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쓸 재주가 없어 짧게 짧게 씁니다
1. 사막에 사는 동물들은 몸집이 작고, 추운 지방에 사는 동물일수록 몸집이 커집니다.
사람도, 체구가 작은 사람보다 체구가 큰 사람이 더위를 더 많이 타고 추위를 잘 견딥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부피가 작을수록 열을 쉽게 받아들이고 빨리 빼앗기기 때문입니다.
커피 주전자에 물 끓이는 거랑 곰국솥에 물 끓이는 거랑 끓는 속도가 다른 것
그릇에 덜어놓은 국과 냄비에 들어있는 국이 식는 속도가 다른 것과 똑같은 이유입니다.
아기는 몸집이 작습니다. 때문에 체온을 빠르게 잃습니다.
열이 날 때 고작 2~3도만 해도 엄청난 열이고, 4도 정도 되면 펄펄 끓는 고열인 것과 마찬가지로
반대로 체온을 2~3도만 잃어도 매우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2. 그럼 아기들을 꽁꽁 싸매면 더 빨리 덥지 않을까요?
우선, 아기들도 땀을 흘립니다. 땀의 수분이 증발하면서 체온을 낮춰주죠.
또한, 아기들이 "젖을 먹었을 때" 뱃 속의 젖이 체온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뜨끈해진 주전자에 물을 부으면 주전자가 좀 식죠? 물은 비열=달구는데 필요한 열이 크기 때문에 인체에서 과열을 방지하는 냉각수 역할을 합니다.)
추가로 아기들이 젖을 먹고 나서 소변을 볼 때, 대변을 볼 때 배설물들이 체내의 열을 일부 가지고 나갑니다.
이런 식으로 어느 정도 선 까지는 아이들이 자기의 힘으로 체온을 낮출 수 있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체온을 잃었을 때 체온을 높이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그냥 어른들처럼 벌벌 떠는 것 외에는 아기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어른들처럼 움직여서 체온을 높일 수도 없고....
거기다 소변 대변을 아기들이 얼마나 자주 보는지 생각하면, 그만큼 체온도 금방금방 잃게 되는 셈인거죠.
즉, 체온이 높은 것은 아이가 어느 정도 자가조절이 가능하지만
추운 것은 어떻게 할 수가 없고 대소변으로 인해 체온을 자주 잃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따뜻하게 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유달리 목욕만 끝나면 소변을 보는 아기들이 있는데 체온과 연관이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신경계에서 따뜻해지니까 소변을 봐도 된다 라고 판단하는 것일까...)
3. 아기가 더워하던데요?
아기는 사실 사람비스무리한 형상으로 세상에 나왔을 뿐
대부분의 기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태입니다.
심지어 일부 기능은 성인과는 완전히 다르게, 태아 때의 기능을 그대로 이어가거나 임시적응용 장기가 활동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땀을 흘리는 기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특히나 땀을 흘리는 것도 신경의 조절을 받는 기능이기 때문에, 신경발달이 온전치 않은 아기들의 경우 땀을 지나치게 많이 흘릴 수 있고, 반대로 체온이 높은데도 충분한 땀을 흘리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 체온이 높고 낮음 조차 제대로 감지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엄마들이 흔히 호소하는
싸매면 폭 젖도록 땀흘리고
벗기면 입술 새파래서 덜덜 떠는
그런 상황이 자주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결론적으로는, 기본적으로는 따뜻하게 하는 방향으로 하시되
아기 상황(특히 땀, 배설)에 맞추어 적당히 조절해주시는 수 밖에 없습니다.
어른보다 체온손실이 훨씬 빠르고 피부층 또한 얇기 때문에 어른에게 적합한 정도보다 조금 더 따뜻하게 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ps. 추가적인 이유이지만, 체온이 떨어지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은 소화기능입니다. 소화효소들이 제대로 활동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배탈이 났을 때, 매운 것을 먹고 생긴 배탈이 아닌 이상 배가 뜨겁다고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죠. 대부분 배가 시리거나 차갑다고 느낍니다. 아이스크림 먹고 자거나 이불 안 덮고 자면 배 아픈 것도 마찬가지.)
따라서 따뜻해야 소화가 잘 되고, 소화가 잘 되야 덜 칭얼거리고 잘 자고 또 잘 먹습니다.
아기 싸매는 걸 너무 거부감 느끼는 분들이 계셔서 써봅니다.
땀띠만 안 나면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