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한국의 모든 정책이 한미FTA에 위반되는지, 안 되는지를 따지고 있다. 지금 보건의료부문만 얘기하는데도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약값 인상' '영리병원' 등 굵직굵직한 제목이 나온다. 한국사회에서 몇십 년 동안 논쟁된 사안들이 한미FTA 한 방에 결정된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 무역대표가 서신교환을 통해 한미FTA 발효 후 90일 내 '중소기업 작업반'과 '서비스·투자 위원회'를 설치해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등의 독소조항을 검토하기로 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우 실장은 "한미FTA 사인부터 하고 ISD 등을 논의하자는 건 사기꾼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통상교섭본부가 언제부터 영리병원 사안을 다뤘나"라며 "통상 담당 부서가 한국의 복지정책의 주요 방향을 결정하게 됐다"고 한탄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이 칭찬했던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도 ISD에 걸려 국제중재재판소로 넘어가고, 참여정부 때부터 격론을 벌여왔던 영리병원은 당연하게 설립하는 것이다. 건보제도 도입 이래 약값 인하에 주력하던 정부의 정책방향은 한미FTA 발효와 함께 거꾸로 돌아가고, 환자들은 비싼 특허약을 사먹게 된다."
우 실장이 토로한 '한미FTA 이후의 한국 보건의료 상황'은 암울한 묵시록이나 다름 없었다. 원래 그는 3개월 전 <오마이뉴스>와 만남에서 '무상의료'를 얘기했다. 무상급식이란 '화두'를 낳은 6.2 지방선거 이후 보편적 복지 담론이 넓게 확산되고 민주당을 비롯한 모든 야당들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통한 무상의료 실현을 주창하던 때였다.
그러나 우 실장은 2일 오후 성동구 성수의원에서 진행한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더 이상 무상의료만을 말할 수 없었다. 한미FTA가 시행되면 무상의료는 '먼 나라 이야기'가 돼 버리기 때문이었다. 인터뷰가 진행되던 당시에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는 한미FTA 비준안 상정을 놓고 여·야 간의 치열한 대치가 벌어졌다.
그는 "한미FTA는 복지국가의 심각한 장애요소가 될 것"이라며 "지금 노무현의 FTA냐, 이명박의 FTA냐를 따질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한미FTA는 (캐나다 처럼) 초헌법적 기능을 발휘할 것"이라며 "한 나라의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이것을 단순한 무역협정으로 볼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다음은 우 실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한미FTA로 폐기될지도"
- 한미FTA 협정이 발효되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회보장정책인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무력화될 것이란 지적이 있다. 실제 사례가 있나.
"미국의 영리병원 트러스트 기업인 '센츄리온'이 지난 2009년 캐나다 연방법을 북미FTA(NAFTA)의 투자자-국가 소송제(ISD)를 통해 국제중재재판에 제소했다. 센츄리온의 CEO 멜빈 하워드가 제소한 캐나다 연방법은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내용과 동일하다. 캐나다 정부가 국민들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접근과 무상인 건강보험 서비스를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내용이 센츄리온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제소한 것이다."
-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양국이 합의한 미래유보조항에서 보건의료분야를 포괄적으로 유보할 수 있다'며 '보건의료정책이 한미FTA에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 주장했는데 어떻게 보나.
"정부는 '보건의료제도, 공적 사회보장제도는 예외 사항'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는 우리의 주장일 뿐이다. 한미FTA의 '자동동의조항'에 따라, 저쪽이 중재를 요구하면 무조건 동의하고 국제중재재판소에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보건의료제도에 속하는지 아닌지 따지게 된다. 센츄리온 같은 경우,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서비스라고 규정했으니 정부 독점 부문이라고 국제중재재판소에 (소송을) 건다. 설사 한국정부가 사회공공서비스를 유보했다고 해도 ISD의 '최소기준대우'(외국인 투자자에게 국제관습법에 따른 최소한의 대우를 하게 돼 있는 규정, 최소대우에 대한 개념이 모호하기 때문에 분쟁 여지가 항상 존재함)에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정리하자면, 우리나라 정부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등을 공공정책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 국제중재기구가 판단하는 것이다. 투자자가 중재에 회부하면 일단 중재기구로 가야 하는 것이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유보대상'이라고 주장하더라도 투자자는 '그래? 국제중재재판소에 가서 얘기하자'고 하는 거다."
- 국제중재재판소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공적인 보건의료제도가 아니라고 한다면, 당장 우리가 현 당연지정제의 혜택을 못 받는다는 뜻인가.
"쉽게 설명하자면, 현재 우리나라의 모든 병원은 맹장염 수술에 40만 원을 받는다. 이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따라 가격을 정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리병원 트러스트 기업인 센츄리온이 '맹장염 수술 가격을 건보 당연지정제로 묶는 건 우리의 영업이익을 침해한다'고 중재를 제기한다. 만약 국재중재재판소에서 센츄리온의 손을 들어준다면 맹장염 수술 가격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
-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합헌이라고 결론난 바 있다. 그런데 국제중재재판소의 결론에 따라 헌재의 판결마저 뒤집히는 건가.
"맞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1989년, 2000년 두 차례에 걸쳐 '당연지정제가 영업활동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헌법 소원을 냈다. 헌재는 이에 대해 건보 당연지정제는 합헌이라고 결정내렸다. 그런데 헌재가 합헌이라고 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ISD에 걸려 국제중재재판소에 가고, 문제가 된다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폐기돼야 한다. 즉, 국제중재재판소가 헌법재판소보다 더 상위에 있는 기관이 되는 셈이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으로 불거졌던 촛불 정국 때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문제가 크게 이슈가 됐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민영화 계획이 없다며 극구 부인했다. 그만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인데도 제소대상이 돼 국제중재재판소로 넘어가고, 거기서 진다면 모든 게 날아가는 셈이다. 그만큼 한미FTA가 초헌법적 기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캐나다에서는 NAFTA를 비밀헌법이라고 부른다. 사회의 여러 가지 갈등을 조정해서 해법을 내놓아도 하루 아침에 뒤집을 수 있는 게 FTA다."
"다른 나라 다 하는 무상의료 하려다 ISD 걸려... 캐나다를 보라"
-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무력화됐을 때 국내 민영의료보험 시장이 더 확대될 수도 있겠다. 이 때문에 한미FTA로 인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이들이 삼성생명 등 대형 보험사라는 지적도 있는데.
▲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 권우성 우석균
"적절한 지적이다. 우리나라 민영보험의 전체규모가, 현재 보장성보험만 12조 원 이상이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70~80%가 민영보험 하나는 가입했단 얘기다. 그런데 현재 진보정당은 물론, 민주당까지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을 대폭 강화해 실질적 무상의료 시스템을 만들자고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병에 걸려도 1년에 의료비 100만 원만 내면 더 이상 돈 안 내게 하자. 이게 핵심이다. 다른 나라도 이런 의료비 본인부담상한제를 시행하고 있다. 독일은 (의료비가) 소득의 2% 이상 넘으면 정부에서 돈을 내준다. 대만은 120만 원 이상이면 정부가 대주고 스웨덴의 경우 최대 50만 원 정도의 진료비만 내면 아무리 중한 질환에 의한 치료라도 무상이다. 이렇게 사실상의 무상의료가 시행되면 사람들이 암보험에 들겠나. 한미FTA가 시행되면 민영 보험사들이 미국 자본과 함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우리의 이익을 뺏아간다'고 ISD에 걸 수 있다."
- 실제 정부의 보험제도와 민영 보험사 간의 충돌 사례도 있나.
"역시 캐나다의 경우다. 캐나다는 워낙에 땅덩어리가 넓으니깐 자동차 보험을 주정부가 운영하는 사례가 많다. 그런데 NAFTA 체결 이후 캐나다 뉴브런즈윅 주의회에서 여·야 합의로 주정부가 운영하는 자동차 보험을 만들자고 권유했다. 주정부가 운영하는 자동차 보험이 도입된다면 1인당 200~700달러까지 절약할 수 있다는 구체적 분석까지 들어간 권유였다. 그런데 이 제도가 입법되려 하자 민간 보험사들이 NAFTA의 ISD에 걸겠다고 협박하기 시작했다. 주정부도 ISD에 걸릴 것인지, 국제중재재판소에 간다면 이길지, 질지 고민에 빠졌다. 결국 주정부 자동차보험 도입 입법이 무산되고 민간회사들이 보험료를 일부 인하하는 식으로 끝났다. 최근 캐나다 온타리오주도 비슷한 일을 겪은 것으로 안다.
이 사례에서 중요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FTA 체결 이후 '위축효과'가 발생한다는 거다. 정부가 자동차 화재보험을 운영하겠다고 정책을 세웠는데 미국 민간회사의 소송이 두려워 해당 정책을 시행하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겠다고 해도 이것이 미국 보험회사의 금융상품 규제에 해당하지 않는지 고민해야 하는 셈이다."
- 한미FTA의 독소조항인 '네거티브리스트'로 인해 민영의료보험 규제도 사실상 힘들다고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거의 규제가 불가능해진다. 네거티브리스트가 무서운 이유는 규제 항목을 일부 정한 후 나머지는 전부 못한다는 규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민영의료보험에 대해 일반적인 보험상품에 대한 규제 외 어떤 규제도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미국조차도 공적보험의 보충보험 성격인 '메디갭'에 대해 지급률이나 상품표준화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보험사들은 지급률조차 영업비밀이라고 공개하지 않는다. 100원을 받으면 60원 정도 돌려주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40원이라도 돌아오느냐는 의혹도 제기되는 판이다. 게다가 유럽의 경우, 나이와 성(性) 외에는 민영보험사가 가입 거절을 못하게 돼 있는데 우리는 지급 거절은 물론, 가입조차 거절되는 사유가 너무 많다.
이처럼 민영보험에 대한 규제법 마련이 시급한 상황인데 한미FTA가 발효되면 규제법을 만들기는 더욱 요원해진다. 그렇기 때문일까. 민영보험회사들이 가장 먼저 한미FTA를 환영했다. 미국에서 가장 먼저 환영성명서를 낸 곳이 AIA 등 보험업계다. 우리나라는 전경련이다. 현재 우리나라 재벌기업 중 보험회사를 안 갖고 있는 곳이 어디 있나. 다 하나씩 갖고 있다."
- 결국 국민이 아닌, 기업을 위한 FTA라고 봐야 하나.
"민영보험 규제도 못하고 전국민을 위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까지 하루아침에 날아갈 수 있다. 캐나다 연방법을 국제중재재판소로 끌어낸 센츄리온은 미국 내에서 큰 기업도 아니다. 그러나 이 기업의 행보에 모든 관심이 쏠렸었다. 이처럼 한 투자자가 한 국가를 재판소로 끌어나는 괴력을 발휘하고 그에 맞설 수 있는 힘을 부여하는 게 FTA의 ISD 규정이다. ISD를 일러, 투자자의 권리장전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
"많은 환자, 비싼 약값 때문에 죽어갈 것"
- 찬반 논란이 거센 영리병원 문제가 한미FTA 미래유보조항에서 빠졌는데, 영리병원이 사실상 도입된다고 보면 되나.
"한미FTA가 발효되면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설립은 영구 허용이다. 한미FTA의 래칫 조항(역진불가조항)에 따라, 되돌릴 수 없게 돼 있다. 끝장토론 당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영리병원 허용 문제에 대해 '잘 보셨다, 되돌릴 수 없다'고 했다. 확실히 답해달라고 요구하자, '네'라고 답했다. 손건익 보건복지부 차관이 의료법상 여러가지 방법으로 설립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했지만 하나마나한 소리다. 정책적으로 영리병원 도입을 막을 수 있는 길은 없어지는 셈이다.
래칫조항을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낙장불입'이다. 캐나다에서는 이 FTA의 래칫조항을 일러, '민영화로 가는 편도차편'이라고 표현한다. 한 번 민영화하면 되돌릴 수 없다. 물론 민영화를 바라는 세력에게는 환영할 일이지만 정책적 주권을 가진 정부는 자신의 결정을 되돌릴 수 없는 조건인 셈이다. 이처럼 한 나라의 정책을 좌지우지하는데 이걸 단순한 무역협정으로 볼 수 있나."
- 한미FTA 이행법안 중 약사법의 '허가-특혜 연계제'도 논란이 되고 있는데 다른 사항에 비해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무엇이 가장 문제인가.
"쉽게 말하자면 약값이 오른다. 또 환자들이 약을 사지 못한다. 지금까지 한 약품의 물질특허가 끝나면 복제약이 나왔다. 복제약은 본래의 제품보다 싼 편이다. 이 때문에 특허약 하나로 10억 달러를 벌어온 미국의 제약회사는 특허를 1년 연장시키기 위해 몇십 개의 특허를 건다. 심지어 한 약품에 3000개의 특허가 걸려 있는 경우가 있다. '허가-특혜 연계제'는 이 복제약에 대해 물질특허를 냈던 회사가 '특허 침해'라고 걸면 복제약의 생산이 자동정지되는 규정이다. 예를 들어 삼성과 애플이 특허침해를 상대방에게 걸면, 갤럭시S나 아이폰 중 하나가 생산이 멈추는 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양쪽 중 하나를 선택할 권리가 사라지는 거다. 핸드폰은 당장 사지 못해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약은 어떤가. 당장 약이 필요한 환자가 비싼 가격 때문에 약을 못 먹는다. 약을 못 먹으면 죽는다."
- 비교할 수 있는 유사한 사례가 있을까?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의 예를 보자. 글리벡의 한국가격은 0.1그램에 2만3000원이다. 현재 0.1그램 당 6700원 정도 하는 금값보다 비싼 약이다. 백혈병 환자들은 이 때문에 하루에 10만 원 정도, 한 달에 300~600만 원 정도 내고 글리벡을 먹었다. 제약회사인 한국노바티스를 상대로 글리벡 약값 인하 투쟁을 함께 했던 환자 중 여러 명이 약을 못 먹어서 돌아가셨다. 약값이란 게 그런 거다. 한국 정부가 약값 인하를 요구했지만 한국노바티스는 이를 거부하며 한국에 약을 팔지 않았다. 한미FTA를 통해 '허가-특혜 연계제'가 시행된다면 한쪽은 1년에 10억 달러를 더 벌겠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환자들이 죽어나갈 것이다."
- 한미FTA가 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이 정한 약값을 번복시킬 '독립적 검토 기구 설치'를 명문화했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현재 약값은 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이 정하고 있다. 제약회사가 이에 불복하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건다. 이의제기는 가능하지만 정부의 직권결정으로 약은 팔린다. 그러나 한미FTA의 '독립적 검토 기구'가 설치되면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제도가 우리 사회 시스템 내로 들어오는 것이다. '기구'라고 표현한 것도 한국이 처음이다. 호주의 경우에는 '절차'라고만 돼 있다. 이 기구에는 한국정부의 구성원이 전혀 참여하지도 못하고 임면 자체를 못하게 돼 있다.
해당 기구의 시행규칙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는데 보건복지부는 아직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다국적 제약회사가 일일이 이 기구를 통해 약값에 관여할 수 있는 것인데…. 1989년 전국민 건강보험제도가 도입된 이래 우리나라는 한 번도 약값을 인상시킨 적이 없다. 건보재정의 30%를 약값에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약값 인하는 건보공단의 주요 정책 방향이었다. 한미FTA를 통해 20년 만에 정책방향이 반대로 바뀌게 되는 셈이다."
"오바마 만나는 MB 체면 세우려고... 국민을 바보로 아나"
-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31일 론 커크 미 무역대표와 서한을 주고받으며 '서비스·투자 위원회'를 구성해 협정 발효 후 3개월 이내 회의를 개최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보나.
▲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 권우성 우석균
"잘못하면 오히려 혹을 붙이는 거다. 이미 한미FTA 협정 안에서 이행사항을 점검할 수 있는 위원회를 둘 수 있다. 이번에 중소기업 작업반까지 만든다? 그 기구 안에서 미국의 입김을 더 많이 받도록? 또 ISD 등 독소조항에 대한 논의를 할 거면 지금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일단 한미FTA 해보고 논의해보자는 건 전형적인 사기꾼 수법이다.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 아닌가. 이명박 대통령이 오바마 미 대통령을 만났을 때 체면을 세우려고 이렇게 급하게, 11월 3일까지 하려고 하는 것 아닌가.
벌써부터 한국의 모든 정책이 한미FTA에 위반되는지, 안 되는지를 따지고 있다. 지금 보건의료부문만 얘기하는데도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약값 인상', '영리병원' 등 굵직굵직한 제목이 나온다. 한국사회에서 몇 십 년 동안 논쟁된 사안들이 한미FTA 한 방에 한쪽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처럼 심각한 문제를 이 대통령 체면 세우기 위해 3일까지 통과시켜야 한다는 건 정말 아니다. 심지어 한미FTA와 관련해 보건복지위가 공청회를 연 것도 '허가-특허 연계제' 밖에 없었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영리병원 등 무수한 문제가 제기될 텐데 공청회조차 열지 않았다. 끝장토론이라고 했지만 정작 한미FTA와 관련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 끝장토론 및 공청회를 하면서 정부 측 인사들과 많이 마주했을 텐데 어땠나.
"끝장토론에서 영리병원 문제가 불거졌을 때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영리병원은 강화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묻더라. 언제부터 영리병원이 통상교섭본부의 소관 사안이 됐나. 원래 그런 경우, 통상교섭본부장은 '그 부분은 주무부서에서 답하시라'고 말해야 한다. 본래 보건복지부의 영리병원 관련 정책입장은 그렇지 않았다. 만약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한다면 부작용 여부를 살펴보고 다시 정책을 결정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김종훈 본부장은 '되돌릴 수 없다'고 단언했다. 통상 담당이 언제부터 복지정책의 굉장히 중요한 문제의 방향을 결정하게 됐나. 다른 문제도 마찬가지다. 왜 중소기업 문제를 통상교섭본부가 결정짓나. 지식경제부 소관 아닌가. 학교급식문제는 교육부 소관 아닌가. 자동차 배기가스 역시 환경부 소관이다. 그러나 이제 모든 것을 통상교섭본부에 물어봐야 한다. 한미FTA에 위반되는지 안 되는지."
"노무현의 FTA냐, 이명박의 FTA냐 따질 게 아니다"
- 작년 지방선거 이후 폭넓게 확산된 보편적 복지 담론이 한미FTA라는 장벽을 만나 좌초할 수도 있다고 보나.
"그렇다. 심각하다. 한미FTA는 복지국가의 심각한 장애요소가 될 것이다. 무상의료도 먼 나라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FTA는 어떻게든 저지해야 한다. 보편적 복지를 얘기하면서 한편으로 한미FTA를 전력 저지하려는 의지를 안 보이는 정당이나 정치인은 국민으로부터 심판받아야 한다. 보건복지위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는데 뒤쪽에 있던 시민단체 쪽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는 거다. 알고 보니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와 한미FTA 처리 합의문에 사인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런 민주당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노무현의 FTA냐, 이명박의 FTA냐 따질 게 아니다. 한미FTA 자체가 보편적 복지 실현을 막을 것이다. 특히 경제위기가 닥칠 경우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누구의 FTA도 안 된다는 게 맞다."
- 현재 한나라당이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회의실에서 한미FTA 비준안을 상정하려고 한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지금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국회의원들만의 힘으로 한미FTA를 막을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국민들의 힘으로 막아야 한다. 설사 한미FTA가 이번 국회에서 비준되더라도 그것을 다시 폐기할 수 있는 힘은 국민에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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