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만년필에 취미를 붙인지도 어언 일년여...
허세 반 필요 반으로 쓰고있는데 기간동안의 지름들과 쓰다보니 느낀점들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시간이 시간이다보니 베스트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슴당
1. 만년필을 쓰게 된 이유
저는 심각한 악필입니다.
제가 쓴 노트들은 당장 10분후가 쪽지시험이어도 빌려가지 않는 노트였고 1주전에 제가 쓴 글을 1주일 후에 봐도 이게 글씨인지 지렁이인지 모를정도로 글씨를 잘 못 씁니다.
교정해보려고 교정본 이런걸 사도 그때뿐이고 다시 글씨가 '내가 절지동물임을 잊지말라'며 지렁이로 환골탈태하여 돌아가곤 했습니다. 급하고 꼼꼼하지 못한 성격 탓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T_T... 잘 쓰고 싶었어요.
그때 만년필로 글을 쓰면 글씨가 읽을만해진다는 소문을 어디서 듣게 됩니다. 마침 시간도 남아서 만년필 관련 정보를 찾아보게 되었어요. 예산은 2만원이었지만 뭐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ㅋㅋㅋㅋㅋㅋ 원래 뭐 시작할때는 약간의 지식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들이대야해요 ㅋㅋㅋ 알면 시작을 못함 OTL
2. 그렇게 시작하게 된 만년필이 펠리칸 트위스트 EF닙. + 잉크(펠리칸 4001 브릴리언트 블랙) 입니다.
가격정보는 요 아래 [...] 저는 일체의 홍보를 받지 않았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다 제돈이에여.. ㅂㄷㅂㄷ
2-1. 생각보다 저렴했던 이 만년필은 의외로 가성비가 괜찮았습니다. 만년필 특유의 사각거림과 카트리지/컨버터등의 만년필의 구조를 이해하기에 정말 좋은 만년필이었어요.
하지만 만년필을 처음 쓰던 저는 잉크막힘 현상때 닙을 구겨버리고 맙니다. 사진 잘 보시면 닙부분이 휘어있다는... 그렇다는...
뭐 쓰기엔 지금도 지장이 없는데 더 잘 막혀요. 빡침... 1주일만 안 써도 막힘! 맨 아래 사진에 보셔도 글자 첫 부분이 잘 안 써져서 다시 쓴걸 보실 수 있습니다.
3. 플레티넘 프레피 만년필
펠리칸으로 시작해서 만년필에 대한 꿈과 환상을 무럭무럭 키워나가던 어느날, 여자사람친구와 함께 영화를 보러 가게 되었어염. 그리고 시간이 남아 들어간 교보문고에서 이걸 발견하게 됩니다.
3-1. 한자루에 천원도 안하는데 만년필 타이틀을 달고있더라구요! 신기방기.
실제 필감은 딱 가격수준입니다만 의외로 만년필 느낌에는 충실합니다. 잉크막힘 현상이 거의 없고 색이 쩅쩅한게 정말 의외로 괜찮습니다.
근데 이건 만년필 '느낌'이지 만년필로 쓰는거랑은 좀 달라요...
아 물론 그 여자사람친구와는 그냥 친구로 지내고 있습니다. 썸인줄 알고 들어갔다가 까인건 유머... 그때 한참 오유에 몰두하던 시절이었다는것도 유머.... OTL 그러니까 ASKY!!
4. 라미 조이 만년필(2015)
그렇게 만년필에 점점 더 큰 관심을 가지던 중, 캘리그라피나 이런것도 만년필로 쓴다는데 도대체 왜 내 펜으로는 할 수 없나 하는 의문이 들었어영.
그렇다고 자세히 찾아보지는 않았고.. 그러던 중 꽁돈이 생기게 됩니다. ㅋㅋㅋㅋㅋ 이럴땐 질러야지 하면서 찾아보던 중 멋들어진 펜이 하나 눈에 띄더라구요.
그렇습니다. 라미 조이 만년필이었어요. 2015년 판이라고 LAMY JOY 15 라고 불리기도 합니다만.. 무튼 그냥 라미 만년필과 디자인도 다르고, 심지어 캘리그라피가 된대영! 그래서 질렀습니다
4-1. 네 가격이 슬슬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제가 살 떈 저거보다 조금 더 비쌌어영... T_T.....
이걸로 써보니 웬걸. 진짜 글씨가 멋있어 보이는거에요! 근데 태생이 악필인지라 글씨가 탈태환골하진 않더라는... 그렇다능....
무튼 요 펜은 제목에만 쓰거나, 아니면 반 장난감으로 썼어요.
확실히 글씨가 있어보이게 뽑히더라구요 ㅋㅋㅋㅋㅋ. 아래쪽에 올릴 사진에는 작게 써서 많이 구리지만 좀 크게 쓰면 있어보일거라는!!
5. 플래티넘 센츄리
뭐 이제 슬슬 입문은 끝났겠다 허세와 욕심이 점점 커지는 떄가 왔어요. 그리고 저는 인생 만년필을 찾게됩니다.
이름도 찬란한 플래티넘 센츄리 브루고뉴 UEF닙!
5-1. 쓰면서 찾아보니 가격이 많이 내렸네요....
제가 저걸 일본 직구로 샀는데 결재한 다음날 브렉시트가 터져서 가격이 빵 올라간걸 보고 개이득이라고 좋아했었던 기억이 납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튼 이거 진짜 괜찮아요. 극세사(UEF)닙이라 한자나 한글 작게 쓰기도 편하고, 잉크막힘은 걱정을 안해도 되는 수준에 필기감, 무게감도 넘나좋았던것... 아 물론 제 개인의 취향과 감상이니 이 글만을 보고 10만원 라인의 만년필을 지르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기본적으로 5만원 넘어가는 지름은 미리 체험을 해보고 사야 해요. 만년필이라면 더더욱...
6+7 영웅/진하오
제 취향의 만년필을 만난 저는 잉크를 대량으로 구매하게 되고(...) 만년필의 수가 모자라게 됩니다.
잉크를 질렀더니 생각보다 제 필기량이 많지 않아서 잉크 색도 다 구경을 못해볼 처지가 되었거든여.
그놈의 이로시즈쿠는 왜 이리 색이 영롱한지... ㅂㄷㅂㄷ
그때즈음 나무위키의 만년필 항목에 들어갔더니 저가라인업중 중국의 진하오나 영웅 만년필을 추천하더라구요.
마침 알리바바 쓸 일이 있어서 알리익스프레스로 쿨하게 지름!
제가 산 만년필중에 이게 프레피 다음으로 쌌어요. 직구하세요 직구, 직구하면 진짜 좀 심각하게 쌉니다.
알리는 프리쉽핑(배송비무료)인 판매자도 있으니 잘 골라서 사면 정말 개이득!
* 단 가성비가 매우 훌륭한거지 저가라인이 만년필로써 '좋다' 는 건 아닙니다. 단점들이 있으나 장점(가격)이 단점을 훌륭하게 커버하고 있어요.
진하오나 영웅은 짝퉁의 짝퉁이 있으니 잘 보고 구매하시길 바랍니다.
8. 번외 - 라미 다크라일락
이건 그냥 색이 너무 예쁩니다. 진짜 잉크색 하악하악... 원래 2016년 한정버전이라 안 사려고 했는데 질렀어여
지름신 이 나쁜..... 덕분에 통장이 텅장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9. 이 글을 쓰면서 저희집 고양이가 열 세번의 습격을 하고 잉크를 네번 밟고 잉크 푼 물을 한번 마셨습니다. 아 이놈의 새끼를 그냥... OTL
무튼 만년필이 고급스러운 취미라는 인식이 많은데, 생각보다 저렴하게 시작할 수 있어요. 그리고 만년필로 글 쓰는 감각에 한번 빠지시면 글자 쓰는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잉크 채우는게 귀찮으시면 카트리지라는 수단도 있으니까...
만년필이 많이 퍼졌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전 1년 사이에 뭔가 많이도 질렀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유 안에 만년필 쓰시는 다른 분들도 꽤 계시는 것 같은데 같이 이야기나 좀 했으면 좋겠어요. + 이 글로 만년필 입문하시는 분들은 없겠지만, 그래도 괜찮은 취미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여기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아래는 스압입니다.
이 글은 오늘의 유머를 제외한 다른곳에 작성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