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저녁 9시 쯤이였을까요..
그 당시의 일을 생생히 기억할 정도로
컬쳐 쇼크적이었던 한 공방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매칭이 잡힌 이후 칼같은 픽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언제나와 같이 리첼을 픽했고,
우리팀들은
드렉슬러, 랜덤, 마틴, 카를로스
를 차례대로 픽 했습니다.
최악은 아닌 조합이거니 하고 있었습니다만,
픽시간이 12초 정도 남았을때 드렉슬러를 픽한 녀석이
'우리 방 없음?'
이렇게 외치더라구요.
그 소리를 듣자마자 랜덤 유저가 제키엘을 픽하고
제가 팀챗으로 '방'
이라고 쳤습니다.
2탱 1원딜 1서폿 1근딜.
어떻게든 해볼만한 조합이지요!
문제는 여기서 일어나게 됩니다.
픽 시간이 끝나기 1초 남은 때에
방이 없냐고 외치던 드렉슬러가 도일로 바꿔버렸습니다!
4원 1근이 된거에요!
이런 미친!
그래도 괜찮아요 어차피 심해는 개개인의 피지컬만 어느정도 되면 망조합이어도 해쳐나갈....
수 있긴 개뿔..
저는 게임 로딩창에서부터
1초 전 캐릭을 바꾼 도일녀석이 왠지 트롤링을 할 것 같다고
예상을 했습니다만,
아니나 다를까....
상식의 밖을 벗어난 녀석이었습니다.
녀석은 굽힐 줄 모르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자 마냥
수없이 많은 근육을 다지며 당당히 적진의 앞으로
걸어들어갔죠.
비겁하게 측면이나 후방따위 그딴거 없고 오로지 직진
직진 직진인 사나이의 표본과도 같았을까요?
그러면서 채팅으로는 연신
'아 우리팀 백업 안하냐 ㅡㅡ'
'아니 무슨 적 탱커만 때리고 있냐 답답하다.'
'카를로스 공 맞냐?'
'이래서 심해에선 방타면 안된다.'
뭐? 방? 본인이 탄다는 소리 한마디도 없었으면서..
제키엘이랑 내가 있고
나는 심지어 채팅으로 방탄다는 말까지 했는데...
안그래도 1원 4근으로 조합을 파괴시킨 녀석은
말도 안하고 방을 타놓고 3탱체제를 만들어놨던 것입니다.
악의적으로 트롤링하는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으나,
우리팀이 지는 상황에 분개하는 모습을 보니
그냥 많이 부족한 친구였던 것 같습니다.
도일에게 뭐라 할만도 한데,
의외로 우리팀에는 전부 생불들만 모여있었나봅니다.
백업 백업 거리는 소리에 불평하나 안하고
마틴은
'내가 유일원에 뚜벅이라 여기저기 가기 힘드네, 미안.'
이라고 쳐주고
나머지 사람들은 아무 말도 안하더군요.
저 있잖아요.
저는 원래 게임에서 채팅을 거의 안하는 편입니다.
와.. 근데 자기가 뭘 잘못하는지도 모르고 계속 지는 상황에 불만을 늘여놓는 도일을 보니
정신이 아득해지더군요.
좋은 말로 물어봤죠.
처음에 2탱 2원 1근딜 조합이었고, 내가 방이라고 채팅에
치기까지 했는데
어째서 도일을 골라서 4근 1원에
3탱을 만들어 놓았냐고..
녀석의 대답은 제 상상을 뛰어넘었습니다.
'탱 탄다 해놓고 게임 밀리면 공 간다고 하는 놈들 때문에 엿같아서 내가 방을 타고 만다!'
허무맹랑한 대답에 몇 초간 할 말을 잃었습니다.
아군은 5전광에 본진은 불타오르고, 정말 어쩜이리
상황도 알맞는지 껄껄...
기가 차서
'그럼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탱하다 공타는 사람을 위해서 네가 조합파괴자가 되었단 소리네?'
이렇게 말을 했더니, 아무 말도 없다가
HQ가 터지니깐 저보고 하는 말이
'리첼 병시나 여긴 그런 동네야.'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요.. 심해는 '그.런.동.네.' 였던거군요? ^^
하.. ㅋㅋ 후딱 탈출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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