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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372974
    작성자 : 익명Y2ZnZ
    추천 : 2
    조회수 : 307
    IP : Y2ZnZ (변조아이피)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5/03/04 00:07:09
    http://todayhumor.com/?gomin_1372974 모바일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해요..(길어요..)
     
    안녕하세요.
    맨날 로그인도 안하고 눈팅만 하다가
    오늘은 어쩐지 다 내려놓고 울고싶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됐어요.
    친구들한테 말하기는 창피하고 가족들한테 말하기는 미안해서 한번도 제대로 못했던 얘기들이 있는데
    이렇게 익명으로라도 털어놓고 싶어져서요..
     
    너무 어릴 때라 기억이 잘 안나긴 하는데
    4살이었나 5살이었나.. 아파트 베란다 난간에 기대서 여기서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요.
    나이차이 좀 있는 언니오빠들이 친구여서 거의 날 때부터 친구들이였던 애들이 있었는데
    여자애가 저랑 다른애 딱 둘이었는데 어린이집 다니기 시작하면서 하나가 더 들어오니까
    걔네끼리 편먹고 저를 겉돌게 하더라구요.
    막 괴롭히고 그랬던게 아니라 어디서 왕따라고 말도 못하지만.. 투명인간이었어요.
    자기들끼리 얘기하고 자기들끼리 놀고..
    우스운 얘기지만 9살쯤에 자기들끼리 쎄쎄쎄(여자애들 손뼉치고 하는 장난같은거요)를 만들더니
    제 앞에서 보란듯이 자기들끼리만.. 저는 알려달라고 부탁해도 들은 척도 안 하더라구요.
    엄청 어릴 때 일이고 엄청 사소한 일인데.. 남한테는 찌질하단말 들을까봐 꺼내보지도 못한 얘기인데
    이게 진짜 가슴에 사무쳤나봐요.. 얘네가 부르던 노래가, 그 광경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네요.
    11살 때까지 이렇게 살다가 이사를 갔어요.
     
    전학 간 학교에서도 딱히..
    친구 만들겠다는 의욕은 있었는데 애들이 보기에 저는 별로였나봐요.
    운동회 때 우리 학년 여자애들이 다 모여서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율동을 했는데
    옆 친구랑 손 잡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그 때 제 옆에 있었던 애가 저한테 "손 말고 옷 잡으면 안돼?"하더니 팔을 쑥 뒤로 빼고 옷자락만 달랑달랑하게 내밀었어요.
    멍청하고 눈치가 없어서 그 땐 별 생각없이 넘어갔는데 중학생 때 다시 생각해보니 절 되게 혐오스럽게 처다보고 있었던거 같아요.
    난 걔 이름조차 몰랐는데..
     
    초등학교 입학부터 5학년 때까지는 혼자 다니거나 무리에 끼어도 겉돌기만 하다가
    6학년 때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그 해는 정말 즐겁게 지내다가 중학교에 들어갔어요.
    중학교 3년 내내 반친구들 무리에 끼어있긴 했지만
    점심시간 내내 밥도 동아리 애들과 먹고 수업직전까지 동아리 활동을 해서 일까?
    계속 무리 안에서도 걷돌며 살았네요..
    체육시간에도 혼자.. 집에 갈 때도 혼자.. 청소도 혼자..
    사실 다 핑계라는 거 알아요.
    같이 동아리 활동했던 친구들 중에 나 혼자 이랬거든요. 다른 애들은 다른 애들이랑 잘만 어울렸고 ㅎㅎ..
     
    근데 정말로 웃긴건 정작 제가 저런 상황에 놓여있었을 때는 외로운 줄도 몰랐다는거에요..ㅋㅋ...
    어렸을 때부터 혼자였으니까. 나는 항상 무리에서 겉도는 아이였으니까.
    제대로 된 친구 하나 사귀지도 못하고 혼자 학교생활을 9년이나 하면서도 내가 혼자인줄을 몰랐네요.
    저는 요즘애들이나 방과후에 핸드폰으로 친구들하고 연락하고 그러는 줄 알았는데
    저희 때도 카톡이 없었을 뿐이지 다들 문자하고 통화하고 했다네요.
    저는 한번도 핸드폰을 돈 낸만큼 써본 적이 없어요.
    통화목록 보면 맨날 엄마랑 할머니... 알 썼었는데 한달에 200알은 썼나? 그것도 못 썼던거 같아요.
    남들한테 방과후에 연락이 온 적이 없어서 남들도 다 집에가면 가족하고만 시간보내는줄 알았어요.
     
    고등학교 올라와서 1학년 때 좋은 친구들이 많이 생겼어요.
    3년간 기숙사에 살았는데 1학년 때 친구들이랑 내내 기숙사에서도 붙어다니고..
    진짜 행복했어요..
    서로 같이 치열하게 공부하고 몰래 군것질하러 기숙사 탈출하고 떠들면서 밥 먹고..
    밤에 원래 떠들면 안되는데 방에서 몰래몰래 서로 고민 털어놓고 꿈 얘기 하고..
    친구가 생기니까 알겠더라구요.. 내가 지금까지 혼자였구나.
    근데 처음부터 계속 혼자였어서 멍청하게 내가 외로운 줄도 모르고 있었구나..
     
    2,3학년 때 반 갈리면서 새로운 무리에 끼게 됐는데
    진짜 나쁜 생각인거 아는데 솔직히 사람 사귀고 챙기고 하는게 귀찮았어요..
    학교가 경쟁이 좀 심한 곳이었던데다가
    편애와 차별로 상처주신 선생님께 인정받겠다는 욕구로 가득했고
    조금씩 성적 오르는거 보는게 너무 행복하고 좋았어요..
    공부에 미쳐서 살았어요 진짜.. 눈 떠서 잠드는 순간까지 공부 생각 밖에 못했어요.
    제일 심할 때는 하루에 말한 횟수 세서(남의 말에 대답하는건 제외) 5번 넘으면
    나는 나쁜 애라고 벌줘야한다고 뺨 때리고 했던 적도 있네요.
    성적 떨어지면 죽을거라고 미리 유서 쓰고 공부하기도 하고.
    2,3학년 때 각각 반친구 한명이랑 같이 다녔었는데 걔네한테는 아직도 정말 미안해요.
    밥 혼자 먹기 싫어서 걔네가 다른 무리에 들어갈까봐 전전긍긍하면서도
    정작 걔네한테 정말 밥 먹으러 가자는 말 외에 해본 적이 없어요.
    밥 먹을 때요? 단어장 외우고 유인물 읽고 아니면 문제집 칼로 찢어가서 풀면서 밥 먹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까 나 정말 이기적인 애였네요. 걔네 이용한거잖아요...
    진짜 왕따 당하고 재수없다고 괴롭힘 당해도 싼데 애들이 너무 착해서 아무 일도 없었어요.
     
    고등학생 때는 이렇게 사는게 외로운줄도 모르고 그랬던건 아니였는데..
    맨날 화장실에 숨어서 울고 그랬거든요 ㅎㅎ..  힘들고 외로워서.. 가족들한테도 전화 맨날 하고..
    근데 공부가 내 인생에서 너무 중요해보여서 놓지를 못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반에서도 겉돌고..
    쉬는 시간에 이야기할만한 친구가 딱히 없으니까 쉬는 시간에도 공부만 해요.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 초라한 애가 되지만 공부라도 하면 그냥 독한 애가 되니까..
    지금 생각해보니까 내가 참 바보같아요. 악순환인줄도 모르고...
    수능 끝나고 대학 합격하고 학교는 나와도 아무것도 할 일은 없고..
    반에서 얘기할 사람도 없고..
    나 혼자 구석에 덩그라니 앉아 핸드폰만 가지고 놀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살다보니 어느새 대학생이 됐네요.
    밥도 혼자 먹고 수업도 혼자 듣고 휴일에 혼자 놀러가고..
    친구들을 사귀려고 노력을 안 해본건 아닌데 잘 안됐어요.
    애들이 나쁜건 아니에요. 인복이 없는건 아닌가봐요. 늘 주변에 착한 애들뿐이니까.
    그런데도 잘 안됐어요..ㅎㅎ.. 애들 정말 착한데.. 친해지고 싶었는데..
    대화를 해도 나랑 할 때는 뭔가 어색해하더라구요.
    동기들끼리 다 같이 술을 마셔도 어쩐지 내가 있는 테이블은 항상 조용하고.
    말을 잘 안하길래 조용한 앤가보다 했는데 다른 테이블 가니까 5분만에 잘 얘기하더라구요.
    그래서 그 이후로는 술자리도 잘 안갔어요.
    나랑 얘기하는거 너무 불편해보여서. 힘들게 하기 싫어서... 자꾸 얼굴보고 귀찮아지면 미워할꺼 같아서...
     
    저도 알아요. 문제가 저한테 있다는거.. 크게 실수하는거 아니면 애들이 이유없이 미워할리 없다는거..
    애들 정말 착해요. 지나가다가 저 보이면 크게 이름 불러서 인사해주고.
    되게 오랜만에 본다고 잘 지냈냐고 물어봐주고.. 나는 멀리서라도 아는 애 보이면 마주치기 싫어서 급하게 돌아가는데..
    계속 피하면 안된다는거 아는데 그래도 무서워서 도저히 못하겠어요.
    저희 동기 중에 저랑 좀 비슷한데 약간 허세가 있고 나서는 편인 남자애가 하나 있거든요.
    애들이 그 애가 허세부리거나 나서서 말하거나 할 때마다 웃거나 별로 안내켜하는 모습 볼 때마다
    나도 나서면 저런 반응이 돌아오겠지 싶어서 도저히 어떻게 대해야할지를 모르겠어요.
    괜히 입 열어서 비호감으로 웃음거리가 되느니.. 차라리 애들한테 관심 안받도록 입 닫고 사는게 더 좋은거 같고..
     
    처음에는 말도 많이 걸어보고 나름 노력했는데 잘 안돼니까 이게 나름 상처였나봐요.
    웃긴게 저는 우울해지면 제 과거 상처들을 하나씩 하나씩 헤집어보는 버릇이 있어요.
    대학 애들이 나를 미워할까봐 전전긍긍하다보니 조금씩 과거로도 확장되더라구요.
    아, 그 때 당시는 별 생각 없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얘는 나를 별로 안 좋아했던 것 같아.
    맞아 그 때 내가 ~했더니 걔 표정이 안 좋았어.
    나는 정말 멍청이야.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이러다 보면 하지 말아야겠다 싶은 행동들만 늘어가고.. 내가 하는 일은 모두다 남들이 별로라고 생각하는 일인거 같고..
    결국 이젠 적어도 미움은 받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애들 피해다니게 되고. 말 안하게 되고...
     
    그렇게 곱씹고 곱씹다가 도저히 못 견디겠는 순간이 오면 머릿 속에서 저 스스로를 괴롭혀요.
    남들한테는 얘기 안하지만 혼자있을 때는 죽고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머릿속으로 혼자 나를 때리는 상상을 하고 머리를 으깨는 상상을 하고 목 매다는 상상을 하고...
    그러다보면 기분이 좀 나아지는 거 같아요.
     
    가끔씩은 내가 정말 미친게 아닐까 싶어서 정신과나 상담치료 같은걸 검색해보기도 해요.
    근데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는거지 딱히 자해하거나 자살기도를 하거나 이런건 없어요..
    죽고싶다는 생각은 그냥 습관인거 같아요.. 4살때 아파트 베란다에 기대서 밑을 처다봤을 때 그 때부터 쭉 이어진 습관.
    죽고싶다는 생각은 해도 자살기도 같은건 시도해야겠다는 생각도 안해요. 아픈거 무서워서..
    인간관계에 공부까지 더해져서 제일 힘들었던 고2때도 차마 손목 그을 엄두는 안나서
    화장실에 처박혀서 혼자 빨간 펜으로 손목에 줄을 찍찍 긋고 있었던게 다에요.
    펜 끝이 뾰족해서 조금 따끔하긴 했는데 긁힌 상처 하나 안나더라구요. 그냥 빨간색 보니까 좀 안정되는거 같기만 하고..
    겁많은 멍청이라 아픈게 무서워서 죽을 엄두도 못내요.
    털어놓는 김에 조금만 더 솔직해지자면 내가 아픈거보다도 엄마랑 할머니가 내 장례식장에서 많이 울까봐 무서워요.
    우리 집 정말 화목하거든요.. 나 죽은 다음에 평생 나 그리워하며 울면서 살까봐 무서워서 못 죽겠어요.
    사랑 많이 받고 큰 사람은 티가 난다는데.. 나는 왜 이럴까?
     
    고등학생 때 공부에만 매달렸던거에 비해 원하는 학교는 못 왔지만 그래도 학교에 만족해요.
    전공도 강의도 다 좋아요. 재미있어요.. 사실 공부하는데는 독강이 좋기도 한거 같아요.
    이왕에 인간관계 말아먹은김에 찌질한 애 말고 그냥 학업에 열중하는 애가 되고 싶어서 공부 열심히 해서 장학금도 받았어요.
    수능 이후로 사라졌던 삶의 목표도 다시 세웠구요. 하고 싶은건 많아요.
    가끔 아싸여도 학업에 충실하면 나름 괜찮다는 식의 글들 찾아보면서 위안도 얻어요.
    나는 괜찮다. 나는 괜찮다. 목표 이루려면 이게 현명한거다. 이런식으로 스스로 생각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가끔씩 아주 가끔씩 외로워서 견딜 수가 없네요. 사람이 고프고.
    사람을 너무 안보고 살면 너무 숨이 막혀서 과외랑 스터디를 시작했어요.
    일주일에 단 몇시간이라도 말하는 시간이 있으면 좀 숨통이 트이거든요.
    갑자기 말이 너무 하고 싶을 땐 집에 전화해요. 집에 전화하면 내가 사랑받는게 느껴져서 좋아요.
    그러다가도 너무 외로우면 중고등학교 친구한테 연락해요.. 얼굴 보자구.. 몇명 안되긴 하는데...
    근데 그래도 정말 가끔씩은.. 너무 외로워서 견딜 수가 없네요.
     
    솔직히 내가 이 글을 여기에 왜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몇 없는 친구들한테 얘기하기엔 나름의 자존심이 문제고, 가족들한테 얘기하기엔 걱정시키고 싶지 않고..
    익명이니까.. 개인적인 얘기 너무 많아서 혹시라도 누구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봐 걱정되지만 그래도 익명이니까..
    창피해서 나중에 지워버릴지도 모르겠네요.
     
    글 너무 길어서 미안해요.
    근데 오늘따라 처음부터 끝까지 다 털어내버리고 싶었어요.
    룸메가 신입생인데 오늘 개총을 갔어요. 재밌게 놀다오라고 보내긴 했는데 그러고나니까 갑자기 너무 우울해져서..
    저는 개총 안가려구요.. 애들 보는 것도 어색하고..
    후배들한테 '걔랑은 별로 안 친하다'라는 말 들어갈까봐 무섭기도 하고.
    지금 아는 애들 피해다니는 것도 버거운데 아는 사람 늘리고 싶지 않은 것도 있고....
    그냥 그 애들 머릿속에서 저라는 존재가 짠하고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차라리 누가 혼자 다니는 내 모습을 보고 동정하거나 이상하게 여길까봐 움츠리고 다니지는 않을텐데.
     
    쓰다보니까 술이 진짜 마시고 싶어요..
    근데 혼자 마시는 버릇 들이면 알콜 중독이라도 되버릴 거 같아서 혼자서는 절대 안마시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하루에도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몇번이고 고민하고
    남들 다 사귀는 친구 하나 제대로 못 사귀는 내가 너무 밉고 혐오스럽고..
    진짜 힘든일 겪은 사람들에 비하면 내 삶은 진짜 평탄한 인생이었는데..
    고작 이런 인생에 지쳐서 외롭다고 징징대는 내가 너무 싫네요.
    겁쟁이...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그래도 한번 털어놓으니까 마음이 좀 편해지는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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