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는 외국사람이에요. 각자 고향이 아닌 타지에서 공부하고 있구요. 만난 지는 8개월 정도 됐어요.
저는 남자를 만나면 항상 내 마음 전부 다 주지 않으려고 하다가,
어느 계기가 있거나 어느 순간에, 빗장이 확 풀리면서 그때부터는 정말 너무너무너무 좋아서 미치겠더라구요.
사실 전 연애를, 헤어짐이 명확한 만남임에도 불구하고 (유학 예정),
가기 전에 무섭고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고 여러 복잡한 마음을, 그 당시 남자친구가 위로해주면서 저에게 확신을 주더라구요.
그 날부터 마음의 100%를 줬어요. 그리고 여기 오면서 헤어졌구요.
처음 아무도 없는 이 낯선 곳에 떨어지면서, 남자친구에 대한 원망과 미움과 그럼에도 보고싶고 만나고 싶은 마음들에 더 힘들었어요.
점점 나이는 먹어가고, 이제 내일모레 서른을 바라보는데,
그 때가 트라우마로 남았던건지, 이제는 더이상 확실하지 않으면 마음을 주고싶지 않아요.
그 확실한 마음이란건, 예를들면, 이 사람은 나를 정말로 필요로 하는구나. 내가 정말 이 사람에게 중요한 사람이구나 하는 마음이에요.
현 남자친구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두세달 전.
나는 니가 좋은데, 너에대해서 확신은 아직 없다. 그 확신이 없는 이유는, 넌 언젠가 떠나버릴 것 같아서다 라구요.
그 친구도 그 당시 저와의 관계에 대해서 엄청나게 고민하고 있었어요. 자기는 이 공부가 끝난다고 여기서 직장이 바로 구해질 것 같지도 않고,
누군가를 책임진다는게 자기는 아직 부담스럽대요. 저를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래요. 좋은데, 자기는 한번도 결혼을 자기인생에서 생각해 본 적 없었다구요. 그런데 만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기도 이런 마음으로 나를 만나는게 맞는지 그거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대요. 그렇게 시간을 갖자는 제 제안에 합의해서 1주일정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구요. 이 친구가 생각을 해봐도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내가 너무 좋고 더 만나고 싶다라 하면서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실제로 이 친구는 14살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어머니 여동생에 대한 책임감과 애착이 매우 커요. 여동생은 유럽 어느나라에 살고있고 어머니는 본국에 계시구요. 이 친구가 저를 좋아한다는 건 정말 말하지 않아도 알겠어요. 눈빛과 표정만 봐도 내가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알겠어요. 서로 학생이다 보니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지만, 이친구는 자기가 해줄 수 있는 최고를 저한테 해주고 싶어해요. 과일을 먹다가도 제가 덜 달은 부분을 집으면, 그거 맛없는 데니까 이거 먹어 하면서 제일 맛있는 부분을 저에게 주고 자기가 맛이 없는 부분을 먹어요. 자취방에 놀러가면, 전 진짜 손하나 까딱 안해요. 다 해줘요. 요리부터 과일 아이스크림 등등. 만난지 8개월인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인데, 처음부터 한결같아요.
그런데 저는 외로워요. 만나면 너무 좋지만, 떨어져 있는 시간엔 너무 외로워요.
단순히 떨어져 있기 때문이라기보다, 그냥 언제 헤어져도 다치지 않게 한 발 빼고있는 제 감정에 너무 외로워요. 더이상 다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60-70%의 마음만 주고있는 제 마음이 너무 싫어요. 근데 그렇다고 100%를 다 줄 수도 없어요. 그건 너무 무섭거든요.
아마 이 친구도 같은 마음일거에요. 저랑 생각하고 적극적이면서 방어적인 마음은 같거든요.
이런 상태를 해결하는건 대화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못하겠어요. 전에 이런 얘기를 했을떄의 결과가 시간을 갖는거였고 (지난 8월 초), 만약 제가 이 얘기를 다시 꺼낸다면, 아마 그때는 헤어짐이 될거에요. 결국은 다시 원점인거에요. 그 당시 서로 노력해보자가 아닌, 지금은 좋으니 만나보자 라고 덮어뒀던게 다시 저한테는 문제가 되고 있는거에요.
지금 남자친구는 본국에 잠시 돌아가있어요. 한달 체류 예정이고 이제 10일정도 지났어요.
저한테는 생각할 시간일 한달이 생긴건데, 사실 이런건 혼자 생각할 문제가 아닌데, 너무 답답해요.
그냥 마음가는 대로 쓰다보니 글이 너무 두서없이 되었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