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말할 데가 없으니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쓰게 되네요.
제목 그대로예요, 언니랑 성격 차가 극심해서 갈등이 많아요.
저는 사교성이 제로에 가깝고, 세상만사에 무관심하고, 이론에 관심이 많으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려고 하지는 않는 사람이고,
언니는 사교적이고 활발하고 친구도 많고, 자기주장 강하고 성실하고 자기관리 잘 하고 이타적인 면모가 많은 사람이예요.
말이 좋아 성격 차지, 제 생각엔 언니 성격과 제 성격이 꼭 일직선의 양극단같아요.
사실 성격 차가 문제는 아닌데, 언니가 자기 주장이 강해서 그게 저한테 상처가 될 때가 많아요. 솔직히 부담스럽고. 강요받는 느낌이고.
참고로 저는 2013년 2월에 고교 졸업한 95년생입니다.
에피소드 1.
(고교 졸업 후 미국에 처음 유학생으로 왔을 때)
언니 : 한국인들이 한국어만을 써서 영어 실력이 늘지 않는다. 우리는 집에서도 영어를 쓰겠다.
나 : (동의)
(미국 도착)
나 : (극단적으로 우울함) ......
언니 : 너 왜 한국 웹사이트에 들어가? 왜 한국어로 글 써?
('한국어 사용'에 대해 언니가 셀 수도 없을만큼 혼냄)
언니 : 실망스럽다. 약속 하나 못 지키는 게 내 동생이냐. 부끄러운 줄 알아라. 정말 ugly하다.
(현재 2015년)
언니 : 몇번 말하든 내 말은 늘 무시하지? 내 말은 듣지도 않지? 어차피 말해도 안 듣는데, 난 너가 한국 웹사이트 접속하는 것 다 안다.
제 변명을 해보자면, 전 혼나기 전부터 집에서 언니랑 '대화'할 때 한국어를 쓴 적이 없어요.
당시 한국 웹사이트는 주로 다음이었고, 목적은 뉴스나 ebs 다큐멘터리였고요.
그리고 언니 또한 한국 웹사이트에 들어갑니다.
에피소드 2.
(미국에 오기 두 달 전)
언니 : 자, 이 쪽은 a야. 내 남자친구. 너가 미국에 오면 우리 셋이 같이 사는 거야.
a : 안녕.
나 : 안녕하세요.
(미국에 온 후)
나 : (별 생각 없이 방 안에만 있음)
언니 : 너 그렇게 방 안에만 있으면 되겠어? a가 너랑 친해지고 싶어했는데 너가 그렇게 거실로 나오라고 해도 거부하고 놀러가자고 해도 싫다고 해서 지금 a도 상처 많이 받았어. 진짜 너때문에 언제까지 a랑 내가 고생해야 되니? 언제까지 우리가 널 이해해주기만 해야 해?
나 : (당시 진짜로 당황) ??? 아, 그... 미안해...
언니 : 내가 너 때문에 진짜 얼마나 울었는데...
나 : (유구무언)
(현재)
a와는 헤어졌지만 좋은 친구관계 유지하는 언니. 그리고 언니를 진지하게 좋아하는 b.
언니 : b랑 오늘 데이트했는데 이래서 좋았어.
나 : 그렇구나.
언니 : b는 턱수염이 있는데 솔직히 턱수염은 좀 별로야.
나 : 턱수염은 별로지.
언니 : 그나저나 이번 금요일에 b를 초대하려고 하는데 괜찮지?
나 : ..........괜찮은데, 나 그 날 외출할게.
언니 : 왜?
나 : 알잖아, 나 사교성도 부족하고 사람은 그닥...
언니 : (짜증내면서) 아, 그럼 초대 안 할게.
나 : 아니, 해도 돼.
언니 : 넌 내가 어떤 사람 만나는지 관심도 없니? 하긴 넌 나한테 관심없지?
나 : 왜 말을 그렇게 해?
언니 : (화가 나 있음)
나 :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언니 : (진정하고 시간이 조금 흐른 후) 아냐, 그럼 나중에 초대하지 뭐. 그럼 괜찮지?
나 : 응...
(실제로 초대를 나중으로 미룸)
변명 : 일단... 원래 동생 입장에서 언니에게 남자친구가 생기면 친해져야겠다고 생각하거나, 실제로 친해지는 일이 흔한가요?
그리고, 글이 실제 상황을 지나치게 축약해서 그렇지, 저는 사교성이 부족하다의 정도를 넘습니다.
언니는 리더감이고, 성실하고, 자기주장 강하고, 자기관리에도 충실해서 외모도 좋고, 실제로 인기도 많아요.
언니가 자주 하는 말이, "너는 노력을 안 하는 거다"인데, 유감스럽게도 전 사람하고 그리 친근하지가 못해서 노력이 아니라 능력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언니는 사람하고 쉽게 친해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서 제가 사람을 잘 못 사귀는 것이 '노력'을 안 해서라고 생각하는 거죠.
제가 언니에게 백번 천번 "나에게 사교는 진짜 각오를 하고 노력해야하는 거다"라고 말하면 언니도 쿨하게 "나도 노력한다"고 해요.
하지만 그 노력이나 부담이 같지 않잖아요. 같이 바에 가서 사람들하고 접촉하면 언니는 금세 누군가와 함께 웃으면서 친해져있는데.
진짜 솔직하게, 친구 사귀라는 말, 밖에 나가라는 말, 노력하라는 말 이 모든 말들을 들으면 언니는 상상도 못할 만큼 스트레스 받습니다.
에피소드 3.
(오늘 아침 트레이더 조에서 양파, 우유 등 식품들을 고른 후 계산대 앞에서)
언니 : (옥수수캔을 들고 이리 오라고 손짓)
나 : (방금 전 내 앞에 선 한 부부를 보면서) ...
언니 : (의아한 표정) 오라니까?
나 : (머뭇거림)
언니 : 실례지만 제 동생이 와서...
노부부 : (끄덕끄덕)
나 : (카트를 몰고 언니 옆으로 감)
(계산 결제 후 돌아오는 길에)
나 : 저기... 역시 아까 그 노부부가 먼저 계산했어야 맞다고 생각해.
언니 : 무슨 소리야? 내가 먼저 와 있었어.
나 : 그런데 언니는 옥수수캔 하나만 들고 있었고, 카트를 몰고 있던 건 나였잖아. 실질적으로 계산을 기다리는 건 나였으니까.
언니 : (약간 화남) 대체 이걸 나한테 왜 말하는지 모르겠는데. 왜 넌 항상 날 기분 나쁘게 만들어? 그건 내 권리였어.
나 : 난 그냥 그게 잘못됐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언니가 엄청나게 화가 남. 엘리베이터도 쿵쾅거리며 탐)
(부엌에서 식품들 정리 후)
언니 : 그래, 만족하냐? 날 이렇게 기분 나쁘게 만들고, 내가 뭘 잘못했는지 지적하니까 기분 좋아? 그런데 넌 네 생각만큼 똑똑하지 않아. 똑똑하지 않다고! 다른 사람 행동 그렇게 판단하면 좋아? 너 진짜 건방져. 알아? 건방지다고. 이 세상에 네 기준만 존재하는 것 같지? 난 내 기준이 있어. 그리고 밖에 나가서 물어봤을 때, 모든 사람이 내 말에 동의하면 어쩔래? 어? 이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었어? 꼭 그렇게 똑똑한 체를 했어야 했어? 넌 진짜 아무것도 아닌 일에 태클을 잘 걸어. 정작 너가 해야될 일은 안 하고 말이야! 지금 그래서 기분은 더 나아?
나 : (눈물 많음+싸움 못함+언니가 소리지름+원래 갈등 생기면 괜히 죄책감 느낌) ...........미안해....
언니 : 얘기 좀 하자. 왜 그렇게 말했어?
나 : 언니는 옥수수콘만 들고 있었고....... 내가 물건 많은 카트를 몰고 있었고....... 놀이공원에서도 누군가 한 사람만 줄 서 있고 나머지 사람들이 갑자기...
언니 : 놀이공원은 특수한 예지! 줄이 엄청나게 긴데 그러면 당연히 욕 먹지! 그런데 마트랑 놀이공원이랑 같아?
나 : .....장소는 상관 없다고 생각했어..... 버스정류장이든, 놀이공원이든, 박물관이든........
언니 : 너가 이래서 사회 경험을 더 해봐야 하는 거야. 코스트코나 트레이더 조 가면 사람들 다 이렇게 해! 넌 늘 그렇게 내 일면만 보고 판단하지? 생각을 좀 해 봐! 이게 그렇게 나쁜 짓이야? 내가 너한테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할 만큼?
나 : 아니........
언니 : 그리고 놀이공원은 사람이 북적북적하지만, 어? 트레이더 조에 사람이 그렇게 많았어? 텅텅 비었었잖아!
나 : (줄의 길이와는 상관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 못함) ...응...
언니 : 진짜 날 그렇게 나쁘다고 지적하면 좋니? 왜 그런 거야? 왜 그렇게 말한 거야?
나 : (겁나 눈물콧물 범벅 ㅋ) 난 다른 사람 상처주려고 하지도 않고, 내가 똑똑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내가 더 잘나 보이려고 그런 것도 아니고, 언니 지적하려고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다른 사람이 보기에 언니가 완벽해 보였으면 했어.
언니 : 난 아무런 잘못된 짓 하지 않았어. 난 완벽하게 정상적으로 행동했다고. 나한테 결점이 있단 소리야?
나 : 그렇게는 말하지 않았어...
언니 : 다른 사람이 보기에 내가 좋아보였으면 한다며. 그럼 아니란 거잖아.
나 : 내가 잘못 말했어. 그냥 난 언니가 더...... 더 그냥 다른 사람들 존중하고... 더 에티켓이 있는...
언니 : 난 다른 사람들 존중해.
나 : 당연하지. 그냥 나는... (솔직히 뭐라고 말할지 막혔음)
언니 : 후우... 그래, 어쨌든 나도 아까 화가 나서 흥분해서 말을 심하게 한 것 같다. 미안해.
나 : 아니, 괜찮아.
하
이게 오늘 일어난 일이예요.
진짜 진지하게 잠깐 한국 가서 쉬든지, 캐나다 워홀을 가든지, 어쨌든 미국을 떠나는 걸 고려중입니다.
제가 지나친가요?
옥수수캔 하나 들고 있는 사람이 줄에 서있다가, 카트를 몰고 노부부가 왔는데, 그 후에 물건 바리바리 담은 카트를 몰고 동생이 왔다고
노부부에게 양해받고 카트에 있는 물건들을 계산받는 게 당연한가요?
언니가 그러긴 했어요, "그 사람들은 쿨하게 알았다고 했잖아"라고. 그리고 "그건 내 권리잖아."라고도 많이 말했고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쿨했던 거죠. 보편화의 법칙으로, 만약 모든 사람이 그렇게 행동한다면 유치원생도 예상할만큼 혼란이 올텐데.
계속 "나도 도덕적인 사람이야. 혼자 도덕적인 척하냐?"고 하고...
이런 일이 처음 있는 것도 아니고, 미국 온 후에 수없이 많이 봤는데, 솔직히 볼 때마다 양심에 찔려서 말했던 건데
이렇게나 크게.... 말 그대로 소리지르고 화낼 줄은 몰랐네요.
놀이공원이든 박물관이든 버스정류장이든 마트든 그게 무슨 상관이예요. 줄이 얼마나 길든 피해자가 생기는데.
저라면 기분이 나빴을 거라서 말해준 거였는데...
그래서 지금 또 컴퓨터하고 있으려니 자기 전에 와서는,
"얼마나 컴퓨터 더 할 거야? 장님 되고 싶어? 부모님이 너 뭐하라고 라섹 수술비 대주셨어? 실명하면 아무도 탓하지 마라. 컴퓨터하다가 실명해도 모른다."
요새는 자꾸 저더러 "실명하면 누구 탓하지 마라"고 하는데 이것도 들을 때마다 스트레스......
저번에는 본인 친구인 c가 저를 보고싶다고 저를 초대했는데, 부담스러워서 거절했더니 또 "너는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고..."
엄마의 역할을 맡기 싫다면서 나한테 화내면서 왜 굳이 요리를 해주려 하고 챙겨주려 하는지...
위에서 제가 '새치기' 아니냐고 했을 때도 뜬금없이 "난 네 엄마가 아니야!"해서 속으로 당황...
하지만 전 절대 언니에게 주제가 다르다는 말을 안 합니다.
주제가 이상하게 흘러간다고 말하면 분명 똑똑한 척 하지 말라는 말을 들을 것 같아서요...
용기 내서 이것 저것이 섭섭하다고 말을 해도,
결국 흘러가는 방향은 제가 잘못되었다는 거예요.
결국, 내가 너무 고립적이고, 내가 세상에 마음을 열지 않고, 내가 사교성이 부족해서...
그런데 전 그렇게 생각하진 않거든요.
위에서도 제가 언니의 행동이 새치기 아니냐고 했을 때, 뜬금없이 "너가 그래서 사교적인 경험이 더 필요하단 거야."가 나오잖아요.
새치기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데 왜 제가 사람들을 더 만나봐야 생각이 바뀐다는 건지 솔직히 모르겠고요.
하
진짜 답답해요. 진짜.
자매 있으신 오유분들 조언 좀 주세요.
모든 건 차치하더라도... 의문이 드는 게, 원래 언니에게 남자친구가 생기면 자주 얼굴 보고 친해지는 게 흔한 일 맞긴 맞나요? 잘 모르겠어서...
지금 11시 44분 밤인데, 자야되는데...
침대가 하나 뿐이라 언니 옆에서 또 자야되는 게 제일 싫네요.
댓글은 내일 일어나서 확인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