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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5년전 군대에서 갓 전역했을때 이야기입니다.
군대에 있을때 바로 한달 고참이 한명있었습니다.(이하 A) 저는 8월 군번이었고 A는 7월 군번이었는데 소대에 다른군번들은 동기가 꽤 있었지만 A는 소대에서 한명뿐인 7월 군번이었습니다. 그 위로는 3월,5월 고참들이 있었는데 위로는 3,5월 끼리 친했고 아래로는 8,9,10월이 친한 분위기였습니다. A가 혼자 7월 군번인데다가 성격도 내성적이어서 그런지 잘 어울리지를 못했었습니다. 따돌림 당하거나 그런건 아니었고 그냥 3,5월 고참들에게 상대적으로 아래층을 대표한다고 인식됐는지 욕을 좀 많이 먹었습니다. A가 순한성격이어서 그런지 내리 갈굼도 거의 없어서 나쁜사이도 아니었고, 제 분대 맞고참이었기때문에 좀 더 친하게 지냈고 혼자 7월이라 많이 외로울거고, 우리를 대표해서 욕먹는거라 생각했기때문에 8월 군번들끼리는 좀 더 챙겨주려했습니다. 그래서 A가 전역하고 나서도 종종 싸이월드로 연락하면서 지냈고 제가 전역하고 연락처를 주고 받았습니다.
전역하고 한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쯤 복학하기 전에 돈이나 좀 벌어놔야겠다는 생각에 한참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던 중에 A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근황을 물어보니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근무시간은 좀 길지만 월급도 괜찮게 받고 있다고 얘기를 하는 겁니다. 제가 좀 교외지역에 살아서 여기는 알바자리가 거의 없어서 부럽다라고 얘기했더니 마침 자기가 일하는 서점에서 사람을 구하고 있는데 이력서 써서 메일로 보내주면 내가 잘 말해보겠다 숙식은 우리집에서 해결하면 되니까 서울로 올라오라고 하는 겁니다. 참 멍청하게도 워낙 유명한 곳이라고 하고 일자리가 급했던지라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짐챙겨서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서울에 도착해서 A가 회사가 있는 곳으로 오라길래 지하철을 타고갔는데, 5호선인가 6호선을 탔던걸로 기억하는데 노선도상으로 좀 많이 외곽지역 같더군요. 이때부터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제가 워낙 촌사람이라 서울은 처음와봐서 그냥 넘어갔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다단계 밀집 지역이더군요. A를 만나서 밥을 먹었는데, 지갑을 회사에 놔두고 나왔다고 밥을 좀 사달라는 겁니다. 좀 황당하긴 했지만 그래 일자리도 소개시켜줬는데 밥한끼쯤이야 하고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황당한 소리를 하는 겁니다. 사정이 생겨서 서점에서 그만두게 됐는데, 다른 알바를 구하면서 제 이력서도 거기 넣었는데 근무조건도 비슷하고 하니까 그냥 하자는 겁니다. 당황스럽긴 했지만 일단 서울까지 왔는데 뭐라도 해야겠다라는 생각에 무슨 회사인지 물어봤습니다. 네트워크 마케팅을 하는 곳이라고 하더군요. 무식이 죄라고 네트워크 마케팅이 다단계와 같은 의미라는 걸 몰랐습니다. 그래서 무슨 온라인 홍보 그런거라고 생각하고 같이 회사로 갔습니다. 회사에 갔더니 회사간판도 없고 그냥 빌딩 한층이더군요 그때좀 이상해서 이야기를 했더니 만들어진지 얼마 안된 회사라 그렇다 괜찮다고 하면서 저를 끌고 안으로 들어가더군요. 들어가자마자 덩치큰 사람들 몇명이 문 앞에 서있더군요. 들어가자마자 너무 격하게 환영하더군요. 교회에서 새신자 왔을 때 여러명이 와서 반겨주는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좀 당황스러웠지만 회사 분위기가 밝은 곳이구나 하고 면접을 봐야된다길래 사무실에 들어갔습니다. 사무실에 들어갔더니 A의 직속상사라는 사람이 저와 동향사람이라면서 친근하게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냥 동향사람이라길래 반가웠습니다.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다보니 마음이 좀 풀어졌고 네트워크 마케팅이 뭔지 아냐길래 잘 모르겠다고 하니 사실 저희가 밖에서 이야기하는 다단계라는 거에요 라고 하더군요. 그 순간 진짜 '아... X됐다' 이 한마디가 떠오르더군요. 3일동안은 수습기간이 있다 이때는 급여가 없고, 교육을 받아야한다 그런얘기를 하더군요. 당장 나갈방법도 안 떠오르고 무서운 마음에 강의실에 들어가라길래 들어갔습니다. 대충 밖에서 인식하는 다단계의 이미지가 왜곡된거다 사실은 이런 좋은 시스템이다 하는 내용이더군요. 속으로 '호랑이 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자 침착하자' 이생각만 계속 했습니다. 핸드폰은 들어오면서 A가 핸드폰 좀 잠깐 빌려달라고 하면서 뺏어가버리고 화장실을 갈때나 담배피러 갈때나 2인 1조로 따라다니더군요 정말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세뇌(?)라고 해야하나 거기 방식은 대충 이렇습니다. 일단 무슨행동을 하던간에 사람이 꼭 한명은 따라붙습니다. 담배 필때나 화장실 갈때도요. 혼자 있는 시간은 딱 그 방에서 샤워할때뿐입니다. 그리고 잠을 좀 부족하게 자게 만듭니다. 한 4~5시간? 좀 평소 그렇게 잔 사람이 아니면 몽롱할 정도? 군생활에서 벗어난지 얼마 안됐으니 정말 피곤했습니다. 그리고 그상태로 아침부터 뭐 다이아? 골드? 이런사람들이 나와서 성공기나 다단계가 사실은 이런 좋은제도다 하는걸 설명합니다. 대략 한 세시간정도 그걸 듣고나면 진짜인진 모르겠지만 제 이력서와 맞는 조건의 실버등급의 사람들이랑 개인면담을 가집니다. 처음에는 동향사람, 그다음에는 같은 대학출신, 그다음날에는 아버지 직업이 같은 사람 이런식으로 오더군요. 이 시간이 진짜 스트레스가 대박입니다. 제 이력서와 비슷한 조건으로 친근감을 형성한다음에 두달동안 일할 자리구한다고 했는데 이게 안정될려면 한 1년은 잡아야한다. 휴학하고 할 생각 없냐 이런식으로 설득합니다. 이 사람들의 최대무기는 그겁니다. '부모님 생각안하세요?' 이렇게 다단계를 안하면 불효자식이 될거 같이 얘기합니다. 그리고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면서 받는 월급으로는 빚이 점점 늘어나는 삶을 살아야한다이런식으로 계산해줍니다. 저는 나갈생각밖에 없었기 때문에 내가 절대로 이일에 쓸수도 없는 폐급으로 보여야한다는 생각을 했고, 여기 부를 친구가 한명도 없다. 무슨 일을 하던간에 2달이상 할생각 절대 없다. 전역하고 일주일 동안 술마시고 노느라 차비빼고는 한푼도 없어서 여기 투자할 돈이 없다 뭐 이런식으로 얘기하면서 버텼습니다. 이게 진짜 스트레스가 대박인 이유가 뭐냐면 논리에서 밀리든지 말든지 상관하지 않고 그냥 하겠다라는 말이 나오게끔 앉혀놓고 놔주지를 않습니다. 주변을 보니 다들 화기애애하게 이야기하고 일찍 일어나서 나가던데 나중엔 저만 제 앞에 사람과 앉아서 거기 일과시간(?) 끝날때까지 언쟁하고 있더군요. 다행히 물리적으로 폭력이나 구타같은건 안 당했지만 정말 정신적으로 고통이 심하더군요. 거기서 나오기 전날에는 정말 '아 X발 그냥 한다고 할게 그러니까 이제 그만합시다'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더군요. 그렇게 일과시간이 끝나면 그사람들이 모여사는 반지하방으로 다같이 갑니다. 그리고 거기서 또 거기 실버사람과 밤늦게까지 면담을 합니다. 거기서 잠깐 핸드폰을 돌려주는데 보는 앞에서 문자로 잘지내고 있다고 부모님한테 보내라고 시키더군요. 그렇게 한 3일 반복하니 정말 무슨 일을 한것도 아닌데 어마어마하게 피곤했습니다. 결국 3일째 되는 날까지 안하겠다고 버티니까 도저히 안되겠다고 판단했는지 그냥 보내주겠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거기 실버가 저한테 A앞길을 망칠수도 있으니 돌아가더라도 군대 후임들에겐 비밀을 지켜달라고 하더군요. 순간 욱했지만 좀 무서웠기때문에 그러겠다고 하고 나오는 길에 A를 불러서 같이 얘기좀 하자고 했습니다.
솔직하게 얘기해달라고 유명서점에서 일했다는거 구라아니냐고 처음부터 여기 일한거 아니냐니까 맞답니다. 전역하자마자 여기로 들어왔고 집에도 안가봤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너는 여기와서 얼마나 벌었냐니까 통장잔고 3500원있답니다(지는 쥐뿔 나한테 보여줄 수익도 없으면서 좋은일이라 소개시켜주고 싶었다고 하더니 ㅡㅡ). 마지막으로 너도 니 발로는 안 걸어왔을꺼고 누구한테 소개받고 왔냐니까 거기 같은 방에 있는 어떤 여자가 소개해준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뭐 원래 알고지냈거나 대학동기냐고 물어봤더니 그것도 아니고 대충 아시는 분들은 아실텐데 예전에 싸이월드에서 갑자기 모르는 이성이 일촌하자면서 와서 좀 친해진다음에 일자리 소개시켜준다는 식으로 꼬드기는 방법이 많았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나니 와 그럼 이놈은 아는 사람도 아니고 모르는 여자랑 뭐 어떻게 해볼려다가 이꼴 났다는거야? 라는 생각이 드니까 진짜 한심하게 보였습니다. 속으로는 죽여도 시원찮았지만 , 어차피 인연 끊을거니까 괜히 엮이고 싶지 않아서 그냥 '니가 열심히 해서 돈 잘벌고 할 자신있다면 내가 말리지는 않을게. 근데 전역하고 아직 집에 한번도 안 가봤다는게 말이 되냐 부모님 걱정하실테니까 얼굴도 보여드리고 해라. 잘지내라.' 이런식으로 얘기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오는 길에 기차역에서 여러가지 생각이 다 들더군요. 올라올 때 주변지인들한테 진짜 좋은 알바구했다 갔다와서 제대로 거하게 쏘겠다 막 이렇게 자랑하고 왔는데 차비만 대략 10만원치쓰고 얻은건 아무것도 없으니... 그래도 무사히 빠져나온걸 다행이라 생각하자 했습니다. 내려와서 지인들한테 사실대로 얘기해줬더니 다들 그래도 안죽고 살아온게 어디냐고 하면서도 놀리더군요. 지금까지도 다단계 이야기나오거나하면 아직도 다단계 하면 니가 전문 아니냐? 이러면서 놀림받습니다.
여기까지만 하면 멘붕이고 ㅎㅎ
사이다가 뭐냐면 저는 집에 오자마자 제가 있던 부대로 전화를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후임들한테도 작업을 치고 있었더군요. 저랑은 다르게 애들 전공에 맞춰서 살짝살짝 비틀어서 뭐 커피숍 매니저라던가 그런걸로요. 바로 다 까발렸습니다. 가면 절대 안된다고 다단계라구요. 결국 부대에 소문이 다 퍼졌고, 후임들이 저처럼 피해보는 걸 막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사건이 마무리되고 한 1년쯤 지났을때였나 카카오톡에 A가 뜨더군요. 내가 아직 이놈 전화번호를 안지웠었네 하고 생각하다가 이놈아직도 그짓하고 있을려나 하고 연락을 해봤습니다. 저 이후로 아무도 온다는 사람이 없어서 가진돈 다쓰고 핸드폰도 끊기니까 못버티고 결국 쫓겨났다더군요. 그래 알겠다 잘지내라고 하고 전화번호부에서 삭제했습니다.
어 음.. 마무리를 어떻게하죠..?;;
뭐 좋은 다단계 회사도 있기는 하다는데, 잘못걸리면 진짜 시간만 낭비하고 남는건 하나도 없게 됩니다. 평소 연락 안하고 지내던 동창이나 군대선후임이 일자리 소개시켜준다고 하면 꼭 확인해보고 가세요!! 그럼 20000
출처 | 내 전역후 4일간의 곳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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