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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wedlock_13325
    작성자 : 개판5분후
    추천 : 13
    조회수 : 2669
    IP : 175.223.***.99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9/10/26 07:33:20
    http://todayhumor.com/?wedlock_13325 모바일
    나는 고생한다는 위로를 받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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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고생하네'라는 말이 듣고싶을 뿐이였다.

    저녁에 조금이라도 일찍 들어가려고 아침일찍 출근하고
    퇴근하면 바로 집에와서 밥먹고 설거지하 애 씻기고 재울준비하면 별로 하는거 없어도 시간은 10시가 넘는다.
    주말에도 가족들과만 시간을 보냈다.

    나는 회사에서 소외 되더라도 가족에게는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했다. 일하는 시간 외에는 다 가족에게 쏟아부었으니까. 업무스트레스와 동료들과 관계등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임신한 아내와 아이를 위해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퇴근하고  집에 들어갈때마다, 아침일찍 출근할때마다 '고생한다'는 말이 듣고 싶었다.

    아내도 임신한 몸으로 먼거리를 출퇴근하며 많이 힘들어했다. 그런 아내에게 나와 주변에서 하는 위로와 격려가 나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내에게는 내 일만생각하고 미련하게 일하는 남편이였고 이젠 4살짜리 아이에게도 그런 아빠가 되버린것 같았다.

    내 나름대로 우선순위는 가족, 일, 나자신 이었고 가족과 가족을 먹여살리는 일을 위해 나를 갈가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에 치이고 일때문에 여기저기 쪼여서 힘들게 집에갔을때 무신경한 가족들이 날 더 힘들게 했다.
    임신하고 입덧으로 하루종일 고생하는 아내에게는 내 이런모습이 눈에 안들어올 수 있을꺼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서운하고 힘들었다.

    아내는 둘째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내에게 더 잘하력고 노력했다 첫째때보다 빨리들어가고 원하는게 있으면 다 해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아내에게는 항상 부족한 남편이였다.

    몇일전 얼마만인지 모를 정도로 오랜만에 술을 마셨다. 술자리를 주선한 사람이 이전에도 몇차례 술을 마시자고 했지만 술마시고 싶은 관계도 아니고 집에 빨리가기위해 여러번 거절했다. 하지만 그사람의 업무방식에 술자리도 포함된건지 계속되는 요청에 더이상 거절하는것도 예의가 아니였고 꼬인 업무도 풀겸 술을 마셨다.

    술을 못마시는 나는 쏘맥 4잔에 이후 맥주 3병정도 마셨고 다른사람들은 소주를 마셨다. 술자리에서는 역시나 업무이야기가 이어졌고 빨리 집에 가기만 바랬다.

    귀가시간은 12시 반이였고 아내는 늦은귀가에 화를 냈다.
    아내입장에서는 놀고왔다고 생각했겠지만 술자리에서 질책과 격려가 섞인 이야기를 듣고온 나로서는 스트레스가 더 썋였다.

    힘들게 겨우 들어온 집에 안방문은 잠겨있었고 실랑이할 힘도 없어서 거실에서 잠을 청하다가 구토를 했다. 술을 얼마 먹지 않았는데도 구토한걸 보고 술을 너무 오랜만에 먹기도 했지만 컨디션이 많이 안좋다고 생각이들어 더 우울해졌다. 새벽에 화장실에서 구토한걸 치우고 씻고 하니 4시였다. 힘들었다.

    2시간 반정도 자고 일어나니 안방문이 열려있었고 내 베개는 침대 발치에 던져져있었다. 아내는 씻고있었다.
    나는 그걸 주울 힘도 없고 오한을 느껴 침대에 웅크리고 있었다. 너무 힘들어서 회사를 쉴려다가 아내한테 싫은소리 듣기전에 나가고 싶었고 무었보다 장모님이 집에 같이 계시는데 내가 아파서 집에있기가 눈치가 보였다.

    결국 아침일찍 회사에 가서 아픈몸을 추스리며 일을했다. 새벽에 구토해서 속이 안좋아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먹었고 오한으로 병원에 가고 싶었지만 움직이기 힘들어서 점심시간에 그냥엎드려 있었다.

    그릭고 아내에게는 '미안하구나 나도 술먹고싶어서 먹은게 아니니 이해좀 해주렴 아침일찍 출근하고 야근하는것도 하고싶어 하겠니...'라고 톡을 보냈고 어제 늦게들어간 것에 대한 용서보다는 고생한다는 말이 듣고 싶었다. 하지만 아내는 화가 나있었고 나는 힘들어하는 말을 괜히 했다고 후회했다.

    몇일간  아내와 나는 서로 서운한마음에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금요일 저녁이 되었다. 장모님이 서울로 올라가시고 아내와는 대화가 다시 이어져 자연스럽게 화해하려나 했다.

    하지만 나는 고생한다는 그말이 듣고싶었다. 몇일전 술자리도 그동안 힘들었던 것도 그냥 묻고 갔으면 좋았을텐데 내가 실수했다.

    내가 힘든걸 이야기 하니 아내도 힘든걸 이야기하고 임신을 원치않았던 아내는 나에게 둘째를 가지면 잘해준다더니 하나도 변한게 없다고 했다. 이런말을 들으니 우울해졌다. 목소리가 커졌다. 나는 다시 내가 최대한 노력하고 있고 힘들다고 말했다. 아내는 내 노력을 인정하지 않았고 둘째 갖은걸 후회하고 낳지 않겠다고 했다. 둘째를 임신하고 아내와 다툴때마다 아내가 하던말인데 이번엔 내가 그렇게 하라고 말을 뱉어 버렸다. 말하고나서 너무 마음이 아팟다.

    임신한 아내에게도 그 모습을 보는 딸에게도 뱃속에 아이에게도 너무 미안했다.

    아내와 딸은 울었고 아내는 이혼을 이야기했다. 나는 아무말을 못했다. 아내가 화가서 순간적으로 든 생각인지 아니면 그동안 아내도 힘들어서 하던 생각이었는지 알수가 없었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힘들어도 가족때문에 버텼는데 앞으로 뭘 어떻게 할 지 막막하다.

    오늘일이 아내와 딸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될지 걱정이다.

    나는 그냥 고생했다는 한마디가 듣고 싶을 뿐이였는데 그 한마디를 듣고 싶어한게 후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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