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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abinogi_131763
    작성자 : 냥파스!
    추천 : 15
    조회수 : 1334
    IP : 125.129.***.222
    댓글 : 24개
    등록시간 : 2015/09/16 16:09:58
    http://todayhumor.com/?mabinogi_131763 모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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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기사단
    * 망상주의. 긴 글 주의. 오글주의.
    방출 (male ver.)
    1편은 요기!
    2편은 요기!

     
     
     
    1. 로간의 경우
     
     
      " 알겠습니다. 나중에 제가 필요하게 되면 언제든 다시 불러주십시오. "
     
     조장님은 내게 자신의 방출을 명했다. 방출을 명하고 나서도 미안한 마음에서 쉽사리 내 곁을 떠나지 못하는 그녀를 위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분명 자신의 조에서 나가줄 것을 부탁한 것은 그녀였지만 그녀는 그 말을 꺼내면서 동시에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성정이라면 이 말을 내게 꺼내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상냥하고 따스한, 그야말로 햇빛같은 사람이었다. 누구보다 타인의 말과 행동에 관심을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그녀가 슬픈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억지로라도 웃어보여야 했다. 그녀가 나의 얼굴을 보고 따라 웃기를 기대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조금이라도 그녀의 죄책감을 덜어주고 싶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언제 올 지 모를 기회에 대비해 늘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것 뿐이다. 조에서 방출되었지만 그럼에도 그녀를 마주치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녀는 올바른 선택을 했고, 부족한 나는 그녀를 놓아주어야 함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음에도 그녀를 마주칠 때마다 가슴 한 켠에 찌르르하게 울리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옛날, 사랑하던 여인의 청첩장을 받았을 때와 비슷한 감각이었다. 내 안으로 무언가 묵직하게 내려앉는 느낌.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마음을 다 잡아 보아도 이내 산산히 흐트러지는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내 안에서 부평초처럼 떠돌았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슬펐던 건 그녀가 최대한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바쁘게 내 곁을 스쳐지나가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의 결정을 원망할 리 없었다. 그것만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방출되어 슬픈 기억보다 조원으로서 그녀와 함께 하면서 쌓아나간 추억들이 더욱 아름답고 창연하게 내 안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 도서관에 가 책을 골랐던 일도, 
     임무에서 다쳐 돌아온 나를 위해 서툰 솜씨를 발휘해 준 일도, 
     무도회에서 그녀가 나의 발을 밟으며 미안해 했던 일도, 
     그리고 처음 나를 선택해주었던 일도. 
     
     눈을 감으면 그 때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떠나보고서야 알았다. 임무와 고된 훈련 속에서도 나를 웃게 한, 반짝반짝 빛이 나는 추억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이 기억들만으로 나는 수 년의 시간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기다림을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기다림의 끝에 그녀가 되돌아오지 않는다면 그 것은 전적으로 나의 탓이다. 부족한 탓에 그녀를 제대로 보좌할 수 없었던 무능한 나의 탓이다. 순간 무언가 뜨거운 것이 눈가에 고여들었다. 입을 막고 호흡을 가다듬었으나 한 번 터지기 시작한 눈물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어린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쏟아진 이유는 방출당한 것에 대한 슬픔이나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자신의 부족함 때문이 아니다. 밀레시안인 그녀가 몇 번이고 새 삶을 살아가는 동안 나와 함께 한 몇 달의 기억은 점점 작아져 어느 날 그 형체가 사라질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조금 더 곁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싶었다. 가능한 오래도록 그녀와 함께 성장해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불가능해진 꿈. 나는 부끄러움도 잊은 채 웅크려 오랜 시간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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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디이의 경우
     
     
     " 어... 어... 그게... ... 결국 다들 똑같구나... 하하하하하! 아냐, 아냐! 그냥 혼잣말! 뭐 어쩔 수 없구만! 언제든 필요하면 부르라고! "
     
     솔직히 나에게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다. 항상 웃고 떠들며 너와 잘 지내왔다고 생각했는데, 너는 어느 날 내게 영입을 말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갑작스레 방출을 명했다. 바보같이 방출의 이유조차 묻지 못했다. 완고하게 다문 입에서는 농담이었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고, 나는 재차 방출의 이유를 물어 자신을 또 한 번 상처주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네가 멀어졌다. 나는 네가 아발론 게이트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그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네가 떠난 후에서야 이유 모를 분노가 내 안에서 끓었다. 가혹한 처사임이 분명했다. 누구보다 너를 위해 열심히 임무를 수행했고, 귀찮은 수련도 군말없이 해냈다. 다른 조원들에 비해 다소 불성실한 면이 있었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노력해왔다. 하지만 나의 노력은 너에게 닿지 않았다. 믿었음에도 돌아온 대답이 이것이다. 젠장. 화가 나 몇 번이고 벽을 내려친 손이 붉어졌다.
     
     며칠 간 자리를 비웠다.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되는대로 걸음을 옮겨 이 마을 저 마을을 떠돌았다. 며칠 동안 너의 마지막 말을 곱씹고 되뇌었다. 방출의 충격 때문에 너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었다. 그 때 너는 어떤 얼굴을 했지? 방출을 말하는 목소리는 떨고 있지 않았던가? 나는 너에게 어떤 모습으로 남을까? 밤마다 깊이 잠들지 못하고 뒤척였다. 쌓아올린 신뢰가 단번에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 정말이지 엿같고 불쾌한 이 느낌. 너는 제멋대로 쳐들어와 나를 흔들었고, 마지막엔 아주 긴 여운을 남겼다. 생각해보면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기대의 연속이었다. 쪼르르 뛰어와 조잘조잘 말을 꺼내는 네게서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어떤 단어로 표현해야 좋을지 나는 마지막까지 알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너를 향한 분노는 사그라들고 어떤 미련만이 끈덕지게 녹아흘렀다. 내가 조금만 더 성실했다면. 쓸 데 없는 말을 줄였더라면. 임무를 조금 더 성공적으로 끝마쳤더라면. 나를 방출하기 위해 고민하는 너를 위해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더라면. '만약 그랬더라면' 그 말만이 내 안에서 메아리처럼 울려퍼졌다. 나는 계속해 뻗어나가기만 하는 생각들을 모두 끌어안은 채 침묵했다. 그리고 캠프로 돌아왔을 때, 거짓말처럼 너와 마주쳤다. 순간 알았다. 나를 보며 당황한 듯 자리를 피하려는 너의 모습을 보고 깨달았다. 나는 너를 참으로 좋아했었구나, 하고.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아플 리 없다. 나를 향해 웃어주지 않는 네가 괴로울 리 없다. 아마 나의 생각보다 너는 나의 안에 깊숙히 자리잡고 있었나보다. 
     
     " 잠깐, 조장! "
     " 디이...오랜만이야. "
     " ...잘 지냈어? 이젠 조장이 아니긴 하지만. 하하. 잠깐 머리 좀 식히려고 여기 저기 떠돌아다녔어! "
     
     너무 늦게 깨달았기에 나는 뒤늦게 깨달은 진심을 네게 전할 수 없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이 빌어먹을 자존심을 삼키고 네게 돌아가고 싶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고작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네게 시시껄렁한 농을 건네는 일 뿐이었다. 그래도 만약, 아주 만약 다시 한 번 너와 함께 할 수 있게 된다면. 만약으로 시작되는 후회를 너무나도 절실하게 체감한 지금의 나는 분명 네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먼 길을 돌아왔지만, 참으로, 참으로 보고 싶었다고. 
     

     
     
     
     3. 카오르의 경우
     
     
      " 명령이라면... 따르겠습니다. "
     
     오늘 부로 나는 그녀의 조원이 아니게 되었다. 임무며 훈련에 동원되지 않는 시간들에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읽었고, 종종 근처 폭포로 산책을 나갔다. 후회는 없었다. 나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고 그녀는 나의 최선의 결과들을 수용하지 않았을 뿐이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녀에게 나의 진가를 충분히 어필하지 못한 점이었다. 몇 번의 기회가 더 주어졌더라면 나는 그녀에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보일 수 있었을 텐데. 그녀가 내게로 와 시끄럽게 떠들던 이전의 날들로 돌아간 나는 마음껏 내게 주어진 시간들을 즐겼다. 그러던 중에 이전에 없던 버릇이 내게 생긴 것을 눈치챘다. 게이트 쪽을 멍하니 바라보거나, 그녀가 짜준 훈련 스케쥴을 그대로 답습하는 등의 사소한 일들이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녀는 내게 무언가를 확실히 남기고 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꿈을 꾸었다. 그녀는 나에게 뛰어와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며 다시금 자신의 조에 들어와줄 것을 부탁했다. 아닌 척 했지만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가고 있었다. 기뻤다. 떠나보낸 후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돌아온 그녀를 향해 핀잔 한 마디를 건네고 싶었다. 그리고 입술을 떼는 순간, 검은 안개가 그녀를 집어삼켰다. 그 짙은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가 말할 리 없는 말들이 환청이 되어 나의 귀를 아프게 파고들었다. 솔직히 카오르 재수 없었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 방출하기 잘한 것 같아. 나는 귀를 틀어막고 숨을 가다듬었다. 나는 정말 후회하지 않는 걸까? 정말? 로간씨처럼 상냥하게 말을 건넬 줄도 몰랐고, 디이 녀석처럼 그녀를 웃게 해줄 수도 없었다.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는 것만이 자신의 할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먼저 대화를 걸어주고, 다가오려는 그녀를 냉정하게 내친 것은 늘 내 쪽이었다. 무안해하면서도 다음 날이면 아무렇지 않게 내게 와 말을 걸어주었다. 나의 면박이나 핀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는 늘 대화의 문을 두드렸다. 보고 싶었다고 말했고, 험한 임무를 명령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정말 나는 아무런 후회가 없는 걸까. 잠에서 깨어나니 베갯잇이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다음 날. 멍하니 넋을 놓고 있다가 손을 다쳤다. 걱정하는 슈안씨를 뒤로 하고 치료소에 들어가 혼자 붕대를 감고 있노라니 얼마 전의 일이 떠올랐다. 임무에서 입은 부상을 치료하면서 그녀는 내게 말했었다.
     
     " 카오르는 상처를 입거나 다쳐도 아무 말 없이 혼자 삭힐 것 같아.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조금쯤은 의지해주었으면 좋겠어. 나는 조장이고, 카오르를 굉장히 아끼고 있으니까. 카오르는 사실 말을 곱지 않게 하지만 속내가 그렇지 않다는 거 알아. 며칠 동안 생각해봤는데 알겠더라고. 카오르는 그저 사람을 대하는 게 서툰 거구나, 하고. "
     
     띄엄띄엄 이어가던 말들. 엉성하게 감긴 붕대. 그 때의 나는 그녀의 말을 인정하지 않고, 조장님이 저보다 절 더 잘 아신다는 겁니까? 하고 반문했던 것 같다. 그녀는 예의 무안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때부터였을까? 그녀가 나를 조에서 내보낼 결심을 했던 건. 나는 얼마만큼 많은 아픈 말로 그녀에게 그런 표정을 짓게 만들었을까. 단순히 서툼으로 에둘러 표현하기엔 내가 그녀에게 던진 말들이 지나치게 날카로웠다. 그제서야 알았다. 그녀가 떠나고 비어버린 시간들은 그 때에 내가 생각없이 그녀에게 던진 말들이 내게 되돌아온 것임을. 나는 처음으로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던 사람을 잃고 말았음을 뒤늦게서야 깨달았다.
     

     
     
    오늘도 가져왔어요. 날씨가 좋아서 찌통찌통한 걸 써보려고 했는데 어떠셨을지.
    방출 이야기가 보이면 항상 카나/로간이 제일 많이 회자되는 거 같은데 카오르랑 디이는 어떨까도 망상해보고 싶었어요.
    결과 로간->운다/디이->화내다 후회한다/카오르->멍하다? 정도로 생각해봤지만요.
    우리 모두 방출은 조심합시다;ㅅ;
     
     
    출처 날씨가 참 좋아. 그러니 오늘은 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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