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자 내 동생은 남자 두 살 차이 난다
두 살 차이는 차이도 아니라 옛날부터 많이 싸웠다
옛날에는 싸우면 바로 풀고 화해하고 나름대로 잘 지냈는데
서로 중학교에 접어들고 고등학교 진학하는 사이 대인관계에 치인터라 외부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내부에서 푸는 통에
점점 감정의 골이 깊어져만 갔다 (둘 다 왕따경험 있음 어쩜 이런것까지 똑 닮았는지)
내가 동생의 정말 싫어했던 부분은
남의 말을 안 듣는다는 점이었다 그 새끼는 정말 드럽게도 안 들어처먹는다
중학교 고등학교 통틀어 6년동안 한 번도 교복을 제자리에 벗어서 가지런히 걸어놓은 적이 없다
라면을 끓여먹고도 봉지를 싱크대에 그대로 놔두고(분리수거하는 쓰레기통이 바로 옆의 베란다에 있다)
자기가 먹은 그릇을 절대 치우지 않으며 스스로 뭘 사오겠다며 심부름 하나 하는 법이 없다
부모님은 아직 어려서 그런거라며 크면 괜찮아지겠거니 생각하고 대부분 잔심부름은 나를 시켰다
그깟거야 한 번 해주는거 어렵지 않지만 나는 동생도 스스로 움직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손이없나 발이없나를 외치며 가족의 일원으로 해야 할 일은 좀 하자고 늘 말해왔다
그래서 그 녀석은 나를 잔소리꾼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무슨 말만 하면 이따가 이따가 이따가
그래놓고 제 시간에 하는 꼬라지를 본 적이 없다. 그런 점을 지적하면 지금 사태와는 전혀 상관 없는 옛날의 내 잘못을 가져와 맞불을 놓는다
옛날에 누나도 잘못했으니까 지금 나도 이거 안 할거야
나는 이런 방법이 잘못된 회피방법이라 생각하여 여러가지로 부모님에게 대책을 요구했는데
그때마다 부모님은 역시 아직 어린거라고 말씀하시며 직접적인 훈육을 피해왔다(맞벌이고 늦게 들어오시는 통에 매번 피곤하셨음)
그래서 남의 말을 듣지 않는 그런 버릇은 점점 더 안 좋아져 갔다
그리고 결정적 사건이 터졌다
언젠가 우리 집이 차이나 타운에 놀러간 적이 있다
차이나 타운에는 공자상이 있다 그 공자상을 한 컷에 다 들어오게 찍으려 조각상과는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거리를 잡는데
자꾸 코앞에서 알짱거리며 사진 찍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었다(셔터를 누르려고 하면 카메라로 얼굴을 들이밈)
하지 말라고 4~5번 말했다 처음에는 당연히 조곤조곤하게 말하다 듣지 않으니 목소리가 커지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우리를 보게되었다
그래놓고도 동생은 누나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 그저 장난이라고 생각했는지 낄낄거렸다
나는 세 번 정도를 장소를 옮겨서 촬영하려 했지만(실제로 자리도 옮겼음) 그 때마다 따라오면서 장난을 쳤고
결국 정말 싸늘한 말투로 쌍욕을 했다 대략적인 내용은 기억나지 않으나
이 ㅆ발놈의 새끼야 사람이 말을 하면 좀 알아 쳐들어라 개새끼도 아니고 << 정도의 내용이었다
당연히 가족 여행은 개판이 되었고 갔다와서 부모님은 나랑 동생이 왜 그렇게까지 하게 되었는지를 얘기했다
동생은 누나가 그런 말을 하는 순간 주변의 관광객과 눈이 마주쳤는데 자기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시선에서 지독한 모멸감을 느꼈다고 했다
먼저 사건의 발단을 제공한게 누구인가 생각해보라는 소리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엄마는 아무리 그래도 욕은 심했다는 입장이었고 아빠는 내 편을 들어주었다 자기가 다 봤다며 왜 그러길래 좋게 말을 할 때 듣지 않았냐고 하니
아빠는 어차피 맨날 누나의 편이라며 홱 따져들고 미친놈처럼 소리를 질러댔다
결국 그 일은 쌍방의 사과로 흐지부지되었지만 나는 그 때서부터 동생과 한 지붕 아래에서 못 살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인간상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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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오늘은 여기까지만
너무 열받아서 적습니다
답답해 미치겠네요 사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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