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게시판에 글을 다 써보네요.
간만에 무슨 바람이 불었냐고요?
박지성 때문에 글을 쓰고 싶어서요.
너무 기분도 좋고 해서...
저는 지금 말레이시아에 출장나와있는데요,
아시다시피 이곳 말레이시아는 옛날 영국식민지로 오래있어서인지
EPL이라고 하면 사족을 못쓰고 좋아해요.
오죽하면 말레이시아 항공이 ESPN에 EPL의 공식 스폰서로 돈을 대겠습니까..
자국선수는 커녕 머리털 하나 관련이 없는 말레이시아가 말입니다.
각설하고,
이곳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EPL 팀들중에 맨유와 리버풀을 좋아하는데요.
(이상하게 첼시는 구단주가 팀을 배려놓았다면서 싫어하고,
아스날은 티에리 앙리가 너무 잘난체해서 싫어한다는 군요)
특히나 맨유라고 하면 그냥 아무런 이유없이 오줌을 찔끔찔끔 쌀 정도죠.
그래서,
토요일/일요일 밤만되면 야외 팝 같은데에 잔뜩 모여서 밤새 축구보며
응원에 열심인데,
어제 새벽의 맨유와 웨스트햄 게임 역시 아주 인기 만빵이었죠.
TV에서도 게임시작전 한 15분 정도 오늘 게임 예상평하고,
전반전 끝나면 게임분석하고 또 후반 예상하고,
전체게임 끝나면 총평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 15분 정도 더 하는
그런 시스템인데,
이곳에 총평을 하는 축구해설자가 3명인데 그중 2명은 보통때도 박지성을 굉장히 칭찬하는 사람이고
나머지 한사람은 애써 무시하는 그런 사람입니다.
특히나 어제 게임같은 경우 평소에도 박지성이라고 하면
입에 거품을 물면서 칭찬을 해대는 죤이라는 해설자가
박지성에 대해 얼마나 자주 Absolutely Fantastic이란 말을 쓰던지...
괜히 제가 어깨가 으쓱거려 지더라구요.
그리고 하이라이트 장면에서도 계속해서 박지성의 어시스트 장면
(아주 멋진 장면이 4번 나왔었죠? 그중 한번만이 루니가 골로 성공시켰지만)을
보여주면서 Fantastic..Fantastic... 그러는거 있죠.
영국방송들이 은연중에 루니에게만 포커스를 맞추고 애써 타국 선수들을 약간은 폄하하는것에 비해
이곳 말레이시아는 전혀 그런것이 없죠.
오히려 동양인이 잘하니까 더욱더 부각시키는데 인색하지 않고..
어찌되었던 기분 좋습니다.
다만.. 코멘트달고 싶은 몇가지...
지금부터 이빨을 쫌 까죠..
1. 대런 플레쳐라는 놈은 왜 자꾸 기용이 되는지?
어제 게임에서 아주 극명하게 나타났죠? 전혀 밥값 못하는 녀석이라는게.
축구를 아주 잘 안다고는 할수 없지만 그래도 제가 선수들 포지션 정도는 아는데,
이 친구는 솔직히 이야기 해서 포지션도 어딘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아마 본인도 잘 모르는것 같고..
퍼거슨 감독 양아들이라도 되나....? 계속 기용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2. 폴 스콜스라고 하는 밉상이 있죠?
원래부터 인상도 밉상인데다가 유별나게 박지성한테는 공을 잘 안주는 녀석.
루니나 반니스텔루이는 골을 넣고 나서 어시스트 해준 박지성이에게
머리를 쓰다듬어며 동료애를 과시해주는데 비해,
이놈은(의도적으로 내 눈에 그렇게 보였는지 어땠는지) 포옹할때도
박지성 근처에 잘 없더라구요.
특히나 어제 게임에서는 박지성의 결정적인 헤딩 어시스트도 지가 날려버리고선
고작 손가락으로 까딱까딱, 박지성이에게 뭐라하더군요.
하여튼 괜히 밉상인게 아니에요.
3. 루니는 너무 쉽게 슛을 날리는 반면,
박지성은 너무 팀플레이에 신경을 써서 그런지 본인이 공을 0.2초 이상 가지고 있는 경우가 드물더군요.
(바로 이부분이 박지성 최고의 장기이지만서도....)
보셨겠지만 어제의 그 환상적인 어시스트는 분명 자신의 턴드리블이었는데도 말이죠.
거지같은 플레쳐라는 자식도 잠깐씩 공을 잡고 끄는데 비해 박지성은 과민할 정도로 팀플레이에 충실하죠
(아마도 이 부분때문에 박지성의 중요성은 맨유에서 갈수록 커지겠지요.)
해설자도 어제 나오지 않은 로날도와 비교하며 박지성의 스타일을
전형적인 팀플레이메이커라며 맨유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선수임을 강조하더군요.
하지만 솔직히 우리 심정으로는 착한 콩쥐(박지성)가 일은 조낸하고,
게으런 팥쥐(딴 맨유놈들)가 스폿라잇 받는것 같아 쫌 기분이 그렇더군요.
다행히 이제 슬슬 맨유의 골수팬들도 착한 콩쥐를 인정해 주지만요.
4. 위의 이야기와 중복되는 건데, 박지성은 너무 착한거 있죠.
파울이 발생하거나 당하면 다른 자식들은 무조건 두손부터 하늘로 들고
억울하다는 제스쳐를 취하던가 기가차다는 제스쳐를 취하는데,
우리의 이 콩쥐 박지성은 순.둥.이... 바로 그 자체죠.
파울도 무지하게 당하면서 싫은 인상 별로 없고...
심판의 판정에 아무런 이의 달지 않고...
장담하건데, 1년안에 박지성은 EPL에서 심판과 상대편 감독에게 가장 사랑받는 선수가 될겁니다.
(이런 부분때문에 말레이시아의 많은 축구팬들이 박지성을 좋아하죠.
앙리가 미움을 받는 이유기도 하고...)
단지 우리네 정서와 틀린 잉글랜드 불망나니 같은 서포터들은
악동같이 구는 루니를 더 선호하는것 같아 못내 마음이 아프지만,
한편으로 리버풀의 제랄드 같은 선수를 마음깊이 사랑하는거 보면(이 선수가 아주 겸손하고 매너가 좋죠)
어느나라를 막론하고 겸손해서 손해볼건 없다는 것이 다뎀벼 생각입니다.
**** 어제 게임을 본 후 말레이시아의 우리 협력업체 직원(죠나단이라고 하는 맨유 골수팬이죠)이
아침에 나를 보고 손가락을 하늘로 쳐들며 이래요..
"너는 한국인이라서 좋겠다.
세계최고의 팀 맨유에서도 가장 사랑받을것 같은 박지성이를
같은 국가사람으로서 응원할수 있으니....."
..... 제가 뭐라 그러겠어요...
어깨 힘 잔뜩 주고서..... "땡큐~" 그랬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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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쓰다보니 한국으로 출발할 시간이 다 되어가는군요.
리플들은 한국에서 확인하렵니다..
(리플들이 있을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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