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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abinogi_131870
    작성자 : 냥파스!
    추천 : 12
    조회수 : 1037
    IP : 125.129.***.222
    댓글 : 9개
    등록시간 : 2015/09/18 16:32:17
    http://todayhumor.com/?mabinogi_131870 모바일
    나의 기사단, 밀레시안 조장님
    옵션
    • 창작글

    나의 기사단

    * 늘 그러하듯 망상주의, 긴 글 주의, 오글주의
    밀레시안 조장님(디이 ver.)

    로간 버젼은 요기!




    " 에이, 왜 그래. 조장답지 않게. "
    " 그래도... 최대한 조심해. 이번 임무는 ... "
    " 걱정하지 말라니까! 다녀올게. "

     그녀는 나의 대답이 썩 마뜩잖았는지 내가 아발론 게이트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망부석처럼 서 있었다.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 순간 억지로 지었던 미소가 얼굴에서 사라졌다. 아주 가끔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밀레시안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하고. 그들에게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언제까지고 어제와 같은 오늘이 끝없이 이어진다. 그렇기에 그들은 남들과는 다른 시간을 살면서 자신을 단련하고, 지식을 축적하며, 능력을 쌓는다. 그렇기에 조장은 강하다. 그녀의 강함은 그녀가 겪었던 다양한 경험들의 반증이다. 그 작은 몸으로 기사단 조장의 자리까지 오른 것을 보면 말 다했지, 뭐. 그녀가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나와 웃고 떠들던 그녀와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 군더더기 없는 자세. 전투가 익숙한 듯 적들을 하나씩 쳐내는 모습을 마주했을 때 등골에 소름이 돋았었다. 경외심, 그 이후 자연스럽게 찾아온 감정은 부러움이었다. 죽음이 두렵지 않다면 지금보다 한층 더 강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나는 그녀가 부러웠고, 그녀처럼 강해지고 싶었다.

     전날, 그녀는 주저하다 나에게 다음 임무에 대하여 말을 꺼냈다. 한 마을에서 실종된 소녀의 행방을 찾는 일이었다. 다만 인적이 끊긴 마을에는 이형異形의 것들이 출몰하여 그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해를 끼친다고 했다. 평소라면 임무에 대해 설명하고 금세 자리를 뜨는 그녀였지만, 지시가 끝났음에도 그녀는 나의 곁에 머물렀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았다. 내가 걱정되냐며 농담을 던지자 그녀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안해진 내가 볼을 긁적이며 몇 마디 말로 그녀를 안심시키려고 할 때 그녀는 나의 자존심을 긁는 말을 꺼내고 말았다.


    " 어려운 임무니까 디이한테 맡기는 것보다는 내가 직접 가는 편이 나을까? 다칠지도 모르고. "
    " 조장! "


     또다. 그녀는 강한만큼 자신에게 많은 짐을 지우려고 했다. 그녀는 심한 부상을 당해도 웃으며 캠프로 돌아오고는 했다. 죽지 않을만큼 상처를 입는다고 하더라도 환생을 통해 싹 나을 것이기에 괜찮다는 말들을 주절거렸다. 그녀에겐 그것이 당연한 일일텐데 화가 났다. 자신의 몸을 부속품처럼 여기는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다. 밀레시안이라고 해도 상처를 입으면 아플테고, 힘들 땐 쉬고 싶을 게 당연하지 않은가. 그녀가 밀레시안이라는 사실이 그녀가 자신의 몸을 혹사시킬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내게 있어 그녀는 밀레시안이기 이전에 내가 속한 조의 조장이자, 어린 소녀였다. 그렇기에 그녀가 무리하지 않았으면 했고, 다치지 않았으면 했다. 그런데 그녀는 부족한 조원들의 뒷바라지를 또 한 번 자신이 강한 밀레시안이라는 이유로 떠맡으려 하고 있었다. 불쾌한 감정이 부러움, 그리고 자책감과 함께 버무려져 속을 어지럽혔다. 내가 밀레시안이었더라면 그녀는 나를 좀 더 믿었을까? 내가 조금 더 강했더라면.


    " 조장은 날 좀 더 믿을 필요가 있어. 내가 다녀올게. "
    " 그래도 ... "
    " 됐으니까!!! "


     큰 소리를 내는 나를 바라보며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척 많았는데 그 어느 하나 목소리가 되어 나오지 않았다. 누군가 입을 꽉 틀어막은 것처럼.


    * * *


    " 여긴가. 우와, 정말이네. 폐가들 뿐이야. 이런 곳에 여자애가 있을 턱이 있나. "

     지령서에 적힌 마을 어귀에 도착하자 황폐한 풍경만이 시야에 들어왔다. 때마침 어둑하게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했고 나는 여장旅裝을 풀고 장작을 모아 불을 지폈다. 산 속에 자리한 마을이기 때문인지 어둠은 삽시간에 내 주변으로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내일 해가 뜨면 본격적으로 수색을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고 모포 위에 드러눕는 순간, 멀지 않은 수풀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다급히 몸을 일으켜 근처에 두었던 칼을 집어들고 경계 태세를 취했다. 그러나 그 너머에서 모습을 보인 것은 이형의 몬스터가 아닌 체구가 작은 소녀였다. 한동안 이 주변을 배회한 듯 꼬질꼬질한 몰골의 아이는 자신과 같은 사람을 마주하자 긴장이 풀렸는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놀라지 않게 아이에게 다가가자 아이는 나의 품에 달려들어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


    " 무서웠어요. 그냥 이 시기에만 피는 꽃이 있다고 해서 꺾으러 왔다가 길을 잃었는데...무섭게 생긴 괴물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
    " ... 그래, 그래. 울지마. 그 괴물들이 소리를 듣고 올 지도 모르잖아. 아가씨. "
    " ...네. "


     나의 으름장에 울음을 목 너머로 삼키면서도 아이는 꼭 쥔 나의 옷깃을 놓지 않았다. 나는 가방에서 빵을 꺼내 아이의 손에 쥐어주며 아이를 달랬다. 조장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아이는 내가 건넨 빵을 꾸역꾸역 먹어치웠다. 그런 그녀를 보고 있자니 조장이 생각났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소녀'란 조장 쪽보다는 눈 앞의 아이에 가까울 것이다. 다칠 것을 무서워하고, 누군가 자신에게 해를 입힐까 겁을 먹는. 활과 칼을 쥐고 전장을 누비는 이가 아닌, 예쁜 꽃을 꺾어 바구니에 담는 것에 흥미를 지니는 그런 소녀를 떠올릴 것이다. 문득 캠프를 떠나오기 전에 그녀에게 큰 소리를 냈던 것이 떠올랐다. 돌아가면 목소리를 높인 것을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안도한 아이는 이내 모닥불 앞에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망토를 풀어 아이의 어깨를 덮어주며 한시라도 빨리 아침이 밝아 이 곳을 무사히 떠날 수 있기를 빌었다.

     희뿌연 안개와 함께 동쪽 하늘이 밝아올 때, 나는 얕은 잠에서 깼다. 그리고 이내 몬스터들에게 포위된 것을 알았다.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 거친 숨소리와 안개 속에서 번뜩이는 안광. 못해도 십 수 명은 되어보였다. 곤히 자고 있는 아이를 깨워 들쳐업고는 숲 속을 달렸다. 바싹 뒤를 쫓는 몬스터들은 더 이상 살의를 감추지 않았다. 체력 하나만큼은 자신있다고 생각했는데 혼자가 아니라서인지 나의 발걸음은 이내 더디어졌다. 이대로 체력이 다할 때까지 도망치기보다는 그들을 무찌르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무둥치에 아이를 내려놓고 말했다.


    " 큰 소리가 나도 절대로 가까이 오지마. 금방 돌아올게. "
    " ... 괜찮아요? "
    " 하하! 물론이지! 오빠가 엄청 쎈 기사단원이야. 걱정하지마. 저런 괴물들은 한 주먹 거리도 못 돼! "


     나의 허세에도 아이는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나를 보았다. 그 눈이 조장과 닮아있었다. 나를 보낼 때의 그녀의 눈과 꼭 닮아있었다. 다치지 말고 무사히 돌아가자. 임무 완료를 보고하고 그녀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자.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녀는 밀레시안이기 때문에 힘든 임무에 자원하려 한 것이 아니다. 자신이 밀레시안이라는 자부심 때문에 내 대신 나서려고 한 것이 아니다. 매일 함께 웃고 떠드는 나를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솔직하게 그녀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열등감에 그녀에게 화를 냈다. 지금의 내가 그녀를 위해 해야할 일은 무사히 아이를 데리고 캠프로 귀환하는 일이다. 그들과 싸워 이겨야 한다. 나는 숨을 가다듬고 그들 무리로 뛰어들었다.

    * * *


    " 디이...괜찮아? "
    " ... 조장..? "


     흔들리는 녹음 속에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 반가움에 말을 건네려 할 때, 나는 그녀가 울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녀의 눈에 고인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당황해 화다닥 상체를 일으켜 세우자 그녀는 실종되었던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리며 나를 마구 때렸다. 몇 번이고 나의 등짝을 내려치는 손을 잡아 제지하자 그녀는 히끅거리며 말을 이었다.


    " 죽은 줄 알았잖아!!! 멍청이! 그러게 위험하다고 했잖아! 발견했을 때 얼마나 놀랐는 줄 알아?! "


    왜 몰랐을까. 죽음이 없는 영겁의 시간을 산다고 해서 감정이 무뎌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얼마나 많은 죽음을 보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잃었을까. 수백, 수천 번 육체를 버리고 환생하면서 얼마만큼 많은 인연의 실들을 끊어냈을까. 어쩌면 나는 밀레시안이라 강한 그녀가 마음까지도 단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녀의 삶은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싶지 않아 자신을 단련하고, 그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시간의 연속이었을까. 밀레시안의 빛나는 면만을 보고 나는 그녀를 부러워했지만, 나의 생각만큼 영원의 삶이 좋은 것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직 울음을 그치지 못한 그녀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미안해. 조장. 나직히 내뱉은 진심. 그녀는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무언가 말을 꺼내려는 그녀의 손을 잡은 것은 나의 말을 믿고 마지막까지 꼭꼭 몸을 숨겼던 아이였다. 아이는 그녀의 뒤에 반쯤 몸을 가리우고 내게 고맙다고, 정말 쎈 기사단원 오빠가 와 줘서 다행이라고 웅얼거렸다. 아이가 무사한 것을 확인하니 온 몸에 힘이 풀렸다. 확실히 조장의 말대로 어려운 임무였구만, 이거. 그 자리에 허물어지려는 나를 부축하며 그녀가 속삭였다.


    " 돌아가자, 디이. "
    " 그래. 돌아가면 로간씨가 만들어 준 요리 먹고 싶어. "
    " 알았어. 그나저나 똑바로 걸어. 무겁단 말이야. "
    " 오빠, 제가 반대편 손 잡아줄게요. 빨리 집에 가고 싶어요. "
    " 아! 알았다니까. 양쪽에서 쨍알쨍알 거리지 말라구! "



    이전에 쓴 글에 달린 "밀레시안인 조장이 디이 너보다 쎄! " 라는 댓글에 팟! 하고 온 소재로 써보았어요.
    점점 망상은 커지고, 글은 길어지고. ㅠ_ㅠ 죄송합니다.
    방금 전에 확인을 눌렀는데 글이 날아간 줄 알고 깜짝!!!!
    오늘도 즐겁게 즐겨주세요! (가능하면)

    출처 가을이에요. 글이 어째 점점 더 장문이 되어가는 기분입니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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