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
거스 히딩크 감독때문에 우리나란 눈이 확 트였다.
단지 그의 과감한 용병술, 선수 전체의 엄청난 쉬프트, 어느자리에 누굴 가져다 놓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선수들 - 농담으로 미국 이긴후에 이운재 원톱으로 해보자라는 얘기도 했었다.
그런데 2006년,
우리는 히딩크 감독덕택에 우리가 부족한게 뭔지도 알았고, 그러한 화려한 전술변화 변화무쌍에 어느정도 적응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현재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도저히 생각하기 힘든 카드를 두경기뿐임에도 꺼내놓았다.
이동국 부상후 사실 난 그 자리에 안정환이냐 조재진이냐를 생각했다. 평가전에서도 감독은 둘을 번갈아 가며 누가 어울린지 시험한다고 생각했다.
본선이 시작되자 첫경기 스피드가 있는 토고에게 조재진을 기용한 것에 놀랬다. 거기다 후반들어 안정환이 쉐도우 스트라이커 형태로 들어가고, 포메이션조차 안쓸줄 알았던 3-4-3
솔직히 첫경기는 포메이션이 무의미해졌다. 굳이 어거지로 맞추면, 수비수 3명, 미드필더 5명에 두명의 포워드. 그러나 이렇게만 얘기할 수 없는게, 윙미드필더는 거의 수비형태, 가운데 센터형 미드필드, 박지성은 아예 쉐도우 스트라이커형태, 오른쪽 윙포워드인 안정환은 윙이라기보단 스피드형 포워드, 조재진의 포스트...
단 한번이라도 우리나라에서 나타날꺼라 생각해보지 못한 엄청난 조합이 탄생했다.
조금 과장하자면, 브라질의 형태와 비슷하달까?
안정환의 세컨드탑형태의 공격지향에, 박지성의 플레이메이커형 공격미들에...
2002년때 정말 엄청나게 포지션이 변화했다지만 현재와 비교하면 그건 정말 얘들장난같단 생각이 든다. 그나마 그때는 포워드가 갑자기 미드필더가 되고 미드필더가 공격수가 되진 않았다.
하지만 현재 안정환과 박지성은 정확한 자리가 없다. 말하자면 공격형 미드필더쯤 될꺼다.
경기가 안풀리니 저런 수, 즉 2002년 때와 같은 공격지향적인 변화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 프랑스전 이건 무슨일인가? 전반은 생각할 것이 없다. 지극히 전형적인 형태의 모습이다. 단지 윙포 둘이 중앙까지 내려와 수비에 가담하고, 조재진이 공격진에 박혀 포스트 플레이 하고,
문제는 후반의 변화이다. 이호야 어쩔수없는 교체였지만, 이을용을 설기현과 바꾸며 형태가 확 변한다. 방송에서야 박지성이 중앙으로 오고 이천수가 오른쪽 설기현이 왼쪽 이렇게만 말했는데...
나중에야 알았지만 프랑스 왼쪽 수비수가 체력저하와 문제가 들어나고 있음이 들어나기 시작한 시점, 이천수로 완전히 빠뜨려 놓았다.
그런 후 다시 안정환 투입, 또 다시 무시무시한 전술이 나타났다. 방송에선 단순히 박지성이 다시 왼쪽으로 설기현이 오른쪽으로라고 얘기했지만 아마 자신들도 자신이 없었나보다.
이유는 공격에 왼쪽을 버리는 형태가 보였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왼쪽에 치우친 완전 포워드형태, 안정환은 오른쪽에 치우친 포워드형태에 미들까지 책임지는 세컨드탑, 설기현은 완전 오른쪽 윙포워드..
우리가 오나전히 히딩크식이려니 했던 이 형태가 솔직히 축구라는 걸 완전히 무시하는 무식한 모습이라는걸 아는 분이 몇분이나 있으실지..
중앙 포워드가 세명, 윙포 하나, 물론 중앙 둘은 포워드라 하기 뭐하지만 오히려, 중앙에 혼자 포스트포워드라 생각한 조재진은 오히려 미드필더와 같은 모습을 보인다. 즉, 자신이 골을 넣으려는게 아니라 단지 높이 뜬 볼을 다른 공격수에 연결하는 형태..
그렇다. 미드필더가 앞에서서 뒤의 공격수에게 공을 주는 이러한 황당한 모습이 되었다.
MBC방송을 봤는데, 그분들이 축구에 해박하지 않을꺼라 생각치 않는다. 그럼에도 이천수의 교체후 안정환의 위치를 정확히 짚지 못했다. 더욱이 박지성의 움직임은 전혀 설명하지도 않았다. 또 하나 설기현의 반대편엔 왜 선수가 없는지도 말하지 않는다.(경기보면 거기까지 조재진이 담당한다.)
난 이제 아드보카트가 어떤 작전을 할지 전혀 모르겠다. 솔직히 감독에게 당한 기분이다. 이렇게 쓸꺼면 왜 평가전엔 안정환과 조재진이라는 카드를 보여주지 않았는가? 왜 박지성 쉬프트라고 하며 굳이 박지성의 위치가 어느쪽이라고 정하는 얘기를 했던가?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하신다. 스위스전 이러한 부진한 공격으로 이길 수 있을까? 이러한 약한 수비수 버틸수 있을까? 말이다.
현 상황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에 대해 예견하는게 하나 있다. 그가 목표한건 절대 16강이 아니라는 점,
우리나라 팀의 컨디션을 보면 이가 분명히 나타난다. 그렇다 컨디션이 히딩크때와 달리 예선전이 아니라 16강 이후에 맞춰져 있다! 억지로 컨디션을 하향시키고 대회 시작하면서 높아지게 만드는 조정은 현재까지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형태다. 우리는 그렇게 강팀이 아니었기에 말이다. 오죽하면 언론에서 컨디션 조절 실패라는 말까지 했을까?
우리나라의 대표팀 감독은 현재 히딩크효과를 확실히 누리고 있다. 쉽게 감독을 폄하하지 못하는 분위기, 무엇을 해도 뭔가 이유가 있을거라 기대하는 모습을 말이다.
예전에도 얘기했지만 아드보카트는 히딩크와 완전히 다른 성격이 사람이다. 쉽게 예로 히딩크는 물어뜯고 공격하는 외향적 늑대형이라면, 아드보카트는 조용히 찌르고 몰래 공격하는 내성적인 여우형이다. 더욱이 이 감독은 네덜란드 감독시절 비밀이 많아 언론과 불화가 있었던 사람이다.
이번 스위스전..많은 분들이 걱정하시지만 개인적으로 걱정이 덜하다. 아마 스위스전엔 최적의 몸을 가지고 나타난 태극전사들을 볼것이라 예견한다. 우리가 홈에서 경기하던식의 전반에 골을 쏟아내는 모습을 말이다.
단지 걱정이라면, 아드보카트의 목표가 4강인지 아니면 그 이상인지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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