의 겨드랑이 밑으로 옆구리에 일정한 간격으로 작은 혹이 몇개 있었다. 그것은 보기에 따라선 손 같아 보이기도 했다. 반대 편 겨드랑이도 마찬가지였다.
"설마......"
나는 딸의 눈을 바라보았다.
태어날 때부터 유난히 검은자위가 큰 윤지가 천진난만하게 눈을 깜빡였다.
출처 : 웃긴대학 공포게시판 '코요태와방3'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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