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여, 중 2때부터 우울증이라는 나락으로 떨어져 지금은 21살이 된 징어입니다.
많은 일이 있었져, 일단 학교 생활은 거의 그지 깡깽이로 했고, 대학도 안갔어요. 사람이 여력이 있어야 공부를 하던가 말던가 하지... 다만 지금은 매우 상태가 호전 되었으므로, 수능 준비를 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공부 겁나 안함. (D-23일인가...?) 어제 집에 단수 되었다가 밤에 물나와서 목욕했는데, 저는 이미 다 벗고 있었고..... 냉수만 나오는 것은 꿈에도 몰랐고..... 결론은 이렇습니다: 에엣취!!
뭐 심심해서 이런 얘기를 꺼내긴 했지만 구구절절 신파극처럼 슬픈 옛날얘기 늘어놓지 않겠습니다. 전 징징거리는 사람 질색이니까요. 그래서 지금은 의사선생님과 이야기 하면서 주워들은 이야기+스스로 공부한 이야기 등등을 해보려고 해요. 물론 저는 전문가 아닌 흔한 고졸 징어이므로 죄다 틀린얘기일수 있습니다. 댓글에 전문가 등판하시면 제가 두손들고 환영해드릴게요.
일단 제가 (우)울증이랑 살면서 느낀건 이겁니다.
우울증=아토피=당뇨병 (같다는건 아니고, 여기 비슷하다 할때 점 두개 땡땡 있는애를 찾기가 힘들어서 그래요.)
이게 뭔 헛소리냐 싶으시겠지만, 나름 공통점이 있습니다.
1. 드럽게 안낫는다.
2. 방심하면 잘 도진다.
3. 호르몬과 연관이 있다.
참나 우울증이 무슨 호르몬과 연관이 있어!! 하시는 분들께 설명해드릴게요.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호르몬 애들이 있어요. 뭐 흔히 듣는 도파민이나 잘 못들어 보셨을 세르토닌, 수능 생물에 가끔 나오는 노르에피네프린.. 뭐 더 있기야 하겠지만 저는 몰라요. 암튼 이런 애들이 있습니다.
사람이 기분이 다운될때 얘네가 뭘 어쩌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근데 우울감이 지속되면 (이게 바로 우울증).....
도파민이나 세르토닌 같은.. 이놈들이 안나오기 시작합니다.
뇌하수체나 뭐 이런 호르몬 만드는 기관에서 "뭐얌, 나는 얘네 적게 만드는게 정상인줄 알았는데? 나 이제 생산 많이 안할건데?"이렇게 개기게 되는거죠.
뭔가 당뇨랑 비슷하지 않나여? 얘도 이자의 베타세포가 임무 태만으로 인슐린을 잘 안만들어서 그러는거잖아요.
그럼 우울증 약은 어떤 작용을 할까요? 심심해서 약 이름가지고 구글링을 해봤더니, 제 약(2가지)는
선택적 세르토닌 재흡수 억제제
도파민 부분 효능제
이렇게 나오네요.
물론 전 한낱 고졸 똥멍청이(모의고사 점수가 롤러코스터)이므로 생물교육과인 언니한테 물어봅시다.
Q. 선택적 재흡수 억제제가 뭔가요.
A.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얘가 다 표적기관에 작용하지는 않는단다. 중간에 공중분해 되는 아가들도 있지. 이런 아가들이 공중분해 되지 않게 해서 표적기관에 잘 갈수 있게 하는 뭐 그런거란다. (라고 저는 이해했습니다. 제 이해력이 똥망이라 전혀 다르게 알아들었을수도 있음)
그리고 부분 효능제는 뭔가 찾아보니 도파민의 농도를 조절하는 길항제다... 라고 나와있네요. 다행히 길항작용은 배웠습니다. 많이 나오면 그만 쳐나오라고 하고, 적게 나오면 좀 기어 나오라고 하는 그런거죠. (뿌듯)
그렇습니다. 모든것은 호르몬의 임무 태만때문에 벌어지는 일이에요. 우리의 잘못이 아닙니다. 우리가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대통령이 될 수는 있어도, 얘네들한테 더나오라 덜나오라 뭐라 말할수도 없고, 들어쳐먹을 애들도 아닌거 같아요.
가끔 누군가 그러죠. 우울증 약은 먹지 마!! 걔네들은 나쁜 약이야!!!
자 그럼, 그말 고대로 듣고 약 끊으면 어떻게 될까요? 물론 끊는다고 바로 우울해지지는 않을거에요. 생1교과서에 나오듯, 호르몬은 느리게 작용하는 아가들이니까요. 하지만 결국에 남들은 100만큼 흡수될 호르몬이 10밖에 흡수되지 않고, 기분은 멸망하고, 가족이 파괴되고, 공동체가 사망하고.... 뭐 이렇게 되는겁니다.
같은 맥락으로, 왜 우울증 약을 먹었는데 내 기분이 이따구인거지? 라고 하신다면,
아까도 말했듯이 호르몬은 느릿한 아이들이라 2-4주정도 꾸준히 먹어야 서서히 나아지기 시작한다....고 저희 의사썜께서 말하셨습니다. (하긴 기분이 약먹었다고 갑자기 좋아지면 그게 치료제입니까, 마약이지)
우울증 환자들은 약을 먹어서라도 기분을 좋게 유지하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얘네들도 기분이 좋아버릇하면 그게 정상이라는걸 뒤늦게 알아차리고, 약을 좀 덜먹어도 호르몬을 잘 뿜뿜 할테고, 그럼 약을 좀 줄여도 될거고... 그럼 또 얘네가 향상성을 맞추려고 호르몬을 뿜고... 이러다 보면 낫는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 약을 빼먹지 말고, 의사쌤 말을 잘 듣도록 합시다.
자, 그럼 저는 우울증이 있어여 흑흑 하면 주변에서 하는 말을 예로 들어보고, 그게 얼마나 개소린지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니가 노오력을 안해서 그런거야.
→이렇게 말하시는 분은 노오력으로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실수 있으신 분입니다. 당장 의학계에 알리세요.
-기분을 좋게 하려고 노력해봐
→(당뇨 환자에게) 인슐린이 나오게 노력해봐!!
또 뭐가 있더라, 주옥같은 개소리를 참 많이 들었는데, 기억력이 시망이라 생각이 안나네요. 암튼 다 개소립니다. 이딴 얘기 하시는 분들은 당뇨 걸려도 약 안먹고 노오력으로 이겨내실 분들입니다.
뭐 물론 제가 똥멍청이라서 아직 우울증에 대해 모든것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한번 갑자기 엄청 안좋아진 적이 있는데 (학교에서 어떤 놈이 저한테 ㅈㄹ을 해서 그런거였는데, 그날 조퇴하고 다음날 학교 갔다가 조회시간부터 손떨고 또 조퇴, 그 일이 목요일에 있었던건데 저의 정신적 안정을 위해 월요일까지 학교를 안나감.) 심리적인? 뭐 그런걸로는 그때 제 상황을 설명할 수 있어도, 의학적인걸로는 설명을 못하겠네여. 아무튼.
자 그럼, 병원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볼게요.
사실 병원 고르기가 엄청 힘든거 같아요. 저도 돌팔이들도 좀 만나봤고, 뭐 그렇긴 한데.... 일단 엄청엄청 주관적인 의견을 말씀드릴게요. 다시 말하지만 저는 주워들은걸로만 얘기하는 돌팔이이기 때문에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셔도 괜찮습니다.
1. 벌써 한번 손목을 긋거나, 목을 매달거나... 암튼 이런 자살 시도, 내지는 심한 자해를 할 만큼 심각한 상태가 아니면 일단 3일에 한번이나, 1주일에 한번 이렇게 오라고 하는 병원은 피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왜냐햐면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약이 작용하는데에는 2주-4주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물론 엄청 심한 자해나, 자살시도나 이런걸 했을때는 말이 엄청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도 자해(보통 칼보다 덜 날카롭고 샤프보단 더 날카로운걸로 허벅지나 팔뚝을 긁어서 피를 보는 정도...?)가 되면 다음날 혹은 당일 바로 병원갔습니다. 근데 저같은 경우에는 좀 많이 심각하고, 학교에서 손 떨고 그래도 2주에 한번만 부르시더라구요. (그래도 저는 최후의 이성은 잘 남아있었던 경우라 그런거일수도 있음.)
하지만 자해를 하기 전이시면 1주일에 한번씩 병원 가봤자 그렇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뭔가 그런거는 동네 병원에서 '감기가 걸렸어요' 그러면 아무리 봐도 3일만에 나을거 같지는 않은데, 약은 3일분만 지어주고 3일뒤에 또 오세요 하는 느낌..? 그러면서 3일뒤에 또 가면 똑같은 약 지어주면서 또 3일뒤에 오라고 하는 느낌...? 어떤 느낌인지 아시겠나여....?
2.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병원에 갔으면 1달은 다녀봐야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 2달쯤 다녔는데 난 하나도 안 나아진거 같다, 내지는 상담하는데 뭔가 나랑 핀트가 안맞는거 같다...하면 걍 옮기시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같은 경우 옮기기 전 병원은 1주일에 한번씩 갔는데, 자꾸 공부얘기만 물어봤습니다.... 그리고 자꾸 직업 적성검사 하자그러고.... 대체 왜.....
3. 방금 말한거지만, 이상한 검사 자꾸 하자고 하면 과감하게 옮기세요.
아니 우울증 환자한테 직업적성검사를 왜 자꾸 시키는지 모르겠습니다... 병원 다녀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런 검사 겁나 비싸요.... (10만원은 깨진다고 봐야 함) 제생각엔 그게 병원입장에서는 돈이 많이 남나 싶은....
4.그렇지만 일단 처음 가면 검사는 받으실겁니다. 2-30만원쯤 깨진다고 생각하고 가세요.
물론 그 자료 받아서 잘 보관하시면 병원 옮겼을때는 또 검사 안받으셔도 될 확률이 높습니다. (저는 그랬음)
5. 병원을 고르실땐 사실 지인 네트워크를 이용하는게 짱인거 같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엄마찬스로 아줌마 네트워크를 사용했는데... 확실히 지인찬스는 좀 실패확률이 적은거 같아요. 저도 그때 소개받은 병원을 4년?5년?째 다니고 있습니다. (근데 병원이 수원이야.... 난 서울사는데....)
그리고 한가지 더 알려드리자면, 좋은 병원은 어떻게든 사람이 많게 되어있는 것 같아요... 제가 다니는 병원같은 경우는 한달 전에 예약 잡는거 아니면 토요일날 진료 잡기 힘들고, 그마저도 한두자리 비어있는게 보통입니다. (그래서 2주에 한번 병원다닐땐 학교 째고 다님.)
도움이 되셨을지 모르겠네요.....
마지막으로 우울증 동지분들께 한말씀 드리자면... 주변에서 니가 나약하네 어쩌네 해도 흔들리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게 무지 힘든건 저도 알지만...) 님들이 나약한게 아니에요. 그런말 하는 사람들은 뭐 감기도 안걸리나, 웃기는 짬뽕들이야 진짜.
우리 모두 뺨이라도 날릴 수 있는 상대랑 싸우는게 아니니까, 걍 쳐 맞아도 견디는 수 밖에 없잖아요. 그냥 지금 견뎌내고 계신것만 해도 엄청나게 강한거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저는 죽고싶었을때 어떤 생각하면서 이겨냈냐면, 제가 딱 죽었는데, 신이나 뭐 그런게 나와서, '야, 너 나중에 진짜 쩌는 사람이 될거였는데, 왜 지금 죽었냐 아깝게' 이러고 티비로 이걸 다 이겨내고 룰루랄라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 그게 너무 배가 아플거 같은거에요. 그래서 버텼어요.
이 터널이 진짜 깜깜해서 눈앞도 안보이고, 끝도 안보이고 맨붕이 오시겠지만, 약이든, 주변 사람이든, 뭐든 지팡이 삼아서 더듬거리고 걷다보면 어느순간 끝이 보이기 시작할거에요... 진짜 안끝날거 같아도 결국에 끝은 옵니다. 포기하지 마시고, 느리게라도 좋으니까 기어오시던, 걸어오시던, 나중에 힘이 생겨서 뛰어오시던, 걍 같이 터널을 빠져 나가자고 말하고 싶네요.
저는 이만 밥하러 갑니다! 엄빠가 다 나가서 중딩 동생 밥차려줘야 하거든요! 이만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