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아래의 글을 보고 무슨 음식인지 맞춰보세여.
씹으면 겉은 고구마맛탕처럼 찐득하고 약간 딱딱한 겉부분에 이가 박혀들어가면서
따끈따끈한 속살이 나온다. 설탕과 기름을 섞어 거기에 담궈 튀겨냈다. 느끼하면서 매우 달고 찐득찐득한 식감이다.
속살은 또 말랑말랑 괜찮긴한데 겉부분이 임팩트가 너무 쎄서 속살은 걍 뇨롱니리링한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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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바나나 좋아합니다. 근데 여러분 바나나 어떻게 드십니까?
예? 뜬금없이 뭔 뻘소리냐구여? 당연히 껍질까서먹지 그러면 껍질채로 먹냐구여?
저도 바나나 좋아합니다. 그냥 껍질 까서 먹으면요....
참고로 위에 서술된 음식은 바나나 튀김입니다. 기름 와장창! 설탕 와장창! 들들들 볶는건지 튀기는건지간에 해서 완성된 그 갈색 비쥬얼.
물론 문화컬쳐먹은 음식이 바나나 튀김은 아닙니다.
작년 여름경에 필리핀에 갔었어여. 뭐 다른 설명은 필요없고 일단 딱 가서 한달동안 살아보니까 세가지를 절실히 느꼈는데
1. 덥다. (근데 일부 지역은 오히려 춥다.)
2. 습하다.
3. 그리고 모든 음식이 달고 짜다.
고기조림에서 다른맛은 안느껴지고 극도의 단맛과 짠맛만을 처음으로 느껴봤습니다.
여튼 다 짜. 막 달고 짜. 한국에선 먹고 죽을래도 없던 고기였는데 여기와서 한달동안 지내보니까
고기가 안들어간 반찬이 없어...... 아... 싱싱한 채소먹고싶다.....싶을정도로 야채는 고기반찬 소스에 절여진 양파나 뭐 그런거밖에 없었으여.
채소먹고싶다... 상추에 깻잎얹고 싱싱한 청양고추 썰어서 마늘하고 삼겹살하고 쌈싸먹고싶다... 하고 생각하던 찰나에
가정집에서 점심메뉴가 쭉쭉 나왔읍니다. 필리핀여행 막바지에 가정집에서 홈스테이를 했는데 두번째 날이었어여.
그쪽 동네는 그나마 풀반찬이 나와서 따갈로그어인지 비사야어인지(둘다 필리핀말) 기억도 안나지만 여튼 잘먹겠씁니다! 하고 국을 봤는데
밥이랑 국이랑 밑반찬이 나왔는데 국에 뭔 무? 랑 이상한.... 동그랗고 길쭉하고 부드러워보이는 무엇인가가 있었어여. 물론 이동네도 고기는 반드시 들어감.
흡사 한국의 돼지고기 수육+맑은 갈비탕처럼 보여서 기대하고 국물을 한숟갈 들이켰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맛이 남.
설마하고 건더기를 먹어봤더니
바나나.
입안에서 뭉그러지는게 딱 바나나.
무같이 생긴 것도 먹어봤더니 파파야. 식감도 아삭뭉기적한게 요상한데 맛은 약간 비리고 맹맛밖에 안남.
진짜 쇼크먹고(평소 과일을 국에 넣는다는건 상상도 못함) 자세히 봤더니 슬라이스된 것도 있고, 툭 반으로 잘린 바나나도 있고..
바나나! 세상에 바나나가 가득해!..... 국물에서 바나나 달짝찌근한맛밖에 안남.. 고기맛이랑...
혹시나 하고 밥을 자세히 보니까 감자인줄 알았던 게 바나나...
또 그렇게 맛없진 않은데... 묭동 묭동 무르륵한 그 식감이 너무 거슬렸어여....
튀김은 어떻게 먹다보면 묘하게 중독성있기도 했는데 도저히 바나나탕은 좀 그렇더라구여... 다 먹긴 했지만
일주일 묵었는데 그뒤로도 두번정도 더 나오더군여. 얌전히 바나나 오물오물.
얘는 바나나튀김. 여행중에 사진을 안찍어서 구글링으로 대체
그리고 지금 검색하면서 안 사실인데 바나나국은 어떻게 찾아봐도 사진이 안나와여... 구글에 없는 음식사진이라니..
그래도 대충 생긴걸 보여드리자면
이렇게생긴 바나나가 있는느낌? 바나나가 저렇게 누렇진 않았는데 딱 저정도로 뭉개지고 저정도 건더기였음.
궁금하시면 바나나 사다가 물에 30분정도 끓여보세여.
맛은 그냥 온통 바나나맛이라 그렇게 맛없진 않은데 국물이랑 국이랑 밥이랑 바나나맛이다보니까 좀 그래여.
바나나튀김은 정말 필리핀 국가지정음식인가 싶을정도로 어디서나 보였는데 바나나탕은 두달 필리핀 여행하면서 그 동네에서밖에 못봤네여.
엄.....그냥 그랬다구여. 아 쓰다보니까 바나나튀김은 딱 한개만 다시 먹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