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여버리겠어! "
손가락 조차 이제는 움직이지 않는데 날 죽인다는 저 놈은 너무 선명하게 보인다.
손에서 부터 몸 전체에 흘러내리는 피 하며 저 녀석의 요동치는 심장 까지 보이는 듯 하다.
막고 있는 목줄기를 역류해 동공에 까지 피가 차고 넘친 것일까 나를 응시하고 있는 눈동자가 아주 붉다.
폭풍이 치다 멈춘 것 같다.
시간이 멈춰 버린것 같다.
이 세상에 날 죽이려는 저녀석과 나 뿐이듯 배경은 점점 흐려지는데 묘하게 저놈만 너무 선명하다.
' 달그락 '
그때까지도 마지막으로 쥐어짠 힘으로 쥐고 있던 손에 조각도 놓아버렸다.
점점 시야엔 그가 커져 온다.
묘하게 안정된다.
이상하게 편하다.
눈을 감았다.
.
.
.
몇초가 흘렀을까
눈꺼풀 조차 올릴 힘도 없었지만... 아직 숨쉬고 있었다.
아직 살아있었다.
아직 삶에 대한 희망을 놓치 못한 걸까 ... 사람은 질기구나 라는 생각이 들고는 소리없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다.
사방이 기분나쁘게 붉다.
삶의 문턱에서 다시 돌아와서 일까 현기증이 일었다.
집중해서 내 앞에 있을 그를 찾았다.
저 멀리 대진군이 쓰러져 있었고, 그리고 보자...내 옆에 어르신. 아...눈을 뜨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셨구나..
현란하게 피어오른 불꽃처럼 벽에 뿌려진 피
뒤에 기대어 앉아 있는 내 시야에 갑자기 그가 사라졌다.
갑자기 쉬고 있던 내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귀가 시끄러울 정도로 쿵쾅거렸다. 그리고 다시 고통이 느껴졌다...
" 으아아아아아아! "
심장이 깨운 세포들이 다시 숨쉬면서 잊고 있던 고통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온몸의 세포들이 한번에 울어댔다.
어르신 - " 괜찮아, 괜찮네. 정신 차려! "
고통 속에 점점 빠져가는 중 어르신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르신 - " 이제 괜찮네! 정신 차려! "
옆으로 돌린 시야엔 어르신이 날 보고 소리치고 있었다.
어찌된 일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나는 그저 어르신을 바라보았다.
어르신- " 자네..."
어르신은 그렇게 말하곤 내 앞 바닥을 응시했다.
그가 쓰러져있었다.
손으로 목을 꼭 감싼채로 엎드려 있었다.
빨간 물감 번지듯 땅바닥이 아직 번지고 있는 걸 보니 아직 출혈이 있는 것 같다. 그의 몸은 부르르 떨고 있었다.
어르신 - " 아무래도...출혈이 심한가 보군...자네가 ... "
빨간색...빨간색...갑자기 피로가 몰려왔다. 땅이 흔들리고 천장이 움직였다.
날 보고 뭐라고 하시는데 울부짓는 소리가 너무 커서 그런지 잘 들리지 않았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숨소리가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내가 사라지는 듯한 느낌...모래로 된 육체가 바람에 흘러가는 듯했다.
왠지 모르게 편안했다. 왠지 모르게...
쿠르르르르릉..
갑자기 들리는 굉음에 놀라 다시 고통과 마주했다.
마지 돌이 움직이는 듯한...그런 소리...전에도 들어본 듯 한 그런소리가 났다.
그 때 내 눈에 8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통로가 열린 것이 보였다.
' 예진! '
다시금 심장이 요동쳤다.
바람에 쓸려간 육체가 다시 돌아오고 다시 어르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르신 - " ...이건...어찌 된 일인지 모르지만 지금 자네 딸이 올라간 8층이 열렸네! 자네 이러고 있을텐가! 눈 똑바로 뜨게! "
그렇다. 저 문위엔 예진이가...
어르신 - " 정신차려 ! 이렇게 주저 앉을 꺼야! 자네 딸이 저기 위에서 자넬 기다리고 있는데, 안 가볼텐가! 정신차려! "
그렇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어르신 - " 일어서! 일어나라고! 자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지지...지익...치이...치익
'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닐 텐데...'
갑자기 무언가가 온 전신을 빠르게 휘돌았다.
이 목소리...가슴을 후벼파고 분노가 치밀어오르게 하는 이 목소리...
바람 빠진 풍선에 다시 바람을 넣듯 팔다리가 느껴져 왔다. 이 목소리......그 녀석이다.
' 넌 재밌었는데...그렇게 누워버리면 내가 답까지 가르쳐줘서 보낸 병정이 아깝잖아...'
' 니...딸 ...............이럴 시간이 아닐텐데? '
순간 다리에 힘이 들어왔고 팔에도 기운이 돌아왔다.
내 신체에 일어난 변화를 느낄때 쯤 난 이미 뛰고 있었다.
8층으로...8층으로...
멀어지는 어르신의 목소리가 희미해질 쯤 난 8층 입구에 도착했다.
모니터의 불도...문제도 없었다.
그저 계단뿐이였다.
올랐다.
뛰어올랐다.
이제 들리는 건 벽에 부딪혀 내게 들려오는 내 심장소리
쿵...쾅...쿵...쾅..
어두운 통로를 올라 뛰어가며 심장이 마치 다리에 달린 마냥 뛰어갔다.
그리고 곧 빛이 보였다.
갑자기 들이닥친 빛으로 사방이 하얗다.
눈이 아파 눈을 뜰수가 없었다. 조금씩..조금씩 눈을 떳다.
그리고...예진이가..보였다.
눈물 범벅으로 날 바라고 보고 있는 내 딸이 보였다.
" 예진아! "
마치 벙어리였던 내가 말을 한듯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목소리와 함께 눈물도 터져나왔다.
깨어진 정신에 그 다시 보기 싫은 붉은 색이 보였다...
뛰어가 예진이를 껴 안았다.
다신 잃고 싶지 않아 꼭 껴안았다.
이젠 끝났으면 했다.
예진 - "아빠....나...어떻해....이 문제...모르겠어.."
예진이의 한쪽팔엔 이미 붉은 것이 상당히 흐르고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목 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그건 지금 중요하지 않다.
모니터를 확인했다.
- 가장 좋은건 너와 나 우리 둘의 행복이지...
하지만 난 그럴 수 없다라는 걸 잘 알아, 너 그리고 나 둘 모두 행복해 질 순 없으니까.
이런 문제에 그리고 넌 너의 딸 때문에 넌 작은 희망을 아직 붙잡고 있기 때문이지. -
출처 : lem0n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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