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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간암 진단을 받으셨던 날은 무척이나 더운 여름날이었다. 무채색 옷을 입기라도 하면 금세 음영이 져 민망스러워 질만큼 더웠던 날, 나는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중학교 들어갈 때까지 입거라. 아버지는 내 손을 꼭 잡고 품이 넉넉한 떡볶이 코트를 사주었다.
아버지는 수술을 받을 수 없었다. 아버지는 건어물 따위를 배달하는 화물 일을 하셨는데, 통원치료를 받으시며 그렇게 또 한 달을 트럭을 몰고 다녔다. 아버지가 드디어 입원하시게 되고, 나와 내 여동생은 화곡동 셋방에 방치되었다. 나는 그것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입원하면 아픈 사람이 모두 나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한밤중에 벌떡 일어나 아버지 코밑에 손가락을 대어보시던 어머니의 뒷모습을 훔쳐보며, 엄마 품이 그리워 칭얼거리는 여동생을 괜히 쥐어박곤 했다. 아버지는 떡볶이 코트를 입은 내 모습을 보시지 못하고 그렇게 그해 겨울, 돌아가셨다. 나는 입기 아까워 걸어두었던 코트가 마냥 미웠다. 왜 그렇게 바보같이 아까워했을까...
그 무렵부터 나는 동네에 있는 교회엘 나가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슬퍼할 겨를도 없이 재봉 일을 시작하셨다. 낮에는 청계에 밤에는 다시 화곡동 감자탕 집에서 일하시는 통에 어머니 얼굴을 볼 시간이 많이 없었다. 여동생은 이제 칭얼거리지도 않았다.
일요일이 되면 어머니는 동생과 나에게 헌금하라며 오백 원짜리를 두 개 쥐어 주었다. 소년부 예배를 드리고 집엘 가지 못하고 어물쩍거리면 어느새 노을이 왔다. 그러면 대학엘 다닌다는 형, 누나들이 떡볶이나 짜장면을 사주었다. 컵 떡볶이를 사주는 날엔 군말 없이 먹었지만, 짜장면을 사주면 기어코 동생이랑 한 그릇을 나눠 먹었다. 동생이 가끔가다 튀김이나 탕수육이라는 걸 먹고 싶다는 소리를 하면, 동생을 때렸다. 누나와 형들은 나의 난데없는 폭력에 놀라워했다. 때리면 안 돼. 동생이 서러워 울어버리면, 그제야 하릴없은 한 주가 갔다.
1998년도, 어느 가을에 김 목사님이 나를 불렀다. 김 목사님은 우리 아버지보다 댓 살은 많은 사람이었다. 재혁이 요즘 배탈 났니? 김 목사는 2층 화장실이 막혀있어서 가보았더니, 누가 설사를 한 무더기 누어 그만 변기가 고장이 났다고 했다. 나는 덜컥 겁이 났다. 내가 싼 똥은 아니었지만, 만약 변기값을 물어내라고 하면 어쩔까. 김 목사는 나에게 병이 있을지도 모르니 똥꼬 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갑자기 여동생이 보고 싶었다. 나는 동생을 찾으러 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목사는 내가 동생을 쥐어박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주먹으로 내 아구창을 갈겼다.
그해 가을 이후에 나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 말이 없어지고, 찬 방바닥에만 누워있었다. 왜 그러냐는 어머니의 속상한 말에 나는 할 말이 없어, 나도 탕수육이란 걸 먹고 싶다고 울어 버렸다. 어머니는 탕수육 중자를 포장해 왔다. 신나서 노래를 부르는 동생을 또 때렸다. 나는 그렇게 구제불능이 되어 가고 있었다.
방안에 누워 계속 책만 보았다. 책만이 내 친구였고, 책만이 내 구원이었다. 그래봤자 어려운 책들은 아니었지만, 읽고 또 읽었다. 중학교를 가고,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변화 없는 생활. 그래도 내게 희망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건 동생이었다. 매일 구박하고 울리고 때리고 했지만, 동생은 나보다 똑똑해서 공부도 곧잘 했다. 동생이 서울에 있는 어느 대학 기계공학과를 붙던 날, 나는 처음으로 방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처음 일해 번 돈으로 동생에게 입학 선물로 노트북을 선물했다. 잘은 모르지만, 공대니까 왠지 노트북이 꼭 필요할 거 같았다. 동생은 말없이 나를 안아주었다. 나는 징그럽게 엉엉 울었다.
돈이라는 게 찬 신기했다. 나는 사회부적응자라 어느 곳에서도 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선물해준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을 동생의 얼굴을 떠올리면 뜻 모를 용기가 났다. 대학교. 예전에 떡볶이랑 짜장면을 사주면서 동생을 때리지 말라고 했던 그 형, 누나들이 다녔다는 대학교. 그이후로 꾸준히 일을 시작했다. 어머니의 얼굴이 십년은 더 젋어지신 거 같았다. 나는 다시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기도하고 또 기도를 했다.
동생이 작년 여름에 아버지를 보러갔다. 애교 많았던 막내딸이 너무나 보고 싶어서였을까. 아버지.. 그래도 좀만 참아주시지. 교차로에서 운전미숙으로 인한 교통사고라고 했다. 그래도 대견한 것이 온몸이 부서진 상태에서도 5일을 버텼다. 어머니의 얼굴은 이제 모든 표정을 잃었다. 나는 찬 방에서 동생이 쓰던 노트북으로 타이핑을 하고 있다. 군데군데 낡은 연결부분과 잉크까지 지워진 키보드 판을 보며, 혹시 없는 티 내고 속상해했던 것을 아닐까 생각해본다.
누구보다 착하고 예뻤던 동생아... 오빠는 이제 누구한테 기도를 하고, 구원을 받아야 할지 모르겠다. 낮에는 네 생각을 안 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택배상하차도 두 달 반가량 뛰어보고, 열심히 살아보려고 했지만.. 결국 나에게 남은 것은 찬 방바닥과 너무 일찍 늙어버린 어머니, 무능력한 20대를 보내고 있는 징그러운 내 모습과 마주하는 일이다..
하늘은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것들만 먼저 빼앗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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