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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3292
    작성자 : 계피가좋아
    추천 : 7
    조회수 : 2776
    IP : 121.170.***.95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1/03/22 20:52:10
    http://todayhumor.com/?panic_13292 모바일
    브금주의]새벽2시의 엘리베이터


    이것은 수동브금입니당





    -탁탁탁탁탁탁탁탁탁




    새벽 2시... 오늘도 역시 같은 시간대다.
    항상 같은 시간대는 아니었지만 새벽 한시에서 두시 사이마다 아파트에 울려퍼지는 괴이한 계단소리.
    뭔가 굉장히 다급한 듯한 발소리때문일까, 무서운 대상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놔두고 항상 같은 시간마다 계단을 왕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그다지 좋게만
    보이지도 않는게 사실이었다.

    "운동하는 사람인가..."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다시 잠을 청하였다. 이 일이 한 달 동안 계속되기 전까진 말이다.















    "아저씨도 모르신다구요?"

    "허허...거참 모른다니까...아니 도대체 108동 사람들 전체가 외서 이러니..."

    "아무리 그래도 계단을 뛰어가는 소리가 아파트를 진동시킬만큼 큰데 그걸 모르신다니..
    그러면 그시간마다 공통적으로 나타났던 사람은 없어요?"

    "아 물론 새벽2시 쯤에 들어가는 사람이 몇이 있기야 있었지.
    하지만 여자는 없었어....!!!!가끔 내가 경비 돌거나 엘리베이터 검사할때도 그시간쯤 했지만...
    아무튼 난 모른다니까?"

    "휴....귀신이라도 들린건가 왜 맨날 그러는거지..."

    "근데...그 발소리가 무언가에 놀라서 쫒기는 듯한 소리였댔지?"

    "네. 마치 못 볼 것을 본 듯한 소리에요. 타다다닥"

    "그리고 새벽 2시라고?"

    "네. 혹시 뭐 짚이시는 거라도?"

    "아..아닐세.."

    "정말 이런것도 하루이틀이지...아파트 값 떨어지는건 고사하고 잠을 못자니
    요 며칠 회사일이 빡빡하게 밀려버렸어요. 조치를 취해주셨으면 좋겠네요. 그러면 쉬세요~"


    경비아저씨와 한참 실랑이를 벌인 끝에 아무것도 얻지 못한 나는 무거운 발걸음을 돌려 회사로 향했다.
    돌아설 때 보이는 경비아저씨의 어두운 표정은 나로 하여금 그가 뭔가를 숨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들게하기 충분했지만,
    '아무렴 그게 뭐가 대수겠에.'라는 생각으로 쉽게 치부해버렸다.
    오늘따라 어두운 날씨는 한바탕 비를 쏟아내를 듯 울렁거렸고,
    우산을 가져오지 않은 나는 행여나 봉변을 당할 새라 빠르게 차로 뛰어갔다.









    "김대리 못도와줘서 미안해~우리 마누라가 하도 들볶아야지..나중에 내가 술한잔 쏠게!!"

    "미안해, 오늘 나 약속이 있어서....다음번에 꼭 도와줄게!!"

    "김대리님 죄송해요...오늘 맞선이 있거든요.."







    "휴...결국 이 많은 일을 다 내가 해야하나...."

    시간은 10시를 넘어서고 있었지만, 아직 수북이 쌓여있는 서류더미를 보면서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요 며칠 잠도 제대로 못잔데다 아파트 계단소리에 대해 이곳저곳 쑤시고 다니다보니
    자연스레 회사일은 뒷전이 되기 일쑤였고,
    원래부터 나를 못마땅하게보던 부장녀석이 오늘 드디어 모든 일을 나에게 몰아서 야근을 시킨것이다.
    억울하지만 어쩌겠는가. 일을 태만히 한 내 잘못도 있을 뿐더러 상대는 부장인데...
    울며 겨자먹기로 친구들과 동료들에게 부탁해보았지만 결과는 지금 이런 상태...
    한숨만이 사무실을 채워가고 있었다.

    "일단 빨리 끝내보자..설마 오늘 안에 다 못했다고 자르기야 하겠어?"

    나는 지쳐가는 근육들을 기지개로 깨운 후에 다시 서류의 바다 속으로 빠져들어가기 시작했다.


















    서류와의 한바탕 싸움을 끝마치고 회사에서 나오니 시간은 새벽 1시 반을 넘어가기 시작했다.
    해는 이미 그 자취를 감춘지 오래였고, 기괴한 어둠만이 내 몸을 감싸고 있었다.


    아파트 근처에 도착하니 아파트 주위는 쥐죽은 듯이 고요했다.
    워낙 사람이 없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요 며칠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의 계단달리기때문에 모두들 밤늦게 돌아다니기를 꺼려한 탓이었다.


    나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1시 50분

    "흐음....2시가 되기 10분 전이잖아...."

    평소 호기심이 많던 나는 갑자기 2시까지 기다렸다가 달리기의 정체를 파헤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확실히 위험한 일이기도 했지만 경비아저씨의 소극적 대응과 나의 생활패턴 붕괴를
    방관으로만 치부하기엔 나에게 주는 피해가 너무나도 막대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주위에서 기다란 나뭇가지 하나를 주위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쭈그려서 기다리고 있었다.






    -새벽 2시 20분


    개미새끼 한마리도 지나가지 않는다...도대체 뭐지?


    "오늘은 안오는건가...."

    나는 허탈한 마음에 나뭇가지를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계단을 오르려다가
    몸이 너무 무겁고 해서 1층으로 내려가 엘리베이터를 타기로 마음먹었다.
    터벅터벅 계단을 내려간 후 엘리베이터 앞에서 버튼을 누르려는 찰나,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스르륵 내려오기 시작했다.

    -띵

    왠지모를 불안감. 덮쳐오는 한기. 그리고....얼굴?

    "으악!!!!!"

    나는 그대로 몸이 얼어버릴수밖에 없었다. 엘리베이터 문에 나있는 작은 유리창 사이로 보이는
    빨갛게 충혈된 눈동자...그 눈동자의 주인은 마치 누군가를 찾는 것 처럼 창문에 붙어서서 바깥쪽을
    두리번대고 있었다. 오로지 눈알만을 굴리며..


    -스르륵


    문이 열리자 나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다. 그건 사람이 아니었다.
    사지는 모두 꺾여서는 안될 방향을 향해 있었고, 창문을 통해 밖을 주시하던 눈의 반대편은
    얇디 얇은 핏줄과 신경에만 의지하여 중력을 버티고 대롱대롱 매달린 '눈알이라고 보여지는 덩어리'만이
    시계추 운동을 하고있었다.
    눈 위쪽의 머리는 반이 짓뭉개져 뇌수가 줄줄 흐르고 있었고
    입의 아랫턱은 그 형태만 남긴채 딱딱거리고 있었다.
    긴 생머리와 봉긋하게 솟은 가슴만이 그녀가 여자였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고있었다.

    "없네...없네...새벽 2시.... 없네 ... 넌 아니야...넌 아니야"

    "으아아악!!!!!!!!!!!!!!"

    나는 살아야만 한다라는 일념하에 계단을 미친듯이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내 모든 사고회로는 그 여자와 눈이 마주쳤을 때 정지된지 오래였고
    우리집까지 미친듯이 계단을 올라야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아파트 전체에는 내가 계단을 급히 뛰어 오르는 소리만이 메아리쳤다.

    그때 불현듯 겹쳐지던 기억의 조각...

    지금 내가 계단을 뛰어올라가는 이유, 매일 밤 새벽 2시마다 들리던 계단오르는 소리...

    "이것..때문이었구나...."

    한순간 나의 뇌가 돌아온 듯한 느낌이었다. 지금까지의 소동...모두 저여자의 짓이었어....
    나는 불현듯 경비아저씨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는 뭔가 알고있다.




    이 달리기 소리도 내일이 마지막일 것이다.














    내가 경비아저씨를 찾아 간 것은 다음날 새벽 한시 반.


    "글쎄 난 모른다니까!!!!"

    "그렇다면 왜 제가 물어본 날!!! 새벽 2시에 드나들었던 사람중에 '여자'는 없었다. 라고 하신거죠?
    분명 그 어떤 누구도 이 사건과 관련된 사람이 여자라고는 말하지 못했을텐데요!"

    "그...그건"

    "그리고, 아저씨는 새벽 한시에서 두시 사이에 일어나는 이 모든 사태를 새벽 2시라고 확정 짓고 저에게
    물어보셨어요. 왜하필 새벽 두시죠? 아저씨가 알고있는건 뭐냔 말입니다!"

    "그..그건......흑흑...내..내탓이 아니었어...."

    내가 들은 것은 경비아저씨가 이 아파트 경비로 일하게 된지 3년차에 생긴 일이었다.





    당시 엘리베이터가 자주 고장나던 108동에서 민원신고가 끊이질 않자,
    경비아저씨가 수리를 하러 가셨다고 한다.
    엘리베이터 공사를 하는 중간에는 엘리베이터 문이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열리는 경우가 많았고,
    엘리베이터 없이 계단을 올라야하는 불편함이 있었기 때문에,
    경비아저씨는 사람의 인적이 드문 새벽에 일을 시작하셨다고 했다.
    그게 화근이었다.
    경비아저씨가 한창 엘리베이터를 수리하던 와중에 8층 무렵에선가..
    자신이 엘리베이터가 고장났다는 스티커를 붙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으셨다고 하셨다.
    그리고 스티커를 가지로 내려가려던 바로 그 때,
    왠일인지 슬리퍼 차림으로 나와서 엘리베이터를 누르는 한 소녀....
    경비아저씨가 말릴 틈도 없이 그 학생은 열린 문으로 들어갔고, 엘리베이터가 있을리 없는 허공을 향해...

    아저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때가 새벽 두시...하..하지만...내잘못이 아니었어...어쩔 수 없었다고...
    내가 이미 달려갔을땐..그땐..."

    "그..그런일이...."

    "정말..정말 나를 기다리고 있는건가...그럴리가...난 무서워 못가..."

    "분명 '넌 아니야'라고 했어요. '새벽 2시'를 계속 외우고 있었구요..아저씨가 가지 않는 이상
    그 소녀는 사라지지 않아요."

    "날..날 죽일거야!!!"

    "그럴리가 없어요. 아저씨는 잘못한게 없잖아요.아니면..뭔가 숨기는 거라도 있으신가요?"

    "숨..숨기는 거라니!!"

    "그렇다면 가셔야해요. 바로 지금. 제가 이 밤늦게 찾아온 이유도 바로 이것때문이에요."

    "안...안가면 안될까..."

    "안되요."


    단호하게 말을 마친 나는 경비아저씨를 억지로 끌고 108동 엘리베이터 앞으로 갔다.
    아저씨는 시종일관 무엇이 두려운지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 있었고, 나는 음습한 어둠과 을씨년스러운
    게시판 공지를 쳐다보면서 마음을 추스리고 있었다.

    -땡 스르르륵

    "으...으아아ㅏㄱ!!!!!!!넌...넌!!! 아니야!! 난 아무 잘못도 없다고!!!!"

    역시 저런 형상은 적응되지 않는 걸까...나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고,
    경비아저씨는 현관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나갔다.

    -철컹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소녀의 저주였을까. 아저씨는 닫혀버린 문과 부딪혀 넘어져버렸고,
    이미 풀려버린 다리로는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그 소녀는 꺾여버린 사지를 가지고 땅을 기어서 경비아저씨에게로 향했다.
    뒤틀어진 사지에서는 연신 피고름이 뿜어져나왔고 관절이 삐걱대는 소리는
    아파트의 고요함과 섞여서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자신이 있을 위치에서 빠져나온 눈알은 땅바닥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녔고,
    다 부서진 턱 사이로 혀를 내밀며 웃고있는 소녀의 모습에 나는 정신을 잃어버릴 뻔 했다.

    "내 잘못 없어!! 니가 떨어진거라고!!! 난 분명 널 도와주러 뛰어갔지만 넌 떨어져버렸잖아!!!"

    아저씨는 초점없는 눈으로 계속 같은 말만 외쳐댔으나,
    그가 말을 한마디 할 때마다 그녀의 혀는 더욱더 삐져나왔으며 기어가는 속도는 빨라졌다.

    그렇게 10년과 같던 10초가 흐른후, 그녀는 아저씨의 몸을 타고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공포와 같던 시간을 버텨내던 나로서는 더이상 정신을 붙잡을 힘이 없었는 지,
    조금씩 시야가 희미해지던 그 때,

    난 그 소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저씨....떨어지던 날 보며 웃고 있었잖아"




























    다음날 내가 일어났을 때, 내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물론 그 날 이후 계단을 뛰어올라가는 소리도 더이상 들을 수 없었다.












    다만,
    가끔씩 8층에서 떨어지며 비명을 지르는 남자가 발견된다는 소문만이 108동을 고요히 휘감고 있었다.



































    출처




    웃대 - hero창정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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