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이 너무 소모된 상태로 수술해서 그런지 진통제를 달아놨는데도 이틀밤을 끙끙거리고 잠을 못이뤘던것 같습니다. 배에는 열상이..그리고 아래에는 오로가 뭉텅뭉텅 쏟아지고. 소변줄꼽고 누워있는 상태고요.
몸도 못가누고 온몸에서 피냄새 진동하고 당연히 씻지도 못하는 상태인데 시부모님이 애낳았다고 이틀 연속 오셨는데 솔직히 너무 창피하고 괴로웠습니다. ㅠㅠ
그당시 친정엄마가 가게 하실 때였는데 수술 후 입원한 4박 5일동안 가게문 닫으실 수가 없어서 시어머니가 병원 산바라지 해주시겠다 하셨습니다. (남편이 출근하니 수술해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데 선택의 여지 없었음)
첫 아기. 초보엄마. 친정엄마 없는 상태로 70세 넘으신 시어머님 수발 받으려니 가시방석이 따로 없더군요. 다행히 소변줄은 빼고 산모패드 대고 있으니 화장실 다녀오는 것은 후들거리며 겨우 가능했는데, 아이 수유할때마다 시어머님이 물끄러미 보시며 손가락으로 제 가슴 꾹 누르시고 "뭐 나오긴 하니? 애가 먹을게 없겠다. 분유는 잘먹더만. " 이런 멘트 한마디씩 하실때마다 미쳐버릴것 같았습니다.
어머님 안계실때는 간호사샘 도움받아 나름 수유성공했었는데 어머님 계실때는 꼭 한마디씩 하시니 스트레스때문인지 더 안되고 저는 식은땀만 줄줄 나더군요.
다음날 남편이 지방 출장가니 어머님이 교대해주셔야 하는 상황인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흐르대요. 남편이 그걸 보더니 친정엄마한테 전화를 걸어서 "어머니 죄송하지만 좀 와서 와이프좀 챙겨주세요. @@가 많이 힘든가봅니다."하대요. 그리고 기특하게도 시어머니한텐 오늘은 장모님이 오시기로 했으니 엄만 집에서 쉬세요. 라고 해주더라구요. (원래 이런 캐릭터 남자사람 절대 아님)
그리고나서 저는 마음의 평안을 찾았습니다. 어머님이 저한테 뭘 어떻게 하신건 아니에요. 물도 자주 떠다 주시고, 잘해주시려고 애쓰셨지만, 우리엄마가 아니기에 뜻없이 하시는 말씀이 상처가 되었던 거였고, 가뜩이나 호르몬이 널뛰기하는 산모의 상태라 산후 우울감이 훅!온거였지요.
그당시 저는 조리원이 허세라고 생각하는게 좀 있어서 친정에서 산후조리를 하기로 했습니다. 일하는 친정엄마라 친정서 산후도우미 썼었는데.. 아줌마 가시고나면 일하고 온 엄마 밤새 고생하셨어요. 저 젖마사지 해주시고 밤에 아기울면 아빠 깨실까 눈치보며 엄마가 얼른 일어나서 애기 분유 물리거나 제 젖 물게 눕히고 , 새벽에 목탈까봐 물 챙겨주시고, 아줌마 간 뒤에 젖몸살 오면 밤새 마사지하고 풀어주시고. 애기 옷 다 손빨래 해주시고...
아줌마가 오면 뭘하나요. 우리엄마 고생은 고생대로 하시더군요. (더군다나 너무 남의 집 이야기 많이 하시고, 제 성격이 어른 도움 넙죽 받는게 안되는 사람이라는걸 그때 깨달았네요. 분명 돈 쓰고 고용한 분인데 어쩐지 시이모님 산바라지 받는 느낌이랄까요.)
둘째는 그리 못하겠어서 조리원 들어갔어요. 남편이 돈아까워하는 듯 했지만, 저는 내가 애를 또 낳겠냐며 우겨보았어요. 병원 연계에 경산부라 할인받긴 했지만, 역시 싸지는 않았어요. 첫째때 도우미효과를 못본 상태에서 크게 다를까 생각이 들기도 했었구요.
근데, 그때가 진심 천국이었네요. 삼시세끼에 간식 잘 챙겨주고, 둘째라 모빌만들기 이런거 안하고 낮에 잠 푹 자놓으니 새벽에 수유콜이 와도 크게 스트레스안받고 수유하고요. 그래서인지 젖도 더 잘돌아 분유혼합도 금방 끊었어요. 마사지샘 거의 상주해계시니 아프면 바로 도움받고. 병원 위층 조리원이라 아기도 소아과진료 쉽게받고.
엄마는 병실에 있던 며칠만 산바라지 해주시고 그 이후에는 집에서 큰아이랑 사위 챙겨주셨어요. 조리원 퇴소하니 둘째는 거의 출생 3주가 되어가고, 둘째라 그런지 아기 돌보고 목욕시키는것도 첫째 어린이집 간 사이에 커버 되고요. 조리원에서 돈 쓰고 부종빼는 마사지까지 받은 덕인지 회복도 빨라서 돈이 아깝다는 생각 들지 않았어요. 수유실에서 자주 만나는 엄마들과 대화도 하니 산후 우울증 극복에도 도움되고요.
셋째 출산 한달 반 남았는데 ,제가 먼저 말한것도 아닌데 이번에는 남편이 당연히 조리원 들어가는걸로 생각하더군요.
물론 모든 시어머니가 스트레스주시는건 아닐거에요. 실제 저희 올케는 친정엄마 도움받을 상황도 아니고 조리원 들어갈 형편도 아니고 하니, 그 상황이 너무 딱해 시어머니인 울엄마가 산후조리 해줬어요. 매일 샤워시켜주고 머리 감겨주고 오로 뒷처리까지.. (엄마 자랑이 아니라 우리 올케가 너무 착하고 마음이 순수해서 가능했다고봅니다.) 근데 사실, 올케가 좋기만 했을까 생각도 들어요. 착하니까..민망함과 부끄러움을 감사한 마음으로 덮은거지요.
음..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1. 산후조리원이나 입주산후도우미 (상황이 허락하는 경우에 따라) 2. 출퇴근 도우미+남편 / 출퇴근 도우미+친정어머니 등 가족 3. 친정엄마 4. 그마저도 어려우면 시어머니
순인듯요.
중요한건.. 아래 글들에서도 보면서 욱했는데... 남편분들 제발 "우리엄마가 잘해줄테니 울엄마한테.."부터 시전하지 마시길 바라요. 많은 대화가 필요하긴 하겠으나 가급적 아기엄마 심신이 가장 편안한 방법으로 산후조리 하시라고 당부드립니다. 나중에 그 화살이 남편에 대한 섭섭함 + 가족간 멀어짐 될 수 있구요. 스트레스때문에 젖도 안나오구요. 아기 예민해지고요. 몸상하고요. 나중에 돈도 더 많이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