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몹 유객님 글입니다. 정말 좋은 글입니다. 여기 사회방에서 소모적인 남녀싸움이 꽤 오래 가는거 같은데 한번씩들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mediamob.co.kr/MediaMob/Article/ArticleView.aspx?PKId=8867 여자는 충성심이 없다?
유객
여자들은 충성도가 낮다라는 평가가 있다. 이때문에 여성들은 직장에서 진급에 차별을 받는다는 것이다. 여성들은 육아나 가정이나 본인의 상황에 따라 직장에 대한 충성심을 저버리는 존재로 그야말로 쓸만하면 가버린다는 평가를 종종받는다. 문제는 이같은 평가에 대하여 여성들의 대응이 그렇지 않다라고 반응하는데 있다고 본다.
많은 평균적 평가란 사실 환상이다. 사람 하나하나로 가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이 있다. 마치 어느나라 남자들은 바람둥이다라던가 신사라던가 하는 평가가 아무 의미도 없는 선입견에 불과한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여성의 직장충성도에 대한 평가는 개인적으로 보아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내가 만나는 대부분의 여성들에게서 '책임감'이나 '충성심'따위가 남자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을 나는 느꼈다.
그런데 나는 묻고 싶다. 어느 쪽이 비정상이냐는 것이다. 과연 여자의 충성심이 적은것인가 남자의 충성심이 과한것인가. 우리나라 직장문화에서 상사가 일이 생기면 자기의 아내를 동원해서라도 돕는 것은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니다. 군대같은 곳에서는 대령이나 장성급 인사의 집에서 김장을 담그면 그 부하들의 아내들이 가서 김장을 돕는다는 이야기를 들은적도 있다. 그게 왜 군대만의 일이랴 우리나라 문화자체가 군대문화아닌가?
여기서 물을수 있는 질문이 있다. 과연 여자의 직장에서 일이 생기면 여자는 자기의 남편을 직장상사의 집에 파견해서 못받고 땅파라고 하라고 할까? 답은 물론 모든 여자에게 똑같지는 않을것이지만 남자들에 비해 여자들이 이 질문에 그렇다라고 하는 경우는 훨씬 적을 것이다. 보라. 분명 충성도에 차이가 있지 않은가. 충성도에 차이가 없다는 것은 우기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정상이냐 말이다.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비정상적인 충성을 사원에게 요구하면서 상대적으로 정상적인 여자들을 차별하는거 아닌가? 따라서 여성들이 직장내의 불평들을 극복하는 방식은 회사가 요구하는 충성심이 몰상식하고 비정상적인것이라고 주장해야지 우리도 알고보면 충성한다는 식이되어서는 답이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여자들은 군대와 남성문화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남자들이 군대에서 인간이 된다는 식의 표현을 하는 것은 그 표현이 적합하냐 아니냐의 논란은 있지만 진실의 일면을 가지고 있다. 즉 그들은 어떤 의미에서 진정한 사회의 적나라한 모습을 군대에 가서 처음으로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시야는 알고보면 치욕스러울 만큼 좁다. 장사하는 사람은 그런 사람만 알고 공부하는 사람은 그런 사람만 안다. 부자는 부자끼리만 살고 가난뱅이는 가난뱅이 끼리만 사는 것이다. 박사공부하는 사람은 주변에 박사나 교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문화를 당연시 한다. 짜장면집 배달하는 사람은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만 살기 때문에 그들의 문화를 또한 당연시 하는 것이다. 그들은 한사회에서 살지만 그리고 대화도 이따금 나누지만 그것은 형식적인 소통에 불과하다. 그들은 공통의 과제를 가지고 같이 고민해야할일이 없으므로 같이 살아도 언제나 영원한 타인이다. 여성운동한다는 대졸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이 때로 국민들에게 분노를 자아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들은 그들이 전체국민중의 소수라는 것을 절감해본 경험이 별로 없다. 그러니까 자신들의 고민이 여성의 고민이라고 쉽게 착각하고 따라서 부르조아 사모님들의 배부른 소리라고 평가받는 것이다.
그런데 군대에서 훈련소에서 그들은 최초로 완전히 다른 사람들과 한솥밥을 먹고 같은 것을 고민하게 된다. 대화는 거의 이루어질수 없다. 아주 기초적인 인간적 대화를 제외하면 문화적 차이가 너무나 크기때문에 대학원에 다니던 친구가 무슨 미래학이 어떠니 정치가 어떠니 떠들어봐야 잘난체 한다고 욕이나 먹기 쉽상이다. 그들은 폭력의 위협과 상명하복의 절대성이 가득찬 장소에서 이러니저러니 따지는것은 소용없고 동기끼리는 뭉쳐야 하고 윗사람에게는 사적 공적 일의 구분없이 절대충성해야한다는 것만 배울뿐이다. 즉 대화를 통한 이성적 해결은 어차피 불가능하고 충성만이 살길이며 남이 하면 나도 할수 밖에 없다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남자들에게는 군대밖의 세상도 커다란 군대와 비슷하다. 동기가 누군지 누구에게 머리숙여야 하는지를 빨리 알아야 살아남을수 있다. 같은 사회에 살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런 충성도 훈련에서 특혜를 받는 여자와는 달리 한국남자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그러니까 여자는 직장생활이 힘든것이다. 여자는 이제까지 불합리한 일이 있거나 힘이드는 일이 있으면 불평하고 떼쓰고 항의해서 문제를 개선한다는 식의 생활을 해온 것이다. 직장이야 돈벌러 가는 곳이니까 돈받은 만큼 일해주면 된다는 상식적 생각을 하는 것이다. 시장에서 물건값을 깍는 것은 여자들이다. 남자들은 시스템에 함부로 저항하지 않는다. 남자들이 시스템에 저항하는 것은 목을걸고 인생을 걸고하는 대단한 결심끝에 하는 것이다.
이글이 한국에서 남자의 삶이 여자의 삶보다 고되다고 주장하는 글로 읽혀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여자는 여자대로 세뇌되어 산다. 단순히 말해 남자는 강력히 충성하도록 교육된 리더로 크고 여자는 리더싸움에서 일찌감치 탈락된 존재로 크기때문에 충성도교육이 남자들 만큼 강하지 않은것이다. 어느쪽이 편하다고 누가 말할수 있을까.
여자들이 활개를 펼수있는 직장문화를 만들려면 나도 충성심이 높으니 진급 잘시켜 달라고 주장하는게 아니라 주변의 남자들을 불쌍하게 여기고 설득해야 한다. 너무 충성이 과한거 아니냐고 말이다. 상식적 수준의 충성이 어느정도 인가에 대해 남자들을 설득하고 그렇게 강한 충성심 교육을 받는 그들을 불쌍하게 여겨서 감싸줘야 한다. 어느정도 정신병에 걸린것이다. 한국남자들은.
때문에 노조운동의 가장 큰 수혜자는 여성들이다. 직장생활이 상식적이 되면 될수록 과도한 충성심교육을 받은 남자들이 가지는 비교우위는 사라지기 때문이다. 본래 여자들이 옳은 것이다. 직장을 위해 가정과 본인의 건강을 희생하는게 정상이 아니다. 사적 공적 구분없이 충성하는게 정상이 아니다.
한국사회도 세월의 변화는 견딜수 없다. 신세대들이 사회로 나오자 충성심강한 사람이 줄었다. 이제 군대도 예전 같지 않다. 똥을 먹으라는 게 사회적 충격이 된다는 것이 변했다는 증거다. 전에는 군대에서 밥을 안줘서 다큰 어른들이 배고파 울었다고 한다. 사람이 애처럼 배고파우는 수준이 되었다는 것은 인간개조의 바닥까지 갔다는 이야기다. 지금의 군대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회사들은 안간힘을 다해 충성심높은 사람들을 뽑으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중역들의 눈에는 신세대가 이해가 안가는 것이다.
충성심의 이익구조는 실상 이미 깨어졌다. 한국경제가 급격히 팽창할때는 피라미드식 성장이 가능했다. 즉 새로운 하층부가 상층부보다 훨씬 큰 구조다. 쉽게 말해 대리가 시간되면 전부 과장되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을 하고 기계화와 정보화가 이루어지고 한국이 선진국경제에 접근하면 그런 성장은 불가능하다. 많은 사람들은 이직을 하며 살아야 한다. 몇십년뒤는 고사하고 몇년뒤도 어찌될지 모른는데 권리주장은 뒤로 하고 충성만 할사람이 어디있겠는가. 직장은 일한 만큼 돈을 받는 곳으로 변해간다. 느리게 성장하는 선진국의 직장개념은 원래가 그렇다.
글을 맺으며 한가지 당부의 말을 하고 싶다. 제발 남녀간에 싸움을 만드는 저열한 기사는 무시하고 당신이 기자라면 그런 글을 쓰지마라. 남녀는 똑같아야한다는 것은 거짓이다. 다른게 사실인데 어떻게 똑같이 될수 있겠는가. 남자나 여자중 어느쪽만 당한다는 말도 거짓이다. 따지고 보면 총맞은 사람이냐 칼맞은 사람이냐의 차이다. 억압된것은 똑같은데 방식이 틀린것뿐이다. 내가받은 억압이 더억울하다는 주장은 억지다. 당해보지 않으면 알수없기는 마찬가지다. 오직 억압받는 사람들끼리 다투는게 아니라 힘을 합쳐 상식화된 세상을 이룰때만 억압의 구조는 사라진다. 남자와 여자가 싸우고 자기 몫을 다퉈서는 피라미드의 상층부의 배만 불릴뿐이다.
다음에서 퍼왔습니다.
논리정연하게 느껴지는 글이네요.
남녀..싸우지 말고...가슴으로만 느끼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