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해보고 없어서 퍼왔습니다.
뒷북이면 낭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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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때는 83년의 어느날...
제가 초딩 4학년 때의 일입니다...
찬바람이 솔솔 불어오던 가을이였습니다.
학교 수업을 마친 저는 여느 때와 같이 수업이 끝난 후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놀았나 봅니다. 친구들도 집에 가고 운동장에는
저와 몇몇 '어린이'만 뛰놀고 있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저는 갑자기 멀리서 저에게 뛰어오는
담임선생님을 발견합니다.
"헉헉헉!! 너 있었구나... 필원(가명)이도 헉헉..."
우린 그저 놀랄 뿐이였습니다...
빨리 집에 안간다고 혼나는 것일까 두려웠죠...
"여기 혹시 4학년 있니?"
근처에 있던 두어명의 친구들이 놀란 눈으로 손을 들었습니다...
선생님은 대충 흩어 보더니 여자애 한명과 남자애 한명을
골라 우리와 함께 교무실로 데리고 갔습니다.
교무실에서는 대단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여기요... 김선생님 4학년 애들 몇명 데려왔어요"
"아니 조선생님! 아무나 데려오면 어떡해요!!"
"아! 어쩔 수 없잖아요! 당장 시간이 없으니!!!"
"안돼! 못갑니다! 누가 책임져요!!"
"책임은 무슨!! 괜찮다니까요... 안가면 안되는거 알잖아!"
"연락을 오늘 받았는데 어쩌라고!! 안됩니다!!"
뭔지 잘 모르겠지만 결국 가는것으로 결론이 나더군요...
담임선생님(조선생)과 함께 우리는 택시를 타고 급히
어디론가 향했습니다.
잠시 후 도착한 곳은 처음가보는 낯선 초등학교...
교문에 들어서니 건물에 현수막이 붙어 있더군요...
- 제1회 교육감배 국민학생 학년별 과학 경시대회 -
흥미로왔습니다...
우리와는 거리가 먼 일이라고 생각했죠...
'여기서 대회 구경하는 건가?'
그러나...
선생님이 우리를 데리고 간 곳은 바로 그 대회장 이였습니다.
"잘 들어! 니들이 학교 대표야! 정신차리고 잘 해야해!"
우리 네명은 그 자리에서 얼어 붙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한눈에도 '한공부' 하게 생긴 놈들이 우글대고
있었습니다.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쓴 E.T 같은 놈...
짧은 머리에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말라깽이 여자애...
기타 등등 괴물 같은 놈들...
싸워 보기도 전에 전의를 상실하기에 충분한 장면이였습니다.
나름대로는 의젓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때라... ^^;
침착하게 우리팀을 둘러 보았습니다.
필원이는 같은반 아인데... 그냥 순박하고 단순한...
사실대로 말하자면 '좀 모자란' 아이였고...
같이 간 남자애, 여자애는 그날 처음보는 애들이였죠...
그래도 남자애는 공부 좀 하게 보여서 안심이 되었고
저도 특활을 '과학부'에서 활동하고 있던 때라 (하하하)
'까짓것 뭐!' 라는 생각이 들었죠...
"걱정마세요 선생님! 잘할게요!!!"
"그래라... 너희를 믿는다..."
잠시후 대회가 시작되었습니다.
학교별로 4명이 한조가 되어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표였고, 지도 교사는 옆에 있긴 하되 말을 해 줄 수는
없는 것이 규칙이였습니다.
"자 지금부터 나눠주는 혼합물을 성분별로 분리하고
무슨 성분인지 알아내는 것입니다. 시작하세요~"
일단 제가 나가서 혼합물을 받아 실험대로 돌아 와서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살폈습니다.
- 콩, 옥수수, 쌀, 설탕, 고운모래, 철가루 -
너무도 생소한 혼합물을 앞에 놓고 다들 정신이 멍해지고...
아무도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주위를 살펴보니 실험대에는 다음의 기구들이 있었습니다...
알코올 램프, 비이커, 삼발이, 철판, 자석, 다양한 크기의 체,
온도계, 시약 수저 등등...
다른 조들은 벌써 시작해서 분주히 실험을 하고 있었고
우리팀은 한참동안 망연자실하고 있었습니다.
오랜 침묵 끝에 '샤프하게 보이는' 우리팀의 남자애가 의견을 냅니다.
"근데... 여기 있는 기구들은 다 쓰라고 준 걸거야..."
멋지지 않습니까 그 훌륭한 잔머리 회전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맞아! 맞아! 니가 해봐!"
우리팀 샤프맨은 팀원들의 지지에 용기를 얻은듯 서슴치 않고
알코올 램프에 불을 붙였습니다. 사실 초딩들의 심리가 불장난 같은
것을 또 좋아하지 않습니까...
팀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는 삼발이 위에 철판을 놓은 후 과감히 혼합물을 그 위에 쏟았습니다.
우리들은 경이에 찬 눈으로 그에게 무한한 신뢰를 주고 있었고요...
그러나...
불안한 마음에 주위를 힐끔거리며 다른팀을 컨닝하던 저는
중요한 사실을 하나 발견합니다.
알코올 램프에 불을 붙이고 있는 팀은 우리 뿐이라는 사실을...
"야... 기다려봐... 우리만 불 켰잖아..."
그러나 샤프맨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맞을거야!"
그 단호함에 모두 다시금 그에 대한 지지를 확인했죠...
잠시후...
우리팀 알코올 램프 위의 철판에선 달콤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와!! 달고나다!!"
해맑은 목소리로 좋아하고 있는 사람은 우리팀 이쁜이였습니다.
설탕 녹아 타는 냄새가 온 실험실을 채우자 주위의 시선이 우리에게
쏠렸습니다. 여기저기서 수근 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게 아닌가???'
제가 의심을 하는 순간에도
이쁜이는 숫가락으로 설탕 녹은 것을 저으며 천진난만한 미소를
보여주고 있었고...
담임선생님 얼굴은 붉게 달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퍽! 퍽퍽퍽!!! 파바바박!"
다시 괴폭발음과 고소한 냄새가 또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그 이유는...
옥수수가 반은 타고 나머지 반은 팝콘이 되어 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른팀에서 자석으로 철가루를 골라 내고 있던 것을 보고 있던
저는 우리팀으로 눈을 돌리자 옥수수가 없어진 것을 발견합니다.
"야!! 필원아 너 뭐 먹어??!!!"
"어 병일아 너두 먹어... 강냉이다 이히히"
"어어어어어...으어..."
기괴한 방법으로 우리팀은 옥수수와 설탕의 분리에 성공합니다.
설탕은 철판에서 다 타서 녹아 붙어 재가 되어 있고요 옥수수는
필원이놈 뱃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선생님의 얼굴은 창백해졌습니다...
그래도 계속되는 우리의 독창적 실험...
제가 어렵게컨닝한 사실을 알려 줍니다.
"야!! 철가루는 어떡할거야!! 재들은 자석으로 고르잖아!!"
"내가 할께..."
이쁜이는 말릴새도 없이 자신있게 자석을 철판위로 가져갔고...
'척' 소리와 함께 철판이 자석에 붙어 위로 올라갔고...
타버린 콩, 쌀의 잔해는 모두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앗뜨거!!!"
이쁜이가 손을 흔들자 그나마 철판은 실험대에 거꾸로 떨어져
설탕 녹은 쪽이 붙어 버렸습니다. 뜨거워서 손댈 수도 없고요....
어린나이에도 뭔가 감지하고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서있는 우리팀...
잘은 모르지만 성공이 아니란것은 확실했습니다...
"자 이제 그만!!"
실험 시간이 끝나고... 각자 보고서를 써서 발표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른 조가 발표합니다...
"저희 조는 혼합물의 크기가 다른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먼저 체로 크기별로 나누고 모양이 다른 옥수수와 콩은 손으로
분리했고 쌀은 체로 고르고, 그 다음 설탕과 모래, 철가루를
나누고 마지막으로 모래에서 자석으로 철가루를 골랐습니다"
박수소리 요란합니다... "와!!!"
우리팀의 샤프맨이 발표합니다...
"저희 조는 실험기구를 사용했습니다. 가열하자 설탕이 녹았습니다
옥수수는 강냉이가 되었습니다. 철판을 자석으로 잡고 기울이자
콩과 쌀이 떨어져서 줏었습니다. 콩은 다 타서 쌀과 구분되었
습니다. 남아있는 철가루와 모래는 설탕에 붙어 있습니다"
발표를 마치자 다른 학교 선생님들이 쓰러져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선생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잠시 남아 남들이 상타는 것을 본 후 집에 가기 위해 학교를
나섰습니다.
"선생님 없다... 어디 가셨지?"
"먼저 가셨나봐... 우리 택시타고 가자..."
교문을 나서자 골목길 뒤에서 선생님이 우리를 부릅니다...
"... 그래... 잘 했어... 가자...다 내 잘못이지..."
우린 잘못한것은 우린데 선생님이 잘못이라고 하니 놀랐습니다.
돌아가는 택시 안...
기념품 연필을 들고 좋아하는 우리들은 실험은 벌써 다 잊었지만...
머리를 싸매고 괴로와 하는 선생님을 보는 것은 너무나도
슬픈일이였던것 같습니다...
PS : 그 후... 17년... 그 멤버중 한사람인 저는 대덕연구단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조국 과학의 미래가 걱정되시나요? ^^
키스보다도 깊은 포옹.
한치의 틈도 없이 꼭 맞닿은 둘의 체온이 서로에게 얼마나 커다란 안정을 주는지.
단순히 존재한다는 사실 만으로 이토록 가슴벅찬 위안이 될 수 있는지.
흐르는 눈물조차 느낄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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