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집은 4묘 + 임보1묘의 다묘집안입니다. 임보중인 아이는 이제 3주 넘은 아깽이예요.
요즘 봄이 지나면서, 동네 여기저기 젖이 퉁퉁 불어있는 어미고양이와 아기고양이 울음소리가 동네에 가득합니다.
살다살다 이렇게 길고양이가 많은 동네는 난생 처음이예요.
올 봄에, 제가 살고 있는 건물의 담장에 길냥이가 출산을 했습니다.
사실 저는 제가 책임질 수 없으면 아예 손도 대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종종 밥을 먹이던 젖소냥이가 저희집 담장에 보금자리를 틀어도 그냥 출산했구나~싶은 정도로만 여기고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어요. 오히려 아깽이 울음소리 때문에 아랫층에 사는 주인분이나 뒷집에서 해코지를 하면 어쩌나... 종종 멀찍이 상태만 살피고 빨리 아가들이 건강하게 자라 다른 영역으로 가주길 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출산하고 한달이 조금 지난 지금... 문제가 되었습니다.
어미냥이가 마땅히 사냥거리를 찾기 어려웠는지 점점 자리를 비우는 횟수가 늘었습니다.
아깽이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배가고파 어미를 찾으며 울어댔고요.
딱 한 번.. 저번주 일요일 대낮에 아깽이가 심하게 울길래 혹시 주인집이나 이웃에서 불편해하지 않을까 아깽이들 보금자리 앞에 캔을 하나 따 두었습니다. 아깽이가 캔을 먹을 수 있을 정도라면 아깽이가 먹고, 만약 못 먹더라도 어미냥이가 돌아와서 먹어주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아기냥이에게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저희집에 있는 성묘4마리와 제가 임보중인 아깽이만 성실하게 보살피며 살려 했습니다. 이기적이지만 저희 아이들이나 임보냥이가 제게는 최우선이었으니까요. 제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하는데 더이상 책임질 일을 늘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오늘, 점심을 먹고 아깽이를 재우는데 저희 주인집 아주머니가 현관문을 두드리시더군요.
지금 담장아래 고양이새끼가 있는데 내려와달라고 합니다. 혹시 제가 저번주에 캔 하나를 둔 것 때문에 화를 내시는건가 싶어 어쩔줄 몰랐는데, 주인집 아주머니를 따라 간 곳에는 온 몸이 폭삭 젖은 어린 고양이가 바들바들 떨고 있었습니다.
고양이가 너무 시끄럽게 울어대서, 자기네들이 잠을 잘 수가 없아. 쫓아내려고 호스로 물을 뿌렸다. 쟤가 저러고 가만히 있고 어떻게 해야 하나, 아가씨가 데려가 치워달라.
주인댁에서 불편해 하시는 점은 당연합니다. 고양이를 이뻐하는 사람 눈에만 고양이 소리가 이뻐보이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싫어하시죠. 날카롭게 울어대며 어미를 찾느라 몇시간을 울어대는데, 그 소리에 이웃분들께서 제법 불편해하셨던겁니다.
저는 어미가 있는 고양이라는 것을 알기에, 설명을 드렸으나 주인댁에서는 제가 이 아이를 수습하길 바라셨습니다. 온 몸이 젖어 구석에서 바들바들 떨며 나름 숨어보겠다고 벽을 긁는 어린 고양이와, 한 손에 호스를 들고 계신 집주인 아주머니를 한참이나 번갈아보다가 저는 그렇게 그 아이를 제 손으로 꺼내들었습니다.
아이의 생사여부가 제 판단에 달렸다는 생각에 어미가 있는 그 아이를 제가 데려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희집에 이미 고양이가 있기 때문에, 당장 그 아이를 이동장에 넣어 병원에 데려가 검사를 하고 약을 타오고 집에 오는 순간까지 무슨 생각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일단 기왕 집에 들여야한다면 담장 아래 구석에 오랫동안 있어 지저분해진 몸을 닦게하고(몸에 개미가 붙어있었습니다.) 장에 변이 하나도 없어 원충검사조차 할 수 없는 그 아이를 살찌워야 했기 때문에 고양이들이 잘 출입하지 않는 방에 아이를 두고 밥과 물을 두었습니다.
불을 끄고, 방 문을 나서려는 순간... 벽 사이로 어미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더군요.
아이를 꺼낸 그 담벼락 아래에, 어미 고양이가 사라진 자신의 새끼를 찾아 울고 있었습니다.
어미의 목소리를 알아 듣는지, 방 구석에 숨어 있던 아이가 금방 튀어나와 울더군요.
현재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자, 아이는 담장 아래서 어미를 찾아 울던 그 목소리로 어미가 울고 있는 곳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달려가 울었습니다.
어미도 벽 너머에서 자신의 아기 목소리를 알아듣는지 맞장구 치며 울었습니다.
지금에라도 이 아이가 어미와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당장 아이를 안고 담장으로 내려갔습니다.
어미는 제가 나오는 소리에 놀라 잠깐 도망가다, 제 품의 아이가 우는 소리에 반응했는지 제게 다시 다가왔습니다.
조심성 많은 길냥이로써는 놀라울 정도로, 약 50cm 간격을 두고 어미냥이가 제게 다가왔습니다. 아깽이는 제 품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며 어미를 향해 더욱 울어댔고요.
하지만 이미 샴푸로 씻긴 아깽이의 냄새를 어미는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울음소리는 분명 자기 자식이 맞지만, 새로운 냄새를 풍기는 이 아이를 향해 어미는 하악질을 하며 앞발로 공격하는 듯 휘두르더니 다시 떠났습니다.
집에 들어와서, 너무나 큰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내 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이 아이는 어미와 함께할 소중한 시간을 잃게 하고.. 어미는 사랑하는 새끼를 잃게 하였습니다. 모녀를 생이별 시켰다는 생각에 어쩔 줄 모르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미는 벽 너머에서 자신의 새끼를 찾고자 다시 돌아와 울며 마당을 서성이고 아깽이도 어미의 목소리에 구슬프게 웁니다.
마치 제가 최악의 인간이 된 것 같습니다.