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영국은 세계 최초로 전차를 발명, 실전투입한 국가입니다. 비록 포탑이 달린, 전차처럼 생긴 전차의 시작은 프랑스이지만, 그 개념은 영국이 제일 먼저 시작을 알렸다고 봅니다. 자세한 것은 1편(독일편)에서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양상을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영국이 전체주의, 군국주의와 대항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소련은 독일과 불가침 상태에 있다가 히틀러가 그것을 깨면서 참전하게 된 것이고 미국도 비슷합니다. 프랑스는 대전 초기에 일찍부터 나치에 항복하고 중국 역시 처음에는 일본에게 일방적으로 얻어터지기만 합니다. 일본, 독일, 이탈리아와 대전 초기부터 치고박고 싸운 유일한 강대국이 바로 영국입니다. 영국은 전차를 만드는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틀렸습니다. 기술력은 충분히 있는데 그걸 뛰어넘는 홍차맛 기행 본능이 기술력을 압도할 뿐입니다.
영국의 전차 구분법은 다른 국가와 사뭇 다릅니다. 다른 국가가 경전차, 중(中)형전차, 중(重)전차와 대전차자주포(또는 구축전차)로 분류되는 것과는 달리, 보병전차와 순항전차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여기서부터 느껴지는 반골기질
보병전차 제1차 세계대전부터 전차를 운용해온 영국은 전차를 참호 돌파용 전략무기로 봤습니다. 때문에 참호를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긴 차체와 진창에서 기동성을 잃지 않도록, 등판력을 확보하기 위한 넓은 궤도를 달도록 고려했죠. 어차피 보병들과 같이 작전을 수행할 목적이었기 때문에 빠른 속력은 필요하지 않았고 적 보병 부대 한가운데에 침투하기 때문에 사방에 두꺼운 장갑을 둘렀습니다. 이 전차 종류를 영국은 "보병전차Infantry Tank"라고 부릅니다.
Vickers Mk. II(비커스 보병전차)
Matilda Mk. II(마틸다 보병전차)이미지가 이상한 거 같지만 기분탓입니다
Valentine Mk. IV(발렌타인 보병전차)
Churchill Mk. VII(처칠 보병전차)
비커스 전차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전간기에 개발, 생산된 전차입니다. 총 생산량은 Mk. I, II, III 모두 합쳐서 100여 대가 전부입니다. 실전 투입도 불분명하고 본격적으로 전쟁에 돌입하기 전인 1938년 퇴역합니다. 앞서 보병전차는 두꺼운 장갑을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이건 소총탄만 겨우 막는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마틸다 전차는 제2차 세계대전 초기 한정으로 서부, 아프리카 전선에서 가장 강력한 장갑을 가진 전차였습니다. 전면 장갑은 무려 78mm나 됐고 구경 40mm의 2파운더 주포를 주무장으로 사용했습니다. 엔진은 당시 2층버스용 87마력 엔진을 두 개 묶어서 사용했습니다. 두 개를 사용했다고는 하지만 원판이 자동차용이다보니 속도는 전혀 빠르지 않았습니다. 포장도로에서 최고속력이 26km/h에 불과했으니까요.
다만 느린 기동성은 대전초기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독일군이 사용한 전차는 3,7cm PaK 36를 단 3호전차였고 당시 귀했던 고속철갑탄을 사용하지 않으면 격파가 불가능했습니다. 때문에 독일군은 5cm 포를 달거나 대공포용으로 쓰인 8,8cm FlaK까지 동원하게 됩니다.
마틸다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동성이나 방어력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화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확실히, 지금도 그렇지만 영국은 당대 최고의 포 제작 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마틸다에 장착된 2파운더 주포의 관통력은 구경에 비해 훌륭한 수준이었고 명중률도 평균 이상이었다고 합니다. 다만 주포가 아닌 포탄이 문제였습니다. 명색이 보병전차인데 포탄 안에 화약이 전혀 들어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고폭탄은 아예 개발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보병을 상대로는 주포를 발사해봤자 살상력이 매우 떨어졌습니다. 대전차용으로도 한계는 명확했습니다. 관통력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작은 구경과 화약이 없는 생 철갑탄이었기 때문에 승무원 살상력이 영 좋지 못했습니다. 영국군은 이에 대보병 유탄포만을 장착한 전차를 따로 만드는 삽질을 합니다. 일반적인 전차에 유탄포를 달고 대보병 전용으로 만든 것입니다. 당시 동맹국이었던 소련과 미국(두 국가 모두 고폭탄의 화력에 큰 비중을 뒀습니다)의 심정은 어떠했을지 상상이 갑니다.
발렌타인 보병전차는 마틸다의 느린 기동성을 개선하겠다는 큰 꿈과 야망을 가지고 설계됐습니다. 기동성을 살리기 위해 지나치게 무거웠던 장갑의 두께를 줄인 것입니다. 마틸다의 유일한 장점인 장갑을 포기하다니... 이쯤되면 다들 아시겠지만 발렌타인 전차는 실패작입니다. 화력 역시 6파운더 주포를 달기는 했지만 느린 전차에 달린 6파운더는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게 뻔합니다. 고폭탄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그 위력은 수류탄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대영제국의 기행(?)으로 이 전차는 무려 8,000여 대나 생산되고 이 중 3,800여 대가 소련군에게 제공됩니다. 소련은 이 전차를 영국의 설계사상과는 정 반대로, 경전차로 굴립니다. 경전차로 새 삶을 찾은 발렌타인 보병전차는 본국보다 소련에서 더 큰 사랑을 받습니다. 소련에서는 경전차가 중장갑을 입습니다!!
처칠 보병전차는 실전 투입된 영국군 전차 중에 가장 두꺼운 장갑을 자랑합니다. 전면 장갑 최대 102mm에 달했고 사진의 Mk. VII과 블랙프린스의 경우 전면 장갑 최대 152mm나 되는 떡장갑을 둘렀습니다. 화력 역시 마틸다보다 훨씬 개선됐습니다. 최초기형에는 망할 2파운더를 사용했지만 Mk. III부터는 6파운더를 사용했습니다. 다만 Mk. I의 경우 차체에 3인치 유탄포를 달아 대보병 전투에서 마틸다만큼 고통받지는 않았지만 유탄포의 방향이 전면으로 고정돼있어 효율이 높지는 않았습니다. 가장 많이 생산된 Mk. IV사양 역시 6파운더 주포였습니다. 일부 전차에는 미국 전차 M4셔먼의 75mm 주포를 달기도 했습니다. 고폭탄 화력부족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인 영국군은 처칠에 95mm 유탄포를 단 버전도 생산한 적도 있습니다. 후기에 와서는 오드넌스 QF 75mm 주포를 달았습니다.
대전 후기로 접어들자, 처칠의 화력에 부족함을 느낀 영국군은 영국군 최강의 대전차포, 17파운더를 처칠에 얹을 계획도 합니다만 이미 같은 주포를 얹은 센추리온 전차가 개발됐고 안그래도 느렸던 속력이 18km/h까지 떨어져 시제기만 남긴 채 계획은 취소됩니다. 이 버전을 블랙 프린스라고 부릅니다.
처칠 보병전차의 속력은 매우 느렸지만 넓은 궤도와 긴 차체로 등판력 하나는 끝내줬습니다. 처칠 전차의 크기, 특히 길이는 대전 중 그 어떤 전차보다 길었습니다. 1차대전 식 참호돌파에 얽매인 설계였습니다. 반면 차폭은 매우 좁았고 이로 인해 큰 차체에 비해 승무원 거주성은 매우 떨어지는 편이었습니다, 소련 전차보다 더 좁았다고 하니 영국 전차병들은 자국산 천차보다 미국에서 공여받은 M4셔먼과 그 개조품을 선호했다고 합니다.
이런저런 약점은 있어도 처칠 보병전차는 전쟁이 끝나고도 사용됩니다. 무려 한국전쟁 때도 영국군에 의해 Mk. VII사양이 운용됩니다.
그 외에도 처칠 전차는 매우 튼튼했기 때문에 공병용 전차(일명 퍼니전차Funny Tank)로 개조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퍼니전차는 영국이 기행의 나라로 불리는 이유를 아주 잘 뒷받침해줍니다.
1. 해변과 같이 무른 지형을 쉽게 통과하기 위해 처칠 전차를 개조해 카펫을 까는 전차를 만들자!
2. 상륙할 때 전차를 타고 바로 전투에 돌입하기 위해 전차에 방수포를 달고 배처럼 운용하자!
3. 적이 전차를 막기 위해 콘크리트를 쌓아뒀다? 벽에 폭탄을 부착할 수 있는 장비를 전차에 달자!
4. 토치카 때문에 아군의 진격이 늦어진다? 그럼 전차에 290mm 박격포를 달고 18kg짜리 폭탄을 발사해 토치카 통째로 날려버리면 되지!
5. 지뢰가 가득한 곳을 돌파해야 한다고? 전차 앞에 도리깨를 달고 지뢰를 모두 탈곡하듯 폭파시키자!
6. 대전차 참호가 앞에 있다고? 전차 위에 다리를 달고 그 위를 지나가자!
7. 적 보병이 너무 많아? 화염방사기로 모조리 태워버리자!
...뭐 이런식의 발상을 영국군은 실천에 옮깁니다. 영국군은 합니다!! 저렇게 써 놓으니 영국군은 또라이들 집합소 같지만 저렇게 개조된 전차들은 실전에서 영국군과 미군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저런 전차들의 사상은 지금도 이용되고 있습니다. 특수목적 전차의 원형을 제시한 전차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순항전차
영국군은 전차를 두 가지로 나눠서 생각합니다. 1차대전 식의 보병보조용, 기병과 같이 빠른 기동성으로 치고 빠지는 방식. 순항전차(Cruiser Tank)는 후자의 설계사상을 반영합니다. 순항전차는 공통적으로 빠른 속력과 얇은 장갑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전 이후 중전차라는 분류 자체가 사장되면서 순항전차가 보병전차보다 우월하다는 것이 증명됩니다.그리고 잘생겼습니다. 다만 이 시기 순항전차는 동시기 중형전차에 비해 얇은 장갑을 갖췄다는 것이 단점입니다.그래도 잘생겼습니다.
A13 Covenanter(커버넌터 순항전차)
A15 Crusader Mk. III(크루세이더 순항전차)이미지가 이상한 것 같지만 기분탓입니다
A27M Cromwell Mk. IV(크롬웰 순항전차)
A30 Challenger(챌린저 순항전차)
A34 Comet(코멧 순항전차)
본디 순항전차라는 개념은 소련의 BT계열 전차와 일맥상통합니다. BT계열 전차의 미친 기동성에 감동한 영국군은 똑같이 크리스티식 현가장치를 채용한 발빠른 전차를 계획합니다. 그 결과로 등장한 것이 커버넌터 순항전차입니다. 다만 뭐가 급했는지 영국군은 이 전차의 설계도가 완성되기도 전에 양산계획부터 잡아버립니다. 차체 크기에 비해 강력한 엔진을 달다보니 조종석 옆에 라디에이터와 냉각용 흡입구를 달게 돼 조종수가 화상을 입는 일이 비일비재 했습니다. 뭐 그 덕분에 당시로는 빨랐던 시속 48km/h를 자랑합니다. 48km/h가 뭐가 빠르냐는 의견도 있겠지만, 최고속은 단순히 빨랐지만 가속력이 매우 뛰어났습니다. 실제로 전장에서 최고속을 낼 경우는 그리 흔치 않았고 빠른 가속 성능이 더 중요했습니다. 주포는 마틸다 보병전차와 같이 2파운더를 달았습니다.
크루세이더 순항전차는 여러모로 커버넌더 순항전차의 결함을 해결한 전차였습니다. 그러나 엔진쪽의 설계만 개선됐지 완전 새로 설계한 전차는 아니었기 때문에 구동계는 툭하면 고장났고 기관총을 쏘다보면 차내가 연기로 자욱해졌으며 6파운더 장착 버전의 경우 전차장이 장전수도 겸해 상황대처 능력이 떨어져 좋은 기동성을 십분 활용할 수 없었습니다. 장갑 두깨는 커버넌터보다 늘어나 속력은 42km/h로 감소했습니다만 추력 대 중량비가 뛰어나 가속성능은 좋았습니다.
크롬웰 순항전차는 2차대전 당시 가장 빠른 전차입니다. 최고시속 65km/h에 달하며 75mm 주포를 달아 영국군 특유의 화력부족은 해소됐습니다. 상대가 6호 전차 티거여서 그렇지...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소련의 BT계열 전차에 버금가는 미친 기동력을 보여줬고 장갑 역시 동시기 M4셔먼이나 T-34와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속도는 거의 두 배 정도 빨랐고요. 주포의 성능 역시 뛰어난 편이었고 기동성도 좋았습니다. 크루세이더 이미지로 나온 모 애니메이션에서는 크루세이더가 '제1의 준족'이라고 나오지만 실제로는 크롬웰의 기동성이 킹갓엠페러레전드였습니다. 뭔가 기동성 얘기만 하는거 같은데 크롬웰은 기동성 빼면 시체입니다 시체. 기행의 나라 영국의 흉악한 기동성입니다.
아무튼 영국군이 개발한 전차 중에는 가장 쓸만했던 전차이고 실전 기록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이걸 실전 배치할 즈음, 미국에서 M4셔먼을 마구 찍어내서 소련, 자유프랑스, 영국에 막 뿌릴 때였기에 주력으로 사용되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4,000대 이상 생산돼 소련에도 공여되는 등 밥값을 합니다.
크롬웰 전차는 무러 한국전쟁 때에도 사용됩니다. UN군은 한반도가 전차 운용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해 속도가 빠르고 크기가 작은 전차를 선호했습니다. 때문에 영국군은 당시 센추리온 전차를 소유하고 있었음에도 크롬웰을 끌고 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크롬웰 전차를 영국군(UN군)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 중공군, 북한군, 심지어는 국군 해병대도 사용한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어찌된 일인지는 자세한 자료가 남아있지는 않지만 여러가지 설이 있습니다. 참고로 영국군이 국군 해병대에게 공여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1. 2차대전 당시 소련에게 공여했던 크롬웰 전차가 북한군에게 제공됐다.
2. 2차대전 당시 중국군에게 공여했던 크롬웰 전차를 중공군이 끌고 한국전쟁에 참여했다.
3. 영국군이 1.4후퇴 당시 적지에 놓고 온 것을 북한군 또는 중공군이 운용했다.
4. 북한군 또는 중공군이 타던 크롬웰 전차를 국군 해병대가 노획했다.
혹시 진실을 알고 계신 분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개인적으로 매우 궁금합니다.
챌린저 순항전차는 말이 전차지 사실상 대전차 자주포를 만들고자 한 것으로 보입니다. 크롬웰의 차체에 영국군 최강의 대전차포, 17파운더를 달기 위해 거대한 포탑을 쑤셔넣었습니다. 덕분에 포탑 회전 속도는 매우 느려졌고 포탑이 커졌음에도 분리식 장약인 17파운더의 포탄을 빠르게 장전하기 위해 장전수를 두 명 태워 실내는 더 비좁았습니다. 장갑은 전면 50mm로 크롬웰보다 많이 얇아졌습니다. 다만 썩어도 준치라고, 크롬웰 차체를 썼기 때문에 기본적인 기동성 자체는 뛰어났습니다. M4셔먼에 17파운더 주포를 올린 셔먼 파이어플라이가 생산(?)되자 챌린저 순항전차는 몇 대 생산되지 못합니다.
코멧 순항전차는 크롬웰이 너무 빨랐기 때문에 구동계에 무리가 갔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고속력을 51km/h로 제한한 코멧 순항전차가 등장합니다. 장갑은 크롬웰보다 많이 개선됐고 포방패가 생겨 포탑 전면이 어이없게 관통당하는 일을 줄였습니다. 주포는 원래 17파운더를 달려고 했으나 챌린저 같은 괴상한 전차가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77mm 주포를 답니다. 17파운더보다 약간 다운그레이드 된 것이지만 티거 정도는 관통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생산시기가 너무 늦었고 제대로 된, 영국군 MBT의 시초가 된 센추리온 전차가 생산되면서 많이 생산되지는 못합니다.
만약 센추리온의 실전 배치가 1년만 빨랐어도 2차대전 최강의 전차는 센추리온으로 기억되지 않았을까요?저 애니메이션에서도 세계관 내 최강자의 전차로 등장함
2차대전 당시 최강의 중전차였던 6호전차 티거와 쾨니히스 티거를 제압하기 위해 미국과 영국 기술자들은 두 가지 전차를 선보입니다. 미국은 M26 퍼싱을, 영국은 바로 이 센추리온 전차를 내놓습니다. 퍼싱 전차는 유럽 전선에 투입돼 전투에 사용되지만 센추리온은 대전 말기에 겨우 완성이 돼서 대전 직후 제식 채용됩니다. 다만 퍼싱 전차는 한국전쟁을 마지막으로 퇴역 절차를 밟지만 센추리온 전차는 전세계 어딘가에선 아직도 현역으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총 영국에서만 13가지의 공식 바리에이션이 존재할 정도로 끊임없이 개량, 발전했습니다. 센추리온은 일단 퍼싱과 설계사상도 비슷하고 등장시기도 비슷해 비교가 됩니다. 퍼싱과 스펙을 비교해보면,
기동성: 센추리온>퍼싱
화력(관통력): 센추리온>퍼싱
화력(대보병): 센추리온<퍼싱
명중률: 센추리온>퍼싱
방어력: 센추리온≤퍼싱
뭐 대충 이런 인식입니다. 기준은 Mk.1입니다.
센추리온 전차는 일단 순항전차의 번호를 달고 있지만 동시기 활약한 M46, 47, 48패튼보다 느렸고 더 두꺼운 장갑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소련의 신형 중형전차들에 비해 느렸습니다.
일단 영국군은 보병전차의 개념을 버리고 순항전차를 만드는 것으로 했지만 영국군의 전차는 언제나 동시기 타 국가 전차들보다 무겁고(=방어력아 높고) 느렸습니다. 센추리온은 보병전차인 처칠 Ml.VII보다 두꺼운 장갑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포는 명불허전의 17파운더를 장착했고요. 17파운더가 분리철갑탄을 사용할 경우 관통력이 270mm를 넘습니다. 17파운더의 명중률이 안좋다는 인식이 있지만, 센추리온이 Meteor-Vickers 수직안정기를 달았는데 이것이 어쩌다보니 수평안정에도 도움이 돼, 당대 전차 중 가장 뛰어난 기동간 사격 능력을 보여줬다고 합니다.
개량이 되면서 20파운더 주포를 사용해 고폭탄 화력도 미국의 90mm, 소련의 85mm, 독일의 8,8 FlaK에 버금가게 됩니다. 이후 중후기형에서는 무려 로열-오드넌스 105mm L7A1 52구경장 강선포를 달게 됩니다. 이 L7A1 주포는 3세대 전차에도 사용됐으며 미국의 M60 패튼, 독일의 Leopard1, 일본의 74식 전차 등 2세대 주력전차(MBT)에도 달리고, 미국의 M1 Abrams, 한국의 K1 전차 등 3세대 전차에도 달리는 서구권의 만능 주포입니다. 역시 영국의 기술력이 세계를 지배합니다.
최초기형의 경우 주조포탑을 사용했고 포방패도 작아 퍼싱에 비해 포탑 전면 방호력이 떨어집니다. 다만 Mk. II에서 용접포탑, Mk. III에서 더 두껍고 커다란 포방패와 측면 공간장갑을 달아 퍼싱을 뛰어넘어 패튼 시리즈와 비슷한 방어력을 확보합니다.
한국전쟁 때는 20파운더를 단 Mk. III 사양이 들어옵니다 그런데 이미 북한군의 기갑전력이 괴멸한 상태였기 때문에 보병전 위주로 전투를 치룹니다. 놀랍게도 위에서 설명했던 북한군이 운용한 크롬웰 순항전차를 격파한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영국군의 전차는 의외로 한반도와 관련이 깊습니다. 처칠 Mk. VII, 크롬웰, 센추리온 Mk. III와 같은 전차들이 한국전쟁 때 활약했습니다.
현재 유럽은 군축이 유행입니다. 전통적으로 기갑강국인 독일과 폴란드도 전차 보유수를 줄이고 있는 지금, 오히려 영국이 보유하고 있는 전차 수가 서유럽에서 가장 많게 된다고 하네요. 영국이 전차 설계에 끼친 영향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영국인들은 홍차를 아주 사랑하는데, 전쟁통에서도 홍차를 마실 수 있게 차내에 물끓이는 장비를 기본적으로 넣어뒀습니다. 이 장비가 생각보다 승무원 사기에 도움이 되고 전투력 유지에도 큰 역할을 하는게 증명돼, 세계 각국에서 이런 장비를 달기 시작했습니다.
퍼니전차라고 명명돼 농담거리로도 쓰이는 영국의 처칠 공병전차들은 그 개념이 그대로 현대 전차에도 적용돼 지뢰제거 전차, 교각전차, 구난전차 등 여러 방식으로 응용돼 쓰이고 있습니다. 수륙양용 전차 역시 한국군의 K-21 보병전투차에서 비슷한 설계를 볼 수 있듯, 영국 전차의 창의성이 전차 설계의 역사를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뿐만 아니라 영국이 만든 로열-오드넌스 L7 주포는 서방권 전차포의 표준이 됐고 이를 개량한 120mm 포가 현재 3.5세대 주력전차의 기본 소양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밀리터리 관련 사이트를 돌아다니다보면 월드 오브 탱크나 워썬더 같은 게임의 영향으로 영국의 전차가 상당히 저평가되는 경향이 많은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Scuderia의 꼬릿말입니다
어째 독일편, 소련편, 미국편으로 갈수록 추천수가 줄어드는데 왜 그러는걸까요? 그래도 전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편까지 완성하고 번외편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온갖 어그로에 시달리는 밀리터리 게시판의 부흥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