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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3101
    작성자 : 계피가좋아
    추천 : 6
    조회수 : 3850
    IP : 121.140.***.28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1/03/15 00:04:29
    http://todayhumor.com/?panic_13101 모바일
    브금주의]잉태





    요며칠간 속이 더부룩하여 매우 좋지 않았다.
    해장국을 시원하게 비워도 신트림만 새어나올뿐
    가슴 한가운데 은근한 불길이 자리잡은것처럼 뜨겁다.
    "왠지 찌뿌둥 하더라니..."
    비가 내리는 모양이다.
    양철지붕을 튕겨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거슬린다.
    머릿속에선 이미 몇개의 욕설이 떠돌고 있다.
    작년 여름 이후로 한번도 개지 않아 너무나 눅눅한 이불을
    허물 벗듯이 빠져나온다.
    앞으로도 몇달간 이불을 갤 일은 없을것이다.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담배를 사러 문밖을 나섰다.
    고시텔을 빠져나와 하늘을 보니 아직도 비는 내렸다.
    우산이 잘 펴지지 않아 또한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돛대에 불을 지펴 담배를 피며, 장마철의 거리를 유유하게
    거닐었다.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고, 다시 잘 펴지지 않는 우산을 펴내고 길을 걸었다.
    새 담배를 꺼내서 피우고 있는데, 문득 담배를 필 때 예전처럼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요새들어 담배를 피울때에는 뱃속에 전과 다른 이물감이 형성되는 기분이다.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오는 미끌미끌한 이물감... 윗속에서 요동치는 액체의 찰랑거리는 느낌... 마치 담배에 심한 거부반응을 느끼는 듯이 역겨운 기분이 든다.
    '우웩...'
    나도 모르게 그 감각을 세밀하게 느끼다 헛구역질이 나왔다.
    그제서야 불현듯 느껴지는 현기증. 이것도 요즘들어 자주 겪는 일이다.
    너무나 기분이 좋지 않아 미처 태우지 못한 담배를 퉁겨 버린다.
    이러한 현상은 속이 좋지 않다고 느낄 때부터 느껴진 것이었고.
    속쓰림이 지속돼는 동안 담배를 태울 때에나 그렇지 않은, 일상적인 생활을 할 때에도 자주 느끼던 것이다.
    그때부터 였을까.

    나는 나의 몸이, 무척 이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며칠 뒤, 나는 불안함을 이기지 못해 병원을 찾았다.
    이반적인 진료와 검사가 모두 끝나고, 의사의 앞에 앉았다.
    "에... 성함이 이정원 씨 맞으시죠?"
    "아, 예."
    의사는 심각한 눈빛으로 차트를 살피며 내게 물었다.
    "담배는 피우시구요?"
    "6년 정도 피웠는데...일주일 전부터 끊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습관 하나 만드셨네요, 금연하시는게 좋아요.
    그리고 진찰 결과 말인데..."
    의사는 잠시 생각하는듯 하다 이내 자신의 앞에 있는 갈색 봉투에서
    검정색 비닐들을 꺼내 유리판에 붙인다.
    "일반 검진으로는 전혀 이상한 점이 없길래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조금 이상한 부위가 있네요."
    의사는 긴 막대를 꺼내 사진을 하나하나 짚었다.
    "여기 이 허연 거 보이시죠? 늑골 안쪽, 아무래도 위 속인것 같은데... 아무래도 종양 비슷한것 같습니다. 위용종이 속쓰림의 원인이었던것 같네요."
    "아..."
    허무했다.
    그토록 괴롭고, 습관이 되어버린 흡연을 단번에 정지시킬 정도의 두려움의 정체가 이렇게도 쉽게 탄로나다니.
    역시 현대 의학은 대단한 것 같다.

    "아직 수술은 이르고,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내일 내시경을 받아야 해요, 지금부터 금식하시고 내일 5시에 다시 오세요."
    병원 문을 나서며, 나는 전에 없던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핸드폰을 꺼내 들면서, 오늘은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들과 한잔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알딸딸한 취기 덕분인지 고시텔 근처까지 걸어오는동안 매우 기분이 좋았다. 의사는 금식이라고 말했지만, 의사가 내린 진단은 나에겐 너무나 기분좋은 일이었기 때문에 오늘 하루는 술을 마시고 검사일을 미루기로 하였다.

    여전히 취기에 휩싸여, 비틀거리며 언덕을 오르고 있을 때.
    갑자기 전에 없던 엄청난 속쓰림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으,어윽..."
    숨을 쉴 새도 없이, 가슴에 불을 지르는 마냥 뜨거운 것이 죄어온다.
    더불어, 뱃속을 울리는 섬세한 감각이 다시 살아났다. 이제는 거의 무언가의 섬모 운동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뱃속을 요란하게 기어다닌다.
    발을 디뎌야 하는데, 힘이 풀리고 구역질이 나온다.
    시고 끈적한 침이 흘러 나온다. 구역질의 산물이다. 나는 그것을 계속해서 뱉어내며, 가까스로 전봇대를 잡았다.
    '웁,웩...'
    '철퍼덕...철퍽 철퍽...'
    정적이 깔린 골목길에, 구역질 소리와 토사물이 땅에 널브러지는 소리가 엉킨다.
    '꺼허억...허억...'
    구역질을 한타례 끝내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몇초 뒤에 또 강렬한 구토 욕구가 솟구친다.
    '웁...어억...!끄에억...!'
    이상하다, 구토를 해야 하는데, 무언가 큰 것이 막혀 있는 듯 나오지 않는다.
    '으어어억...!'
    혈류가 심장을 타고 뻗어나와 얼굴에 모인다. 눈은 터질것 같고, 귀는 연신 쿵 쿵 하고 북소리를 울린다.
    '으에...으웩...'
    아, 드디어 구토가 나온다.
    그런데...
    아무래도,
    의사의 판단은 조금 정확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내눈에 비치는 나의 입에서는

    어째서인지. 커다랗고 흰 애벌레가 나오고 있다.























    출처



    웃대 - ddo43060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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