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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jungmo_13678
    작성자 : 친BOOK좌파
    추천 : 10
    조회수 : 865
    IP : 124.197.***.228
    댓글 : 9개
    등록시간 : 2013/03/02 00:06:58
    http://todayhumor.com/?jungmo_13678 모바일
    3월 1일 강남 보드게임정모 후기
    시간계산 미스로 강남역에 30분일찍 도착해버렸습니다..

    분명히 실내인데 어디서 찬바람이 불어오는지.. 오들오들 떨면서 폰을 부여잡고 다들 언제 오시나요를 연타하다가.. 근처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고 온 전날 밤샌 주최자가 나타나고.. 그렇게 하나둘씩 사람들이 나타나더군요.. 

    공지된 드레스코드가 태극기라 다들 몸 어딘가에 빨강, 파랑을 지니고 있었고.. 화려하게 무채색으로 빼입은 어떤 분은 검은 티를 보이면서 건곤감리라 하시더군요

    아무튼, 그렇게 남자 6명이 모여 보드게임방으로 향했습니다. 
    처음 앉아서 한 게임은 뱅.. 이었습니다만.. 첫번째로 죽어버려서 뒤의 게임 진행이 뭐가 어떻게 됐는지는 모릅니다. 이 게임은 오늘까지 세번째 해봤는데 할 때마다 사람들이 저를 처음에 죽이더군요.. 제 얼굴이 범죄자상인가 봅니다. 좀 더 착하게 살 걸 그랬습니다..
      
    마침 제가 죽을 무렵 저쪽 테이블에 네 분이 추가로 오셔서 그 쪽으로 끼어서 클루를 했습니다. 클루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살인범 맞추기 게임입니다. 제가 그 게임을 좋아하는지라 너무 애처럼 들떠 있어서 처음 보신 분들은 쟤 왜 저러나 싶으셨을 텐데.. 보기 좀 그러셨다면..  죄송합니다.

    제가 살인범을 찾을 동안 옆의 테이블에서는 카탄을 하고 있더군요.. 카탄이 플레이 시간이 좀 깁니다. 그래서 클루가 더 일찍 끝났고.. 이쪽 테이블에서는 영유아들이 지능계발을 위해 즐겨할법한 블럭가지고 균형맞추기 게임(이름을 모르겠습니다..밤불레오? 뭐시기였는데..)과 바퀴벌레 포커 한판을 했습니다. 
    그제야 저쪽 테이블에서 카탄이 끝나고 아임더 보스를 하길래 그리로 옮겼습니다. 아임 더 보스는 그냥 깔끔하고 처절하게 발렸습니다. 그러는 동안 저쪽에선 콩? 무슨 게임을 하고 있는 거 같더군요..

    그러다 다시 저 쪽에서 두분 정도가 일찍 가시고 또 한 분이 더 오셔서 그렇게 남은 사람들끼리 다 합쳐서 거국적으로 시타델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오고 가는 시차가 조금 안 맞아서 아임더보스와 시타델 사이와 시타델 중간에 게임의 흐름이 끊긴 점은 약간 아쉬웠습니다만 다들 바쁜 시간 내주셔서 오신 거니까 그 정도는 게임하는 사람들끼리 잘 조절하면 될 것 같아요..
    어쨌든 시타델은 서로를 죽이고 남의 건물을 부수고 돈을 털고 원한을 주고받으며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게임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렇게 본 정모가 끝났습니다.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뒤에 또 다른 정모가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죠.

    뒷풀이 때는 다시 두 분이 추가돼서 보드게임방 밑에 있는 고깃집을 갔습니다. 가브리살과 그보다 1000원 싼 삼겹살 잘 먹었고.. 어떤 분의 흥미진진한 스포츠 무용담 때문에 다 먹고 한 20분은 웃고 떠든 것 같습니다. 어느샌가 우리는 머리속에서 보드게임을 잊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노래방.. 노래방에서 두시간 정도 신나게 놀았습니다. 노래방을 위해 뒷풀이부터 오신 듯한 어떤 남자분의 열정적인 춤과 노래 덕에 제 귀와 눈이 많은 충격을 받았네요.. 전체적으로 남녀노소 다들 알콜 한 방울 없이 잘 노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격정의 노래방이 끝나고 나와서 다들 한마디씩 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보드게임 정모를 온 거야 노래방 정모를 온 거야?"
    저도 지금 이 후기를 쓰기 전에 한참 생각했습니다. "오늘 내가 무슨 게임을 했더라?"   

    ....

     전체적으로 오늘 정모는 재밌었습니다. 이제까지 보드게임정모하면서 어떤 분들과는 게임도 못 해보고 헤어져서 아쉬운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이번에는 오신 모든 분들과 다 한 판 이상씩 게임을 해 봤네요.. 예전에는 보드게임정모가 신청자 없어서 파토나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정모 모집글이 그 많은 반대를 먹고 베스트가 좌절돼도 참가자들이 꽉꽉 채워지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그리고 이건 주최자에게 쓰는 글.. 
     종E학님은 제가 거의 반고정처럼 매 정모마다 가는데도 신철할 때마다 고맙다고 반겨주고.. 매번 자기 재미까지 희생해가면서 사람들도 잘 챙기고..  
    게다가 생긴 것도 어리고 귀엽게 잘생겼고..그래서 당신과 결..결..결투하고 싶어요.. 는 농담입니다
    아무튼 여러가지로 감사합니다. 원래 제가 정모 나가도 후기는 잘 안 쓰는데.. 이번엔 이걸로라도 좀 그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어서요.. 

    제가 후기를 많이 안 써봐서 글이 좀 엉망입니다. 그럼에도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친BOOK좌파의 꼬릿말입니다
    왜 하필 오늘 이 자리에서 널 만나
    왜 아직 웃어줄수 없는지 넌 알까? 

    마주친다면 더 편한 모습이길 바랬는데..
    여전히 고개를 숙인채 널 못봐 그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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