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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364934
    작성자 : 익명YWVkY
    추천 : 12
    조회수 : 1063
    IP : YWVkY (변조아이피)
    댓글 : 50개
    등록시간 : 2015/02/24 02:41:56
    http://todayhumor.com/?gomin_1364934 모바일
    난 내가 너무싫다 내 과거가 들통날까봐 무섭다
    무섭다.
    지금은 결혼하고 평범하게 사는 사람 중에 하나지만,
     
    초등학교때 가정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로 왕따당했었고 촌지 안준다는 이유로 선생님한테 집중적으로 지적당했다.
    중학교도 바로 옆학교로 갔으니 왕따 당했다는 소문이 퍼졌고 시선은 달라졌다.
    가정폭력 피해자로 가난에 항상 시달렸으니 자격지심과 피해의식도 공존하고 있었고.
    말 쉽게 옮기는 아이 덕에 이간질당해 왕따 당하고 점심도 같이 먹을사람이 없어 싸간 도시락을 하교한 후 집에서 허겁지겁 먹었다.
    그런 나를 쳐다보면서도 엄마는 방관했다.
    가정폭력과 가난으로 무기력했기 때문이다.
     
    형편이 너무 안좋아 고등학교를 실업계로 갔지만 처음에 바로 찬성하던 부모님은 주변 반응이 시원치않자 바로 내탓으로 돌렸다.
    난 허락한적이 없는데 니멋대로 실업계를 갔다며 몇날 며칠 욕하며 괴롭혔고 난 매일 울었다. 나도 인문계 가고 싶었던건 마찬가지였는데..
    씁쓸하게 고등학교를 입학했고 형편은 여전히 바닥이라 도시락반찬은 항상 같았다. 누린내 심한 싸구려 돈까스를 일주일 내내 싸줬다.
    도시락 같이 먹는 친구들은 하나같이 내 반찬에 손대지 않았다. 왜 자꾸 같은 반찬을 싸와?라며 물어보기만 할뿐이었다. 비참했다.
    그래도 티를 낼수없었다. 도시락도 겨우싸가는 형편이었기에 다른 반찬을 해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지금처럼 의무교육이 아니라 분기별 등록금은 항상 밀렸고, 교무실에 불려다녔고, 수학여행비를 못내서 전교생앞에서 망신을 당했다.
    쓸데없는 자존심때문에 집안형편을 얘기하지 않는 나는 어쩔 수 없이 털어놓았고 저소득 지원 장학금을 받아 겨우 졸업했다.
     
    성격은 삐뚤어질만큼 삐뚤어졌다. 그냥 모든게 화가 났다. 가장으로서 책임을 지지않으면서 허세부리고 폭력을 휘두르는 아빠도 싫었고
    나만 보면 쌍욕하는 엄마도 싫었고 그와중에도 차별하는 오빠도 싫었다. 엄마편만 드는 오빠한테도 맞았고, 모두가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는 내노력을 무시했다.
    내말을 들어주지도 않고 그들의 스트레스 해소로 생각했으니 난 학창시절에 있었던 수모를 내 부모한테 말한적이 없다. 어차피 들어주지 않을테니까.
     
    스무살이 되어 성인이 되고 직장을 다니게 되며 소득이 생기자 나는 더 삐뚤어졌다.
    아빠가 항상 마시고 주사를 부려 난 절대 마시지 않겠다던 술을 입에 대기 시작했고 담배도 피웠다. 골초처럼.
    그동안 못먹은걸 다 먹어버릴 것처럼 게걸스럽게 술마시고 담배를 피워댔다.
    남자친구를 사귀며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지옥같은 집에 가느니 차라리 모텔이나 남자친구 집이 나았으니까.
    대학이 넘 가고싶어 재수해서 수능보고 야간대에 갔지만 집에서는 등록금이고 뭐고 아무것도 주지 않은 주제에 계속 구속했다.
    직장퇴근 후 다니는 야간대라 아무리 일찍 끝나도 밤 열시인데 귀가가 늦다는 이유로 트집잡아 내 돈 주고 산 핸드폰을 계속 부수었고 회사도 못가게 했다.
    결국 아빠란 사람은 내머리를 깨부수었다. 119에 실려갔으나 먹고사는게 힘들어 머리에 피떡진채로 출근했다. 모두의 구경거리가 되었다.
    계단에서 굴렀다고 했지만 아마 다들 눈치로 깨달았겠지.
    이래도 아무말도 못하고 방치한 사람이 내 부모다. 계속 방황했고 매일같이 술을 마셨고...결국 업무에 지장이 생겨 계약만료를 핑계로 잘렸다.
    어렵게 들어간 대학교도 더 버티지 못해 자퇴서를 내버렸다.
     
    집에서 도망치고 싶어 독립을 핑계로 온갖 욕을 다 먹으면서 한 남자와 성급하게 결혼을 하였고 보란듯이 실패했다.
    그 남자는 겉으로는 멀쩡했지만 가족 모두 신용불량자였다. 마침 일하던 가게도 망해서 문을 닫아버렸다.
    전세로 알았던 집은 월 100이나 내는 월세였고 나보고 카드론을 받던지 카드깡을 해서 자기들 장사할 돈을 해주라는 쓰레기들이었다.
    본색을 드러내니 하루가 멀다 하고 닥달하였다.
    열심히 살면 잘되겠지,라고 생각했던 나는 바보멍청이 병신이었다.
    닥치는대로 일을 하고 면접을 보러 다니면서 그 남자는 백수였다. 내 명의로 얻었던 원룸 보증금은 계속 까였고 남자가 겨우 얻은 직장도
    보란듯이 망해서 짤렸으나 그게 내탓이라 하였다.
    그 와중에 임신했고 현실파악한 나는...하면 안되는 선택을 하였다.
    아이에게는 너무나도 미안하지만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아마 그 아이를 낳았다면 그 수렁 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아이도 나도 평생 불행했겠지.
     
    계속 멍청하게 살다가 소나무처럼 우직한 한 사람을 만나서 계속 밀어내다 결혼하고 지금 아이가 둘이다.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전에 비하면 참으로 편안하고 평탄한 삶이 되었다. 적어도 밥걱정은 하지 않으니까..
    신랑은 참 다정다감한 사람이다. 내 과거를 아는 유일한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나를 지극히 사랑해주니까.
     
    하지만 이런 환경 덕분인지 난 계속 사람들한테 정을 너무 쉽게 주고 이용만 당했다.
    절친이라 생각했던 여자는 뭐 먹고싶을때만 연락하고 날 찾아왔고 부모란 사람도 돈얘기만 했다. 형제도 마찬가지.
    애들 엄마라는 사람들도 다르지 않더라. 무한의 호의를 보이고 순해보이면 끝도 없이 이용해 먹는 사람이 천지삐까리였다.
    난 아이 낳고 못된 여자들이 이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 다 퍼줬더니 자기들도 좋다고 고맙다고 받아놓고 뒤에서 내욕을 한다.
    사실 얼마전에도 죽도록 고생만 하고 이용당하고 뒤통수 제대로 맞아놔서 삶에 회의가 든다.
    그래도 무시당할까봐 대학 자퇴했으면서 졸업했다고 뻥치고 하하호호 웃으며 받아주려고 애쓴다.
    이런 내가 싫다. 사람이 무서운데 계속 사람을 찾고 말하다보면 자꾸 나를 속이게 되고 가식적이게 되는 내가.
    초혼 실패하고 낙태하며, 가정폭력 피해자였던 어두운 과거를 들킬까봐 노심초사하는 내가 너무 싫어서 혐오감이 든다.
    그게 다 나의 선택이었다는 점에서도 무섭도록 내자신이 싫다.
    다시 태어난다면 나도 화목한 가정에서 평범하게 잘자란 누군가의 자식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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