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었던 동네를 떠나기 전 사진을 찍었다. 동네 분위기는 좀 지저분 했다. 쓰레기도 여기 저기 많이 방치되어 있고 일부 도로는 한창 공사중이어서
자동차들도 꿀렁 꿀렁하며 천천히 운행을 할 정도로 흙길이 움푹 움푹 패어 있었다.
도로 한쪽에서는 잡은 개를 걸어 놓고 아저씨가 부위별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예전에 한국 사람들도 개 많이 잡아먹고 했던 것 처럼 중국 사람들도
개고기를 참 좋아 하는 것 같다. '푸송' 갔을때 려관 아저씨도 개고기 좋아 하냐고 물어 보기도 했었고..
지금은 안먹지만 나 어렸을 때도 고기가 귀할 때라 개고기도 맛있게 먹던 생각이 난다. 불에 그을려 털을 제거한 개 껍데기(가죽)를 썰어서
후라이팬에 넣고 고추장 양념해서 볶은 요리였다. 3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기억이 나는 것을 보면 그때 고기가 귀하긴 귀했었나 보다.
역시 인기가 좋은지 금방 한 아주머니가 사 가는 것 같았다.
길게 이어지는 가로수 길을 자전거로 아주머니와 여자 아이가 꼭 붙어서 앞서 가는데 그 모습이 너무 정겨워 사진을 찍었다.
바람이 많이 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왼쪽에서 불었다. 트럭이라도 옆으로 지나가면 훅 빨려 들어가듯 핸들이 흔들하는 강한 바람이었다.
나무를 작게 작게 잘라서 위 사진처럼 가운데는 비워 놓고 쌓아 놓았는데 용도가 무었인지 궁금했다.
아이스크림 손잡이 만드는 재로로 쓰이는 것 아닐까 추측은 해 보았지만 역시 추측일뿐 모르겠다.
꽤 많았다. 길 옆으로 줄러리..
하얼빈 가는 길에 있는 'Shangzhi시'라는 도시를 지나갔다. 따로 둘러 보지는 않고 지나가는 길에 보이는 풍경만 보며 지나간다.
도시들은 다 비슷하다는 생각과 빨리 목표로 정한 하얼빈에 당도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장나라가 중국에서 인기 있다고 하더니 정말인가 보다. 보신탕집 간판에도 얼굴이 다 올라가 있고..ㅋ
맨날 상점에서 산 빵 같은 걸로 점심 때우거나 못먹고 했었는데 마침 도시로 들어 왔겠다 어디가서 밥이나 먹고 가야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식당이 비싼 요리집이 아니고 간단하게 한끼 때울 수 있는 곳인지 몰라 두리번 거리면서 가다가 도시도 거의 다 끝나가는 지점에서
그냥 에라 모르겠다 아무 식당에 들어가 물어나 보자 하고 들어간 식당.
다행히 한국의 분식점 같은 곳이었다. 메뉴 사진도 없고 벽에 걸린 메뉴도 읽을 수가 없어 주문하는데 애로가 있었지만 어떻게 어떻게 만두하고
면을 시켜 먹었다. 물어보니 '빠오즈'라는 고기 만두는 부드러우면서 맛도 있고 '과앙미엔'이라는 노란 면의 국수도 향신료 냄새 없이 맛있었다.
(과앙미엔 사진이 어디 있었는데 한참 찾아도 못 찾아 올리지를 못해서 너무 아쉽네요. 이럴때 사진 한장의 아쉬움이란..ㅠㅠ)
과앙미엔이 양이 많아 배부르게 먹고 빠오즈 남은것 3개는 싸달라고 해서 가다가 먹었다. 11위엔(2,000원).
사장님인지 아저씨가 한국인이라고 하니 관심을 보이며 이것 저것 물어 봤는데 잘 알아 듣지를 못해 항상 하는 소개로
'나는 한국인이고 자전거 여행자이다. 단동에서 출발해서 연변 거쳐서 여기 왔다. 하얼빈 간다' 설명하니 역시 엄지 손가락 올려 주신다.
주방에 계신 아주머니 두분도 나와서 구경하듯 보시고..
말 편자를 바꾸고 있는 모습을 찍고 싶었는데 가까이는 가지 못하고 멀리서 줌으로 땡겨 찍는 바람에 아저씨에게 가려져 버렸다.
그냥 지나가는 이름 모를 작은 마을. 이곳 마을부터 한참을 비포장 도로로 달려야 했는데 차들이 지날때마다 엄청나게 먼지가 날려 괴로웠다.
문서로 정리해 놓은 그날의 일일 기록을 보니 '바람보다 길이 나뻐 고생'이라고 적혀 있다.
이곳에서 레프팅을 많이 하나보다. 이제 중국도 슬슬 여가와 놀이 문화가 확대, 발전하는지 이렇게 돈을 위한 놀거리 들이 늘어나는 것을 종종
볼수 있었다.
그런데 정작 개울에는 수량이 적어서 그런지 고무 보트 타는 모습이 애들이 튜브놀이 하는 수준이었다.
이후로 많이 지치고 특별한 풍경도 없어 사진도 찍지 않았다. 그렇게 해 져물어 도착한 마을 Yuquanzhen이라는 마을에서 숙소를 잡고 저녁으로
근처 식당 찾아가 만만한 미엔 먹었다. 7위엔(1,300원 정도)
쌀밥이 좀 먹고 싶기는 했지만 어디서 파는지도 모르겠고 쌀밥은 보통 요리랑 먹는 분의기인데 요리는 주문하는게 간단하지도 않은거 같고
대부분 그냥 한끼로 때우기에는 양도 많고 비싼 편이었다. 중국어가 안되니 어쩔 수 없는 상황.
동네 기차역 근처 려관은 물어보니 좀 비싸서 저렴한곳 찾다가 50위엔(9,000원) 하는 려관에 들어갔다. 다른데서와 마찬가지로
내가 한국인이라고 소개하니 젊은 아줌마도 한국말로 이야기를 했다. 한국말 잘하신다고 하니 남편이 한국사람 이라고 한다.
그러고는 다른 동네와 마찬가지로 시간이 되었는지 춤추는 곳에 간다며 자리를 비우고 나갔다. 장사보다는 댄싱인건가?
면만 한그릇 먹은게 아쉬워 가게에 들러 맥주에 간식거리로 위로를 했다. 13위엔(2,400원 정도)
연변이후 천천히 가자 마음 먹었건만 5일 연속 하루에 100km가 넘는 거리를 이동하고 있었다. 마음과는 다르게 하루에 거의 8시간에서 9시간씩
자전거를 타고 있는 것이다. 연변을 목표로 갈때처럼 하얼빈에 가면 좀 쉬리라 마음 먹으며 그렇게 매일 매일 달리고 있었다.
이동거리 : 112km
지 출 : 89위엔(16,000원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