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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3615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6
    조회수 : 1676
    IP : 121.182.***.180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1/03/31 09:20:36
    http://todayhumor.com/?panic_13615 모바일
    [펌][장편,브금] '껌' [ XII ]


    나가야 한다.

    무조건 나가야 한다.

    방법 따위는 모르겠다.

    하지만 죽는 한이 있어도 나가야 한다.

    나가서 아내와 은비를 구해야 한다.



    “대체 무슨 일이에요. 집에 무슨 일 있어요?"



    "필중아."



    "예?"



    "나가자."



    이 때 필중에게 비치는 내 모습이 어땠을까.

    아마 갑자기 정신이라도 나간 것처럼 보였을 거다.



    "다짜고짜 그렇게 말 하셔도, 대체 무슨 수로 여길 나가자는 거... 어? 대리님?"



    필중이 계속 말했다



    "우... 세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물이 나온 모양이었다.

    허겁지겁 손으로 눈가를 훔쳤다.



    "우, 울긴 새끼야. 누가 울어."



    "아까 통화중에도 우시는 거 봤어요. 무슨 일이에요? 뭐 삼켰느니, 어쨌느니 하시던 것 같던데."



    필중의 말에 안으로부터 용솟음치는 감정이 느껴진다.

    그리고 순간 울컥하나 싶더니, 이내 참을 수 없는 상태에 빠지고 만다.



    "씨팔. 흐흑흑흑."



    "이제 아예 대놓고 우시네. 참나..."



    모르겠다.

    아직 아내도, 은비도 어떻게 된 건 아닌데 왜 이렇게 슬픈지 모르겠다.



    "아내가, 아내가, 그 껌을 삼켰어."



    "뭐라고요?"



    "그리고 내 딸은 그 껌을 씹고 있고.. 크흑...씨팔. 그러니까, 나가야 한다고!"



    은비를 떠올리니 또다시 감정이 격해졌다.

    나는 도무지 그 아이가 괴물이 된 것을 상상할 수 없다.

    그 아이의 입에서 괴상한 소리가 나는 것도, 그 아이의 얼굴이 이상한 곳에 붙어 있는 것도.



    "아니, 아니 어쩌다가 그걸 씹었대요?"



    "다 내 잘못이야. 내가 그 껌을 가져오면 안 되는 거였어. 차라리 내가 삼켰으면 삼켰지. 왜 아무것도 모르

    는 우리 가족이... 니미! 씨팔!"



    흥분한 나에게 필중이 손을 내밀어 한 쪽 어깨를 붙잡았다.



    "진정하세요. 마음은 알겠는데, 이성적으로 생각하자고요."



    "흐흐흑..."



    필중의 말이 맞았다.

    우선은 이성을 찾아야 한다.

    아내에게는 나만 믿으라고 해 놓고,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억지로 침을 삼켜가며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나를 필중이 물끄러미 보고 있었고, 어느 정도 뜸을 들인 후 입을 열기 시작했다.



    "용케 나가서 집으로 갔다고 쳐요. 그 다음엔 어떻게 하실 거예요? 무슨 해독제라도 있나요? 눈앞에서 부인

    이 괴물로 변하는 걸 보고 싶으신 건 아니잖아요."



    직설적이라 거슬리긴 했지만 틀린 말은 없었다.

    당장 집에 간다고 아내를 구할 방도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눈앞에서 괴물이 되기라도 한다면 그거야말로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은비는 어쩌란 말인가.

    은비까지 껌을 삼킨다면 나는 아마 미칠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충분히 정상은 아니었지만.



    "후우. 그래 너 말이 맞다. 후우, 후우. 쪽팔리게 씨팔. 후우 후우."



    숨을 골랐다.

    이성을 찾는 데도 역시 은비 생각이 최고였다.



    "후우. 후우. 아? 아. 그 집! 그 집으로 가 봐야겠어!"



    "예? 무슨 집..."



    "처음 이 껌을 받았던 곳 말이야. 그 집 주인이라면 뭔가 알고 있을 거야. 이 일의 장본인이니까."



    필중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그 사이 나도 여러 생각을 떠올렸다.

    특히 그 음식점 주인의 모습,

    분명히 팔 여기저기에 살점이 뜯겨져있었다.

    잘은 몰라도 정황상 그 껌의 영향이 틀림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필중의 말로 볼 때, 오주임도 그 주인과 비슷한 모습이 된 것 같았다.

    그러니까 껌을 삼킨다고 해서 꼭 문 밖의 괴물처럼 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지금 상황에서는 팔에 구멍을 뚫는 상태라도 감지덕지해야 할 것 같았다.

    아니,

    아내가 제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괴물로만은 절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쨌든 일단은 그 가게로 가야한다.

    그 주인장을 만나서 모든 비밀을 알아내야 한다.



    “음... 다른 건 다 둘째 치고 일단 저 괴물은 어쩔 겁니까.”



    생각을 마친 필중이 말했다.

    조금은 누그러진 말투였다.

    그나저나 정말 저 괴물이 문제이긴 했다.

    문 앞을 딱 막고 서서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고 있는 저 녀석을 어떻게 돌파한단 말인가.



    “그, 약점 같은 거 없을까? 가령 불에 약하다든지.”



    “약점이 있었으면 제가 여기 갇혀 있게요?”



    “음.”



    괴물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때다.

    다행히 흥분상태는 많이 가라앉았다.

    여전히 가슴은 뛰고 있었지만.



    “저 놈만이 문제가 아니에요. 3층에는 저런 녀석들이 득실득실 하다고요.”



    “응? 득실득실?”



    아까 전 좌측 통로에서 비치던 실루엣이 떠오른다.

    괴물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다만 껌을 삼킨 사람만 괴물이 되었다면 그렇게 많은 수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득실 득실이라니.



    “우리가 4층으로 도망 온 이유가 그거에요. 저 녀석들은 3층을 거점으로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한 놈이었

    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수가 많아지더라고요. 걷잡을 수 없을 지경이 되기 전에 사람들과 함께 나왔죠.

    그때는 저렇게 문 앞을 떡하니 지키고 있지 않았거든요.”



    “그럼 나온 김에 밖으로 나가지 그랬어.”



    필중이 고개를 젓는다.



    “이미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저 놈들이 지키고 있었어요. 어쩔 수 없이 4층으로 가게 됐는데, 3층과

    는 달리 한 녀석만 그 곳을 배회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비교적 손 쉽게 우리는 405호로 들어갈 수 있었어요.

    405로 들어간 이유는 내부가 크기도 했지만, 잠금장치가 2중이라 좀 더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어요.”



    “잠깐만. 그런데 그 한 놈은 어떻게 피한거야?”



    “예?”



    “그러니까. 그 4층에 있던 한 마리의 괴물은 무슨 수로 피할 수 있었냐고.”



    “아아.”



    필중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 마리쯤은 피할 수 있어요. 아까도 비슷했잖아요.”



    그 말에 문득 떠올랐다.

    괴물에게 잡혔을 때 빠져나왔던 순간이 말이다.

    두 번이나 괴물에게 붙잡혔고, 그 때마다 내가 취한 행동은,

    바로 껌을 뱉는 것이었다.



    “껌을 뱉으면 괴물의 관심을 잠시 돌릴 수가 있어요. 일반껌이 아니라, 음 뭐라고 해야 하나, 오부장 껌?

    이것으로 말이죠.”



    굳이 오부장 껌만이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처음에 내가 뱉은 껌은 오부장과는 전혀 연관이 없었으니까.

    어쨌든 이건 긍정적인 정보였다.

    필중이 우려했던 문 앞의 괴물을 돌파할 최적의 수단이 분명했다.



    “그럼. 여기서 나갈 수 있겠네. 껌을 뱉으면 되잖아.”



    필중이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은 조금 달라요. 문에 찰싹 달라붙어 있기 때문에, 껌을 뱉기 위해 문을 여는 것 자체가 위험해요.”



    “문을 열자마자 껌을 뱉으면 되잖아. 그게 뭐가 위험해?”



    “잠금 쇠를 돌리면 저 괴물은 바로 들이닥칠 거예요. 행여 뱉기도 전에 얼굴을 붙잡히면 어떡할 거예요?”



    “얼굴을 꼭 잡힌다는 보장은 없잖아. 그리고 껌을 뱉는 것은 순식간이야.”



    “그것뿐이 아니에요. 용케 껌은 뱉었지만, 급하게 뱉느라 문 바로 앞에 떨어진다면 어떡할 거죠?”



    가만 보니 얼마 안 되는 확률에 계속 연연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기우쯤은 굳이 괴물이 없더라도 널려있는 게 현실이다.



    “한 명이 잡히더라도 우린 둘이니까, 남은 한 명이 껌을 뱉으면 되잖아.”



    “그...”



    필중이 약간의 시간차를 주며 말을 했다.



    “그 한 명은 누, 누가 할 건데요?”



    “뭐? 무슨 한 명?”



    “괴물에게 잡히는 사람 말이에요. 전 못해요. 저 괴물에게 절대 잡히고 싶지 않다고요.”



    “괴물에게 잡히는 거, 내가 하면 되잖아.”



    “하지만, 동시에 잡힐 수도 있죠.”



    아무래도 필중은 여기서 나가는 것에 회의적인 모양이었다.

    경찰도 불렀겠다,

    괴물이 문을 열지도 못하겠다,

    필중으로서는 아무리 확률 좋은 도박이라도 꺼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했다.

    하지만 나는 나가야 한다.

    언제 올지 모르는 경찰을 기다릴 수 없고, 온다고 해도 저 괴물을 대체 어떻게 상대할 건지가 의문이었다.

    헛기침을 한 번하고 말을 이었다.



    “그럼 나 혼자라도 나가겠어. 단, 한 가지 부탁만 들어줘.”



    필중은 긍정도, 부정도 취하지 않았다.



    “제 정신이에요? 혼자서 여길 어떻게 나가요.”



    “그러니까 부탁 하나만 들어달라고 하잖아. 들어줄 거야, 말거야?”



    필중이 노골적으로 내 눈을 피했다.



    “뭐, 뭔지 말이나 해 보세요.”



    “내가 괴물에게 잡히면, 늦게라도 좋으니까 껌을 뱉어줘.”



    필중이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무슨 말을 꺼내려고 했다.

    하지만 이보다 내가 먼저 말을 했다.



    “알아. 동시에 잡힐 수 있는 위험 충분히 알아. 그러니까 내가 잡히는 걸 확실히 본 다음에라도 껌을 뱉어

    달라고. 뒤늦게나마.”



    “문은요? 문은 누가 열어요?”



    “문도 내가 열께. 내가 열고, 내가 잡히면 되잖아. 넌 멀찌감치 보다가 내가 끌려가기 전에만 와서 껌을

    뱉어달라고. 그리고 내가 빠져나가면 그 때 다시 문을 잠그면 되잖아.”



    정말 최소한의 부탁이었다.

    하지만 필중은 여전히 나의 눈을 피하며 대답을 못 하고 있었다.



    “아까 전에는 괴물 앞에서 문까지 열어 나를 구했잖아. 이제 와서 그렇게 두려워하는 이유가 뭐야?”



    그러고 보니 그 때도 필중은 껌을 뱉어주지 않았다.

    잡혀 있는 내게 껌을 뱉으라고 소리만 쳤을 뿐이다.

    생각해보면 껌을 뱉는 것은, 그 행위로만 본다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닌데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어쩌면 뭔가 숨기는 것이라도 있는 것일까?



    “말했잖아요. 눈앞에서 더 이상 사람이 죽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그럼 말 다했네. 이번에도 내가 죽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을 것 아니야?”



    “그, 그런.”



    필중의 말을 듣기도 전에 이미 문 쪽으로 성큼성큼 가기 시작했다.

    내게는 더 이상 필중을 설득할 시간도,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 그러지 말아요! 안 돼. 안 된다고. 이 껌은 뱉을 수 없어!”



    필중의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단지 이 껌은 뱉을 수 없다는 말이 조금 신경 쓰일 뿐이었다.



    “갑자기 그 장기자랑이 떠오르네. 필승 말이야, 정말 대단했었어.”



    필중에게 농담을 한 마디 건 냈다.

    그리고 문 바로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문 앞에 서자 괴물과 정면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되었다.

    다시 봐도 끔찍한 모습.

    특히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양주임의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다가가자 괴물은 미친 듯이 몸을 흔들며 반응하기 시작했다.

    까치발을 들고, 손을 잠금쇠 위로 가져갔다.

    그러자 뒤에서 필중의 소리가 들려온다.



    “안 돼! 안된다고!”



    -끼익, 철컥.



    잠글 때는 그렇게 안 잠가졌으면서, 열 때는 얄미울 정도로 손쉽게 풀린다.



    “필중아. 너만 믿는...”



    -벌컥!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

    괴물이 들이닥친 것이다.



    -콰악!!



    그리고 껌을 뱉을새도 없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괴물에게 붙잡혔기 때문이다.

    그것도 얼굴을.



    “끄으으으으읍!!”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그동안의 기다림으로 한이라도 서린 탓일까?

    괴물이, 붙잡은 내 얼굴에 잔뜩 힘을 주고 있었다.



    “우쉬치이추히우추”



    괴물의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씨팔" 하고 욕을 내뱉는 필중의 소리도 들린다.



    출처 : 웃긴대학 공포게시판 '건방진똥덩어리'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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