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믿어요.
저는 노력에 재능이 통 없거든요.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이 많이들 그래요. 그건 그냥 네 의지가 약한거라고들 그렇게 이야기를 하시더라구요.
암요, 제 의지가 약한 탓도 있을겁니다. 집중력이 약하다던지 그런 작은 문제가요, 있겠지요. 당연히.
이게 그냥 핑곗거리라고 생각한적도 당연히 많습니다. 저 말이 머릿속에 떠오르고서부터 몇년동안, 참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한테는 아주 친한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가 힘들때는 내가 힘이 되어주었고, 내가 힘들때는 그 친구에게 많이 기댔지요.
흔히 소울메이트라고도 하는, 굉장히 좋은 친구입니다.
그 친구는요, 노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그게 본인에게는 노력이라고 느껴지지 않는가봐요. 그냥 당연한 일상이고 습관이고 체질인 거예요, 그게.
저는 그래서, 그 친구가 참 부러웠습니다. 부럽습니다.
제가 아무리 그 친구를 따라가려고 갖은 애를 써 봐도 그게 어떻게 잘 안되더라구요.
그 애는요. 그냥 울적하면 공부를 해요. 또는 그냥 심심해도 공부를 해요. 아니면, 그냥. 그냥 공부를 해요. 숨쉬는것과도 같은 거죠, 걔한테는 그게.
참 축복받은 재능이에요. 이제와서는 그렇게 생각을 해요.
(국영수같은 공부가 아니라, 개인 분야에서의 공부를 이야기하는거랍니다.)
비교하지 말라는 말이 있죠.
너는 너고, 걔는 걔다.
맞는 말이에요. 비교할수록 나만 괴로워지는건 당연한 이야기에요. 누구나 알지요.
그런데 그게 쉽게 되나요. 눈 앞에서 당장 보여지는게 대상이라면,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비교를 하기 마련이에요.
눈을 돌려도, 머리로는 생각이 나는게 사람이에요. 저는 그렇더라구요.
욕망이 있잖아요. 그 분야에서, 정말 잘하고싶다는 욕망이 있잖아요. 그러면 열등감이 생기잖아요.
이 열등감이라는게 참 야속해서, 쉬이 사라지지를 않아요. 얘는.
한번 마음속에 자리잡고 싹을 틔우기 시작하면 겉잡을수없이 퍼져나가는게 열등감이에요.
그게 일상이 되면,
사람이 참 피곤하답니다.
제 성격에는 조금 피곤한 단점이 있답니다.
열등감보다 못된 건데, 우월감이라는거예요.
이거는 저도 모르게 나보다 못하는사람을 낮잡아보고, 거기서 작은 위안을 얻는 건데요.
아마 그렇게라도 하지 못하면 정신이 버티지를 못 하는 거겠죠.
그런데 어느순간 깨달으면 부끄러운거예요. 내가, 내가 이렇게까지 해서 만족감을 얻어야 할 정도로 비참한건가?
저는 자연스럽게 노력하는사람이 참 부러워요.
남이 보면은, 저도 어느정도 그런 면이 있겠죠. 그렇다면야 감사하죠.
그런데, 욕심이라는게 참 미운 놈이라서. 제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만큼 그게 충족이 안 돼면.
우울해져요.
밤마다 침대에 누워서 하루일과를 되새기면서,
가끔 뭐 부끄러운 일이 있으면은 이불을 발로 차기도 하고
또 그 웬수같은 열등감에 가슴을 치면서 베개가 다 젖게 울기도 하고.
그렇게 오늘도 숨을 쉬네요.
그렇게 오늘도 살아있네요.
오늘도 내가 부러워하는 그 친구는,
그리고 또 내 라이벌리스트에 오른 많은 사람들은,
노력을 해요.
나보다도 훨씬 많은 노력을.
나는 오늘도 그사람들을 따라가려고 아둥바둥 발버둥을 치다가,
제풀에 지쳐서 잠깐 쉬고.
그사람들과 나의 거리감에 한숨을 쉬고.
가끔 다른 일을 하고 있다가
공부를 하고 있는 그 많은 사람들을 보면,
세상이 모두 반짝거리는 컬러인데 나 혼자만 회색빛으로 덩그러니 남은 느낌이 들어요.
혼자서 또 생각으로 먹구름을 치죠. 그러면 곧 구름이 버티다못해 물을 쏟아내요.
축축하게 젖은 몸이 무거워서 바닥에 눕습니다.
그러면 내 옆으로 들리는 발자국 소리가,
나를 지나 앞서가는 그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끔찍해서.
부러워서.
울어요.
노력이라는건, 아마 누구에게나 힘든 일일겁니다.
저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우는게 아니라는것도 알고 있고요.
그래도 저는 힘드네요.
여러분도 힘드시죠.
힘들면 힘든거예요.
내가 힘들다는데 누구를 돌아볼 여력이 있을까요.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구요.
힘들때는 가만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놀아요.
그러면서도 또 불안해서 발을 동동 구르게 되면,
못참겠으면 터뜨리고, 할수있겠다면 뒤늦게라도 따라가요. 일어나 뛰세요.
괜찮아요, 라는 말 좋아하시나요?
저는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많이 쓴답니다.
사실 괜찮지 않을때 보통, 그렇게 말하죠.
질문당하는것도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말이에요.
있잖아요, 괜찮지 않아도 상관 없어요.
누구나 괜찮지 않아요.
힘들고 어려운데 괜찮은 사람이 어디에 있어요?
힘내라는 말은 좋아하세요?
역시 이것도 별로 안 좋아해요, 저.
싫어하는거 되게 많네..
아, 아무튼.
굳이 힘 안 내셔도 돼요.
힘들면 그냥 힘든거에요. 뛰다가 지치면 쉬었다 가야죠.
계속 뛰면은 탈진해서 쓰러지잖아요. 그러면 병원으로 갈 거고,
결승선을 또 미루게 돼 버려요.
짧은 저의 생각이지만, 인생은 마라톤과 같다는 말은 좋아하는(!)편이에요.
왠지 맞는 말 같지 않나요?
인생이라는 마라톤은, 특정 상황이 아니라면 보통 타임어택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누가 더 빨리 도착하느냐라는 남과의 경쟁이 아닌 것 같아서요.
인생이라는 마라톤의 결승선은, 개인개인의 결승선을 가지고 있는게 아닐까요.
여전히 남이 부럽고,
여전히 내가 많이 부족하고,
여전히 열등감이 느껴져도,
결승선을 넘으면.
결승선에 도착하면,
메달이 걸릴거예요.
왜냐면, 이만큼 달렸잖아요?
수고했다는 메달이에요.
나의 라인을 모두 달렸다는 메달이에요.
완주 축하해! 하는 메달이라구요.
아마, 일평생을 남과 비교하면서 살겠지만.
그러면서 혼자서 엄청 스트레스받고 또 울 날도 많겠지만.
가끔 그런 생각을 하면 조금은 편해지더라구요.
그래도 오늘은 그런 고민을 깊게 하다보니 우울해졌습니다.
한바탕 울고 말려구요.
요만한 꼬맹이때는 우는게 약한놈이나 하는 짓이라고 생각해서 최대한 안 울려고,
강해질려고 꾹꾹 눌러담았는데
오히려 지금은 우는게 더 강해보여요.
울 수 있다는 용기.
대단해요.
운다고 세상이 멸망하거나 그런 건 아니잖아요?
운다고 내가 하는 일이 폭삭 망하나요?
울면 어때서요.
그쵸.
울어도 돼요.
내 약함을 내비칠수 있다는 용기는
생각보다 훨씬 강한게 아닐까요.
아직 저는, 많이 어리지만
고민도 생각도 많은게 걱정이라면 걱정이랍니다.
울적한 마음에 술을 먹고 쓴 글이라 두서도 없고 엉망이네요.
술게로 가려 했다가 익명이 되는게 고게라서, 쓰고 가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달을 보지 못한지 오래 됐어요.
어릴때는 하늘을 올려다보는게 일상이었는데..
오늘 달은 무슨 달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