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머리가 좋았음. 누구보다 지적인 호기심이 강했지.
그렇게 많은 것에 의문을 품고 알고 싶어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말하는 '금기'에까지 손이 닿게 되더라고요.
아무한테 물어도 대답을 못함. 그 인간들한테 그건 '그게 당연한' 거니까.
설명할 수조차 없는 '당연한' 것들.
굳이 예를 들자면 "1+1은 왜 2가 되는 거죠?"같은.
아무도 대답을 못함. 아니 '안 함'. 당연한 거니까. 아침에 해가 뜨고 밤에 해가 지는 것처럼. 생각할 가치조차 없는 거니까.
그럼 거기에 대해 생각하는 난 뭔데?
아무도 대답을 안 함. 단지 한마디 '미친새끼'
난 단지 알고 싶었을 뿐인데 돌아오는 건 '병먹금' '이새끼 시끄러우니까 묻어버리자'
1+1은 왜 2가 되는가.
정답은 2라고 정했으니까. 1+1이 2가 '되는' 게 아니라 1+1의 결과를 2라고 '정한' 거지.
바로 이거야. 사회가 정한 암묵의 룰.
난 단이 이 룰에 의문을 가진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미친새끼'가 돼서 사회에서 배척당함.
룰을 어긴 것도 아니야. 단지 그 룰의 의미에 대해 의문을 품었을 뿐이라고.
당신들이 말하는 '당연한 거' 그게 뭔데?
기껏해야 제삿상에서 절을 하는가 하지 않는가 정도의 문제 아님?
제삿상에 절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하지만 사실 다른 종교권에선 절을 하지 않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그거야. 결국 당신들이 믿는 '도덕'이란 사소한 차이로 깨질 수 있는 '겨우 그정도'의 일이라고.
여기가 고대 그리스였다면 난 철학을 탐구하겠지만 어차피 여긴 현대고 내 '철학'에 답을 해 줄 사람따윈 없음.
난 돈 못 벌어먹는 인간쓰레기일 뿐이고 한가하게 철학이나 탐구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 집안은 넉넉하지 않음.
내가 꽃미남이라도 됐으면 호빠라도 뛰면서 가족을 부양하겠지만 어차피 난 '안 팔리는 몸'이라고.
결국 난 풀리지 않는 의문만 품은 '영원히 졸업하지 못하는 학생'인 거임.
십몇년쯤 지나면 나 스스로 이 의문에 전부 답을 내고 새로운 도덕을 정립해서 한 종교의 지도자가 될지도 모르지.
그래봤자 '사이비'소리나 듣겠지만 말이야.
굳이 따지자면 십년도 뒤의 일을 생각하고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는 몸이 아니라는 게 더 문제지.
가족한테 빌붙어 살다가 나 부양해줄 가족 없어지면 자살할거임. 나 대인기피증이라 다른 사람하고는 못 삼. 10년씩이나 걸리지도 않겠지.
뭐 내 얘기는 여기서 끝인가.
전 권선징악의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야기 속의 악당을 응원하죠.
이 둘은 과연 상반되는 걸까요? 악당에겐 악당의 정의가 있습니다. 현실에 절망한 악당은 새로운 정의를 만들어내죠. 그건 진짜 '악'일까요?
인간과 짐승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인간'이 옳은 이유는 딱 하나 뿐입니다. '짐승'이 옳지 않다고 정의했기 때문이죠.
전 악당의 정의를 존중합니다. 수단까지 존중하진 않지만요. 자기의 정의에 취한 악당은 늘 한박자씩 어긋난단 말이죠.
그 정의를 존중하면서도 상식적으로 악으로 치우치지 않는 방법이 있지만 이야기 속의 악당은 늘 '악'의 길을 선택하죠.
얼마 전에 봤던 드라마 이야기가 되는데 스포일러를 하지 않고 언급할 자신이 없으니까 이쯤에서 접음.
'악'이기에 '악당'이 되는가,
'악당'이기에 '악'이 되는가.
여러분이 생각하고 있는 '악'은 진짜 '악'일까요?
아 물론 여러분이 생각하는 게 옳을 겁니다. 단지 제가 '미친새끼'라서 이해를 못하는 거겠죠.
유식하게 말하면 소시오패스. 전 소시오패스라는 말이 좋아요. 싸이코패스가 되지 못한 반푼이 미친새끼. 딱 저를 위한 말 같아서 좋음.
아 뭐 미친놈이라는 걸 자각하면 그건 미친놈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습니다만 말했잖아요. 전 머리가 좋다고.
머리가 좋은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명확히 아는 법이죠. 현실에서는 다수의 정의에 반발하는 쪽이 '악'입니다.
전 이걸 뒤집을 수 있을 정도로 파워있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전 그냥 '미친새끼'인 겁니다.
당신이 아무리 좋은 말을 하려고 해도 이게 사회적인 '정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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