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오늘 알파고와 이세돌의 승부에서 이세돌의 불계패는 개인적으로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사실 이세돌의 대국 스타일은 변칙, 변주가 주무기였고 이는 인간의 창의성을 대변하는 영역이었는데 기계가 이것을 대응해냈다는 점,
그리고 경기 결과가 팽팽한 것이 아닌 불계패라는 점이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사실 4경기가 더 남았지만 앞으로의 승부가 오늘 경기의 의의를 뒤집기에는 이미 멀리 와버렸습니다.
왜냐하면 이세돌 본인이 이미 한번의 패배가 자신의 패배라고 말하기도 했고, 알파고팀이 앞으로의 경기에 어떤 실험적 조작을 가할지 미지수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과거 산업혁명기에 인간의 운동력을 대체해온 이래로 이제는 지능의 영역도 기계에 내주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아직은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는 장담 할 수 없습니다. 스카이넷의 강림인지, 무한한 발전의 특이점인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공상이나 소설에서나 써먹는 허구의 영역이 아니라 현실적인 계산의 영역인건 오늘로써 명백히 증명되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1. 왜 알파고의 다음 종목은 스타크래프트일까?
먼저 왜 알파고는 바둑을 두고 있는가를 봐야 합니다.
흔히 전쟁과 전투를 구분하지 않고 쓰는 경향이 있는데 둘은 다릅니다.
전쟁은 어떤 정치적 목적성을 띈 둘 이상의 세력의 파워게임 입니다. 전투는 전쟁의 하위 개념으로 전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들이죠.
예를 들어, 임진왜란은 전쟁입니다. 전국시대 이후 제후세력의 컨트롤과 함께 세력을 넓혀 명나라의 경제력을 장악하는 목적을 띈 전쟁입니다. 한산도대첩은 전투입니다. 수비자인 조선은 공격자인 일본의 명진군이라는 목적을 이루고자 육군에 보급하는 보급선을 끊는 의의를 지닌 임진왜란의 단계입니다.
이런 개념을 스타크래프트에 적용해 보겠습니다.
스타크래프트는 상대의 모든 건물을 부셔 플레이어가 더 이상 컨트롤을 못하게 하는 전쟁입니다.
그 과정에서 유닛간의 충돌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가령 방1업 저글링과 공1업 저글링이 만났습니다. 이 둘은 싸웁니다. 이것이 전투입니다.
바둑은 바로 유닛간의 싸움을 뜻합니다. 다시 말해서 오늘 이세돌이라는 플레이어와 알파고라는 플레이어는 각자 수십 저글링으로 상대를 섬멸하는 전투를 한 것 입니다. 그리고 바둑은 가장 일어날 경우의 수가 많은 전투인 것 입니다.
이런 전투 결과가 쌓이고 쌓이면 전쟁이 됩니다.
전투의 누적으로 나타난 상대방의 엘리가 전쟁의 결과가 될 것 입니다.
그래서 다음 종목은 스타크래프트가 된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2. 알파고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가?
먼저 손자병법을 살펴 봐야 합니다.
손자병법의 궁극은 '적의 원하는 바를 알고 내가 가진 것을 계산해서 적의 의도를 미리 어그러뜨려 나서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명한 말인 '지피지기는 백전불태'라는 말이 나온 것입니다.
알파고의 지금까지의 설계된 기능은 무한한 경우의 수에서 가장 유리한 솔루션을 채택하는 기계입니다.
그리고 예고된 행보와 조합하면 알파고의 목적은 분명합니다.
바로 워머신 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지금까지의 워머신의 개념과는 완전히 다를 것입니다.
기존 재래식 워머신은 가장 효과적으로 살상하고 파괴하고 제압하는데 초점이 맞춰있다면,
알파고는 애초에 '싸워야 할 이유를 않주는 것'이 될 것 입니다.
만약 알파고를 가지지 못한 집단이 싸우려 한다면 알파고를 가진 사람은 이럴 것입니다.
"나는 네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하는지를 이미 알고 있고 너의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에 대한 최대한의 솔루션은 이미 갔춰있기 때문에
네가 무력을 행사하는 모든 시도가 이미 너에게 손해다. 따라서 시도하기 전에 손실은 예정되있기 때문에 싸울 생각을 마라"
과거의 핵으로 인한 일방확증파괴로 인해 세계2차대전이 끝난것 처럼, 알파고에 의한 일방확증파괴는 이제 전장터마저 없앨 것 입니다.
따라서 전통적 개념의 전쟁은 영구히 소멸할 것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전쟁은 시도 될 것 입니다. 그것은 어떤 모습일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건 이제 인간은 전쟁터에서 총에 맞거나 포탄에 찢기거나 생화학무기에 일그러질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전쟁은 사라지겠지만, 인간도 온전히 존재하지 않을 것 입니다.
이미 기계는 인간보다 더 빠르고, 더 강하며, 더 근면한데 이제는 더 똑똑하고 더 창의적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미래는 기계라는 신을 프로그래머라는 사제가 섬기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