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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여직원과의 썸씽... #2
글쓴이 : 레드레몬
'왜...그랬어? 이러면 당장 내일부터 뭐가 달라져?'
달라지는건 없었다.
그 날 그녀의 표정에 뭔가 변화가 있었다는 것 빼고는 아무것도 몰랐다.
난 왠지 신이나서 일은 모두 제쳐두고 채팅에만 여념이 없었다.
그러면서 알게된 그녀의 취향과 취미... 관심사...
지금까지도 그 모든 것들은 나에게 이상형의 한 조건으로 자리잡게 되었을 정도로 참으로 즐거운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버스를 좋아하고... 만화도 좋아했던 그녀...
생각보다 공통관심사가 많았고 그만큼 즐거운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다.
소소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녀와 나는 같이 웃을 수 있었고 그렇게 즐거운 대화가 끊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당시 유행했던 노래들을 mp3 로 주고 받기도 했는데, 특히 나는 그녀에게 내 마음을 표현하고자 Hold the line 노래를 보내주었다.
특히 이런 가사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i think i love you
u must love me babe
너무 오래 끌면 졸릴지 몰라
너무 빠르면 나 놀랄지 몰라
진정 날 아낀다면 그 맘을 담아 내게 보여줘
너무 오래 끌면 졸릴지 몰라
차라리 좀 빠른 게 더 낫겠어
진정 사랑 한다면 그 사랑을 모두 다 쏟아줘
말 그대로 나는 흥분 상태였는지도 모르겠다.
"미야쟈키 하야오 라고 혹시 알아?"
"응? 그게 누군데?"
"옛날에 코난이라는 만화 있었는데, 기억할런지 모르겠다"
"아~ 알아 코난. 미래소년 코난!"
"응 거기 여주인공하고 아주 닮은애가 등장하는 만화가 뒤에 또 있거든! 라퓨타 라고... 잼있게 본 만화야"
"아... 뭔지 알거 같아. 토토로 였나? 그거랑 마녀 나오는거도 있었지?"
"응 어? 잘 아네~ 그 만화들 감독이 하야오 라고... 할아버지야"
그렇게 당시 지브리 만화들이 국내 각 영화관에서 상영하던 시기에 맞춰 대화가 훈훈해지고 있었고,
상암 월드컵 경기장 CGV 에서 '이웃집 야마다군' 을 둘이 보러 가기에 이르렀다.
"이건 하야오 감독이 아니야"
"뭐 어때"
"하긴. 뭐 어때 하하하"
그랬다.
영화를 보러 가는 우리는 이미 회사 동료로서라기보다는 친구처럼 가까워진 상태가 되어있었다.
수많은 좌석 중에 그녀가 고른 자리가 왜 하필 그곳이었는지 이제서야 이해가 갔다.
좌석들의 맨 왼쪽...
텅텅 비어있는 좌석들을 보며... 멍충했던 나는 자리가 왜 그런 자리였는지 눈치도 못챘던 것 같다.
게다가 벽 쪽에는 내가 앉았는데... 그녀가 영화관의 중간쪽에서 볼 수 있게 끔 하려고 했던 것 같다.
희한하게도 이상한 일들은 그때부터 시작 되었다.
저만치 앞자리에 앉아있던 모자 쓴 남정네 하나가 우리를 돌아보더니 여직원 옆에 와서 앉는 것이었다.
멍충하게도 자리를 바꿔주지도 않았고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았 던 것 같다. 이것이 동정남의 특징 중 하나랄까 ...
영화가 끝났고, 그녀는 영화 내용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즐거웠고, 합정에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합정... 그곳에 무슨 맛집이 있는지 기억도 안났지만, 얼핏 어디선가 들은 바로는 맛집이 있다고 했던거 같다.
그녀가 정했는지 내가 정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무얼 먹고싶느냐고 그녀가 물어봤다.
"나?... 글쎄... 날이 조금 쌀쌀하니까... 국물 있는거 ..."
"국물?"
"응... 그리고 밥..."
"국물에 밥..."
"어 그거 두개 조합하니까 국밥이 되네 국밥 먹으러 가자"
그렇게 얼토당토않게 국밥집을 찾아가게 되었는데... 그녀의 집은 남부터미널이었고, 나는 의정부 였다.
둘 다 집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홍대 근방에서 밥을 먹고 있는 상황이란...
참 미묘했다. 첫 데이트였고, 그녀는 생글생글 싫은 내색 하나 없었다. 뭔가 바라는 바가 있었는지도 ...
나도 그랬다. 난 그녀의 손이 무척 잡고 싶었으나...
아직 왠지 모르게 잡으면 그녀가 화를 낼 것만 같았고, 왠지 그래서는 안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잡지 않았다.
멍청하게도 이런 이야기를 해버렸던 것이었다.
"아... 영화관에서 손 잡고 싶어 죽을 뻔 했어"
"아하하하하"
왠만해서는 받아주기 힘든 멍청한 발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꺄르르 잘도 웃어주며 장단을 맞춰주었다.
국밥은 속을 뜨끈하게 해주었고, 소주도 한병 먹었던 것 같다.
둘은 칠흑같이 어두워진 밤거리를 걸어 신촌까지 가게 되었는데, 집에 바래다 주겠다고 나선 것은 무슨 용기였을까...
너무 멀었기에 ...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는 바래다 준다는 것을 극구 사양하였다.
그리고 몇일 뒤...
야근을 하는 날...
저녁을 먹고 휴게실에 부랴부랴 들어와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야... 나 너 좋아하는거 같아"
"지금 전화로 뭐라는거야"
"아니 그러니까... 음... 좋아하는 것 같다고"
"같다는거야 뭐야"
"아... 미안. 좋아해 좋아하는 것 같은게 아니라 좋아해"
"하하하하"
그녀가 간드러지게 웃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나 결혼해"
"... 어? 뭐?"
"결혼한다고. 좋아해 봤자 소용 없다. 아하하"
뭐랄까 머릿속에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그 몇일동안 많이 친해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혼을 한다니 ...
왠지 어처구니 없는 용기가 샘솟았다. 쓸데 없는 자존심이었을지도 모르겠으나, 남자로서... 분하기 이를 데 없었다.
"결혼...한다구..."
"어."
그녀는 평상시와 같았다. 전혀 미안해 하는 기색도 없었고, 나를 놀리려는 듯한 기색 또한 없었다. 사실 그대로를 말하고 있었다.
"방금 들은 이야기... 못 들은거로 하겠어"
"뭐라고?"
"난 너 좋아하니까... 못 들은거로 할꺼야"
"..."
잠시 정적이 흘렀고... 그녀가 이어서 한 말은 대략 이랬다...
"... 그런다고 내일부터 뭐가 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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