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보험상품 개발/기획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경제 게시판에 올라온 보험 관련 질문/답변을 쭈욱 살펴 봤는데요, 그 동안 지인들에게만 해 주던 얘기를 오유에도 올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올립니다.
1. 보험이란?
위험관리 (Risk management)의 한 방법입니다. 위험관리의 방법에는 여라 가지가 있습니다.
- 위험 회피 (예 : 비 오는 날 등산을 안 간다)
- 위험 분산 (예 : 은행이 망할 수 있으니, 여러 은행에 예금을 분산)
- 위험 전가 (예 : 보험)
보험은 여러 위험 관리의 방법 중 위험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시키는 행위입니다. 위험을 전가시키면서 일종의 수수료를 주는거죠.
절대 보험만으로 위험을 관리할수도 없고, 최선의 방법도 아닙니다. 이 점을 꼭 기억해 주세요!!
암에 걸리는 위험을 관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운동을 하거나, 음식조절을 하거나, 환경이 좋은 곳에 산다던지, 정기검진을 착실하게 받아서 조기발견을 한다던지 하는거죠. 보험은 마지막 방법입니다. 이미 암에 걸렸을 때, 재무적위험을 보험사에 전가하는 겁니다.
2. 보험도 '구입하는' 서비스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험도 다른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돈을 내고 구입하는' 서비스입니다. 흔히 보험가입, 보험을 들다, 보험을 붓다.. 하는 식으로 표현해서 은행예적금과 혼동하시는데요.. 비용을 주고 사는 서비스입니다 .
영어로 보험에 가입하다는 표현은 'Buy the insurance (policy)'라고 표현합니다. 돈을 주고 보험(증권)을 사는 겁니다. 아무래도 서구 사람들은 이런 인식이 강한 편입니다.
자 돈을 주고 구입하는 상품이니까, 어떻게 하면 합리적인 소비인지 살펴봐야겠죠??
3. 과소비하지 마세요.
말 그대로입니다. 과소비하지 마세요. 예를 들어 외벌이 3인가족, 월수령액 250만원. 이런 분들이 한달 보험료로 몇 십만원씩 내는 경우 봤습니다. 이건 과소비에요. 나에게 꼭 필요한 보험(보장)을 적절한 비용을 들여서 구입하는게 현명한 겁니다.
4.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거죠??
제가 제 주변 지인들에게 보험상품 고를 때 제언하는 내용을 적어 보겠습니다.
1) 미혼이라면, 암보험, 단독형 실비보험이면 충분하다
2) 기혼이면 여기에 사망보험 하나 추가. 종신보험은 필요 없고, 경제활동기만 보장하는 저렴한 정기보험 하나면 충분.
3) 순수보장성으로 가입
4) 보장기간 내내 보험료를 납입하는 전기납도 장점이 있다.
5) 갱신형이 꼭 나쁜건 아니다.
6) 저축보험, 변액보험은 보험이 아니다. 세제혜택이 필요할때만 가입.
35세 남자 기준 암보험, 실비보험에 정기보험이면 최대 10만원 이내에서 해결될 겁니다.
참고로 제가 갖고 있는 보험은 아래와 같습니다. 보험료는 월 65,000원 정도 됩니다.
- 암보험+2대질환 특약 (L생보사, 일반암 6,000 / 급성심근경색 6,000 / 뇌출혈 6,000, 뇌출혈은 가족력 때문에...)
- 정기보험 (K생보사, 사망 1억, 재해사망 2억)
- 실손보험 : 보험사 직원이라 가입 못함 ㅠㅠ (회사 단체보험의 입원일당으로 해결...)
하나씩 이유를 간단히 말씀 드릴게요.
1) 암보험, 실비보험 : 암 발병률이 워낙 높으니까, 암보험은 하나 필요합니다. 치료비 목적은 아니구요, 소득상실에 대비하는 측면이 큽니다. 실비보험이야 이미 3,000만명이 가입한 만큼 필수품이지요. 여러 정치적 이해관계도 있으나... 여튼 현재로써는 보험사가 손해보며 운용하는 상품입니다. 실비보험은 손보사에 단독형으로 가입하세요. 비싸도 1만원대 초반이면 가입 가능합니다.
2) 정기보험 : 부양가족이 생겼을 때 가입하면 됩니다. 보장기간이 길어지면 보험료가 올라가니, 저렴한 상품 찾아서 가입하시면 됩니다. 인터넷 전용 상품도 좋구요, 흡연 안하시는 분들은 추가 할인도 가능합니다.
3) 순수보장성 vs 만기환급형 : 우리 나라는 이상하게... 만기환급형에 대한 수요가 높습니다. 그렇게 거의 전 국민이 교육(?)을 받았죠. 나중에 기회가 되면 자세히 설명 드리겠지만, 60-70년대 보험사에서 그런 인식을 만들어 놓았다고 생각합니다. 보험금 안 받으면 순수보장성은 손해라는 인식이 있는데요.. 수리적으로 보면 사실 똑같습니다. 오히려 제가 근무하는 회사의 경우, 만기환급형의 수익이 더 좋습니다. 보험은 '붓는'게 아닙니다. 비용 주고 증권을 사는거에요. 순수보장성을 추천합니다.
4) 보험료 납입기간 : 전기납 : 보험회사나 설계사는 짧게 납입하고 끝나는 '단기납'을 추천할겁니다. 빨리 '붓고' 끝내라는 거죠. 판매수수료도 높게 나갑니다. 저는 지인들에게 보험기간 내내 납입하는 전기납을 추천합니다. 단기납 보다 보험료가 일단 저렴하구요... 중간에라도 보장이 필요 없다는 판단이 들면, 그냥 보험료 안 내면 되거든요. 그리고 생보사 상품의 경우 규정상 '납입면제'라는 기능을 무조건 넣어야 합니다. 보험료를 납입하기 어려울 정도의 장해상태가 되면 보험료 납입이 면제되는 신박한 기능입죠. 전기납으로 하면, 납입면제 기능의 장점도 커지겠죠?
5) 갱신형 vs 비갱신형 : 갱신형의 경우 보험료가 오를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갱신형이 나쁘다고 하시는데요... 갱신형 vs 비갱신형 비교했을 때 비갱신형이 더 좋은건 암보험이 유일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암발병률도 이제는 점차 안정화 되기 때문에, 비갱신형 암보험의 장점도 사라지고 있죠. 젊은 나이에 가입할 때는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저렴한 갱신형도 괜찮은 대안입니다.
6) 저축성보험, 변액보험 : 보험으로 돈을 모으겠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돈을 모으려면 투자나 저축을 해야지요. 저축성보험이나 변액보험이 필요한 때는 '절세'가 필요한 때입니다. 금융소득이 너무 높아 (2,000만원 이상) 분리과세가 필요하다던가, 비과세가 필요할 때 고려하시면 됩니다. 종신보험도 수리적으로는 저축성입니다.
관련해서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언제든 댓글 달아 주세요. 자세히 답변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