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한국에 동화 발주하면 그렇게 레벨 낮은 그림으로 돌아옵니까? 라는 질문에 대해선데,
사다모토 요시히토 작감과 회의를 했을 때 원화를 보면 원화가 굉장히 좋아. 그래서 그걸 동화로 한국에 발주를 하는데, 한국에 발주를 한다는게 뭐냐 하면 택배로 보낸다는 거거든? 택배에다가 콘티 넣어서 원화 넣고 레이아웃 넣고 하면 대체적으로 3주 후에 저쪽에서 택배편이 돌아온다고. 그리고, 택배 열어보면...사다모토가 열받는거야...
그냥 열만 받는게 아니라 그자식 그냥 집에 가버린다고. 바이크 타고 부아아아앙~
그래서 전화 하면,
“어디부터 고쳐야 됩니까!? 나디아가 아무데도 그려져 있지 않아요!“
라고 해서 열어보니깐 확실히 닮은 듯 안 닮은것만 그려져있는거지.
어째서 이런일이 벌어지는가? 즉 이게 무엇인고 하면, 별로 국내의 애니메이터들의 기술이 뛰어나다던가 그런게 아니라고. 이건 기술이라던가 인재라던가 그런 문제가 아니라 일종의 국민성적인 문제라고 보거든?
예를들어, 일본엔 공방이란게 있잖아. 그쪽에 어려운 일이 들어오면 직인(장인)이 튀어나온다고. 어려운 일로 들어오면 들어올수록 실력있는 직인이 튀어나와서 “아앙? 이런 일 어떻게 하라고!”라고 하면서 싹 해버리잖아. 그래서, 같은 1만엔의 일이라도 1만엔에 맞지 않는 어려운 일인데도 불구하고 장인이 나와서 실제 5만엔이나 6만엔에 해당하는 일을 해버린다 이거지.
이게 일본의 국민성이자 일본의 장인성이라고 본단 말이지.
헌데, 한국에선 이게 반대란거야. 나디아라는건, 결국 120엔에 그리는 일이란거지. 한국인 입장에서 볼땐. 단, 120엔이랑 당시의 한국에 있어 꽤 괜찮은 급료였단 말이지 당시엔. 그래서,
“어이! 1장 120엔 짜리 일이다! 일이다! 페이 괜찮다 괜찮다!”
하고 일을 받는거야. 근데, 받아온걸 보니깐 (120엔 짜리 일이라고 할수 없는)엄청 복잡하고 성가신게 발주되 온단 말이지. 그래서,
“이거 너무 힘든데요. 좀 더 참고자료 같은거 없습니까? 작화 좀 해주세요” 라는 식으로 가이낙스에 연락하면, 그러면 1주일 후에 “동보 특찰 전집”같은게 보내져 온단 말이지. 그래놓곤, “여기 나오는 ‘이도 제로 대작전’의 ‘알파호’같이 그려주세요” 같은 말도 안되는 지시가 내려온단 말야.
이런식이니깐, 한국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이건 업무가 성립하지 앟는거야.
저쪽 사람들의 경우 어려운 일이 들어올 경우 어떻게 하냐 하면 가장 능력있는 녀석에게 돌리거나 하지 않아. 가장 능력있는 녀석은 간단히 말해 가장 많이 그릴수 있는 녀석이니 가장 편한 일부터 돌아간단 말이지. 예를들어, 한 장 120엔 짜리 그림의 경우 능력있는 녀석이면 하루에 100장 그려낸단 말이지. 그래서 하루 수입 12000엔이 된단 말이지. 당시 한국으로 치자면 진짜로 매달 차 한 대 뽑아낼 정도의 급료를 뽑아낼수 있단 말이지. 그런식으로 가장 실력있는 녀석이 가장 쉬운 일을 쏙쏙 뽑아가고, 어려운일, 아무도 안 하려고 하는 일은 가장 신인에게 돌려버린단 말이지.
반대로 보면, 이건 굉장히 효율이 좋고, 능력 있는 놈이 가장 먹이사슬 위에 선다는 쪽으로 보자면 굉장히 정당성이 보장된 환경인데, 그 반대로 보면 이런 환경에선 장인이 탄생할수 없단 말이지.
이를통해, 잘 버는 놈이 곧바로 출세해서 경영자가 되고 현장에서 탈퇴해 버리기 때문에 현장에 장인이 남지 않게 되는 한국의 뭐랄까...국민성에 의한 문화 차이를 그 당시 우리는 정면으로 직면해 버렸었다는거지.
즉, 간단히 말해 어려운 일을 맡기면 맡길수록 퀄리티가 낮은 그림으로 돌아왔다는 말이지. 그런 의미에선 에너지 불변의 법칙이랄지, 보일&샤를의 법칙 기억해? 보일&르샤트리에 법칙이던가? 압력과 면적에는 상호관계가 있어서 압력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면적이 적어진다던가 있잖아. 그것처럼, 120엔 짜리를 어렵게 어렵게 압축해 그려서 발주하면 그 만큼 퀄리티가 낮아져서 돌아오는거야.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원하는 그림이 되어 돌아오기를 원한다면 120엔이라는 절대 단가를 올리던지, 이쪽에서 성의를 낮춰서 간단한 그림을 그려 보낼 수밖에 없어 지는거야. 헌데, 우리들은 계속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들과 어울렸기 때문에 장인이라는 개념을 일본적으로만 이해하고 국제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하지 못했달까, 최소한 일본과 한국의 상식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꾸 어렵게만 발주했었어.
헌데, 한국측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심적으로, “어느 부분이 적당히 해도 되는 부분인가요?”라는 식으로 물어보는데, 그에 대한 가이낙스의 대답은 매번 똑같이 “모든 부분을 100%로 해주십시오. 어느 부분도 적당히 하면 안됩니다”라고 대답해 버리니깐 말이지.
덤으로, 그와 동시에 있었던 일이 한국에다가 보냈던 택배 있잖아. 동화나 레이아웃등이 들어있는 택배. 그게 완성되 돌아오는 택배를 받았는데, 가끔 라면 같은게 들어있는거야. 이게 뭐냐면, 그쪽 사람들 입장에선 우리랑 교섭하고 있으니 계약 관계라는 느낌이 들어서인지 이쪽을 배려하는 의미로 라면 같은게 들어있는거지.
우리 입장에서는 저 가난한 나라에다가 먹을 것을 원조받는거야! 하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고맙게 받아 먹긴 먹었는데,
근데, 우리 가이낙스는 아닌데, 다른 제작사 측에서 동화 택배를 열어보니 마약이 나왔던 일도 있어서 그 때문에 한때 한국에서 일본으로 보내지는 동화 택배 전부가 스톱된 경우도 있었거든. 애니 제작사 측에서는 유명한 이야긴데, 그런것도 있었기 때문에 우리측에서는 연락 넣어서, “쓸대없는 물건은 아무것도 넣지 말아주세요...” 라고 했는데, 저쪽 사람은 그 사건을 아직 모르고 있는거야. 그래서, “에? 왜 넣으면 안되죠??”하는데, 우리 입장에선 “아니...마약 같은거 들어있으면 곤란하거든요”라고 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거든....
하여튼, 이런 식으로 한국과 일본 간에 작화에 관한 업무가 제대로 쿵짝이 맞지 않았기 때문에 예를들어, 나디아는 흑인 여자아이라는 설정인데, 일본 애니메이션에 있어서 흑인은 그렇게 살색이 까맣지 않잖아. 입술도 두껍지 않게 미소녀풍으로 그려넣었고.
근데, 한국측의 제작사에서는 일본 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 예를들어 미국이나 유럽 같은 여러 나라의 작화도 수주받고 있었기 때문에 흑인이란 이런 것이다 라는 상식이 있었단 말이지. 그래서, 작화 지시라고 하는 사다모토가 그린 설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걸 일단 한국에 보내면 우리의 경우 상식적으로 그 설정화를 여러장 카피해 모든 스튜디오에 돌리는게 당연하다고 여기지만, 한국에 있어서는 그 설정화를 메인 스튜디오 벽에다 딱 붙여놓고, 나머지 스텝들에게는 말로 설명하는 형태여서 그림이 돌아우면 입술이 두꺼운 나디아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었단 말이지.
그래서, 그런 것을 수정할 때 지금처럼 메일이라던지 그런게 없단 말이지. 그래서 팩스를 쓰던지 아니면 택배로 편지를 넣어서 보내던지 하고, 급할때는 전화라도 넣어서 해야 되는거야. 그 악명높은 KDD의 1분 500엔짜리 국제전화로 말이지.
작화가 1장 120엔인데 수정하는데 1분 500엔 들어버리니 사장인 내 입장에선 “이러면 한국에 발주하는 의미가 없잖아!”가 되버리는거지.
즉, 언제나 의사소통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로 애니 만들었단 거지.
음? 왜 한국에다가 발주했냐고? 한국에 발주한 이유는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라는 애니메이션의 기획 단계에서 NHK, 그러니깐 일본 정부 측에서 정했단 말이지. 한국에 대한 문화 교류의 일환으로, 즉 한국에 대한 지원의 일환으로 하나는 경제적인 지원이고, 둘째로는 문화적 지원 교육이라는게 있었어.
즉, 한국 문화를 일본에 소개할 때 문화청에서 장소를 제공한다던지 자금을 제공한다던지 그런것과 마찬가지로 공영방송인 NHK의 방송 속에서 연간 몇 명 정도는 한국 스텝을 불러서 채용한다던지, 말하자면 인턴 제도같이 말야.
또는, 애니메이션의 이 부분은 한국측에 외주를 돌려 애니메이터를 육성한다던지 하는 식의 국제 공헌이라는 입장에서 해왔던거지. 거기에 어쩌다가 나디아가 해당된거지.
근데, 지금이야 이런식으로 말을 하는거지, 당시의 가이낙스는 굉장히 기뻐했던게, 애니메이션을 만든지 3년 남짓한 가이낙스 입장에서 가이낙스같이 요전번 까지 비디오나 영화 같은거 해본적도 없는 우리같은 영세 제작사 대신 베테랑인 세영동화에서 제대로 책임지고 필름으로 만들어 준다라는 말을 들었었거든. 거기랑 나랑 외부 프로듀서인 이노루 씨는 우하우하 하면서 기뻐했었었어.
근데, 현장 측의 사정을 알고 있는 안노 입장에선 “진짜요...?”하는 식으로 계속 이야기 했었어. 근데, 당시의 난 불안감 보다는 안심감 쪽에 기대고 싶었었는지 “괜찮아 안노! 절대 괜찮을꺼야! 한국 사람도 사람이잖아!” 하는 식으로 말했는데, 결국 작업 진행중에 내가 가장 한국 욕을 많이 해버린 사람이 되어버렸었거든. 죽여버린다. 던가.
사다모토의 경우는 한국에 화는 안냈어. 만약 화를 낸다면 그 낼 정당한 대상은 바로 나한테 니깐. 나한테, “왜 이런 계약을 따온 겁니까?” 라던지, “이걸로 우리 스텝들이 해나갈수 있겠습니까?”라던지, “한국 사람 가지고 욕한다고 제 작업에 뭐 공헌하는게 있습니까?”라던지, “정말 조금이라도 좋으니 제대로된 동화가 돌아오도록 해주십시요”라던지.
근데, 내 선에서 한국 사람들에게 제대로된 동화를 완성시키게 만드는 방법이란, 아까 말한대로 120엔의 단가를 150엔이나 170엔으로 올리는게 되버리는거야. 그리고, 이렇게 해버리면 나디아의 총 매수를 줄일 수밖에 없어지고. 1화당 6000만이나 5000만 써서 만들고 있으니, 극단적으로 말하면 매수를 반으로 줄이면 단가를 획기적으로 올릴수 있게 되거든.
그래서, “그럼 그렇게 할까?”라고 말하면 사다모토의 얼굴이 더 험악하게 변하면서, “그런건 애니메이션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건 종이 연극이라고 하는겁니다” 해버리니깐, “에? 매수 줄이는것도 안돼?”하게 되고, 방법이 없거든.
장인정신이라고 포장하면 듣기는 좋지만 이게 노동착취, 열정페이가 아니면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