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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istory_13019
    작성자 : Belisarius
    추천 : 23
    조회수 : 1890
    IP : 24.55.***.225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3/12/15 05:44:57
    http://todayhumor.com/?history_13019 모바일
    삼국을 통일한 진(晉) 제국 - 18
     
     
    - 일어나는 이민족과 독립하는 군벌들 2편, 그리고 번왕들 -
     
     
     
    어느 나라 역사를 보아도 나라가 혼란스러워지면 그 나라 내부로부터 분열이 일어나 붕괴가 시작되곤 한다. 이 당시의 진(晉)도 그랬나보다.
     
     
    이민족들이 진(晉)의 혼란을 틈타 반란을 일으켰듯이, 진(晉) 내부에서도 그러한 조짐이 보였던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전편에서 밝힌 내용이기도 하지만 독립하여 군벌을 이룬 이들은 대부분은 본래 진(晉)의 신하들이었다.
     
     
    특히 지방직인 주자사(州刺史)들이 주체가 되었는데, 그럴 수 있었던 계기는, 무제 사마염의 특단의 조치로 제국의 각 주(州)를 기반으로 삼으며 할거해있던 번왕들이 팔왕의 난으로 거의 대부분이 죽어 없어지는 바람에 본래 지방을 다스리는 벼슬인 주자사(州刺史)가 자연스레 본래의 권한인 주(州)에서의 행정권과 군권을 되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이 주자사들 뿐만 아니라 기타 자잘한 반란들도 많았다. 심지어는 마을을 다스리는 일개 현령(縣領) 따위가 들고 일어난 사례로 있으니, 내부분열의 상태가 심각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만큼 진 왕조가 만만했던 탓도 있고.
     
    그래서 대표적인 인물들만 나열해보자면, 왕미(王彌), 왕준(王浚) 등에다 나중에 가면 평주(平州)의 최비(崔毖), 양주(凉州)의 장궤(張軌)와 같이 영가의 난으로 위기에 처한 진(晉) 왕조를 거의 외면하다시피 하여 독자세력을 구축한 이들도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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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비(崔毖)와 장궤(張軌)는 영가의 난 무렵에 각각 평주(平州)와 양주(凉州)의 주자사(州刺史)들이었다. 군벌수준의 독자세력을 거느리고 버티고 있었지만 흉노의 한(漢)에 의해 진 왕조가 짓밟히는 것을 외면하다시피 했다.
     
     
    왕미(王彌) 같은 경우는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출신은 본래 진(晉)을 섬기는 신하는 아니었지만, 지방의 유력호족이었다. 앞서 장창(張昌)의 반란을 다루면서 잠깐 언급한 적이 있기도 하다. 장창의 난이 진압될 무렵, 왕미는 유백근이라는 일개 현령(縣領)이 진(晉)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키자 이에 가담한다. 그리고 왕준(王浚 : 바로 위의 왕준이고, 전에 사마등과 연합하여 흉노의 유연과 싸운 그 왕준이다)의 관군(官軍)이 토벌하여 유백근을 죽이고 그 무리를 작살내버리자 왕미는 잔당을 이끌고 청주(靑州)의 산악지대로 숨어든다.
     
     
    그리고 정동대장군(征東大將軍)이라 자칭하며 서기 307년 경에 청주(靑州)와 서주(徐州) 두 주(州)를 크게 유린하며 도적질을 일삼는다. 이 당시 진(晉)은 북에서 치고 내려오는 흉노의 한(漢)과도 교전 중인 상황이었던지라 신경 쓸 여력이 없었던 탓도 크지만, 두개 주(州)를 휩쓸을 만큼 왕미의 세력은 군벌로서 규모가 꽤나 컸다.
     
     
    하지만 제국의 동쪽에서 활개치는 도적놈을 내버려둬서는 안될 일이었기에, 함께 팔왕의 난을 종식시킨 예장왕(豫章王) 사마치(司馬織)를 회제(懷帝)로 추대하여 보좌하던 당시의 실권자, 동해왕(東海王) 사마월(司馬越)은 국선이란 장수를 보내 토벌하게 하지만 되려 국선은 크게 패해 왕미에게 사로잡혀 죽임을 당하고 만다. 
     
     
    나중에는 기세가 더 올라 예주(豫州)까지 넘봐 그곳까지 공략하려 들었지만 진(晉)의 청주자사(靑州刺史) 구순의 토벌로 큰 타격을 입자, 그 무렵 황제를 칭하여 한창 기세등등했던 흉노의 유연(劉淵)에게로 귀부하게 된다. 이는 미리 흉노의 한(漢) 편에서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같이 귀부한 갈족(羯族)의 석륵(石勒)과 함께 진(晉)을 무너뜨리는 데에 크게 일조한다.  
     
     
    한편 왕준(王浚)은 최종관직이 병주자사(幷州刺史)였던만큼, 병주(幷州)에서 세력을 이룬 인물이다. 거기다 예전의 관직은 안북장군(安北將軍)으로서, 진(晉)의 유주(幽州)나 병주(幷州)와 같이 북방 변방과 맞닿아 있는 주(州)를 북방의 이민족들로부터 방어하는 것이 왕준의 임무였던지라, 예전부터 병주는 왕준의 기반이 되는 곳이었다. 참고로 위에서 말한 평주(平州)의 최비(崔毖)는 이 왕준의 처남이다.
     
     
    일찍이 팔왕의 난 시절부터 번왕들의 싸움에 개입해, 어느 번왕을 지지했는지는 알 수없으나, 흉노의 유연의 한(漢) 정권을 수립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루면서 나온 장면이기도 한 동영공(東嬴公) 사마등(司馬騰)과의 연합으로 성도왕(成都王) 사마영(司馬穎)과 싸우는 모습이나, 이 사마등이 동해왕(東海王) 사마월(司馬越)의 동생이라는 점으로 미루어보아 아마 사마월을 지지하지 않았나 싶다.
     
     
    더구나 선비족(鮮卑族)이나 오환족(烏丸族) 같이 이민족들을 대거 영입하여 용병으로 고용했던 이도 이 왕준이다. 이 용병들을 팔왕의 난에다 써먹어 자신이 지지하는 번왕이 권력싸움의 승리자로 만드는데에 조력하여 한몫 챙기려는 심산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공로를 인정받기라도 했는지 왕준은 병주자사로 전임되어 비로소 병주(幷州)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데에 성공한다. 바로 이 시기부터 왕준이 군벌화 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무렵쯤에는 이미 흉노의 한(漢)이 세력을 확장해 진(晉)을 침공함으로서 영가의 난이 발발했을 때였고, 왕준 역시 한(漢)에 크게 패한다.
     
     
    그가 진(晉)을 무시하는 군벌로서의 뚜렷한 행보를 보이는 때는 훗날, 진(晉)이 장안(長安)에 고립되어 전조(前趙 : 흉노의 한(漢)은 나중에 조(趙)라는 국호로 바뀐다))에 의해 고립되었을 때다. 당시 황제 민제(愍帝) 사마업(司馬業)이 주위의 주자사(州刺史)들에게 SOS를 치지만, 나라 따위는 개나 줘버려 심보로 이미 독자세력을 이루어 군벌화 되어버린지 오래였던 왕준을 비롯한 다른 주자사들은 fuckyou로 축약할 수 있는 반응을 보여준다. 그나저나 스포일러 했다..
     
     
    나중에 진(晉)의 멸망을 다루면서도 나올 내용이지만, 왕준 외에도 위에서 언급한 최비(崔毖)와 장궤(張軌)가 이와 같은 부류였다. 저마다 각지에 꼼짝않고 진(晉)이 멸망하는 것을 앉아 구경만 했다. 
     
     
    그리고 이 또한 나중에 밝히겠지만, 비단 이 신하들 뿐만 아니라, 진(晉)의 멸망을 보고도 방치한 이는 또 있다. 바로 번왕들이다.
     
     
    물론 번왕들 대부분은 팔왕의 난으로 죽어 그 숫자가 거의 없었지만, 황실에 황족이 아예 없을리는 없다. 몇몇 황족들은 여전히 살아남아 있었는데, 아직도 팔왕의 난 시절의 이기주의 심보를 못잊었는지, 영가의 난으로 조상의 나라가 이민족들에게 박살이 나 황제고 백성이고 다 갈려나가는 와중에도 자신의 봉국에서 꼼짝않고 도움의 손길하나 거의 내밀지 않은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위에서 다룬 주자사(州刺史)들처럼 독자세력을 형성해 이미 나라에는 관심을 잃은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신하들로부터도 버림받고 심지어는 나라의 지도층을 이루는 황족들에게조차 외면받은 진(晉)이라는 국가를 보자면 참 등신같은 나라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게 진(晉)을 건국한 사마씨(司馬氏)의 업보인지 운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하지만 당시 주자사(州刺史)들이라고 해서 다 딴마음 품었던 것은 아니다. 무너져가는 나라에 끝까지 충성한 주자사도 있었으니, 유곤(劉琨)이란 사람이 그 경우다. 아무리 진(晉)이 막장국가였다고 한들, 자고로 망해가는 나라일지라도 충신은 한 명쯤 있어줘야 진(晉)의 시조들인 사마의나 사마염이 지하에서도 그나마 덜 섭섭하지 않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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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곤(劉琨).
    나는 잘 모르겠는데 위진 남북조 문화-예술사에 시인(詩人)으로서 한획을 그었다고도 하는 인물이다. 그가 남긴 정치적 행보보다는 주로 문화-예술 쪽으로 조명받는 인물이다. 위에서 설명했듯 여느 신하들처럼 진(晉)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무너져가는 나라를 지킨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충신이었다. 여담으로 그의 시풍(詩風)은 영가의 난 전후로 나뉜다고 하는데 난(亂) 전에는 호방했지만 난(亂) 후로는 비분강개해졌다고 한다. 이는 역시 나라를 잃은 슬픔에서 비롯된 것이라 보면 될 것 같다. 역시 충신이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팔왕의 난으로 번왕들에게 치이고 살던 혜제(惠帝) 사마충(司馬衷)을 안전하게 호위하여 공로를 인정받았고, 서기 307년에는 병주자사(幷州刺史), 진위장군(振威將軍)으로서 영가의 난을 피해 방황하던 유민들을 거두어 학살머신 석륵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했다고 한다.
     
    진(晉)이 멸망한 이후에도 병주에서 하북(河北)에서의 진(晉) 백성들이 도륙나는 것을 막으려 애썼고 훗날 독자정권을 이룩한 석륵과 전조(前趙)에 항거하며 수차례 항복권유에도 나는 진(晉)의 신하이니 개소리 마라라는 식으로 일갈했다고 한다.
     
     
    그냥 이런 신하도 있었구나 하고 알기만 하면 된다.
     
     
    정리하자면, 흉노의 한(漢)에 의해 영가의 난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런 조짐들을 보였으며, 난이 발발한 직후에는 지금까지 쭉 서술했다시피 마땅히 나라를 지켰어야할 주자사들은 모두 등을 돌렸다는 얘기다.
     
     
    다음부터는 영가의 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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