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적극적 지지'와 '소극적 지지'로 의견이 나뉘는데, 소극적 지지자들을 '반대'로 오판하기 때문에 말이 나오는 것이죠.
양 쪽 모두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도입 자체는 찬성할 겁니다. 고용주가 아니라면, 혹은 고용주에 해당하더라도 말이죠.
하지만 최저임금을 인상을 바로 적용한다고 해서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진 않을 겁니다. 돈이 한 바퀴 이상 회전하는 시간은 필요하거든요.
최저임금이 인상되고 그 효과가 체감되는데 필요한 시간은 꽤 걸릴겁니다. 돈이 여러번 돌면서 사람들의 마음 속에 '아, 씀씀이를 좀 풀어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박혀야 생활 필수요건을 넘어서는 소비가 생길테니까요. 그 사이요? 뭐 급한거에 몰아넣고 그간 부족했던 거 채워넣겠죠.
돈이 도는 정책이라는 게 틀어막는 건 효과가 겁나 빠릅니다. 왜냐면 사람이 돈을 소비하는 건 기계가 아니라 생각과 마음이 동시에 작용되거든요.
100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90을 쓰고 10을 저장하는 패턴을 지녔다고 할 때, 3개월 뒤부터 소비가 95로 증가하게 될 거라는 기사를 '보자마자' 95라는 숫자를 고려하게 됩니다. 앞으로 부족해질 뭔가를 생각해서 95가 될 상황을 다시 90으로 만들기 위해 포기해야 할 영역이 뭔지, 아니면 저장을 5로 줄여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여야 할 지 말입니다.
반대로 3개월 뒤부터 110을 받게 될 거라는 기사를 보면 바로 110이라는 숫자를 고려하느냐? 그렇진 않습니다. 왜냐면 그러고 싶어도 지금 가진게 없잖아요? 그래 뭐 3개월 뒤에 110받는다 쳐요. 하지만 110에서 남는 10을 어디에 쓸지를 계산하고 그려나가더라도 지금은 안됩니다. 왜냐면 그 10이 지금 있는 건 아니잖아요. 게다가 더해지는 10을 다 쓸 생각을 하지 않을수도 있죠. 저장이 20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이런 상황인 만큼, 최저임금 증가가 확정되더라도 소비가 곧바로 늘지는 않을 겁니다. 천천히 안정을 찾으면서 '아 조금 남아도는구나'라는 마음의 평화와 함께 씀씀이가 늘어나는거죠. 문제는 그 소비가 늘어나는 기간이 얼마나 될 지는 모른다는 겁니다. 괜히 경제지표가 년 단위나 분기 단위가 아니에요. 개월 단위로도 잘 측정하지 않죠. 왜냐면 정책을 집행한 여파는 꽤 느릿하게 적용되거든요.
자, 미래에 확실히 경제가 살아나긴 합니다. 하지만 그 사이의 공백 기간은 어떻게 되죠? 소극적 지지자들의 마음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됩니다. 경제논리고 나발이고 필요가 없어요. '내가 바로 그 꼴이 되면 어쩌나'라는 불안감, 혹은 '내 주위에 그 꼴이 날 수 있는 거 아냐?'라는 생각인거죠.
폭이 크면 클수록 중간에 가해지는 압박이나 충격은 거셉니다. 심리적인 불안감도 그만큼 커지죠. 비록 그게 내 지갑에 돈이 꽂히는 일이라 하더라도, 모두의 지갑에 돈이 꽂히는 일은 아닙니다. 누군가에겐 지출이고, 몇몇 사람들에겐 뼈아픈 지출이겠죠. 미래가 밝더라도 지금 당장 어려운데 무게가 더해지는 걸 버틸까 의문이 들 정도로 말입니다.
아, 예. 당연히 여러분들은 '겁나 쉽게' 말씀은 하시겠죠. 경제논리가 다 그렇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여러분, 그걸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우리 아버지 세대가, 우리 가족들이, 이웃들이 그 논리에 겁나 후드리촵촵 당했다는 거 말입니다.
정리해고라는 단어, 살면서 한 번 정돈 듣지 않으셨습니까? 자, 여러분이 얼마나 잔혹한 소리를 너무나도 즐겁게 이야기 하셨는지 좀... 와닿으시겠습니까? 한 가정의 기둥이, 누군가의 자식이, 가족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을 누군가를 너무나도 쉽게 나락으로 떨구는 게 경제 논리라는 겁니다.
물론 한 가정이 경제의 고리에서 파탄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누군가가 열심히 일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걸 정부라고 하는 고급진 단어로 부르죠. 짤린 사람이 다시 고용되기 위해, 혹은 그 사이 굶어 죽지는 않기 위해 도움을 주고 다시 열심히 세금을 낼 수 있는 사람으로 돕는 것, 뭐 보통 정부라고 하는 개념이 그런 거 하라고 있는게 현대 민주주의 사회잖습니까. 물론 대한민국은 아니지만.
그 너무 쉽게 말하는 경제 논리에 갈려나갈 사람들, 최저임금 인상을 버티지 못하는 고용주에게 그만 일하라는 소릴 들을 적지 않은 수의 근로자, 최저임금 인상폭을 맞추기 위해 형편 어려운 상황에서 무리하게 임금을 지불하다가 말아먹어버릴 자영업자, 원청에서 대금 지불은 아직도 안된다고 하는데 지금 당장 임금이 오르는 것에 돌아버릴 것 같은 하청업체 등등.
건전한 경제구조 상에서나 먹힐 법한 경제 논리를 대입하니까 저들이 시장에서 퇴출되어야 할 암적 요소로 보이지만, 저들도 일단은 경제 흐름의 기둥 중 하나이며 괴상한 구조의 경제의 희생자이기도 합니다. 이들을 어떻게 건전하게 만들고 버텨나가게 해서 건실하게 만들어주지 않으면? 글쎄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정당한 대가를 받는 사회를 향한 발걸음의 돌뿌리가 될 걸요.
물론 망하는 게 마땅한 이들도 존재하고 갈려나갈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거기서 구제의 여지가 충분한 이들까지 같이 갈아버릴 우려가 생기는 상황을 '아, 난 그거 모르겠구요'라고 할 수만도 없죠.
이래서 소극적 지지자들이 우려를 보내는 겁니다. 저들도 최저임금을 올린다는 건 동의해요. 하지만 그러다가 갈려나갈 사람들 중에 눈탱이 맞는 억울한 사람도 있고 구석에 몰린 사람도 있다는 것도 알아요. 그래서 정부가 그걸 대비를 동시에 하거나 뭔가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들은 할 거에요.
문제는 정부가 그런 거 고려할 대갈통이면 경제를 이따구니로 몰아가지도 않았을거라는 거죠. 와우 지옥불반도 이코노미 클라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