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써 보는 남자라서 살기 힘든 점
1. 모든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지닌다.
여자만 빼고
'국방'이라는 '사회적 의무'를 남자만 진다.
인생에서 가장 젊은 20대를
여자는 10년
남자는 8년을 누린다.
나머지 2년은 인생에서 없는 시간이 된다.
그리고 군대 가기 몇개월 전부터 군대 갈 준비... 사회와 단절될 준비를 하게 되며
군대를 다녀온 이후엔 사회에 포함될 준비를 하게 된다. 일종의 적응훈련
그 기간까지 합치면 20대의 공백은 단지 2년으로 끝나지 않는다.
게다가 군대에 다녀오면 복학생이 되어
아는 사람도 동기도 없는 학과에 덩그러니 내던져지게 된다.
그리고 연서복이라는 신조어가 돌아다니는걸 보며 그저 씁쓸하게 웃는다.
거기에, 국가의 부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년에 3일씩
의무적으로 다시 군복을 입고 입대를 해야 한다.
얼마 전 예비군 훈련으로 빠지는거라 스터디 벌금을 면제해줬더니
여학우들의 지탄을 받았다는 유머글을 본 적이 있다.
좀 씁쓸하드라.
이건 명백한 차별이고 손해다.
자신의 인생에서 20 21 22살이 없다고 생각 해 보라.
실컷 고생하고 보니 어느새 23살이 돼 있더라고 생각 해 보라.
몇 달 뒤면 24살이다. 잘 생각 해 보라.
2. 남자가 그런거 가지고...
남자는 참기를 요구받는다.
짐을 들 때, 힘든 티를 내면 비웃는다.
무거운걸 들 때, 낑낑대면 비웃는다.
무서운걸 보고 무서워하면 비웃는다.
아플 때, 아파하면...
특히 여자와 관련되었을 때(여자에게 맞았거나...)
아픈 티를 내면... 심각하게 비웃는다.
핀잔을 준다.
그게 굉장히 서럽다.
화내면 그건 또 그 것 대로 속 좁은 남자가 된다.
참아야 된다.
남자도 인간인데.
남자도 무거운건 무겁고
힘든건 힘든데.
왜 비웃는거지.
왜 핀잔을 주는 거지.
3. 연애 난이도 불지옥
이건 조상님들의 남아선호사상이 만든 현상이라고 한다.
조상님들이랑은 상관없이
우리들은 불지옥이다.
뭐 그냥 해탈하면 된다.
좀 외로울땐 친구랑 같이 축구 보면서 맥주한잔 하면 되겠지 뭐.
4. 남자에게 요구되는 것이 많다.
1번, 3번과 연관되는 이야기일 수 있는데
젊은 남자는 뭔가를 쌓을 시간이 적다.
군대에, 4년제 대학 졸업한 남자는 아무리 어려도 26살이다.
보통은 27세부터 시작한다.
20대 초/중반 열심히 달려온 그가 드디어 연애도 하고
30대 초반에 결혼하기에 이른다.
남자가 차도 없어.
남자가 집도 없어.
????????????????
5. 오해가 무서워.
아침 8시 00분.
빽빽하게 들어찬 사람들 사이에서 뺨 맞은 적이 있다.
내가 지 궁댕이를 만졌단다.
몇대 더 쳐맞고 경찰조사까지 받았다.
무죄추정? 개소리.
경찰아저씨한테 겁나 혼나고 훈방조치 됐다.
억울함을 알아주는 사람은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내 지인들 뿐.
휴대폰까지 열어보드라.
사진찍었나 싶어서.
회사는 회사대로 한소리 들었다.
여자분은 내가 훈방된게 못내 아쉬웠는지
끝까지 눈을 흘기더라.
그 뒤로 러쉬아워시간에 지하철을 타게 되면
내 손은 내 가슴 앞에서 교차하여, 내 양쪽 어께에 붙어있다.
투탕카멘이 되는거다.
이 자세로 콩나물시루안에 서서 버티는거 힘들다.
진짜 출퇴근이 회사일보다 더 힘들다.
한동안 트라우마가 돼서
지하철같은데서 젊은 여자를 보면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따지자면 끝도 없을거다.
여자라서 힘든 점도
남자라서 힘든 점도.
여자만 힘들다는 것은 아닌 이야기고.
그렇다고 남자가 더 힘들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그냥 다 힘들다.
이번에 묻지마범죄가 여혐하고 관련됐다고 한다.
싸이코새끼 하나가 여자가 너무 증오스러워서 살인을 저지른 사건이라
[그냥 여자라서]죽은게 안타깝다. 안쓰럽고. 당연히 그런 생각이 든다.
근데 이 기회로 아예
남자는 살기 편하고 여자만 힘들다며
남혐을 조장하는 것들이 있다.
더 웃긴 것은, 그런 것들이 일반인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는거다.
오해받기 싫다면
이야기 할 때 사건 자체를 조명하고 애도하면 된다.
대한민국 남성 전체를 매도하는 글을 안쓰면 된다.
각 성별이 힘든 점은 따지자면 끝도 없다.
여자라소 힘든 점도
남자라서 힘든 점도
다 있는거다.
우리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다 힘들다.
제발 편갈라 싸우지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