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좋은건 너와 나 우리 둘의 행복이지...
하지만 난 그럴 수 없다라는 걸 잘 알아, 너 그리고 나 둘 모두 행복해 질 순 없으니까.
이런 문제에 그리고 넌 너의 딸 때문에 넌 작은 희망을 아직 붙잡고 있기 때문이지. -
...그래서?
모니터를 노려보고 또 노려봐도 도무지 무슨 뜻인지 떠오르지 않았다.
앞뒤로 돌려보고 섞어도 보고 수열로 만들어봐도 이건 그냥 문장이였다.
도저히 풀리지 않았다.
" 예진아 괜찮니? "
모니터에서 눈을 돌려 예진이를 보았다.
입술이 푸르스름해 지는 것을 보아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게 확실해 졌다.
예진 - " 팔이 점점 따끔따금 거리는데...아직은 괜찮아 ...근데...시간이.."
그렇다.
모니터엔 2시간 남짓한 시간이 남아있었다.
이 시간을 넘겨버리면 주위에 널브러져 있는 시체처럼 된다.
남은 시간이 2시간이라고는 해도 통증이 있으니 서두르지 않으면 큰일이다.
더구나...예진이도 이제 상황을 이해했다...
" 아빠가 꼭 풀어줄테니 걱정마. "
예진이는 말없이 고개만 떨궜다.
- 가장 좋은건 너와 나 우리 둘의 행복이지...
하지만 난 그럴 수 없다라는 걸 잘 알아, 너 그리고 나 둘 모두 행복해 질 순 없으니까.
이런 문제에 그리고 넌 너의 딸 때문에 넌 작은 희망을 아직 붙잡고 있기 때문이지. -
이 문제는 무엇인가 ... 이상하다.
이제 껏 풀었던 문제와는 전혀 달랐다.
이제까지 문제에 나왔다. 언어퍼즐 같은 그것도 없을 뿐 아니라 이 글이 유추하고자 하는 답의 방향 조차 나와있지 않다.
본디 문제란 물음이어야 하는데 이건 마치 그 녀석이 나에게 그저 이야기 하는 것 같다.
단어만 빼봐도 주어만 빼어봐도 도무지 방향을 잡을 수 없다.
방법이 없다.
예진 - " 아빠! "
예진이의 목소리에 빨려올라오듯 현실로 돌아왔다.
" 어...어 미안 문제 생각을 하느라.."
예진 - " 아빠...나...아빠 사랑해 "
예진 - " 나...여기 와서 아빠를 만난거, 다행이라고 생각해...그러니까. "
" 무슨말을 하는 거니, 아빠가 이 문제를 풀고 이야기 하자. 그래도 늦지 않아. "
예진 - " 아니...그때면 내가 아빠를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할 것 같아....왠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것 같아. "
갑자기 울컥하며 눈물이 눈에 그렁 맺혔다.
점점 창백해지는 얼굴로 내게 말하는 예진이는 점점 기운이 빠져보였다.
예진 - " 그러니까...아빠는 꼭...나가서 엄마랑...엄마랑.."
꾹꾹 참고 있던 울음이 터져나오며 예진이는 말을 잊지 못했다.
저 아이가 자기 상황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문제를 풀수 있을 거라는 건 희망...마치 고문당하는 것 같았다.
우리 둘은 부둥켜 안았다. 눈물이 앞을 가리고 목구멍을 막아 우린 껴안을 수 밖에 없었다.
" 내가...아빠가 꼭 문제를 풀어줄께. 아빠는 꼭 널 여기서 내보낼 꺼야 "
눈물을 닦고 다시 모니터를 응시했다.
무엇보다 시간이 없으니 다른 곳에 지체 할 시간은 없었다.
시간이 지금도 딸아이 팔에 흐르는 피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1:15...
남은시간은 한시간 남짓.
정말 도저히 모르겠다.
하지만 포기 할 수 없기에 계속 변수에 변수를 더해 생각했지만 그리 신통치는 않았다.
아직 방향 조차 잡지 못했다.
예진이는 10분전쯤에 춥다며 부들부들 떨고 있다.
왠일인지 닫히지 않은 7층과 8층의 통로에서 바람이 불어오긴 하지만 그렇게 찬바람이 아니기에 더욱더 문제풀이를 서두를 수 밖에 없었다.
입술은 이미 시퍼래진 상태였고 얼굴빛도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한가지 뿐이였다.
" 문제가 뭘 의미하는지 알 것 같아. "
" 조금만 있어, 거의 다 풀어가 "
" 조금만.."
이제 곧 1시간..........
아무것도 생각이 나질 않는다.
딸아이에게 해줄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
무기력하다. 딸은 옆에서 죽어가는데......어떻게...해줄 수 있는게 없다.
내가 너무 한심해서 그만 눈물이 흐르고 말았다.
딸아이 앞에서 울지 않으려 꾹 참고 있었는데 그만 눈에 고인 눈물이 또르르 한방울 떨어졌다.
한방울이 뺨을 타고 내려가자 마치 도미노 쓰러지듯 눈물이 양 볼을 감싸 흘러내렸다.
딸아이에게 우는 아빠의 모습을...절망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지만 내 눈은 예진이가 보였다.
한시간....한시간도 안남았는데...
딸아이 얼굴만 보였다.
아무말도 못하고 딸아이만 바라보았다.
도무지 방법이 없어...널 여기서 내보내고 싶은데...
나 자신이 원망 스러웠다.
이딴 문제 하나 풀지 못해서 자신의 딸이 서서히 죽어가는 걸 바라 봐야 하는 내가 싫었다.
왜 더 빨리 딸을 만나지 못해서 내가 아닌 딸이 여기에 있는지 원망스러웠다.
1층으로 다시 되돌아왔을때 , 딸아이를 보고 싶다고 신께 기도 했던 내가 너무 후회되었다.
머리를 쥐어 뜯고 답답한 가슴을 후려쳐 봐도 용서 할수도...받을 수도 없었다.
나라는 건 애초에 없는게 나았다...
예진 - " 아..빠. "
이제 말한마디도 힘들어하며 예진이가 입을 땟다. 모니터의 시간은 45분.
예진 - " 아빠...사랑해. 정말...사랑해..."
그런말 하지 말라고...아직 끝난게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싶었다.
그런데 말이 나오지 않는다.
예진 - " 너무 자책하지마. 이건 아빠 잘못이 아냐...문제...문제도 "
소리내 울고 싶었다.
이 아이는 지금도.... 이 못난 아빠 생각을 하고 있었다...이 멍청한...아빠를.
예진 - " 문제도 너무...이제까지랑 다른걸...스타일이 달라. 이건 아빠 잘못이 아니잖아. "
아.......
...........
...........
이제까지....달라......
다르다! 이제까지 문제와는 다르다!!!
모니터의 시계는 이제 30분이 되어가고 있었다.
출처 : lem0n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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