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를 한번 살려주었다.
타지에서 외로움과 과중했었던 일로 인해 자존감이 바닥을치고 삶의 의욕을 잃어버렸을 때.
심리관련 전공을 하고 앞으로도 그것으로 평생을 살 나에게 아이러니하게도 우울증이 찾아왔었다.
우울로 인한 자살 중에는 '문을 열고 나가듯' 죽음을 선택할 수도 있구나라는 것을 몸소 체득했던 그 지옥같은 경험.
내가 다른 사람을 검사하고 보고서를 작성할 때 자주 사용하던 그 문장.
'피검자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적응적인 대처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문제에 직면하기 보다는 회피하는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판단된다.'
나였다. 나는 비겁하게도 살기위해 그곳에서 도망쳤다. 아침 8시에 목놓아 울면서 사람들 곁을 지나가며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다.
너는 나를 한번 살려주었다.
놔두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라고 소리쳤지만, 너는 가지않았다.
어떻게 두고 가겠냐며 같이 울어주었다.
하지만, 그 후에 나는 너의 마음속에 더이상 남자로 자리잡지 못했다.
작년 7월 '니가 남자로 느껴지지 않는다'며 울면서 이야기했을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음을 느꼈다.
4년간을 만나오며 당연하게 너를 나의 반려자로 생각하며 살아왔기에 너무도 충격이 컸었나보다.
나는 울면서 이야기하는 그녀앞에서 '마치 내 일이 아닌 듯'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니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으면, 결혼을 하지 않는게 맞다. 결혼은 신중해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한번 헤어졌었다.
이후에도 연락은 계속되었다.
장거리 연애라 원래 자주 보지 못하였던 우리는, 그 일이 있기 전보다 약간은 뜸하게 연락을 주고 받았다.
좋았다. 그녀가 다시 마음을 잡은 것 같았다.
나는 다시 자연스럽게 그녀를 반려자로 생각했다.
4년이나 만난 커플은 가슴이 뛰는 사랑보다는 서로간의 믿음과 정으로 살아가는 것이라 믿었다. 그뿐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 믿음의 전제조건에는 '이성'이라는 것이 필요했나보다
점점 관계가 뜸해지고, 뻔한 장소와 뻔한 시간에 우리는 만났다.
작년 12월부터 뭔가가 이상했다.
다시한번 헤어짐이 다가왔음을 직감했다.
2015년이 3일 남은 새벽, 너에게 전화가 왔다.
'할말이 있다'며..
우린 그렇게 다시 같은 이유로 헤어졌다.
우리는 우리의 미래에 대해서 많은 약속을 했었다.
그녀는 나를 좋은사람이라했다.
하지만 어느새부턴가 그녀속에 나는 남자가 아니었다.
좋은오빠 이상의 가족같은 느낌으로 그녀에게 많은 부담을 주었나보다.
내가 없는 시간대를 골라 내 자취방에서 자신의 짐을 챙겨가며 무슨생각을 했을까
지금도 그생각이면 마음이 너무나 아프다.
다시 잡고싶다는 생각을 수도없이했다.
하지만 그 생각만큼 '다시 붙어도 같은 이유로 헤어진다'는 생각도 수도없이했다.
잡지않는 것이 맞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너는, 나에게 너무나 고마운 사람이다.
나를 한번 살려준 것만으로도 나는 너에게 미움이라는 감정을 가질 수 없다.
그 고마움을 너의 곁에서 평생을 다해 보답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이 너에게 남자로서가 아니라면.. 내가 떠나는게 맞는 것이다.
나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지 않길 바란다.
나는 너때문에 인생이 꼬이지도 않았고, 너때문에 인간관계가 엉망이 된 적도 없다.
있다면, 그것은 나때문이지 너때문이 아니다.
너는, 나에게 너무나 고마운 사람이다.
나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지 않길 바란다.
부디, 행복하게 살길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