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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너무나 창피한 소린데
내가 얼마나 쉽게 살았는지, 얼마나 엄마가 대단한지
내가 엄마가 되고 나니 느끼네요
결혼 전에는, 우리집에 설거지가 쌓여있던 적이 없었어요
엄마가 요리하면서 바로바로, 밥먹고 바로바로 설거지를 하셨고
화장실과 싱크대에 까만색 분홍색 곰팡이가 피는지도 몰랐어요
밥은 매일매일 새로 해서 먹는 건줄 알았고
반찬도,음식도 매일 다른 걸 먹는 건줄 알았어요
물론 반찬통채로 가져다 놓고 먹으면 큰일나는줄 알았구요
내가 아무렇게나 어질러 놓고 나간 방도 매일매일 내가 들어오면 깨끗해져 있었고
집 바닥도 매주 창문 활짝 열어놓고 락스로 구석구석 닦으면서
나보고는 락스냄새 좋지 않으니 근처에 오지도 말라 하고
내가 요리를 배우겠다고 부엌에 기웃거리면
너는 시집가지 말라고 그러니 요리도 배우지 말라며 부엌에 발도 못 들이게 했었고
빨래도 양말 따로 속옷 따로 옷 따로
속옷은 결혼 전까지 손빨래하는게 당연한 줄 알았네요
내가 힘들어 할 때 너를 믿는다며 가만히 나를 안아주고
내가 잘못했을 때 화를 내다가도 속상해서 같이 울어버리고
내가 어디 다치기라도 하면 나를 붙잡고 엉엉 울고
때론 친구처럼 한가한 주말에 라디오를 켜놓고 같이 책을 읽거나 스도쿠를 풀며 보냈던 즐거운 시간들
내가 결혼하고 엄마가 되니
애들을 보느라 집에 설거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쌓여가고
밥도 밥솥에서 2일 3일 지나기 일쑤며
화장실과 싱크대는 때때로 곰팡이가 피어나고
반찬과 국은 한가득 만들어서 며칠 먹고
그마저도 큰 반찬통 꺼내다 상 위에 아무렇게나 올려서 먹고
집 쓸고닦기는 커녕 애들하고 전쟁 치르고 나면 청소기 돌릴 힘도 없어 누워있기 바쁘고
빨래는 쌓이고 쌓이다가 양말이며 속옷이며 세탁기에 우겨넣고 돌리고
애들때문에 속상하면 화도 내고 매도 들게 되네요
그때는 참 당연하다고 느끼고 편하게 살았었는데
그 당연했던 것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이렇게 힘든지 겪어보니 알게 되었네요
이렇게 힘든 줄 알았다면 그 때 더 잘할걸 그랬어요
살아계실 때 더욱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걸 그랬어요
이렇게 내 곁을 예고도 없이 떠나가버릴 줄 알았다면..나를 이렇게 편하게 살게 해준 엄마를
살아있을 때 더 편하게 해줄 걸, 덜 힘들게 해줄 걸 그랬어요
눈물이 나네요
너무 고마웠어서 눈물이 나고, 엄마가 했던 것들이 너무 힘겨워서 눈물이 나고
나는 왜 그렇게 못할까 바보같아서 눈물이 나고
죽은사람 생일은 챙기는 게 아니라지만 자기 생일을 몰라주면 늘 삐졌던
우리 엄마가 너무너무 생각나고 너무 많이 보고싶어서 눈물이 나네요
마지막으로
비록 없지만 늘 내 곁에 있을거라고 날 지켜줄거라고 믿으며
엄마가 날 편하게 살게 해 줬던 것 만큼 나도 우리 애들에게 엄마만큼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엄마한테 받은 것 만큼 베푸는 내가 될게
너무 보고싶다. 너무 사랑한다.
엄마가 떠난지도 벌써 6년째라니 믿기지가 않아
우리 애들, 엄마 사위 잘 보고 있지? 할머니 되기 싫다고 결혼하지 말라고 노래를 하더니~
미안해 두 손자나 보게 해버렸네! 그래도 뭐가 그렇게 급해서 나 결혼하는 것도 못보고 갔니
엄마랑 영화 한편도 같이 못보러 갔는데..엄마가 그렇게 갖고싶어 하던 화장품도 못 사줬는데
다시한번 고마워 나를 위해 많은 사랑 주고 많은 희생 해 줘서
엄마의 희생을 내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니 알겠어
고마워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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