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는 없겠지만 소햏이 군시절 겪은 이야기 하나 적어볼까 하오.
그다지 글재주가 없소. 알아서들 읽으시옹~
01년도 9월 쯤으로 기억하오. 소햏이 상병 꺽이고 얼마 안되서 일이오.
소햏은 강원도 철원에 15사단에 있었고 보병대대. 그 중에서도 화기중대였소.
철원은 겨울엔 드럽게 춥지만, 여름엔 미칠듯이 덥소.
아마 그 날도 전날엔 비가 왔었고 푹푹찌던 날이었을꺼요.
같은 사단에 옆에 연대녀석들이 우리대대 근처로 훈련을 나왔더랬소.
아마 그 녀석들. 연대 RCT나온 듯 했는데 소햏은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일과 끝내고, 저녁먹고 동기녀석이랑 PX가서 철 권 한판 때리고, 만두 한 봉다리 돌려먹고 아주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드랬소.
20시쯤 되서 점호청소 하려고 딸딸이 신고 준비하는데 행정반에서 소대 분대장 한 명씩 다 행정반으로 오라는 호출이왔소.
가보니 일직사관하는 말이 요옆에 훈련 나온 녀석들 숙영지 가서 그 쪽 애들 잘 때 취사장이랑 대대장
CP까지 침투해 총 좀 쏴주고 오라는데 4명 뽑아오라하더이다.
단, 분대장 2명 포함으로...
소햏은 90미리였는데, 당시 군번이 잘풀려 중대 분대장 막둥이 였소.
뭐 짬으로 따져도 소햏이 갈꺼였지만, 소대 왕고들끼리 말도 나올꺼 같고 해서 짱껨보로 하자.
뭐 이런식으로 말이 됬는데 역시나 짬안되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짬이 안되니 가위바위보도 지더이다ㅋ
이래서 울소대 분대장 두 명(나랑, 내 동기 분대장)이랑 탄약수 두 명 데리고 23시쯤 단독군장으로
소햏동기 한테 존내 갈굼당하면서 밖으로 나왔소.
나오니까 그 쪽 훈련 통제관이 타고 있는 레토나가 한 대 있더이다.
레토나 뒤에 총들고 네 명 탈려니까 미치겠더이다.ㅋㅋ
어쨋든 1km정도 이동해서 내려 2인1조가 되어 소햏동기팀은 바로 위병소 옆으로 뚫기로 하고 소햏은 미안한 마음에 산뒤로 돌아서 취사하는쪽으로 내려오기로 했소.
통제관은 울 연대 인사장교였는데, 그 사람이 울 중대소대장으로 있다가 연대로 간 사람이라 좀 친한 사이였소. 통제관하는 말이 대대장 텐트 앞에서 공포탄 쏘면 4박5일 포상휴가를 준다길래 얼씨구나 하고 꼭 성공하기로 약속에 약속을 했더랬소.
... 글이 아주 길어지는 구려...글재주가 없어서 그렇소 ㅋ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소.
날씨는 후덮지근하고 달도 초승달이라 코 앞1m도 구분하기 힘들더이다.
야전생활 해보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보름달 뜨면 밤에도 대낮처럼 밝고, 달 안뜨면 아무것도
안보이질않소?
그래도 뭐 90M들고 소총중대 배속나가기를 수십번. 거기다 눈 감고도 다닐 수 있는 우리 총진지근처니 산 올라가는거야 어려운 건 없고, 차에서 내리고 통제관으로부터 공포탄 3발씩을 받았소.
"노리쇠 후퇴고정"
"탄창결합"
"탄알 일발 장전"
"조준간 안전"
총에다 탄을 끼고 울 팀이 먼저 출발했소.
산을 삥돌아 울팀이 취사트럭 옆에 도착해 공포탄을 한 발 쏘면 그 쪽 대대장 텐트근처에 미리 와 있을 소햏동기팀도 같이 총을 쏜다는 그런 작전이었소.
어차피 밤에 뵈는것도 없으니, 그 쪽 녀석들도 피아식별하기가 힘들꺼고...
그런데 막상 휴가증을 걸고, 초병들한테 잡히면 죽는다는 각오로 게릴라전 같은 걸 해보려니 상당히 긴장되더이다.
"아들아~"
"이병 안진수"
"니도 공포탄 세 발있지? 니 쏘다가 탄피 잃어 버릴지 모르니깐, 두 발은 이 애비를 주거라."
"예!"
그래서 소햏이 공포탄을 다섯 발을 탄창에 집어너었소.
"우리 아들 한 발은 장전 되있지? 조준간 안전되있지?"
(군대 안갔다 오신분이나, 여성분을 위한 주석^^:
총이 장전이 안되어 있으면 조준간 안전이 되질않소.
즉 총알이 장전된 상태일때만 총의 안전장치를 걸어놓을 수 있오)
"예!"
소햏이 조준간 안전까지 다시 한 번 확인을 했더랬소.
그렇게 소햏이 앞서고 우리 아들래미 탄약수가 질질 뒤따라 산을 올라가고 있었소.
전날 새벽까지 비가와서 인지 상당히 미끄러웠소.
그런데 산을 잘 올라가다가,
"민세현 상병님, 이근처에 우리말고 누가 또 있는거 같습니다."
요녀석이 갑자기 이러는게 아니겠소?
"뭔소리야 아들? 아까 인사장교가 이 근처에 아무도 없다 그랬어. 추진매복같은 것도 안나왔다는데..."
"아닙니다. 잘 들어 보십쇼. 우리말고 발자국 소리가 들렸습니다. 무전기 소리도 났단 말입니다."
요녀석 상당히 쫄은듯 했소. 사실 소햏도 무지 쫄았소.
우리둘다 보이는게 없으니 걸음을 멈추고 그자리에 마네킹처럼 서서 온신경을 귀에 집중했소.
"칙..칙.. 씨부렁씨부렁 .. 삑"
분명 무전기 소리였소.
소햏도 96K(소형무전기)를 하나 들고 있었지만 소햏 무전기 소리도 구분 못할 바보는 아니오.
그 소리 한 번을 끝으로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질 않았소.
그래서 한 2분정도를 그 자리에 미동도 없이 서있다가, 둘다 긴장해서 착각한 거라 생각하고 다시
걸음을 옮기려는데 갑자기
"철컥!"
소햏 깜짝 놀라 심장이 얼어붙는 줄 알았소. 이 소리는 분명 소총을 장전할 때 나는...
그러니까 노리쇠 전진을 할때나는 소리였소.
그것도 아주 선명히 크게...분명 불과 몇 미터 근처에 누군가 있는게 분명했소.
'진수총은 내가 장전까지 확인했는데... 내 총도 아니고... 그럼 매복이 있단 얘긴가?'
너무 놀라 심장이 쿵쿵 뛰는데 이번엔 놀라 기절할뻔 했소.
몇 미터 옆에 바위 쪽에서 사람의 형체가 움직이는데 바위를 내려오는 사람이 너무 움직임이 부드럽
게, 그리고 너무 느리게 움직이는게 아니겠소.
너무 어두워서 잘못 보이는거 겠지 하면서도 심장이 점점 쿵쾅쿵쾅 뛰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소.
그 녀석은 우리들이 있는 쪽으로 오려는거 같았소. 소햏무서워 미치는 줄 알았소.
'사람이라면 저 바위를 저렇게 내려올수가 없는데... 저 위에서 보통 점프를 해서 내려올텐데'
우선은 수하를 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소
아주작게 속삭이듯 소햏 탄약수에게 말했소.
"조준간 단발"
"내가 쏘면 쏴라. 하늘로 쏘지말고 얼굴 가까이 대고 쏜다."
당시 소행생각으론 수하를 무사히 잘 대면 매복조 이거나, 길을 잃어버린 놈일테고, 수하를 못댄다면
훈련 뛰는 대항군이고 나발이고, 북한에서 넘어온 간첩이건 뭐건 어리버리 탈영한 이등병이건 수하를
못댔으니 얼굴에다 대고 쏴도 상관없을 것 같은 아주 FM적인 사고를 하고있었오. -_-;
그 귀신인지 사람인지 구분 안되는 놈이 점점 가까워졌소.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화랑!"
"..."
슬슬 내쪽으로 아주 천천히 오고 있었소
"화랑!!"
"..."
소햏 오줌싸기 직전이었소.. -_-;
점점더 가까워져서 실루엣이 점점 선명해질때 소햏몸에 닭살돋음이 절정에 달했소.
"화라.."
소햏 더이상 말을 할수가 없었소.
앞에 보이는 사람형체에 다리는 너덜너덜해진 군복에 분명 안에는 다리가 없었오. 위에는 판쵸우의를 덮고 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었소
"으아아아아ㅏㄱ아아아"
하는 소리와 함께 부사수와 산아래 야영지로 뛰기 시작했소.
가다가 바위를 잘못 밟아서 땅에 얼굴을 갈면서 자빠졌소. 옆에 탄약수도 퍽하고 자빠지는 소리가 나서 같이 일어날려고 손을 집으니 감촉이 판쵸우의인거요. 이미 소햏 부사수는 저만치 뛰고있고..-_-
진짜 기절 안하고 뛴게 신기할 정도로 미친듯이 달리고 나서야 우리는 훈련중인 초병녀석에게
잡혀서 그 쪽 대대장한테 인계될 수 있었소.
그 쪽 대대장에게 상황설명 했다가 욕만 디지게 먹었을 따름이요-_-;
끝이오만... 재밋었오? 정말 실화이오.
[출처] [실화]그 판초우의의 느낌. 아직도 기억한다오.|작성자 killerc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