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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정말 많은 작가들이 계시고, 한국 역시 좋은 작가님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님은 바로 "김영하" 작가입니다.
책이든 뭐든 소비되는 모든 예술은 호불호가 갈리는 법인데요, 제게 만큼은 그는 완전한 호입니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께 혼날 정도로 책을 좋아했던 저는 빨간머리 앤이나 비밀의 화원, 하이디 같은 말하자면 소녀들을 위한 문학들을 참 좋아했었습니다. 물론 그런 것만 읽은 것은 아니구요, 그저 책이라면 다 좋아해서 중학생 친척 오빠의 필독 고전 문학 같은 것들도 전부 다 섭렵했었네요.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상의 소설 같은 걸 접한 제가 참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또 책의 수용 범위를 많이 넓혀주었어요. 모모는 수십번도 더 읽은 것 같고, 앵무새 죽이기, 나니아 연대기 같은 장르 구분 없고 나이 구분 없이 많은 책들을 읽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의 이야기네요. ㅎㅎ
그런 제가 제 인생에서는 가장 끔찍한 시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바로 책에 대한 단절입니다.
순수히 프랑스어를 공부해 원서로 책을 읽겠다고 나선 프랑스 유학길은 제게 고통으로 다가왔습니다. 잘못된 과외 선생님의 욕심으로 한국 책들은 읽지도 말며 전부 빼앗기게 되었습니다. 프랑스어를 잘했다면 프랑스 책을 읽으면 되었겠지만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더욱 가혹했습니다. 프랑스 동화 책들이라도 읽었지만 그 맛이 무엇인지 정확히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한국에서 어느 정도 수준의 독서가 익숙해졌던 저는 갈증이 너무 컸지만... 금지되었기에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 선생님 덕분에 저는 지금 프랑스어를 참 잘합니다만 일 년의 암흑기는 그런 배움의 즐거움을 잊게 할정도로 괴로웠죠. 후에는 프랑스 책들을 다행히 이해할 수 있어 조금은 해소가 됬었습니다. 그러나 한국 문학이란 것은 제 마음 한 구석에 사무치는 그리움의 감정으로 고였습니다.
예상보다 일찍 한국에 귀국하게 된 게 얼마나 다행인지. 이사 전 잠시 머물러간 이모부 집 서재에서 전 책 한권을 발견하게 됩니다. 드디어, 바로 그와의 첫 만남입니다. 공교롭게도 그 책은 바로 "퀴즈쇼"였습니다. 약간은 알록달록한 책의 표지와 조금은 발랄해보이는 책의 제목은 열여섯 소녀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물론 내용이야...ㅎㅎ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책의 내용은, 아니 김영하 소설 자체 특유의 곤란한 삶을 엿보는 희열이 도드라진.. 아니 뭐 어렵게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야말로 가히 충격적이고도 유혹적이었습니다. 그의 말투는 너무도 직선적이었고 그게 말 못할 감정의 도가니를 건든 느낌이었습니다. 그게 팍 터져 머리까지 휘감아 강타했다구요. 나의 답답함과 죄책과 무료가 쓸려나갔습니다. 내겐 그게 김영하였습니다.
사실을 고하자면 내가 읽은 '한국 현대 소설'은 그 책이 처음이었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감히 말하자면 나의 첫 책이라고 이름 붙입니다. 내게 세상을 크게 보게한 책. 모두를 이해하려고가 아니라 그저 다가가서 보게끔 만든 나의 책. 그리고 그걸 쓴 김영하.
그 후로 무슨 일이 일어났냐면요, 전 그의 모든 책을 독파했습니다. 최근에 나온 신간까지 모두요. 저는 그가 너무 좋습니다. 어쩌면 그의 책을 통해서 삶을 보는지두요. 전 이미 그의 책으로 모든 감정을 자극당했으니까요. 엘리베이터에 낀 남자와 유디트, 아랑... 저는 그처럼 글을 쓰고 싶지는 않지만 온 몸을 다해서 그를 존경하고 있고 애정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취향에 따라 갈리는 작가임을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궁금합니다. 당신도 저처럼 그를 좋아하시나요? 혹시 당신에게도 그의 책 하나가 큰 의미인가요? 아니면 아주 보잘 것 없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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