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할인마트에 갔다가 대용량 상품 코너에 들러 본 적이 있는가.
온 동네사람이 모여 밤새 먹어야 바닥이 보일것만 같은 대형 팝콘, 또는 우람한 사이즈의 대용량 햄 캔..
식당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고선 엄두도 못낼만큼 그 거대하고 아름다운 사이즈의 캔들을 지나치며
한번쯤 사보고 싶다.. 는 생각을 해본 사람은 본인 뿐이 아니리라 믿는다.
결국 사 버리고 난 다음의 이야기.
본인이 선택한 종목은, 그나마 꾸준히 먹을 수 있고 조리법이 다양한 "참치"
참치중의 참치, 진정한 참치인 왕참치캔이 드디어 서초구에 입하
유통기한이 2013년 3월 28일 오후 4시 45분까지이다. 캔이 크니 잘 썩지도 않나봐..(추측)
육중한 무게에 더해, 가히 흉기로도 응용이 가능할 법한 모서리가 위협적으로 보인다.
일반 참치와 비교했을 때, 가격은 약 8배(1,000원 : 7,800원)
용량은 약 19배(100g : 1,880g)인 초 경제적 제품.
그 두껍고도 육중한 철문을 열자, 걸리버용 통조림 같은 참치살들이 장엄한 위용을 드러낸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먹어야할지 망설이게 만드는 저 기름.. 불붙여 보고 싶었지만 일단 참았음
아래는 이 왕참치와 일주일간 벌였던 사투의 기록이다
참치감자전 만들기
독신의 중년남자가 혼자서 2kg에 육박하는 참치를 반찬만으로 먹기는 택도 없는 법.
한번에 많이 소모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보니 먼저 생각난 것은 역시 '전으로 부쳐버리기'였다.
일단 부쳐 버리면 안먹더라도 어디 냉동실에 얼려 버릴 수 있다보니..
준비물 : 감자 1개, 양파 반개, 소금, 부침가루, 계란 1개, 문제의 그 참치 적절량
먼저 갈은 감자와 양파에 소금으로 간을 하고
거기에 참치를 섞고 잘게 이긴다.
적은 왕참치이므로 우리는 왕스푼으로 대항하자
거기에 계란 + 부침가루를 넣고 마구 휘저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뭉개면 일단 재료 완성.
이것을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기름에 부쳐버린다.
점도가 높으므로, 스푼으로 프라이팬에 떨어뜨린 뒤 지짐개로 꾹꾹 눌러 납작하게..
이렇게 존나 반복하다보면 한없이 쌓이는 참치감자전을 발견할 수 있다.
뜨거울 때가 맛있음
허나 아직 왕참치캔의 용적량에 비하면 약 30% 정도를 소모했을 뿐, 캔의 바닥을 보려면 갈길이 멀다.
다음은 참치로 군대식 참치찌개 끓이기
준비물 : 썰은 감자(1개), 양파(1개), 김치 약간, 다대기 양념, 거기에 문제의 참치
이건 뭐 일반 참치캔 1개 분량이 한 덩어리로 나오네. 왕참치는 괴수참치로만 만드는건지 원...
조리법은 매우 간단하다. 끓는 물에 위의 재료를 다 넣으면 끝
한참 끓여 감자가 푹 익었을 때 불을 끄면 완성.
개인적으로는 식당에서 파는 참치김치찌개보다 선호하는 음식
이 시점에서 현재 왕참치캔 용적율 : 약 60% 추정
참치로만 연명하는 생활이 며칠째 접어들 무렵의 전황.
나름대로 봄이고 하니 유행인 새싹 비빔밥에 참치를 퍼부어 보기로..
준비물 : 모듬새싹 1팩, 초고추장, 예전에 알탕 만들다 남았던 명태알, 밥, 문제의 참치
고민할 필요없이 죄다 넣고 비비면 완성이다.
튀긴 명태알은 나름대로 날치알을 대체할 셈으로 올린건데 전혀 다른 맛..
이 시점에서 현재 왕참치캔 용적율 : 약 40% 추정
누군가 보내준 영덕게가 비닐안에 잠복하고 있다가 나에게 발각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끝없이 참치만 먹어야 했던 올드보이같은 생활중에 단비같은 존재..
먼저 좀 씻고..
..난 놈을 잡아먹고 난 뒤, 남은 게살을 모아봤더니 예상외의 방대한 게살이 모였다.
이걸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냉장고 내 가장 방대한 자원인 참치와 한데 섞어 "게참치부침"을 만들어서 또 참치 용적률 감소.
이것은 참치김치볶음밥. 손님과 함께 해치운다
이렇게 평생 먹을 참치를 1주일간 집중적으로 섭취했더니
참치의 "참"자만 보아도 착잡한 기분과 함께 십이지장 아래쪽부터 무언가 역류하는 듯한 기분이 들게되었다.
아 이제 당분간 참치는 제발 그만...
'왕참치캔 다 먹은 다음엔 스팸중의 스팸, 왕스팸을 사봐야지' 했던 것은 취소
사실 처음의 목적은 이거였다
버려도 버려도 채워지지 않는 마법의 재떨이를 만들겠다는 소박한 꿈에 시작한건데.. 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