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별 별 별을 외치며 밥을 먹는 아이를 봤다.
무의식적으로 별을 외치며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는 아이. 그 아이와 같이 밥을 먹는 아이 어머니.
순간 생각이 났다, 나도 어렸을때 틱 장애가 있었다는 걸.
어렸을때부터 내 몸은 민감했다. 양말을 신을때 두발을 감싼 느낌이 반드시 같아야 했고, 잠을 잘때 온 몸에 온도가 반드시 균일해야 했다. 안그러면 내몸은 견디지 못한다. 견디지 못했을때 습관적으로 균일하지 않은 부분을 어떻게 해야했다.
일곱살때 침대에서 목마를 타다가 침대에 튕겨 얼굴오른쪽을 창문에 박았다. 얼굴 오른쪽 근육이 두쪽으로 찟겨졌다.
그 후로 내 웃음은 항상 짝짝이였다, 내 생각엔 이 사고 후로 내 민감한 몸이 틱 증상으로 발전한 것 같다.
웃을때마다 내 자신의 불균형적인 근육을 느꼈다, 누가 보기 흉하다고 하는 것은 별로 개의치 않았지만, 내 자신이 그 불균형을 너무 너무 괴로워 했다. 그때가 시작이였다. 찢어진 근육을 습관적으로 보기 흉측하게 일그리게 하는 것을.
다치기 전까지는 난 내가 엄청나게 귀여웠던 걸로 기억한다, 부모님에 말씀으론, 버스에서 나를 안고 타면 꼭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고, 한번은 연락처를 받아가서 내 사진을 벽에 붙여놓고 허락을 구하는 연락도 왔었다.
다친 후로는 난 항상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 내가 웃을때 사람들은 너가 웃을때 왜 보조개가 하나 밖에 없어? 라는 사람들도 있었고, 귀엽다고 하다가 내가 얼굴을 일그러트릴때 정색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내 자신도 괴로웠다, 난 내가 불편해서 습관적으로 움직이는 부위가,언제부터 사람들에게 시각적으로 불편함을 가져다왔다는 것에 대해.
증상은 심해졌다, 하도 움직여 마비가 올때도 있었고, 자꾸 의식을 하는 내 자신이 싫어 얼굴을 몇대 후려 친적도 있었다.
얼굴을 일그러트리는 틱증상은, 내가 성장하면서 다른 틱 증상으로 전이가 되었다.
일주일은 얼굴을 일그러트리다가, 다른 일주일은 고개를 끄덕이고, 또 어떤 날은 눈을 지푸렸다.
어머니는 이런 날 이해해주고 감싸주기 보단, 왜 다른 아이는 안그러는데, 너만 미친놈처럼 그러냐고 그랬다.
그럴수록 나는 더욱더 괴로웠고, 틱 증상은 심해졌다.
너무나 내성적인 성격에, 틱장애 까지 안고 있어 나는 내 틱이 영원히 따라다닐 줄 알았다. 내가 얼굴을 일그러트릴때마다 누가 보는건 아닐까, 내가 누굴 불편하게 한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내 어릴적 시절을 항상 따라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참 불행했다, 나는 내 자신을 단 한번도 마음에 둔적이 없기 때문에.
내 틱 증상이 가라앉은 건 사춘기 때였다. 처음으로 농구를 좋아하게 되고, 비트박스를 접해, 내가 처음으로 특별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특별함 이라는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내 틱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준 친구도 있었고, 비록 어머니와는 갈등이 있었지만, 어릴 적과 비교하면 난 행복했다.
내 자신을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되고, 남들과 다르다는 걸 인정하면 할수록 내 마음은 평온해 졌다. 어느새, 내 틱 증상은 사라져 있었다.
내 얼굴이 짝짝이지만 난 사람들은 보통 그런 것에 신경을 안쓴다는 것을 배웠고,내가 누구에게 진심어린 웃음을 건내면 그 웃음은 얼굴에 상관없이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물론, 내 몸은 여전히 민감하다. 눈이 피로하면 습관적으로 눈을 찌푸리고, 근육이 아프면 습관적으로 그 부위에 힘을 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내 자신이 싫지 않다. 그게 나이기 때문에.
항상 배우면서 성장한다.
자기 자신을 바라보기 시작했을때, 진정으로 다른 사람을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별을 외치며 밥을 먹던 아이도 언젠간 느낄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